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춘
저자:이월춘 1957년경남창원에서태어나1986년무크《지평》과시집『칠판지우개를들고』로등단했다.경남문인협회,경남작가회의,경남시인협회부회장,진해남중학교교장을역임했으며현재는경남문학관관장으로있다.대한민국홍조근정훈장,경상남도문화상,경남문학상,산해원문화상,김달진창원문학상등을수상하였으며시집으로『칠판지우개를들고』『동짓달미나리』『추억의본질』『그늘의힘』『산과물의발자국』『감나무맹자』『간절함의가지끝에명자꽃이핀다』시선집『물굽이에차를세우고』,문학에세이『모산만필』,산문집『모산만필2』가있다.또한편저로는『서양화가유택렬과흑백다방』,『벚꽃피는마을』이있다.
자서제1부자화상유둣날별보러갈래병아리꽃묵은지봄은와야한다사우디박과이선생국밥은아름답다보리누름에웅어회막차와막차사이묻고묻는다이발순자싱글몰트위스키외상의부활기억은볼수없어서슬프다엉터리인생을생각하다요즘것들입춘방을쓰며지창구할아버지한편의서정시호박잎강된장쌈화개우전차가을이다힘내자황홀함과역겨움사이제2부십전대보탕귀찮음에대하여마스크소통당뇨병시인누가내삶을짊어질수있나기댄다는것에대하여가브리엘의오보에서른선착순달리기세상은가난이증명하라하고어느장례지도사의말시가시시해졌다사마천이만난빈집정선에서어떤통화사이어떤직선탁구죽집에서제3부수오지심을다시읽다어머니꽃구경꽃밭에서남덕유산골짜기에가서리더십추석이별마저곱다면바다의물총진해극장향일함에서보리암까지무게중심을잡는법묵밥합천댐에가서흑백다방가는길불치하문제4부하지삼월삼짇날햇살아래답청가세라면먹고갈래요너라는꽃루이비통반지갑무엇은무엇이다쌍계차를달이다겨울아침커피를마신다위대한발명저무는아버지의가을한발의화살날개와품개가을이왔다본전치기석양의만찬지금재미있게놀자김치찌개고향가장어려운시*해설:마음의공복을나는새-박대현(문학평론가)
무욕을지향해왔던시인에게남아있는유일한욕망은시의욕망이다.시인은그것마저도버리고자한다.“갈때보았던이슬이/올때는흔적도없다/다내려놓고맑게걷기로한다/시의목적은무엇일까/왜시를쓰는걸까/하도미심쩍은세상이라/나의지적게으름과/문학적비겁함의변명으로일관된/몇줄의묘사와서술에/어찌인생을건단말인가”(「시가시시해졌다」)시에대한욕망마저내려놓을줄아는것이시인에게진정한무욕의삶이라는깨달음이다.시마저시시해져버리고시로부터자유로워진마음이란어떤것일까.시인은“둘레길걸으며입을닫고귀를열며/마음의공복空腹을나는새가된다”(「유둣날」)는문장을남기고있다.시인의언어가시의욕망마저버리고도달한풍경이아닐수없다.그아름다운시인의내면풍경에경의를표한다.-박대현(문학평론가)책속에서<자화상>재색명리(財色名利)를좇은적없지만재다신약(財多身弱)이부자(富者)의팔자라는데돈도없고몸도약하니하늘이내게또다른심난함을주었구나동백꿀을빠는동박새날개아래통영장사도,거제지심도,여수오동도,강진백련사,고창선운사동백꽃들은망초처럼얼굴을쳐들지않고아래로다소곳이벙글어필때이미질것을알고열매를위해한몸기꺼이던질줄안다꽃질때더아름다운저생멸의미학<기억은볼수없어서슬프다>곧사라질존재들은아무르표범,검은코뿔소,보르네오오랑우탄,크로스강고릴라,매부리바다거북,말레이호랑이등등이고다시는볼수없는존재들은백두산호랑이,도도,나그네비둘기,황금두꺼비,흰코뿔소,양쯔강돌고래,태즈메이니아늑대등등이다그리고내어머니<묵은지>저녁밥상에김장김치가올라왔다갓버무린저날것의풋내저건요리가아니라반찬일뿐누구와도어울리는친화력의너른품도아니고밥한술에소주한잔을부르지도않는다메마른그눈썹에시방지리산은눈첩첩이겠다묵은지김치찌개의곰삭은정나눔은언감생심이라고등어나갈치조림의새콤,짭짤,얼큰에이르러다진마늘에대파썰어넣고한소끔끓인다면묵직하고진한식구들의하루도그저따뜻할터묵어야만빛이나는게김치뿐이랴고향뒷산의소나무도그렇고내가오늘만나고온그도마찬가지라문밖에찬바람처마를훑고가도뻘건국물의힘에이마를훔치면너와나는얼마나부드럽고은은한사람인가그리하여우리는얼마나글썽이는사람인가<사우디박과이선생>내가대학에입학할때정유생닭띠동갑내기인박서방은사우디로날아갔다모래사장밀주막걸리를마시며삼년을지진그는작은공장사장이되었고칠년을버틴나는시골중학교선생이되었다너나가라중동(中東)!너나가라사대(師大)!거룩한말일수록실천된세상은없었고숭고한사상일수록사람세상과멀었다밤이나도토리처럼우리도보늬가있을까아무리베이비부머라천대해도이선생과사우디박새가양날개로날듯우리는그렇게살았고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