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방정식 - 사이펀 현대시인선 21

꿈의 방정식 - 사이펀 현대시인선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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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휘웅

저자:최휘웅
1944년충남예산에서태어나1962년동아대학교에입학하여한국쉬르레알리즘의대부인조향시인문하에서현대시에대한수업을받으며모더니즘시에눈뜨기시작했다.1974년소한진,송상욱,하현식,김석,옥영식등과「시와의식」동인으로활동했으며1982년월간《현대시학》에전봉건시인의추천으로등단했다.1986년유병근,박현서,박청륭,하현식,양왕용,김성춘,진경옥시인과「절대시」동인,1997년박청륭,정영태,변의수,김곰치,정익진,김언시인과「시21」동인으로활동했으며계간《시와사상》편집인(2002년~2019년),계간《부산시인》주간(2017년~2021년2월)을역임했다.수상으로는동아대학교교내문학상(1968년시부문),제4회동아문인상(2008년),제24회부산시인협회본상(2016년).제8회사이펀문학상(2023년)을수상했다.
시집으로『절대공간』(1975년하현식김석,최휘웅공저시문학사),『환상도시』(1986년문학세계사),『하얀얼음의도시』(1997년전망),『사막의도시』(2001년말ㅆㆍㅁ),『녹색화면』(2009년시와사상사),『카인의의심』(2015년시와사상사),『지하에갇힌앵무새의혀』(2019년빛남)가있으며평론집『억압.꿈.해방.자유.상상력』(2006년말ㅆㆍㅁ)이있다.

목차




1부
꿈의방정식Ⅰ.Ⅱ.Ⅲ.
몽상속의혀
디스토피아
말,말의무덤
의식에서명멸하는시간
그런데나는모른다
어긋난드라이브

어느날의낙서
반상합도
막다른길목에서
이완의관계
먼동이틀무렵
바벨탑
색즉시공
가위
치매

2부
조깅
존재를찾아서
생의경사에서
생의무게
열반의오류
시간의공전
이명
나와너
뉴스
기도

자성론
디딤돌과걸림돌
해운대마술사
이시대의풍경
길위에서
백내장수술후
안구건조증
동의어처럼
몰라

3부
코로나1.2.3.4.
청음
기억의계단
섬섬옥수
꿈속으로가는길
시간에대한단상
경계에서
동백섬에서
모반
해운대의밤
거울
시간여행
제자리에서
기억의끝
뒤샹의사생아들
천국
광복동
봉별기
그때
방의추락

4부(단시)
나무

아내의폐경
골목집
매춘
조크
남루하다는것
신발장
천상천하유아독존
동거

홍수

오독
부두
부부
침묵
무아
삼매
견성

|시론|
내시의바탕화면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김춘수시인의무의미시는60연대말당시나에게있어서하나의경이였다.뽈발레리의순수시와시론에빠져있었던그때,김춘수시에서순수시의절대경지를발견하고시가언어예술이란사실을새삼깨닫게되었다.내가시에서언어에대한관심을갖게된것은이때부터다.이런언어실험이억압된의식을해방시킨다고믿었다.윤리나규율에얽매여있는인간의원초적감정을해방시킴으로써시가보다정화기능을할수있다고생각했다.이것은시의쾌락원칙과통한다.김춘수시를통해서나는시가예술로존재할때쾌락을줄수있다는사실을배우게되었다.

나에게있어서시는몽상적세계로가는통로다.시의존재가치중하나로흔히소원풀이기능을드는데,어쩌면나는시를통하여현실의벽을넘고자하는기원을갖고있는지도모른다.인간의모든논리적인경계로부터해방되고자하는열망이시쓰기의동력이다.앙드레브르통은양식이나논리를초월하여꿈과유아의정신상태에가까워지는것을시의이상으로제시한바있다.꿈과유아의정신상태란인간의가장원초적감정이고,순수한내면을가리키는말이다.
나는20대젊은시절,조향趙鄕시인의문하에서초현실주의의시적방법론이었던자동기술법을접했다.자동기술법은의식을방심放心의상태에놓고의식선상에떠오르는무작위적인언어를기술하는것을말한다.이때이성의논리는배제된다.이성이비켜선자리가방심의상태고,비논리적인무의식이분출할수있는계기가된다.무의식에잠복되었던강박관념이나억압감정,그리고리비도같은성도착의식을이성의통제로부터해방시키고자하는것이자동기술의목적이지만이방법으로얻어지는것이꼭프로이드가말한정신병리적측면만있는것은아니다.이방법으로전후문맥을뛰어넘는,반이성적인아름다운환상공간이만들어지기도한다.나는꽤오랫동안이방법론으로시를얻고자고심했다.
-최휘웅,시론「내시의바탕화면」중

<몽상속의혀>

철제의수가코스모스를꺾었다가을의상처깊은곳에발을디민다가을의동공에는수많은물상들이아픔을쏟아내는무한대의공간이있다

밤이폭발하자십자가밑에시궁창이납작엎드린다

노을이하얘졌다

삼각형의꼭짓점에앉은네모처럼불안하게비상하던새가오답으로가득한혀를내밀었다

캄캄한대낮
캄캄한창살을벗어나기위하여
말에검은날개를달기시작한다

거짓말은빨갛다빨강은검정과동의어그러고보니색의미궁은우리들을헤매게한다

혀가몽상의기억을깨운다
그녀의입술이나락끝에있다

갑자기나의시선은원근법을상실한다그러자그녀와의거리가없어진다우리의관계는한순간에증발한다그러자생과사는꽃병으로부터해방된다

아무리비를맞아도젖지않는눈으로말하는죽은자가목을타고올라온다아늑한거실에서음습한곰팡내가,죽은활자들이지옥의문을열고나온다연기처럼...나는우주의시작이요끝이다면벽한나는말의벼랑끝에서있다지금

<아뇩다라삼막삼보리>

사과를절개하면달콤한입술이나온다철없는장미가가득한세상이열린다악몽이잠자는공주를불러온다

뺑소니차가검문을통과했다
콧노래가가능과불가능사이를횡단하고
차창밖으로달리는손

스스로신의자식이된자들은검은계율과우박처럼쏟아지는신의통한을안고지중해를건너아시아에도착했다.시간이덤으로따라온다시간의변주를음미하며첼로의어두운내면으로흐느끼듯흘러들어간너의모서리에가슴이찔렸다보이지않는피가튀고창백한유리가뒹군다수면위로떠오른증거들이비밀의문앞에서서성이고지구를탈출하기위한수학공식은아직완성되지않았다

회색사나이....우주선....깨진액정화면에그녀의혀가나타났다

해뜨면그녀는잠이든다
날기의종착점은둥지인데
둥지가기다리는것은저녁이다

저녁은명치끝에남은아픔이고
꽃은멍이며
삶은흩어진퍼즐조각인데
우리들은밤마다폭죽을터트린다

너와나사이의둑터진심연.재고가바닥을드러낸무심을향하여허허한밤에혀의스위치를켠다찬란한신음...아득한등대가동녘하늘새벽창에희망을새긴다이승의끝에와서비로소그때그하룻밤그새벽이다시오지않는영원한시간이었음을깨닫는다

그때나는종말론에젖어있었다

아뇩다라삼막삼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