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머문 자리마다 꽃 피는

햇볕 머문 자리마다 꽃 피는

$14.00
Description
우리네 농촌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산골동화집이 나왔다. 경남 함양군에서 문화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최갑진 선생이 산골동화집 『햇볕 머문 자리마다 꽃 피는』(작가마을)을 출간했다. 이번 동화집은 일반적인 창작 동화집이 아닌 현재의 산골의 이야기를 동화형태로 쓰여진 실제 우리네 농촌의 생활 풍경에 다름아니다. 최갑진 선생은 부산에서 교사로 재직하면서 문학평론가로 활동해왔으며 함양으로 이주한 뒤 「쉬미수미」라는 치유공간을 만들어 산골사람들과 영화보기, 책 읽기, 문화강연 등 다양한 농촌문화운동을 펼쳐왔다. 산골동화집 『햇볕 머문 자리마다 꽃 피는』은 함양에 거주하면서 함께 해온 시골 이웃들의 모습을 담담히 동화형태로 창작한 것.
할머니가 죽고 외로이 혼자 살아가는 대숲 할아버지와 그 외로움을 하천의 두루미와나누는 모습이며, 한동네에 사는 귀어두운 할머니, 깻잎 할머니, 담벼락 할매, 영춘할머니, 칠구 모친 등 모두 노인들만 사는 동네의 자잘한 하루하루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열심히 살아온 농촌 노인네들의 사연도 제각각이다. 이제 자식들은 모두 장성해 도시로 나간 지 오래이고 그 자식들 또한 효성이 지극한 자식과 재산을 탐하는 자식 등 다른 사연으로 노인들은 속이 탄다. 또 어느 날은 그 노인들 한 명이 응급차에 실려 나가고, 그렇게 빈집이 하나 더 늘어나고...... 이러한 노인들의 현실 세상에 길냥이인 아롱이 다롱이와 갸걀갸걀 울어대는 개구리들의 이야기, 두루미가 곁들여져 동화적 요소를 자아낸다.
저자

최갑진

저자:최갑진
이동화집을쓴최갑진선생은한동안부산에살면서문학평론가활동을해오기도했다.학교에서거리에서사람사이에서의인간적인삶을추구하다지금은경남함양에산다.산촌이곳저곳을기웃거리며「쉬미수미」라는치유공간을만들어이웃들과함께산골의문화를일구고가꾸는일들로즐거움을만끽하고있다.《문학지평》편집위원으로활동했으며쓴책으로는평론집『삶의혼돈비평의미혹』,산문집『낯선길을비추는오래된꿈』등이있다.

그림:김설희(김종희)
동화집삽화를그린김설희(김종희)선생은미학자이자수필가로1970년경북선산에서태어나1999년농민신문신춘문예에수필이당선되었다.수필집으로『슈만의문장으로오는달밤』,『돌탑에이끼가살아있다』,『나는날마다신화를꿈꾼다』등이있으며인문채록집『기억장소그리고매축지1,2』,『구술생애사로경험하는인문학』등이있다.현재전국미학강사로활동하고있으며틈틈이그림작업을통해2024년개인전을열기도했다.

목차

작가의말

물끄러미
우두커니
바쁘게바쁘게
밥먹는법
멀뚱멀뚱
모처럼푸근하게
휑뎅그렁
둘러앉아서
이렇게,홀로
스스로저물고
우물쭈물모여서
그래도그래도

출판사 서평

저자의말

우리들산골마을은빈둥지가되어간신히고목에매달려있다.동네어귀어디메쯤살던노인들중누군가가어느날아침보이지않으면그적막으로온마을이숨을멈춘다.곡갱이를들고밭을일구던억센팔뚝들과호미를쥐고이랑을살피던부지런한손들이사라지고있으니.
그런데햇빛이스러질때산의윤곽이더선명해지듯,지금에서야시골이라불리던우리들고향의의미가뚜렷하게보인다.허리숙여땅을일구고생명을키웠지만잊혀가는어머니와아버지들의삶의모습과함께.
그래서마지막빛한줌이사라지기전의산골마을을그리고싶었다.잃어버리지않고우리들가슴속에기억하기위해서.

