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붉어지는 동안

동백, 붉어지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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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삶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여기 한 여성 시인이 여성의 성장기와 삶을 테마로 시를 써 한 권으로 묶어냈다. 부산의 조규옥 시인은 여자의 일생 중 신체변화가 가장 민감한 나이인 초경을 시작으로 여자의 삶을 신체적 변화에 의한 삶의 이야기를 차분하고도 담담히 시로 승화시킨 시집 『동백, 붉어지는 동안』(작가마을시인선 73)을 펴냈다. 이 시집은 여성의 생리부터 출산과 육아, 어머니의 삶 등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써내려갔다. 더구나 이 시집을 쓴 조규옥 시인은 ‘high출산365’ 대표로 있는 여성 생활 운동가이다. 평소 여성의 사회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지원 활동을 해온 시인이기에 여자의 삶을 누구보다 지켜보고 이해하는 측면이 강하다. 시인은 첫 생리의 경험을 “첫 불꽃이 피어났을 때/작고 수줍은 불안 놀라울 만큼 뜨거웠다”(「사랑의 불꽃」)고 기억한다. 미소녀에게 첫 생리는 불안하고 불편하고 드디어 여자의 생이 시작되는가? 하는 신비함이 같이 곁들여있다. 그렇게 시인은 “이달도 붉은 리듬을 타는 중이다/눈빛으로 몸짓으로 우리 집 여자들/어느 저물녘에 기억할 몸의 주기”(「몸은 알았다」)를 받아들이는 여자의 삶을 바라보고 나아가 “아무 말없이 너와 나는 이미 이어져 있었다/자궁 속 어둠을 더듬어 우리는 서로의 시간을/무중력 상태로 조용히 떠받치고 있었다”(「탯줄」)라는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엄마의 시작을 보여준다. 그렇게 이 시집은 첫 생리부터 연애와 임신, 출산, 자식을 기르는 부모의 모습까지 여성만이 체득할 수 있는 주제를 대상을 시집을 완성했다. 그래서 이 시집은 표지와 면지까지 붉은 톤으로 채워졌다. 그만큼 여성이 여성을 이야기하는 시들을 모아놓은 시집인 셈이다.
저자

조규옥

조규옥 시인은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1998년 《조선문학》으로 등단했다. 부산여류문인협회, 부산여류시인협회, 사하문인협회, 부산여성연대회의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부산문인협회, 부산시인협회 이사, 부산가톨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장미무늬 식탁보』, 『가끔 강물은』, 『초록 손바닥』(한ㆍ중대역시집), 『풀이 넘어왔다』, 『기억은 그리움을 들춘다』 가 있으며 한국시낭송상, 강서예술인상, 고운 최치원문학상, 부산시협상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High출산365’ 대표, 시 인문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조규옥 시집
동백, 붉어지는 동안

시인의 말


1부 피의 춤

시작의 불꽃
기울기 시작하는 날
선홍빛의 밤
붉은 딱지
달을 앓는 날
여자의 바다, 달의 빛
무언의 전승
같은 날, 다른 몸
숨 고르는 작은 물고기
괜찮아
작은 리듬
다시 차오를 때까지
이해는 사랑보다 깊게
조용한 파도
몸은 알았다

2부 몸을 여는 시간

여름의 자궁
연대의 침묵
첫울음
세상에 오다
비워진 자리
탄생, 어머니 발자국
탄생의 신비
머물고 있어야 한다
대기실-기다리는 몸
탯줄
회복의 풍경
나는 문득
내가 받은 축복
어머니 최초의 신화
붉은 강, 살아 있는 힘
숨결의 시작
너를 품고 있는 시간
너와 나를 묶은 선


3부 기억과 유산

너를 안고 있는 밤
이름의 시작
숨결의 무게
아침 햇살 아래
너를 위한 기도
네가 웃을 때
흐르는 것들
눈부신 숲의 기적
너의 무게
순간이더라
탄생의 서
불꽃 속의 봄
오래된 노래
첫걸음
날갯짓
보호자 1인
처음과 끝
이름, 그 첫 기도


4부 관계의 거리

생명의 기록
멈춘 너머의 길
무게의 이름, 사랑
두 세계를 건너며
입김 속에 피어난 여자
보랏빛 숨결
마지막 달의 기록
멈춤의 시간
울음을 데운다
나란히, 멀어지고 있었다
탄생을 이룬 사람
반복된 후
붉은 선으로 이어진 기도
반복된 후
되감기 중
남은 자리
엄마와 달걀
동백, 붉어지는 동안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내몸에서시작된파도소리
매달찾아오는붉은리듬
그안에숨어있던아픔과숨결
말로다할수없었던감정들
천천히시가되어나왔다

