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문학계간지《여기》가을호에서시인으로등단한고성출신의최갑호시인은젊은날10여년외항선을타고세계의바다를항해하였다.그의고향도바다요살고있는부산도바다의도시이지만그의의식과무의식에는젊은날넓고광활한해양의바다가출렁이고있다.때문에그의첫시집도『거기가내집이었어』라는체험적바다시학이펼쳐지고있는것이다.그의바다는관조의바다이기전에삶의현장이었고죽음과희망을동시에직조한배처럼불안한곳이었지만희로애락이공존하는집이요무지갯빛의보석같은곳이다.긍정적인그는절망과고난을온몸을던져극복한인간승리의체험을시를형상화시키고있다.
-정영자(한국문인협회고문,문학평론가)
시인의말
목수가집을지을때
대목과소목이마음을합해대궐같은집을
짓는다는것은다아는일이다.
그런데내가글자로집을짓는다는사실이꿈만같다
오랜항해를끝내고예쁜색시에게장가들때의기분이고,
좋은일들이계속일어날것같다.
히말라야산맥같은파도가나를삼키려던악마의입,
천길낭떠러지같은그곳을항해하는분들께
이글을바치고싶다
2023.겨울최갑호
책속에서
<카오스>
물기먹은
바람이불어와
비가올것같은
잿빛하늘
밀려오는신세력
그것을
밀어내려는세력과의다툼
모래알과자갈사이
하얀포말이일어서며
철썩거리는함성
강산이흔들한다
금수강산이흐느낀다
<적도제>
적도에서차린제단
제주祭酒로고수레를하는선장
돼지가돈을물고빙그레웃고있다
불화를부추켜야하는
포세이돈과암페트리테사이
바람이일어선다
남십자성을바라보는깊은밤
무사히크로싱라인을
넘을수있게빌고또빌어본다
항구에두고온그여인
내게로걸어오는꿈을꾸고있다
<날치>
레이더스크린에쏟아지는
금빛모래알
눈에어릴즈음
산신령눈썹닮은
잔물결이보이고
턱시도멋지게차려입은
날치떼
주갑판에늘어져
잠을자고있다
하얀파도를뚫고
우사인볼트되어
순항미사일처럼
파랑을타고넘다
배의늑골을들이받아
가랑잎으로떨어지는
참혹함을본다
새의눈
날치의눈
나의눈
위험을예측못하는눈들이
흔들린다
<다시가고싶다>
검푸른파도가누에걸음으로,
큰너울로걸어오는
그곳
다시가고싶다
캄캄한밤바다를갉아먹는박명시
붉은태양의장엄함도보고싶다
잠자리날개로
파랑의포말위를나는날치떼
돌고래떼노는그바다가그립다
먹똥구름몰려오는잿빛하늘아래
세찬바람불어해파가만든
로체*의삼각봉우리
파랑의깊은골짜기로내리꽂힐때
나를몰아세우던
하이에나같은바다가그립다
마음껏자유를누릴수있는집시들의바다
그곳으로다시가고싶다
오대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