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조각 붉게 타다 - 작가마을 시인선 67

조각조각 붉게 타다 - 작가마을 시인선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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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종숙 시집은 시인의 내면에 자리한 고요와 그리움을 대상으로 시를 쓴다.
저자

박종숙

저자:박종숙

시인박종숙은2004년《문학예술》에수필가로먼저등단을하였으며시는2011년《심상》으로등단했다.부산시인협회,부산남구문인회이사.국제펜클럽,부산문인협회,부산여류시인협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조각조각붉게타다
산그림자
수족관
스팸메일
삭제된메시지
비를맞다
지하철
가끔두렵다
건망증
까마귀
물구나무를서다
민들레
낙타와사막
동강할미꽃
스위치를켜다
종소리
해녀되다

제2부

벚꽃
강가로가자
꽃섬
꽃잎바람
붉은꽃아카시아
가을숲
꽃잎은지고
겨울나무
바람꽃
담쟁이
노목
석양을건너는강
안개바람
연꽃
오디
선물
그리움의계절

제3부
날지못하는새
우체통
향수
징소리
낡은장화
냄새
물한모금
물결
꿈주머니
돌아보기
몽골의백야
바닷가커피숍
밤은
구름꽃
애수
어둠이내리면
여명
파도
풍경을내리다

제4부
지워지지않는얼룩
밑줄
남쪽끝섬을착신하다
골목길
간격
바람
타악기
난간
둥지
마네킹의밤
맨홀
문잠그다
유기견
잃어버린시간
젖은바닥
초록의뿌리
탱자나무울타리
풍선껌
항아리
해명

해설/부재와결핍의풍요로움,혹은기억의시학-황치복(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박종숙시인의첫번째시집이다.대부분의첫시집이그렇듯이이시집또한시인이시집을발간하기전까지겪어온과거의경험들이집약되어있다.그런데상처없는인생이없는것처럼,시인이겪은과거의경험은온갖이별과좌절,결핍과부재의상실감으로점철되어있다.그래서시인은다양한사물과장소에새겨져있는잃어버린과거를찾아서순례를떠나는데,그순례의과정에서시인은시인의삶을여전히지배하고있는원초적세계를만나게된다.그순례의과정이바로이번시집이라할만한데,그렇기때문에이시집의곳곳에는지금은회복할수있는과거의아름다웠던시절에대한회한과그리움으로가득차있다.
-황치복(문학평론가)

시인의말

시는언제나그자리에있는데
내마음만변죽을울렸는지
알곡들을제대로추스르지못했다.
첫시집을너무오래묵힌탓이리라.

시는내안에있는
구름을터뜨리는작업이었다.
지울수록번지는그리움을풀어놓으며
이시집을먼저간여동생에게바친다.
뿌리내리지못한
염원들이붉게피어나기를....

2023겨울

책속에서

<물구나무를서다>

바위를품은산이
호수로내려온다

단풍에취해있던새들이
놀라날아오르고
구름은저만치비켜앉는다

망설이는풍경들속에
근심을풀어놓았는지
호수는깊어지고
차오르는가슴속물집

계절은다시오는데
건널수없는
이별의시간들

그림자를이고선나는
남은햇살을쥐고
물구나무를선다

<가끔두렵다>

나무위를서성이는새
공중을한바퀴돈다
이나무에서
저나무로옮겨앉는다
날개를펴는일을
잊은것은아닌지
긴강혼자건너며
제몸휘청이는것아는지
가끔두렵다

캄캄한밤새끼들만
오글오글모여있는둥지
어느날갑자기
허공으로솟구쳐빈날개될까봐
하루에도몇번씩
외고있는부리안의지저귐
가끔두렵다
너무많은궁리들이기억을
밀어내고있다

<동강할미꽃>

벼랑끝에핀동강할미꽃
무엇을위해여기까지왔는지
돌틈에제몸접힌줄도모르고
사무치게먼곳을보고있다

무겁게누르고있는산그늘
놓아버리면그만인데
잡풀까지끌어안고
가슴에들어앉은돌멩이

한철왔다가는고추잠자리도
한가롭게강물위를누비는데
망설이며건너왔던세월
차라리불쏘시개되어
짓무른잠벗어던지고
넘치게다가오는바람안고쓰러지리

바동대다가지진난심장
불도지피지못하면서
가끔혼자펄럭이고싶은마음
천길낭떠러지훤히보이는데
자꾸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