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릴리스 사랑 (황금련 수필집)

아마릴리스 사랑 (황금련 수필집)

$15.00
Description
황금련 수필가가 등단 14년 만에 첫 수필집 『아마릴리스 사랑』(작가마을)을 펴냈다. 황금련 수필가는 지난 20111년 에세이문학 여름호로 등단한 이후 언어의 엄결성에 주목해온 수필가다. 그레서인지 지나친 다작을 경계해왔다. 14년 만에 펴내는 첫 수필집 임에도 비교적 적은 편수인 40편의 작품들만 엄선했다. 수필의 분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인 수필집에 비하여 조금은 적은 편수다. 그만큼 황금련 수필가는 분량보다는 한편 한편의 엄결성에 주안점을 두어 이번 수필집을 준비했다. 무엇보다 이번 수필집 『아마릴리스 사랑』은 폭넓은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가족부터 주변부 사람들 이야기와 작가가 느낀 우리 사회의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잔잔히 담았다. 그러기에 생활수필 같으면서도 그 범주를 넘어서는 작가적 시선과 올곧은 문체가 느껴진다. 모든 생애는 4-5월의 물관을 차오르는 탄력적 감성들이기보다 서글픔과 그리움을 태생적으로 가득 채우는 저장소이기에 황금련 수필가의 이번 수필집에서 담아낸 사람 사는 이야기는 그만큼 공감도를 높일 수 밖에 없다. 작가는 “여름이면 저 푸른 나무들이 햇볕과 비를 받아 몸피를 키운다. 가을이면 오색찬란한 옷을 입고 열매를 익힌다. 겨울이 오면 모든 잎과 꽃과 결실을 내려놓고 긴 잠을 잘 것이다. 그 사계의 변화에서 나는 종종 사람이 살아가는 생사를 새롭게 생각한다.”고 이번 수필집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또 박양근 평론가는 “황금련의 ‘아마릴리스 사랑’은 사람 사는 이야기다. 단순한 삶이 아니라 자연에서 피고 지는 꽃과 생활 주변의 다감한 사물을 통해 가족과 친지들의 생사를 풀어내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농익은 시선으로 지켜본 삶의 아픔과 죽음의 애처로우면서 담담하게 그려져 독자도 자신의 몫처럼 전달받는다. 이러한 삶의 지형도는 작가의 깊은 신앙심과 묵힌 체험에서 우러난 인생론이라 할 것이다.”고 해설에서 설파하고 있다. 이처럼 황금련 수필가의 첫 수필집 『아마릴리스 사랑』은 등단 14년 만에 펴내는 책이기 전에 삶의 근원적 감성을 찾아가는 잔잔한 서정석 수필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

황금련

저자:황금련
황금련수필가는경남사천에서출생하여대학까지고향의숨결과언어들을달궈왔다.2011년《에세이문학》여름호에「육십촉알전구」로추천을완료하여등단했으며부산문인협회,부산가톨릭문인협회,부경수필문인협회에서활동하고있다.국제신문‘환경글짓기’대상과‘가톨릭문학작품공모’최우수상을받았다.수필집『아마릴리스사랑』은그녀의첫수필집으로단단한주제의식과꼼꼼한이미지의변주가돋보인다.

목차

황금련수필집아마릴리스사랑

제1부/대금소리에젖어

내나무
잎이진자리
텃밭이야기
돌의의미
대금소리에젖어
짐의무게
비화飛花
토담집

제2부/아마릴리스사랑

박꽃
아마릴리스사랑
군자란을바라보며
모란꽃추억
달맞이꽃
수반위의꽃
수선화사랑
하얀장미꽃

제3부/달의향연

눈오는날
안개내리던봄날
물레길
달의향연,어머니
산을바라보며
느티나무그늘
4중주

해설:꽃과물상으로인생을이야기하는서정-박양근

출판사 서평

황금연이처음으로상재한『아마릴리스사랑』은사람사는이야기다.단순한삶이아니라자연에서피고지는꽃과생활주변의다감한사물을통해가족과친지들의생사를풀어내는구조를취하고있다.농익은시선으로지켜본삶의아픔과죽음의애처로우면서담담하게그려져독자도자신의몫처럼전달받는다.이러한삶의지형도는작가의깊은신앙심과묵힌체험에서우러난인생론이라할것이다.
『아마릴리스사랑』은자연과자연물로써사람살이를전한다.사철피고지는꽃과나무를은유한기법덕분에서정이서사로,서사가서정으로호환시켜그녀만의소담한인생정원을꾸몄다.
-박양근(문학평론가)

저자의말

들길을걷고산길을오르다보면꽃과숲이가득찬풍경에젖는다.
새봄의손톱만한새순이어느새꽃을피워유희를한다.여름이면저푸른나무들이햇볕과비를받아몸피를키운다.가을이면오색찬란한옷을입고열매를익힌다.겨울이오면모든잎과꽃과결실을내려놓고긴잠을잘것이다.그사계의변화에서나는종종사람이살아가는생사를새롭게생각한다.
수필쓰기를꽃과나무에비추어본다.
무엇이든있고없음에는인연이있다.나도준비과정을거치며여기까지왔다.하지만지금의《아마릴리스사랑》에실린내글은겨우여름에왔다.더심혈을기울이고노력해야좋은글이될것이다.
그렇게하기위해계속꽃과나무를지켜볼것이다
그동안지도교수님과나와함께한문인분들께고마움을드린다.아울러‘작가마을’출판부에게도전한다.묵묵히지켜봐주는가족에게사랑한다는말을하고싶다.
2024년가을에
황금련

