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나뭇가지에 연둣빛 물이 오르다

마른 나뭇가지에 연둣빛 물이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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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조용히 문단활동을 해온 황재연 시인이 12년 만에 네 번째 시집 『마른 나뭇가지에 연둣빛 물이 오르다』를 출간했다. 황재연 시인은 부산에서 태어나 1998년 문예사조로 등단한 이후 문단 안팎에 고개를 내밀기보다는 내밀한 시적 완성에 몰입해왔다. 하여 단체활동도 최소화 해왔다. 특히 이번 시집의 시들 대다수는 최근에 시의 초점들이 모여들면서 창작한 시편들이다. 무엇보다 화자의 감성적 서정성이 잘 드러났다는 평가다. 누구나 거치는 삶의 파노라마를 거치면서 다져진 연륜의 섬세함이 두드러진다. 4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에는 모두 64편의 시가 담겨져 있다.
저자

황재연

저자:황재연
시인황재연은부산에서태어나1998년《문예사조》신인상으로등단했으며부산문인협회,부산시인협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시집으로『풀잎옆에풀잎』(1998),『따뜻한생각』(2001),『당신의왼편에서』(2012)가있으며문학도시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황재연시집마른나뭇가지에연둣빛물이오르다

시인의말

제1부

돼지국밥
동백꽃에게문자나날릴까
오늘무슨날이지?
바람개비
용문사목련
소의그렁그렁한눈으로들여다보면
폭포
봉숭아꽃붉게피면
노을지는저녁
전생의여자
봄날은사랑처럼짧고
꽝꽝나무
연필꽂이
깨진접시
꽃대
봄비

제2부

나무같은사람
사랑에대하여
한도초과
동래산성
사진첩을정리하며
아직도,봄
그,꽃
무말랭이
참새들의아침
서울가는길
처마끝물방울
울음
붉디붉은그꽃을
그림자조차도
동백역
서해바다,당신

제3부

어느새계절이바뀌었다
북이되고싶다
호박
마음을보내다
눈물한방울
산다는건
가을역
그리움은늘그곳에있다
폐차
‘몽마르트언덕’에서쓰는엽서
비꽃
느리고단순하게,가끔멈추며
산책
가만히불러본다
거울을보는순간
그여자

제4부

겨울아이
폐허
구산이의말동무
저승꽃
풍랑주의보
호밀에게배우다
몰랐던그말
이사
지게
보리밥
낮술한잔
겨울산
마당넓은집
우리는
겨울,바다에서
저녁

출판사 서평

추천사

황재연시인의시에는‘폭포의울음’과‘접시의비명’이들리는가하면‘몹쓸그리움을대패질’하거나‘명사실로깊은적막을박음질해나가는’화자의상처난내면을드러내는데있어주저함이없다.그러면서‘몸안에든것다들어내어’세상을향해,지나온자신의삶에대해북처럼둥둥울리고싶은속내도감추지않는다.그만큼시적대상에대한시인의흔들리지않는연륜과섬세함이돋보인다.이는곧사물에대한사유가깊다는반증이다.그러기에12년만에펴내는이번시집이독자의주목이될수밖에없다.
-배재경(시인)

시인의말

시가백리쯤먼곳에있는것도아닌데
너무매정하게멀리했다.
세번째시집을내고십이년
나는안채에서먹고살고
시는내마음별채에서
떠나지않고홀로살은듯하다.

나를무한히불렀을텐데도
귀가작아듣질못했다.

미안하다,시여
슬픔과기쁨이온길을
다시그리워하며더듬어가야겠다.

이천이십사년십일월
이랑,황재연

책속에서

<돼지국밥>


배고프고허기지면돼지국밥집으로간다
소문난돼지국밥집,과연소문난대로다
오늘도남자들모심어놓은것처럼빽빽하다
빽빽한남자들속으로부끄럼없이쑥들어섰다

출판사에넘겨야될원고는까마득하고
내몸의배터리는10%도남지않았다
국밥한그릇이방전된내몸뚱이
100%충전해주고구원해주길바라며
국물에코처박고돼지처럼꿀꿀거리며
국밥한그릇다해치웠다
오늘은돼지처럼배가부르다

시집이나오면제일먼저사장님께
인사하러가야겠다
사장님,제가국밥의힘으로시를썼어요
국밥이시를쓰게했고국밥이시를쓰도록
나를일으켜세웠어요
가난한집에시한편보태줘서고맙습니다

네번째내시집을완성해준
돼지국밥만세!

<동백꽃에게문자나날릴까>

다대포몰운대로
일몰이나보러갈까
다대곶에
짙은안개가끼면어쩌나
별이눈뜨기전에
서쪽끝자락넓적바위에
부은발벗고
벌건노을강에빠졌다올까
물안개가올라오면
막걸리나한잔할까
늙수그레한소나무옆에앉아
인생에대해이야기나하다올까
그것도심심하면
양손에신발벗어들고
잘박잘박바닷물을건너볼까
갯벌에빠졌다올까
그래도심심하면
‘꿈의낙조분수’추락하는
물별들이나줏으러가자고
동백꽃에게문자나날릴까

<노을지는저녁>

노을지는툇마루에앉았던것같습니다
바람속에은은한나무냄새도나는것같았구요
풀벌레와나뭇잎사각거리는소리도
심심하지않게들렸어요

조용하지만무심하지않은그사람이
초가을저녁바람한자락
내어깨위에걸쳐주었습니다

둘만웃을수있는가벼운농담과
둘만아는몸짓,둘만아는밤인사
누구라도앉으면편안했던
툇마루같은사람
고요하지만적막하지않은사람

그렇게당신을기억하고싶습니다

오랜세월이지났는데,다지난일인데
그맑은저녁이어제저녁일인듯
얼핏얼핏떠오릅니다

떠나보낼수있었지만
떠나보낼수없었던그붉은사랑

<나무같은사람>

같이있으면나무보듯편안하고
기대고싶고나무안듯
안고싶은사람이었다

산을좋아해서나무가되려고
산을올라간다던푸르고따뜻한사람이라알고있다

나무같이단단한사람도병이드나보다
품이넓어앞산뒷산다품고살던그가
아프다고한다

살아있으니아픈거라생각하면서도
운나쁜사람은이세상에
태어나지도못한다고하면서도
나머지생은운빨로살아남자한들
다무슨소용이람

애틋함이아닌,오래보지못한반가움으로
그를만나러가야겠다

귀뚜라미가맑고고요하게
슬픈곡조로울고있다

아,서글픈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