나는이시들을쓰며
몸이보내는언어를찾아‘듣기’시작했고
몸의리듬을따라‘안다’라는감각에기대어
오래도록이어진몸의걸음을더듬었다

이책에실린시들은
여성의생리라는신체의리듬
그것은누군가의어머니로딸로
혹은한존재로
살아가는여성이
자신만의고통과회복을품고
조용히흔들리는태도의움직임이다

우리는종종말보다먼저몸으로기억하고
사십여년을말보다오래몸으로견딘다
이책이
내몸의리듬을조용히위로한다

당신또는당신만의파도를
부드럽게지나갈수있기를

2025년겨울

책속에서

<시작의불꽃>

첫불꽃이피어났을때
작고수줍은불안놀라울만큼뜨거웠다

몸안어딘가에서몰래타오르기시작한
그불꽃,설명할수없는설렘과두려움
새로운몸의언어들이다

감정의소용돌이불안한숨결이턱에찬다
낯선길은조용히,아주조금다른나로
피어나기시작한문장을쓴다

새로운별빛밤하늘에숨어있던작은빛
하지만한번발견되면
결코,이전으로돌아갈수없는그런빛

그작은빛은열다섯소녀의
삶에첫페이지를붉게물들였다
뜨겁고도부드러운아니두려운
첫불씨를잡아당긴다

<붉은딱지>

내가여자라는것을알아차린다

잦은진통을들어방패속에
말없이견디는붉은가방을여민다

누구는말한다.“그며칠쯤이야.”
그며칠은늘사춘기혼돈의불덩이다

몸과타협하고감정을다독이며
아무일없다는듯미소를띤일상을쓴다

붉은옷을입고붉은시간속을걷는다

몸속에서일어나는싸움터
오늘도몸의말을듣는
어머니의다음여자가된다

<작은리듬>

아이가고개를푹숙이고대문을연다
조심스러운파문이번지고창백한얼굴이다

몸은어느덧리듬을타고큰북소리처럼
서서히묵직하게살결아래울음이깃든다

이애틋한모성의자리에초대되는날
작은숨결이투덜거리다쓰러지는날
풀죽은말들이조용히응석을부리는날

작은몸짓으로여자를어루만지는날이면
달마다찾아올이생리통다시낯설겠지

격하게차오르는감정의끝몸으로든다
붉디붉은작은리듬을향한기도문을든다

<여름의자궁>

돌담길을따라붉은장미가피어나는여름
매미울음처럼온몸에퍼지는떨림을본다
열달동안숨죽이며걸어가는시간은
가시돋친장미처럼아름답고도아리다

그여름은진득한기다림숨결마다꽃잎을
밀어올리는환희땀방울과햇살이교차하는
그순간내몸안에서한송이장미가자란다

아침이면풀잎에맺힌이슬처럼
맑고도뿌연감각이밀려오고그힘
작은물결이자궁깊은곳에서춤을춘다

가시와꽃잎사이,
사랑과고통의경계
탄생의신비를안은계절틈새로
조용히미소짓는장미한송이

<탄생,어머니발자국>

작은숨결이깃든세상
어머니의자궁처럼둥글게부풀며
끝없는지평선을품에안고태어난다
햇살뜨거운날이면
어머니의숨결은바람을타고
먼바다처럼밀려와
가슴언저리에물거품으로부서진다

열다섯,딸의그손에건네시던
가제한필말보다짙은전설처럼
세월을감싸안은고요한바느질이었다
이제는새로운생을위한가제두필
붉은보자기에곱게싸들고
당신은해뜨는방향으로걸어오신다
먼지평선위쪽으로해가피어오르듯
붉은열차를타고서서히나를향해차오른다

무엇을흡수하고무엇을씻어내야하는지도
몰랐던맑은강물같던내게
지나온길마다남긴발자국은
거칠고따뜻한삶이새겨진시간의언어였다
오늘,당신의눈빛이웃는다
종달새웃음같은감탄사와함께
“우리딸큰일했네”
나는나에첫날을마주하며
어머니한편의서사시를읽는다

<내가받은축복>

긴진통의회로리듬은신의선물이다
몸짓으로다전하지못한말들앞선다
첫울음느리지만,분명히울리기시작했다

시간은조심스레어둠의결을쓰다듬으며
가장낮은자세로생명의길을찾아나섰다
그울음은숨겨진세계를여는작고도강한외침
모든것이다시시작되는순간이었다

아이의얼굴엔투명한생명수가맺히고
내게달려온것은따뜻한온기,눈부신기척이었다
모든고통은사라졌고
모든것이축복으로번져왔다

작은볼에얼굴을조심스레비빌때
무음,무색의절제된감정
신비로운탄생의무게
내가멋진사람이되었다

<너를안고있는밤>

젖을물린다.스르르잠든너
달빛안고조용히품안에담는다
한참을아무말없이그저바라본다
너의숨결은작은바람이되어
내품안으로고요히스며든다

젖무덤가까이꽃잎같은입술이
물결처럼오물거린다
눈가의떨림파르르떨리는살내
내게없던용기가은하수처럼피어난다
온우주를품은별이될모양이다

이밤,몸과마음이너를향한다
바라보면볼수록더그리운향기다
이런사랑을해본적이있었을까?
별빛같은기도가쏟아져내린다

<탄생의서>

내안에서하나의숨결을고요히
그러나단호하게세상에밀어올렸다
진통의골짜기를지나며
몸은부서졌고처음느끼는몸이다
시간을물고흔들던그순간
나는완전히새로워졌다

울음이터졌을때나는울지않았다
기쁨이목울대를가득채우고
심장은경외처럼떨렸으므로
이것은아픔이아니었다
하나의우주가열리는소리였다

세상의시작은
언제나고요한몸하나에서부터
움트고,흔들리고,피어난다
나는이제안다.이기쁨은
가장깊은고통의강을건너
주어지는첫빛이라는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