책속에서

대금소리에젖어

1
연일비가내린다.빗소리에맞추어사그락사그락댓잎비비는소리가들린다.댓잎비비는소리를잘들어보면비가올때와오지않을때,햇빛이날때와바람이불때들리는소리가다르다.대숲에서들려오는빗소리는대금의첫출발신호인지모른다.저취,평취,역취의주법으로음색을내는대금소리는,고단한삶의고리를풀어내는애잔함이가슴에젖어든다.둔탁한빗소리는수면아래깔린어두운음색이다.그음색이저취가아닐까.저취에는가슴한구석에멍을새겨넣는듯한서러움이담겨있다.온몸이만신창이가된비애의흐느낌이다.댓잎이바람에스치는듯한잔잔한운율은평취일것이다.일상의반듯한속삭임의정겨움,그음색은연하디연한풀잎같은아련함이깃든다.역취는울리는갈대청으로대나무가바람에휘어지는소리다.비가억수로내리칠때대나무끝이휘어지도록음폭이절벽으로떨어져내리는소리가아닐까.그소리는폭포수처럼맑고아름답다.
빗물이바다로몰려드는물목엔기다란통대나무로둥글게엮어서박아올린죽방렴이있다.들물과날물이드나드는죽방렴안엔물살도고기도생의갈림길에서불안하다.우리의삶도때로는죽방렴의들물과날물의소용돌이처럼휘말릴때가더러있다.마음속들물과날물을저울질하며빠져나갈궁리를하지만한번걸려들면소용돌이는놓아주지않는다.우리는늘밀어내기작업에몰두한나머지때로는미는자와밀려나지않으려는자와의싸움에서죽방렴에갇힌물고기가되기도한다.무안앞바다는새만금이란이름표를달고밀어내기작업에들어갔다.바닷물을밀어내려고덤프트럭은돌을산더미같이실어바다에쏟아붓고새지도를만들고있다.막혀가는물길속바다의생물은어찌할바를몰라허덕이고물살은갈곳을잃고몸부림치는것이다.
인간에게그토록많은혜택을주고도저토록힘없이물러난저망연한갯벌의눈.배은망덕의길이인간과인간사이만이아니라자연에대한인간의행위에도그렇듯무참히행해지는것이다.무안앞바다의은빛물결이서해끝수평선을향해마침내가야할길을내고떠나고있다.해넘이길을따라어쩔수없이그렇게서둘러떠나야하는것이다.모든걸다주고긴수로를따라흘러가는물소리는합주곡의이별곡이다.떠나는그여정의길은외롭고쓸쓸하다.

2
문둥이성자다미안은남양의하와이군도뜨거운적도몰로카이섬에서자신의생애를바쳤다.사회로부터추방되어적도에격리된문둥병자들의마지막안식을위해몸과마음을송두리째바치고,자신도문둥병자가되었다.
문둥병자들이떼지어살아가는남양군도몰로카이섬이커다란죽방렴이란생각을해본다.섬에갇혀서파닥거리는고기떼처럼살과살을부대끼며상처를파내고파먹는삶.그들이망망대해를향해흘려보낸질곡의생의아픔을어찌말로써다헤아릴수있을까.못견디는울분으로들물과날물따라수없이바닷가를들락거려보지만결국빠져나오지못하고,그곳에서어쩔수없이최후를맞이하는그들.
다미안신부는그곳을스스로선택했고,단혼자뿐인성한사람이수백명의문둥병자와함께부대끼며그들의문드러진몸을치료하고살아갈터를개간하고,날마다죽어가는사람들을땅속에묻고또묻으며그들의영혼을위해기도했다.
밤이면절벽으로부딪쳐떨어져내리는무시무시한파도소리가귓전을때리고,제대로잠잘방이없어나무밑에서풀과벌레와함께자면서,여기저기앓는신음에잠을설쳐야했던험난한성자의길.깎아지른듯한절벽을향해만신창이가된젖은가슴을철썩철썩사정없이치다가하얀포말로떨어져내리는슬픈운명.문둥병자의손마디마디가휘어지는고통의소리,그절정의흐느낌은칠흑의밤을그렇듯아리게수놓아갔다.
떠나지않으려고죽지않으려고그토록발버둥치는물살과생물들,문둥병자들의살과살의부대낌의신음소리가죽방렴소용돌이속으로매끄러지듯둥글게감아돌아내려간다.어둠속으로대금의이별곡한줄기깊이잠긴다.
비가그치지않는다.사그락사그락비벼대는소리따라흘러내리는빗물이바다를향해빠르게달린다.바다는석양을이고또다른길을찾아나선다.
대나무숲사이로들려오는빗소리가저녁안개에젖는다.비벼대던댓잎이잠시손을놓고고요한시간에든다.안개에휘감겨노을이돌고안개비의은은한풍경속으로떠오르는몰로카이섬,대금한소절길게펼쳐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