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이 돌아오는 시간

도시락이 돌아오는 시간

$12.00
Description
이 책은 〈상상도 못 하는 죄〉, 〈멍게〉 등의 작품이 수록된 시집이다.
저자

안창섭

저자:안창섭
안창섭시인은2015년《월간문학》시조로등단하였으며2019년계간《창작21》시,2021년에는계간《소설미학》에소설가로도등단하여문학전반의왕성한창작활동을하고있다.성호문학본상(2021)과아르코발표지원을수혜(2022)받았다.시집『내일처럼비가내리면』과시조집『유모차를타고가는아이나비』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풋사과처럼덜익은시간

상상도못하는죄
멍게
홍옥
몽당연필의봄바람
꿈결이었어,깨어날수없는꿈결이었어
달집
물끄럼말끄럼
바람의전개도
살구꽃당신
저도
그땐그랬지
기차는달리고싶다
하쿠나마타나
발꿈치를잘라먹던시절

제2부그리움이편집하는시간

방문전전화주세요
샛별이떨어진안방
할매콩국수
퇴비장
바람이불어오는곳
아라홍련
통일벼의꿈
이별이지고작별이뜬다1
이별이지고작별이뜬다2
능소화
연꽃처럼
상사화
유전무죄
금강역사

제3부무명시인의시간

42.195
뭐시중헌디1
뭐시중헌디2
감정초본
소나기
절박
잃어버린얼굴을찾아서
전자레인지
신의저울은한쪽으로기운다
WhoamI
내게도복날이
내통장이영원이되는동안
월중계획표
뼁뺑이
본능적으로삐딱하게

제4부한박자쉬고세박자울고가는시간

발칸의장비
동전인생
메주
꿈에보았던꿈들
씁쓸
도시락1
도시락2
도시락3
악연
하튼소리명태가
잠들지않는섬
네팔상회
우리들의천국
눈물왕국

제5부심장에문신을새기는시간

점심생략
4월의火印
부모님전상서
A특공대
와락
도요새
불조심하시렵니까
폭탄돌리기
卜자의발견
은행잎누나
벅수에게
주민자치회
자물쇠

비상시대
MaydayMaydayMayday

해설사물고유의맛과시의당도-김정수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상상도못하는죄>

생각하는것만으로도죄가된다지

생각만으로지은죄,너무많아서

생각하기싫은죄,더많아서

생각의깊이만큼죄는깊어지고

생각이없는만큼죄는곁에있네

전생에지은죄는죽어도모르는죄

상상으로또,무슨죄를짓고있나?


<바람의전개도>

바람의시작은외인들과비밀번호를나누어갖죠.내것도네것도아닌비밀을공유하기엔그만이죠.
외인은비밀번호를누르며자신의미래를알리죠.반전은짧은과거에있고바람을연결하기위해여러개의알리바이가필요합니다.거리마다네온사인의발목이삐딱거리고멀리서도알아볼수있는낯뜨거운한낮의아우성이불야성을이룹니다.
비보호좌회전의여유로낮거리로풀어놓은바람,결재와결제를구분없이비밀금고에넣은시기와질투는비밀번호가달라도,자유로운영혼이우선멈춤을무시하고지나가는나무에게거짓말을할수가없었죠.
낯짝을가리는사람들은그래도시작에불과하죠.바람의등살을할퀴고가는바람들은대부분알리바이가성립되는세상,이해못할일이하나쯤은숙제로남아있죠,바람의피를말려보세요.피맛을아는당신이거머리처럼종아리피를빠는동안하나도아프지않은것은거머리도따뜻한피를바람에말리기때문이죠.
바람의간격과속도에따라합법으로매매되는이중나사구조로물고늘어질때,바람은더이상의바람의성질을잊어버리고때로는깊은웅덩이를만들어우물속으로빠트린동전이되어,전파가잡히지않은라디오처럼잡음이수시로귓가를맴돌다가죠.
바람을열고봉투를꺼냅니다.바람을뒤집으면소문들이소나기처럼떨어집니다.외인들은많고봉투는단한장에불과해서수취인불명의소포를느린우체국에저당잡히고말았죠.
찬바람을접어나비로만드는사람들,사소한바람의마음은모래알처럼흩어졌다서로의목을조르는다정한사이,바스락거리는심장을서로봉인한채,

바람을부칩니다.