책속에서

5.멀뚱멀뚱

하나

아침햇살을받으며아까시나무의꽃들이일제히얼굴을내밉니다.봄은개구리소리와함께옵니다.산자락을하얗게덮는아까시꽃,밤꽃과어울려어느날아침불현듯이찾아듭니다.산골의봄은그러합니다.
그런데봄이와서일제히세상으로뛰쳐나온개구리들에게새봄은늘새로운숙제를안겨줍니다.요즈음들어마을사람들이우리를더미워한다고투덜거리는웅덩골개구리대장의푸념을들어보면압니다.

개구리들은사는곳에따라아래논배미수다쟁이,연못골날라리이런식으로불립니다.웅덩골은저수지에서물이내려오다가휘돌아가는곳에파인웅덩이입니다.
그웅덩이는논물을가두어따뜻하게합니다.예전에는그런웅덩이들이이어져서도랑을만듭니다.어르신들이말하는도구가논전체를감싸고흘렀습니다.지금은벼심는면적을늘리기위해서도구조차없애버립니다.이제논물은수관을통해바로논밭에들어갑니다.자연스럽게물길이아래로흐르다파지는곳인웅덩이는사라집니다.물웅덩이에서살아야하는개구리들의형편이나빠지는이유입니다.
더구나농촌의논밭이날이갈수록변하여논은밭으로바뀌고그밭은또얼마지나지않아비닐하우스로둔갑합니다.논밭도가로세로가반듯해져서물이고인논이나밭둑의웅덩이조차보기가힘듭니다.꼭그만큼개구리들의삶은팍팍해지고웅덩골대장의시름은깊어집니다.대장이지만어깨를펴고다니지못합니다.살아가가기가힘드니무리를이끄는우두머리의책임만갈수록막중해져갑니다.
해마다살만한거처를앞장서서찾아야하는대장은눈에불을켜고아랫배니윗배미논밭을헤맵니다.피가마릅니다.마땅한데를찾기어렵습니다.따르는개구리가족들의불만은더높아만갑니다.
개구리들은파리,모기,벼멸구등을잡아농부들의병충해예방에도움을주었습니다.두팔두다리를움직여열심히헤엄친덕분에흐려진물빛으로잡풀은크게자라지못했습니다.사람들에게미움받을짓을한기억이없습니다.
그런데도사람들은헤엄칠웅덩이마저치워버립니다.어린개구리들이궁금해서대장개구리에게묻습니다.
“대장대장대장왜우리를미워하나요?대장대장대장”
이유가궁금합니다.대장은두손으로얼굴을바쁘게비비며말합니다.물론자신의대답을믿는것은아닙니다.
“우리가너무시끄럽게울기때문이야.”

여기저기서개구리들이가걀가걀거립니다.
“배가고파서,심심해서,짝찾으려고우는데요.간절하게원하는것을찾아운것이잘못인가요.자동차소리도들리지않는심심한산골논에서큰소리로이야기하고서로위로한다고소리도질렀지요.그게미움받을이유라니믿을수없습니다.보세요!대장대장대장담벼락집수탉은새벽만되면꽥꽥거리며사람들새벽잠깨우고영실이네복실이는지나가는참새만봐도월월월월거립니다.그런다고사람들이내쫓습니까.대장대장대장.”
어린녀석들이너무시끄럽게떠듭니다.개구리소리가산을하얗게물들이는찔레꽃보다더넓게퍼져나갑니다.대장개구리는그들을달래줄방법이없습니다.자신도미움받는정확한이유를알지못합니다.이유를찾아나서려고해도배가고픕니다.배가불러야산속깊은옹달샘에산다는개구리산신령을찾아가서답을얻어올텐데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