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중선을 찾아서 (기생과 룸펜의 사회사)

화중선을 찾아서 (기생과 룸펜의 사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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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 편의 글이, 이토록 다채롭고 풍성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까. 1923년 《시사평론》에 실린 기생 화중선의 글 〈기생생활이 신성하다면 신성합니다〉가 이 책의 소재이자 화두. “남성을 성적 노리개로 삼아 남성 중심 사회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이 도발적인 글은 당대 식민지 조선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나무 작업을 하면서 한국 근현대 문화연구에 공을 들여온 지은이는 이를 모티프로 어엿한 역사서이자 품격 있는 소설을 써내는 데 성공했다.

책은 화자인 ‘나’와 소설 속 허구의 기생인 화홍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희미한 줄거리를 이룬다. ‘나’는 화중선의 도전적이고 파격적인 글의 실제 필자가 하룻밤 인연을 맺은 화홍일지 모른다고 막연히 생각한다. 그런데 ‘나’의 여정을 따라가노라면 당대 지식인 사회의 풍경, 기생의 문화사 사회사적 의미가 소상하게 소개되어 오히려 역사교양서로 읽힌다. 그러니 문학의 틀을 빌린 역사라 하겠는데 여기에 지은이 자신의 목소리가 담겨 문화비평서로도 손색이 없는, 다양한 얼굴을 가진 노작勞作이다.
저자

김진송

1959년7월24일서울출생.고려대학교국어국문학학사,홍익대학교대학원미술사학과.가나이트편집장,가나미술연구소전문위원,현실문화연구대표.미술평론,전시기획,출판기획등의일을해오면서근현대미술과시각문화에대한관심을가져왔다.현재목수일을하고있다.제3회월간미술대상전시기획부문장려상,2011년제13회교보생명환경대상생명문화부문수상.현대문화에대한관심으로'현대성의형성:서울에딴스홀을허하라','장미와씨날코','기억을잃어버린도시'등을썼으며,작가에대한책으로는'이쾌대','목수,화가에게말을걸다'가있다.나무와관련해서는'목수일기','나무로깎은책벌레이야기'를썼으며,그동안여섯차례'목수김씨전'을열었다.장그노스라는이름으로'인간과사물의기원'을출간하기도하였다.

목차

읽기전에

축첩의시대
화홍과화중선|축첩의시대

룸펜과데카당
인텔리와기생|동인과빙허|이화중선,화중선|김성과모세

기생이가득한세상
경성의화류계|화홍을만나다|기생이가득한세상

모던의사회
모던의도시|모세와경천|에로그로의사회|카페의밤

기생을철폐하라
기생의변모|대중스타|기생을철폐하라

재회,그후
평양에서|에필로그를대신하여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뭇사내들은내신발에입을맞추라”

1920년대식민지조선의지식인사회를뒤흔든기생화중선의일갈
실제필자를구명하려는주인공의지적여정과애잔한로맨스가영롱하게짜인,
소설만큼흥미롭고역사보다내밀한팩션,그이상의팩션

묘하다

한편의글이,이토록다채롭고풍성한이야기를끌어낼수있을까.
1923년《시사평론》에실린기생화중선의글〈기생생활이신성하다면신성합니다〉가이책의소재이자화두.“남성을성적노리개로삼아남성중심사회를무너뜨리려한다”는이도발적인글은당대식민지조선사회를떠들썩하게만들었다.나무작업을하면서한국근현대문화연구에공을들여온지은이는이를모티프로어엿한역사서이자품격있는소설을써내는데성공했다.
책은화자인‘나’와소설속허구의기생인화홍과의이루어질수없는사랑이희미한줄거리를이룬다.‘나’는화중선의도전적이고파격적인글의실제필자가하룻밤인연을맺은화홍일지모른다고막연히생각한다.그런데‘나’의여정을따라가노라면당대지식인사회의풍경,기생의문화사?사회사적의미가소상하게소개되어오히려역사교양서로읽힌다.그러니문학의틀을빌린역사라하겠는데여기에지은이자신의목소리가담겨문화비평서로도손색이없는,다양한얼굴을가진노작勞作이다.

