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보는세상에서결락缺落해있는것들은결코온전히되돌리거나채워질수없는채로남아있다.한계는한계대로,틈은틈대로남겨두는것이어쩌면지혜의하나일수도있다는사실은시인도잘알고있을것이다.존재들사이에서서로밀치고,막혀있고,통하지못하는관계성에대한성찰은결국자아의성채를더욱견고히하는과정이기도하다.여기에서시인은‘나’의새로운인식으로상승한다.“스쳐지나가는모든것의중심은나”라는단언에서시인은그마음의단면을드러낸다.“나조차세상이되고시간이되어나로흐르는/마술같은사이클의감탄사를/후렴구로흘려보내렵니다”라는구절에서그사실을확인하게된다.이를자기중심주의나이기주의로해석하면안된다.세상의중심이나라는사실은모든것을주체적인자신의시각으로바라보고,흔들리지않는명료인인식을견지한자아의눈으로세계를해석하고관조하려는의지의발상으로보아야할것이다.파편화되고소통되지못해서각자그로테스크한형식으로세계를구성하고있는세상에서시인이바라는점도바로그것이지않을까.‘나’를잃어버리지않고‘나’를붙잡으면서시간과공간속에서흔들리는모든존재들의솔직한풍경을보듬으려는시인의의지는,결국근대로진입한이후단절되어온이세계의끊어진마디마디들을이어붙이려는시적상상으로나아간다.이과정에서시인이꿈꾸고노래하는세계의맑은표면과속내가밝고환하게드러나리라고본다.
-정훈(문학평론가)
시집속의시
땔감의유서
나는어떤이의손에
베어지고찍혀졌다가
코끼리만한난로속으로갈등없이버려졌다
네모속에서네모바깥을네모스럽게내다봤다
사람들이하나둘네모로끌리는듯했다
언제이렇게해처럼달아올라후끈대는혼돈속에두근거렸던가
아,꽃을낳았을때
허공의내부에서눈꽃이터져나왔다
불빛은서서히어둠을긁어내고
나의골수는명멸하는밀실끝에서보풀이일어났다
이대로세계의종점에도달한단면이되는줄알았다
불의씨앗이반딧불이로재생하며재로탈의하고
화장火葬한세포에서다시
아름드리나무가달빛을착의하게되리란걸
먼우주로부터
극비의고요가떠드는진실을엿들었다
차츰차츰눈발이안검眼瞼을덮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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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여기있습니까
나는나를볼수없습니다
나는종결되었나요
봉분이없는마른죽음인가요
물음표를들고
어디에도없는나를찾아매일공회전을합니다
사람들과대사를볶고뒤집고있는이가
안경너머로제이름을알려주지않습니다
교차하며걷고있는양허벅지는
어디로가는지용건이없었고
나몰래내규격안에서베개를차지한이가
나인지
신원조회가필요합니다
거울속의보이지않는나는
더욱완고한덫입니다
안과밖접점의상피조직어디에도나는허전합니다
처음부터없었고
나중에도없는데
중간에만있다는것도어불성설입니다
당신은여기있습니까?
나는증거가없습니다
이제부터
나는나를밀수하러부유浮遊하겠습니다
통행에불편을드려죄송합니다
나는‘공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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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사관찰노트
-잡job시리즈2
이곳은넌센스공장
천장엔프랑스수도이름이벌떼처럼붙어있고
줄줄이매달려있는무덤이먼지입은선풍기바람에멀미를하지
노린내가깨진벽틈에서진동하는데정작
돼지들은제육볶음으로환생하여
우리들뱃속에서소화가되는거야
파눙*을허리에두른수줍은반라의몸
때낀창가를달리며샤워를끝낸형광색미소가뚝뚝떨어지곤해
짜뚜론은태국의어린사내
허리까지오는긴생머리는배냇머리같아
지금쯤빈둥우리엔앨범만남아있겠지
분만사인푸르바는아들이보고싶대
녹슨핸드폰속에서그리운살덩어리하나꺼내
내목구멍속으로울컥밀어넣어줬어
야간근무석달째
측은함을꾹꾹눌러담은도시락과바나나한개
연신고맙습니다가눌변으로잇몸에들러붙고
푸르바의푸르름은밤길로사라져보름달로차오르곤해
네팔에서온밍마는컴퓨터공학도
히말라야를넘어항공료를지불하고도착한강원도철원의돈사
당찬포부는트럭따라도살장으로끌려가고
한탄강을내려다보며바그마티강울먹이겠지.
볼펜만큼이나무거운프라이팬놀이
햇볕에게임대하고싶은건보드만한도마나거인용냄비대신
계륵같은잡념의채나물들꼬들꼬들말려
소금같은비내리는날
아무렇게나무쳐먹을일이야
주방에선발라드음악이한솥끓고
스마트폰레시피로요리사된시인이만드는케이푸드
수북수북피어나는밥냄새쫓아
서툰인사말을오물거리며줄을서겠지
*파눙:태국남성이착용하는전통적인허리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