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을 따라간 여인

쇼팽을 따라간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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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미정 시인의 열 번 째 시집 『쇼팽을 따라간 여인』(작가마을)이 사임당시인선 30번으로 발간되었다. 박미정 시인은 시와 문학평론을 하면서 신라대 외래교수로 있다. 이번 시집 『쇼팽을 따라간 여인』은 시인의 삶을 지구적으로 보여주는 시집이다. ‘존재’와 ‘동행’의 사회학적 모습을 역력히 드러낸다. 현대시의 기교가 판을 치는 문단에서 가슴속 내재 된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낸다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이다. 시집 전반부를 아우러는 시인의 감성이 자연친화적 화자를 통해 주변부 모든 곳에 대한 섬세한 촉수를 심어준다.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박미정 시인의 시에는 실존의 감각을 말하려는 존재론적 시학이 유난하다.”고 이 시집을 평하고 있다.
저자

박미정

저자:박미정
박미정시인은경남통영출생으로신라대에서한국어문학문학박사를취득,인제대,가야대외래교수로강단에섰으며현재는신라대평생교육원외래교수,사상구보편집위원,강서문화원에서문학강좌를맡고있다.1994년《한맥문학》으로등단한시인이자수필가,문학평론가로활동하고있으며한국현대문학작가연대와부산시인협회부이사장,부산문인협회,한국창작가곡협회,사상문화예술인협회부회장,부산문인협회주간,박문하문학상운영위원을역임하였다.부산영호남문인회회장,한국바다문학회부회장,‘은가람문학’발행인이며부산문학대상,한국해양문학상,영호남문학상대상,부산여성문학상대상등을수상했으며시집으로『맥놀이』,『제라늄의분홍미소』,『쇼팽을따라간여인』등10권과수필집『해무를벗기다』,『베란다』,학술저서『한국현대해양시연구』,평론집『은유의인문학』,공저『언어의집』등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공중,기억의길이있다
계절을잊은무화과
가곡의밤
특별한공생
꿈에서다짐하다
연인들
이해한다는것
서로사랑하여
소소한일상
만약,정말그렇다면
향신료의바닷길
설해목
세상읽기
가라,외로움
가족

퍼블섬

제2부
물방울의혼
쇼팽을따라간여인
시월의가을
그녀의무언가
보라튤립
고립의벽,그안에서
행복
길위에길을만들다
고백
매미의노래,고전이되다
눈동자
시간을걷다
출산의진통
태풍속가자미
세수
도서관에서여행하다

제3부
폐선
여름제라늄
가을꽃
해루질
푸른먹물
그냥1
그냥2
그냥3
밤바다-거제도에서
포레무언가
화해
낙동강의여름한수
노루귀

마냥
봄을따라가다
미슐랭가이드북을잘읽은달팽이

제4부
설날
강서마을의아침
요람으로향하다
강서의들판에서
바닷길산책에서
무화과
대구수성못에서
부산사람들
내고향의토성고개
느리게가는시간
벅수
부산신선대
나의펜과종이
습설을퇴고하다
삼락생태공원의봄

제5부
약손
마당극-안동하회마을에서
사람
한낮흑의장막
봄비
봄엔더그립다
호접란
가을자두
절망
환기
어느날의일기
비멈춘그날
탐욕의제국
우박소동
입춘,여기에있다

해설|보랏빛화해(和諧)의시적지향-구모룡

출판사 서평

시인에게시를만나고표현하는일은삶의방법이자과정이다.이러한사실은열번째시집을내는박미정시인의경우에특히도드라진표정이다.실존의감각을말하려는존재론적시학이유난한데시에관한시편(meta-poem)인「출산의진통」은자기의시법을“나의삶나의동행”이라고말하고있다.낭만주의를이끈아우구스트슐레겔은“모든시는시의시다”라고하였다.먼저마음에내재한시가있어이를언어로표현한다는의미를내포한다.시인의삶은마음속에시를품고서이를표출하는과정인데,시가“전하고싶은메시지가”적지않아이를읽어내려는“철저한플롯의강박”에사로잡히면서“서로를구해내기위한”긴장된수행의시간을보내지않을수없다.때론어긋나멈추고외면하면서고독하게기다리기도하고때론감정을절제하면서제대로된시를불러내어직조하는일로분주하기도하다.이처럼「출산의진통」이말하고있듯이시인은시를부르고서로환기하며만나는“동행”의삶을변함없이지속하고있다.또다른시편인「길」은시인의시법과수행을‘길’에비유한다.“길은/늘열려있어/누군가가걷고싶어한다면/길을보여준다/길을보려고하는사람에게는//마치시인이시를찾아헤매면/시가보이는것처럼/길도그렇다”라고진술하듯이시와존재의길이상통한다.가깝게는실존의수행이고멀게는깨달음의도(道)와이어진다.
-구모룡(문학평론가,전한국해양대교수)