생생하다

‘나’와화홍이평양에서만나고헤어지는장면은여느로맨스소설못지않은여운을준다.하지만역사교양서로서이책의미덕은교과서에서는만나지못하는식민지조선을풍경을손에잡힐듯그려낸점이다.
이는당대의텍스트를감탄스러울정도로다양하게활용한덕분으로마치타임머신을타고90년전으로돌아간느낌을준다.이를테면“네온싸인에눈이부시고레코-드소리에귀가발광할종로가아니다.회중전등으로길을찾고〈장타령〉소리에귀를막을종로이다!낙원회관에서흘러나아오는웃음소리!노래소리!카페의광시대이다.여급의황금시대이다.그총본영은종로의낙원회관이다”이그렇다.“안에들어가보니생각없는유객들의묵흔이난잡하게쓰여있고전면의방벽과잡목에가려강상청파와능라도의버드나무가제대로보이지않는다.”이는‘초라한정자에불과한평양부벽루’의풍경도좀처럼만날수없는글이다.
지은이는이를‘텍스트읽기를위한텍스트쓰기’라이름지었거니와그덕에식민지조선의풍경을되살려볼수있다.

흥미롭다

역사는,정치나경제,문화예술이전부가아니다.뛰어난군주나영웅,예술가만이주인공도아니다.그러기에역사의숱한여백은생활사,미시사,구술사의이름으로채워진다.그런의미에서이책은훌륭한역사텍스트구실을한다.
1927년기생들을위한잡지《장한》이창간되었다는기록을어디에서찾을까.친일파송병준이기생조합인권번을운영했다든가개화파인사인박영효가경성축첩자간친회가있다면회장은떼어놓은당상이었으리란사실은어떻게알까.또는한때2000여가구가살던경주에기생이300명에이르렀다든가소설가주요한이한청산이란필명으로기생폐해를막기위해“오후9시이후에혼자다니는남녀는일주일이상구류에처하는”법을만들어남녀교제를권장하자는글을썼다는이야기는어디서접할까.
당대언론을장식했던기생강명화의순애보라든가김동인을비롯한문인들의사생활도소소한읽는맛이있지만“아무래도번쩍띄는큰‘에로’제목이하나있어야돼”하며독자끌어들일궁리에골몰하는잡지사편집회의도오늘날과그리다르지않을법한흥미로운풍경이다.

야무지다

이야기만풀어내는게아니다.지은이가등장인물의입을통해서,또는당대의텍스트를골라내어기생-여성상품화의시례-을보는모순적시각,지식인의행태에대한엄정한비판을감추지않은것도이책이단순한교양서를넘어서게한다.
당시의텍스트인용이긴하지만기생제도의유래에서근대적변용까지다룬것도눈에띄고“권력은부패를예비한다.그리고부패란집단적이익을공유하려는사적인욕망이결합할때벌어지는사회적현상이다.사회적부패의고리에는늘쾌락과욕망의분배의식이자리잡고있다.룸살롱문화가말해주듯이성적인접대의공간은은밀하고사적인영역을공유함으로써공동의이익을전유하려는‘배타적인사회적절차’,즉부패를형성하는공간이다”(332쪽)같은대목은아프게읽힌다.
“조선의지식계급은두말할것업시외입장이요,이기주의자요,명예탐구자들뿐입니다.……그들은아무곳에서나누구에게든무릎을꿇을준비가되어있는식민지백성에불과”하다는화홍의목소리는21세기한국에서도여전히쟁쟁울리지않는가.

주요내용

소설의주인공이자화자話者인‘나’는작가이자언론인.《시사평론》의편집장‘김’과함께연재소설을마친기념으로찾은명월관에서기생화홍을만난다.은행취체역인친구와의술자리에서만난이래두번째다.이자리에서장안을떠들썩하게만든기생화중선의기고가화제에오른다.사내들에게복수하기위해기생이되었노라했던문제의글이다.화중선의글을읽으며그정체를궁금해하던‘나’는하룻밤인연을맺은화홍을떠올린다.
그렇게화홍을못잊어하던‘나’는우연히찾은관철동화홍의집에서인연을이어가지만그녀의마음을얻지못했다여기고뛰쳐나오고만다.여기에실제인물인기생이화중선과사랑에빠진친우‘경천’과의만남과그의자살,요설을펴는룸펜‘모세’의기행이삽화처럼끼어든다.
몇년뒤조그만잡지사의편집장이된‘나’는세태에따라평양기생학교취재에나섰다가기적에서빠져동기童妓들을가르치고있는화홍을만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