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은마침표로숨을쉰다.길이에따라호흡이드나들고,내용에따라숨의깊이가달라진다.이렇게행간으로읽히는마침표의숨결은글의질감이된다.『의자,길을묻는다』의마침표들은뜨겁다.마침표마다작가의지문과족적이그대로찍혀있다.수필은진정성을담보하는장르다.현란한수사보다체험으로건져낸진솔한문장끝에찍히는마침표가읽는이의가슴에뜨거운파문을남긴다.그렇게파문이여울지는곳에수필가박호선의작품세계가알섬처럼오롯하다.
-김응숙(수필가)
수필가박호선의삶과글
나와세계의부단한접촉을통한경험과지식의결과라할수있는한개인의내면세계를나는‘내터’라고부른다.‘내터’는모든사람에게다르게형성된다.각자태어나살아가는환경과자질이다르기때문이다.박호선의수필에는‘내터’를넘어보려는갈증이드러나있다.‘내터’를넘어서야보이는본질적세계는우리가살아가면서항상추구해야할이상이다.삶의현장은언뜻익숙하게전개되지만,그곳에인간의인식을넘어서는세계가함께하고있다는의식이작가의글갈피갈피에서칼집을벗어난비수처럼날카롭게번뜩인다.그러면서도문장은온통따뜻하다.작가가인간과삶에대한아름다운기대를잊지않기때문이다.그리고그것을정감넘치는박꽃같은문장으로우리에게제시한다.
-김동련(대하소설『동학』작가,한국방송통신대학교연구교수)
책속에서
<글머리에>
언젠가부터발길이자꾸만바다로향했다.시간의틈을놓칠세라남쪽으로내달렸다.해안가산에올라무수한섬들을내려다보았다.푸른등을보이며바다에잠겨있는알들같았다.배를타고둥근알과기다란알사이를지났다.섬에서먹고,자고,그곳사람들과어울렸다.어선을타고해산물을잡으며마치탯줄달린태아처럼먼바다로나갔다가다시섬으로돌아왔다.
하루종일어선을탄날밤에는자리를펴고누워도바다위에떠있는것같았다.문득떠있는존재들이가슴으로다가왔다.밤새흔들리며뒤척였다.그러다가알섬을만났다.한때사람들이살았지만,지금은빈섬이다.쓸쓸하면서도아름다웠다.누군가를품었던자리에바람이불었다.
바람처럼떠났다가돌아오곤하는나를남편은응원해주었다.때로는동행자가되기도했다.가족은언제나나를기다려주는의자다.그믿음직한의자들이있기에수시로떠날수있었나보다.
한때는새파랗게날이선거들도한세월세파에흔들리고나면낮아지고둥글어진다.모두의자를닮아가는모양새다.나도인생의담벼락밑에무심히놓여있는허름한의자가되어가고있다.그의자에산허리를휘돌고,섬사이를누빈바람이그새그리움한자락슬쩍내려놓고사라지고있다.
2023년,섬,여행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