챗속에서

<공중,기억의길이있다>

계절을가르는
새떼의날갯짓에
따뜻한만남의길닿아있다

빙정이부드러운털을반짝이는
구름을배경삼아날아다니며
오묘한소리외침으로
눈과귀를공중에빠지게하는

이때쯤
강물이반짝이는것은
만남을환호하는갈채이며
가을의풀밭을유난히눈부신것또한
갈채의번짐이라

나는그언젠가공중을날던꿈을꾸어
선물받았던풍어의날들이있어
해심의비늘로달았던날개
공중에있다

<가곡의밤>

바이올린을꺼내다무릎에현이닿았다

오래도록아팠던것이닳은그자리
잃었던소리는현을더듬더듬

끊어진줄이다시이어지는
그길,멀면얼마나멀다고
능청스럽게
허공에다연주하며살던삶

마음의근육은그렇게느슨하면서도
긴장하였다는변명으로
넋두리를쏟아내는입술이붉다

쓸쓸하면서도기쁜날
나는낡은일기를꺼내놓고
조율을하며
다시오늘의일기를쓰고있다

구름의휘장을젖히자
보아야보았다고하던내안에갇힌것들이
우-루-루쾅쾅
몸을비틀고빠져나와소란후침묵

청아한별의노래가나를향하여
오선지위의도돌이표가즐겁게발을찍고
있다.가곡의밤,내안에돌아와

<연인들>

쇼팽을따라
호기심많은시선을피해
시인하이네와선문답을즐기기좋은
산책길은
아직가을이번잡하지않은
낙동강둘레길이다
길위의바람은나뭇가지를흔들다가
조용조용독백으로
기억찾기를하며
물들이는붓을들기시작하는
그길위에서
여민옷깃을세우고
길을옮기려다
“너의길을걸어라”
단호하게말하는단테를만나
쇼팽도버리고하이네도버리고
찻집에서
빠른강물의소리에
몰입하는눈빛이아름답다
“영혼은물같다,바람은운명같다”
귀엣말로속삭이는괴테의말에
커피향기를음미하던어깨를
낮추고
시간의문장들을꿰맞추며
단조롭지않은음악속으로안겨든다

<서로사랑하여>

신라대평생교육원229호실에서
나는이층에서너를보고
너는언덕에서나를보고선
목요일오후두시와네시사이
격자무늬가있는유리창밖
너는바람에흔들리거나
햇살에도가만있거나
때론비에젖거나
그변화무쌍한표정을자연스럽게
보내는목요일
나의시혼은너에게스며들어
너처럼흔들리거나
가만있거나
젖어
나목의계절에도
푸르렀던너의계절을떠올리며
뼈를드러낸꿈을읽고기다리는중이다

<쇼팽을따라간여인>

토요일오후
그를만나고싶어
빗방울전주곡을틀었더니
비가내리기시작했다
유리창에빗금을치며흐르는
빗방울의전주곡을따라
지중해의섬,마요르카로들어가서
그가사랑한한여자가되어
그의각혈을의식하는
오선지위고음의몸부림속에서
음울한졸음을요구하기도하는
격렬한소란을멈췄다
그의터치에서톡톡튀며
빗방울을건너다니는환한웃음을
복사하여
여든여덟개의건반을가지런히
귀에꽂았다

<보라튤립>

저온을거친
튤립구근넷을같은화분에심고
다른하나는따로심었다

시선은유독뾰루지인듯나와있는
그것을향해있다가
이른봄초급에불과해잠재하던
드로잉솜씨가발동했다

외따로심은화분에피는보랏빛에
보랏빛뿔슬리퍼가떠올랐다
아버지가사다주신거기에발을담그면
유난히하얘서
여름방학이신났던때가있다

가끔도화지위에
크레파스보랏빛에찍혀피어나던
나만의꽃튤립을
어머니는칭찬하고벽에붙여주셨다

이봄날에
부모님을그립게하는
보라튤립을보며이슬을닦는다

꽃대와꽃잎이여위어안쓰럽지만
발열이아니기를바라며
봄볕으로더가까이향해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