<샛별이떨어진안방>

동구밖에서읍내전파사오토바이를기다렸지
양철지붕에서영화필름같은안테나선으로
김일박치기와유재두펀치에화투짝이살짝돌아누웠지

주름살문넘어금발미녀를총잡이를좋아했던아버지는
엄마가고용한서부의총잡이와OK목장에서결투를하다
눈총에맞아KO다리건너전설의고향으로
떠나는이무기들의하소연을들었지

청실홍실구멍난양말사이방안이점점좁아지자
연속극에빠진여배우를수사반장이찾아갔고
수상하면신고하라는마을방송은수사본부가대신했지
오렌지껌을씹는누나들은원더우먼을꿈꾸며
600만불의사나이와펜팔을하는방법을물었지

마루치아라치들은화면조정시간부터애국가를불렀고
로봇태권V와마징가Z로정의의주먹을불사르며
휴일이면전투와전우를통해새마을운동에실패한
독수리오형제를모아그랜다이저를몰고떠났지

코끼리를타고치타와맛동산에서놀다가
말괄량이삐삐가나누어준달고나를은하철도999에싣고
화면조정시간에맞추어정글북소리에잠들었지

TV문학관으로시집간누나들이보내온편지에는
타잔이장가를가고프란다스의개가손자를보았다네
가족오락관으로들어간서부의총잡이는
쌍권총을잃어버리고버스기사가되었다지

늙수그레한샛별이독도로본적지를옮기고
주름살펴고무궁화활짝피었다지

<통일벼의꿈>

방앗간멀어지고헛간에들어앉은한반도통일정미기녹슨거미줄에걸렸습니다.늦가을햇귀가시렁에걸린무청시래기타고하늘하늘시멘트벽돌에밑그림을그립니다.
천수답나락이논두렁을밟고나락으로떨어진지70년,올해도골짝메뚜기쌀한섬이면노총각장가밑천탈탈털고도남을씨나락종자를매상으로넘기고말았습니다.
자급자족의틈사이,밀양21,23호노래를불렀던빈농들이동진,일미,영호진미,새누리로갈아타고햅쌀의짜릿한찰기로거북이등가죽지도로여러해동안밥맛돋우는햇살은없었습니다.
발로밟아돌리던탈곡기새롱새롱힘들지만다정하게볏단을주고받던발박자를잃어버리고엇박자로돌아선지금,메뚜기쌀,어쩌다한번도리깨로두드린서리태반쪽들이마당귀를잡고마당을쓸어봤자,소나기가마당을훔치고가는이상기후에물고랑만깊게파이고말았습니다.
한반도는멀리있고이밥에고깃국먹자던별똥별은자꾸만떨어지는데,통일벼심었던40년세월의허기를외면하고보릿고개들은비만의뱃살을두드리며밥맛을잃은숟가락을어느세월에다시만나볼까요?
한반도통일정미기에서달달떨어지는희고고운쌀알들이등겨를뒤로하고고봉으로쌓입니다.쌀한바가지로한가족이한솥밥을먹는일이,이렇게힘들어서어디쌀농사를짓겠습니까?백두야천지야눈비비고나오너라.이밥이싹이나기전에,밥한번먹자.

<금강역사>

섣달그믐을바라보며따닥따닥지팡이만수할배장수탕을찾는다.일주문을들어서듯허리굽혀내민지폐,허리춤벗어나자흘러내린양손으로잡아가는계단참에쉬어가는지팡이도참선에들었는지미미한숨소리만거미줄타고내려앉네
허물벗어사리탑을쌓은자리해탈도잠시잠깐,적멸보궁에서쉬어갈까?도솔천을건너가서미륵불을만나볼까?칠순을들어내고욕탕에내려앉은팔순,육신의수증기틀어회심곡을불러볼까?세신사를불렀다가천수경을외어볼까?등신불물바가지세례로금강경에빠져볼까?아서라등밀이한판이면180초번뇌끊고둥글게떨어지는배꼽때를부르겠다.
돌고도는등밀이염불따라등허리를세우는금강역사,만수탕은고요한새벽을이렇게쓰고있다.

도로아미타불,도로아미타불

<뭐시중헌디1>

시방
꽃피는소리들었소
꽃이피는소리를못듣는나는
아직도세상을모르오
그러기에오늘도
꽃같은인생을살기는글렀소

시방
뻥튀기터지는소리들었소
속이뻥터지는소리말이오
장날마다터져도
남의속터지는줄도모르고
막걸리만조지다가

씨불도꺼진줄도모르고
씨불이기만하다가
시팔아
밥묵기는글렀소

<도시락2>

도는죽을맛
레시피없는
미완성인생
파란매생이
솔찬히맛있어
라떼는라이브
시원습습히
도로묵인가
입춘지나도
떡국먹어레
내닮은올빼미
아픔잊고파
문학은진솔
뼈속까지쓰라
내시는삼류시
그래도읽어도

도대체알수없는
레퍼토리없는
미주알인생
파스텔청춘이
솔로지옥에서
라면이울어도
시한수울리고
도사리는내차지

그대가미워도
잊지는않을레
곰삭은동치미
한사발먹고파
함께한식솔
이제는떠나라
사랑이잠시
머물다죽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