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

변명

$10.20
SKU: 9791156062516
Description
경남 사천에서 시작 활동을 하고 있는 김정순 시인이 시집 『변명』(작가마을)을 내놓았다. 이번 시집 『변명』은 김정순 시인의 3시집이다. 무엇보다 일상의 언어들로 짜놓은 오밀조밀한 시 세계를 보여준다. 최근 들어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는 시인이기에 그녀가 풀어놓는 시어들이 생경함과 부드러움으로 다가온다. 특히 앞전에 나온 문학성이 뛰어난 시집 『불면은 적막보다 깊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자유분방한 언어적 사유가 크게 늘었다. 그래서인지 시인은 변명이라는 제호로 자신의 시적 자화상을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김정순 시인의 내면적 사유다. 한편의 시에서 보기 힘들다면 시집 한 권을 읽고 나면 시인이 지닌 삶에 대한 철학적 배면을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골이 깊으면 산자락도 높듯이 김정순 시인이 던지는 몰입과 사유의 언어들이 독자들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던진다.
저자

김정순

저자:김정순

1990년《시와비평》으로등단했다.부산문인협회,부산시인협회,사천문인협회회원으로활동중이며부산시협상을수상했다.시집으로『겨울강변에서』,『불면은적막보다깊다』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변명
1999년사주리
귀향
을숙도에서

우리들의어깨
소식
벽촌리아침
눈이녹는다1
동행
길위의오리털
속설
눈오는날J에게
산책
가을밤의동행
초파일
낙엽쓰는아침
가을산
완행열차
한알의콩
조화
남자는바바리여자는머플러

2부
시뽑기
새벽강둑에앉아
얼굴하나
얼굴둘
얼굴셋
분수
사월
유월
강물에앉아서
비닐우산
아침
낡은정물화
모습

모래바람속의대화
낙화1
다시봉천동
에스컬레이트
유년기
미스터리한꿈
잔설
나목

3부
20대
새벽3시의낙서
달빛
관계
겨울과봄사이
겨울여행
겨울회상
이월달밤
박꽃
가을에쓰는편지
가을나무아래서
가을운동장
겨울,따뜻한변주
세모歲暮
길이달려간다
오늘은일요일
이웃
연말
백지수표
흘러가는것은흔적을남기지않는다
저녁을꿈꾸다
새벽길

4부
사회적동물
축제시대
신지하철풍경
도시의초상
사회학연구적
별들은어둠을꿈꾼다
입동즈음
시청앞광장에비가내린다
먼지의힘
취醉중中일一시詩
퀵.퀵.서비스
단톡방
현미경속을드려다보다
폭우속에서
외침
깔깔하게날선지폐한장
겨울목련
전철속에서
물속에들다
눈이녹는다2
봄비소리
소낙비지나고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미안해할지언정
부끄러워하지는않으리라
시여!

2023.겨울김정순

책속에서

<변명>

컴퓨터벽장속을정리하다가
오래된시들을보았다
부실하나마때깔나는얘들먼저선보이고
방치한미숙아들이다

이제는돌볼여력이없어
눈감고세상속으로밀어버린다
미련없이버리지도못하고
심혈로길러내지도못한채

두고두고
열손가락하나같이아파할것이다

성격데로세상을산다는말이맞는모양이다
변명없이온전한하루를꿈꾸고싶었는데

먼지낀이름표끝에
꼬질꼬질
한마디변명의말을쓴다

미안해할지언정
부끄러워하지는않으리라
시여!

<우리들의어깨>

장미꽃이어깨동무한울타리를지나갑니다
장미꽃이바람에살랑살랑웃습니다

저렇게환하게웃는웃음속에도
고달픈삶이없지않았을것입니다

스스로가가진아름다움을힘껏다피울수있었던것은
누군가내준따스한어깨하나있었기에
이제는서로가기댈수있는
아름다운울타리를이루지않았을까요

내가한번양보하지않았던자리를돌아봅니다
내가한번배려하지않았던자리를돌아봅니다

상처에도온기가돌고
외로움도아늑해져서
저문저녁도따스한어깨를내밉니다

나에게편안한어깨가되어주었던가족과
나를안락한어깨로기대었던가족의얼굴을떠올리며
아름다운풍경화한폭가슴에담아봅니다

<길위의오리털>

깊은밤길위로세찬바람이불었다
오리털한아름뭉쳐길위에나딩군다
공중으로날아오르다가다시길위로패대기를쳐댄다
청둥오리였을까깃털이거뭇거뭇하다

세상물정몰랐던오리한마리
사력을다해도망친다
사나운개를피해
골목길로철조망울타리로몸부림친다
공중으로있는힘껏날아보지만버티지못하고
다시막다른골목끝으로내몰린다

지옥같은밤길을벗어나려발버둥쳐보지만
결국엔깃털이다뽑혔다

단추가떨어지고앞섶이뜯기고
속옷다찢겨나간
알몸의그오리는어떻게되었을까

무심한어둠이눈을감는사이
떠나온강가를다시돌아가지못했을오리생각에
나는밤잠을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