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무수한 빛 가운데 빛으로 - 작가마을 시인선 64

저 무수한 빛 가운데 빛으로 - 작가마을 시인선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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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배동욱

시인배동욱은1970년대「청암문학회」,「伏賢文友會」,「시얼」,80년대후반부터「다듬시」,「시인촌」동인등으로활동했다.계간《韓國作家》신인상으로등단하였으며현재는문학단체에참여하지않고詩作활동에만전념하고있다.경기신인문학상과시인촌문학상을수상했으며시집으로『아르고스,눈을감다』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목차

1부

계약종료
거리에서
봄,세상
꽃비내리는봄
식탁위젓가락
빈들이되어
강江의노래
타인他人의세상
냉장고
바람의문門
엑소더스(Exodus)1
엑소더스(Exodus)2
흐린날의편지
소리,이미지
설날화두話頭

2부

강江의깊이
나무이야기1
나무이야기2
그물
새해인사
여름날오후
호주머니의속삭임
늦은봄날저녁
마른가슴
나의새는
그리움으로죽는바다
창밖을그리다
낄낄대고싶네
어떤부탁
나를흔드는것

3부

아침에
술또는노래를위한서언序言
에피소드(Episode)
술깨기전에
취醉한눈으로
짧은노래
ㄲ씨氏의문제풀이
하루
한시간의주말기행
길밖의길
비오는날의편지
공생共生하는영혼
전철안에서
우는날
사라짐에대한편지

4부

기억도짐이다
새는늘마지막을노래한다
누이생각
너에게난아무것도아닌것같아
너와나의봄
핸드폰세상밖으로
그대
세월2
두손에얼굴을묻고
은행나무햇빛
눈물
어느날
어제같은오늘
안팎의풍경들
떠나는것들은눈부시다

해설:아무것도소유하지못한자의단단한슬픔/김정수(시인)

출판사 서평

배동욱의시세계는‘낯익은’과‘낯선’풍경의‘중간’에놓여있다.시인의독특한시선이나행위,사색에의해생겨난중간지대는이쪽과저쪽을함께아우르는폭넓은세계를지향한다.중간지대라했지만,그세계는공간의개념보다는시간(기억)과삶의가치,시적방향에더가깝다.‘낯익은’풍경은삶의뒤쪽에,‘낯선’풍경은앞에놓여있는데시인은양쪽을조망하는자리에서이상과현실,이성과감성,의식과무의식,삶과죽음등다채롭고도농밀한시적세계를구축한다.시인은어느한쪽에치우치지않는,자유로운듯자유롭지않은묘한시적태도를견지한다.‘자유로운구속’이라는말이적합할듯하다.‘자유로움’은사고의새로움이나거칠것없는시적표현,‘구속’은시간과기억,생존에서비롯된것으로해석할수있다.이역설의세계를따라가다보면한개인의삶의무늬에서파생된바람,강,바다,나무,길,문,술,소리같은시어를수시로만날수있다.하나의시어에는그시어가가지는,파생된의미뿐아니라시인의시각과삶의내력이함축되어있음은당연하다.여기서감지되는것이‘낭만’이라는감성적시어다.
-김정수(시인)

⊙시인의말

바람이시키는대로
손가락을펴니
바람이잡힌다.

놓을때에야잡힌다는
바람의말에
자꾸자꾸손가락을편다.

두번째시집을펴내며
내가나를비워내고
비워낸나의뒷모습이
멀어져가는것을오래지켜본다.

⊙시집속의시

봄,세상

열어다오
가슴두드리는빗줄기에도
문門열지않고
봄햇살한줄기도
들여놓지않았다

전생과금생이포개져
해마다환생하는봄
여기도거기도
사는게아닌데
환생하는세상,환장하는세상

꽃피고바람부는날
꽃아,나를위해피지말아라
세상은금세낡아끝내
알지못할것들만이영원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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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내리는봄

봄이오는집현관에는
아젤리아히아신스철쭉이피고
저편세상입구에는
손등에꽃이핀다

돋보기로보면꽃한송이가온세상이라며
주름진당신의얼굴이웃을때마다
살구꽃핀다
살구꽃진다

꽃이지면열매라도달리겠지만
손등의꽃은질줄도모른다고
밤낮없이꽃향기에취한다고
웃는당신

돌아오는길위로
눈비가내린다
꽃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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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더스(Exodus)1

일하는틈틈이사무실복도로나와
창에붙어서서밖을내다보면
창밖세상이삼투압처럼밀려들어와
이편의내자리를다차지하고
나는이방인이거나기껏세입자에지나지않는다

내가성경이나반야심경을여는것이
세상에서살기위함이라고말한적없다
(내가예수이고부처라도견딜수없는일은이세상에서사는일이다)
다만시시포스보다교활한얼굴로
성경이나반야심경을털어내는것이다

문을열어다오
문을열어다오

나는수천년간이나아직
문을여는주문呪文을찾아내지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