박숙자
박숙자시인은2005년《부산시인》으로등단했으며‘마루’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시집으로『그여름별자리를만나다』(작가마을,2020문학나눔도서선정)가있다.
박숙자시집시인의말제1부기억을우려내다달다,귤이기억은열살이다밥을벌다죽도시장어울려서산다처음운전꼬투리속시간화손대에앉아이랑끝에서나를위하여수산오일장내탓파프리카마을가불로산다보이지않는손제2부꽃이환하다바람만남아있네이곳은삶의이력이보인다소나기처럼고구마줄기를다듬으며방아잎좋아하나기러기떼날아오르다꽃길을가다엄마의노래불을지피다가기억을벗다또다른나의얼굴실로암에서그립다는것은제3부봄밤에젖다그때는아침산책길에서길곡가는길봄비가슬픈날가을끝에는편백숲에서봄은또오고우도에서올레15대지포전복죽사천무지개목도마을한재마실통영포구에서남해로가는길제4부가슴에피는꽃전나무숲을걷다나전역에서오늘밥이버거울때물고기반지옹이로남다같이보고물들이다내나이예순문을열고나서다시간의흔적시간을떠올리다불이켜진다혼자되내는말쉬다염치가없네,잡풀바람이거칠때해설:존재의자리,과거와현재를넘나드는길의언어-김정수
시인의말퇴직을하고뒤를돌아보았더니,무엇이든시작이쉽지않은시간에와있었다.여행을다니면서나를인정하는법을배우고받아들이는방법을배우면서살아가는이야기를글로쓰며행복을찾았다.또다른길이주어진다해도미리걱정하고겁내지않고살도록힘이되는글과의동행,나와의대화가누군가에게도위로가되고싶다.2023.겨울박숙자추천사박숙자시인이엄마에대한기억(추억)속으로떠나는여행은외롭고쓸쓸하다.특정한사물과공간,관계속에엄마가존재한다.특히세월이흘러조건없이희생하던엄마를인식하고이해할수있는나이가되자엄마에대한그리움은한결더깊어진다.시인에게엄마의존재는기억의화수분과같다.담장에기댄접시꽃을보다가,바구니한가득고구마줄기를벗기다가,누군가불러주는엄마의애창곡을듣다가,마루에앉아땅콩종자를까다가수시로엄마에대한기억을소환한다.아니멈추지않고끊임없이흘러나온다.“왜엄마생각이드는지모를일”이란표현은아니에르노가말한“존재한다는것은목이마르지않아도마시는것”(앞의책)을연상하게한다.시인의마음속에존재하는엄마는그리워하지않아도그리운것이다.늘그자리에존재한다.한데시인이엄마를그리워하면할수록왠지외로움을더느낀다.엄마와같은자리(혹은위치)에가까울수록외로움의농도는더짙어진다.-김정수(시인)책속에서<기억은열살이다>동짓달여드레문고리에손이얼어붙는그겨울아버지의주검을기억한다초가집지붕에아버지의옷이던져지고요령을흔들며용마름위에서죽음을고하는소리를들었다밖에서는더없는호인집에서는모든탓모든화풀이를엄마에게퍼붓는집으로돌아오는모습이두려웠다한살된막냇동생을업고엄마가울면따라울고세살터울육남매저어린것들어찌할꼬상여꾼들의장송곡을들으며꽃상여타고가시며빚을남기고화를거두어가셨다온산과들에까마귀를부르시고아버지의한같은울음소리까-아-아악열살어린나는온힘을다해까마귀를쫓았다<밥을벌다>거가대교를달리면서노동의일상이시작된다전화로문자로하루의흐름이전파되고더하고덜할뿐초침돌아가듯가시돋친혓바닥에오늘도쫓긴다희끗희끗한중년의머리칼유연하게흔들리는억새들이잘살줄아는꺾이지않고휘어질줄아는직장인,우리의모습같아위로받으며길을달린다내가사는곳이곳에서한끼의밥이되고서늘함을덮는옷이되어장거리출근도감사하고귀로듣는생채기도잘견딜수있다하루하루삶을마감짓고노동의결과도마감짓고길위에놓인무게로끝을향해달려가고있는지모를일이다<화손대에앉아>제목이생각나지않지만편안히들었던클래식음악이흐른다해안가에서계단을오르면사스레피나무숲길이나오고테니스장을지나면야자매트길산책을나온듯걸음이가볍다참꽃이봄길을서두르고몇갈래갈림길에서면숲사이로언뜻언뜻보이는바다호수같이잔잔하다산길은주식등락그래프잠깐정상인가하더니줄을타고,내려야할정도로가파른것이삶의질곡과닮았다.그것이끝이라면의지없이추락만하겠지만끝에서만나는너럭바위,화손대암석억겁의지층변화를끌어안고시간의온기를느낀다보상받는위로이고저점에서만나는안식건너다보는따뜻한시내풍경짭조름한태고의맛그림으로오늘에저장하고짧은휴식이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