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역사

내 안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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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보통사람들을 위한 보통사람의 역사!
일상과 주변에서 역사의 의미를 찾으며 현실 문제에 관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오늘을 사는 역사학자 전우용의 「한국 근대 읽기 3부작」 제2권 『내 안의 역사』. 《우리 역사는 깊다》 등을 통해 교과서가 놓치고 있는 오늘의 뿌리를 찾아 성찰의 자료로 삼는 작업을 꾸준히 해온 저자는 이번 책에서 지금은 희미해진 연탄, 도장, 침모에서 무심코 넘겼던 현모양처론, 접대문화의 기원까지 파고들어 우리의 일상과 의식에 깃든 뜻밖의 역사를 들려준다.

수백만 년에 걸친 인류 진화의 결과물이자 인간의 철학, 사상, 가치관의 결과물, 우리 삶의 일부이자 우리 역사의 흔적인 보통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52꼭지의 글 속에 담아냈다. 주 소재 이외에도 소매치기나 하마평의 기원, 경성대(현재의 서울대) 입학시험에 한국어 과목을 넣자 교수들이 들고 일어난 일 등 흥미로운 이야기와 생생한 생각거리를 풍성하게 들려주며 더 나은 미래의 삶을 위해 어떤 계기들을 만들어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
저자

전우용

지은이:전우용
서울대학교국사학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서울시립대서울학연구소상임연구위원,서울대학교병원병원역사문화센터교수,한양대학교동아시아문화연구소연구교수를지냈다.현재한국학중앙연구원객원교수다.저서로《서울은깊다》,《현대인의탄생》,《한국회사의탄생》,《오늘역사가말하다》,《우리역사는깊다》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1부개인

1_몸에대한시선의역사
2_유리거울,외모지상주의시대의서막을열다
3_한국남성의새로운통과의례,포경수술
4_기생충박멸운동의역사
5_가문에서개인으로,이름석자에담긴역사성과사회성
6_태초에도장이있었다

2부가족과의식주

1_낯설어라사랑,낯뜨거워라연애
2_현모양처론,메이지시대의이데올로기
3_서자와양자의분쟁사
4_장보기,남자들의바깥일에서여자들의집안일로
5_가족을‘관객’으로만든TV
6_‘쌀밥에고깃국’,천년의소원
7_담배냄새가‘향香’이던시절
8_가짜양주에서폭탄주까지
9_목숨과바꾼온기,연탄
10_과거사가된‘셋방살이설움’
11_375칸짜리‘장안제일가’와옥인동아방궁

3부직업과경제생활

1_천직?평생직장?그아련한추억
2_‘정경유착’과‘가족같은회사’의민낯
3_위세의상징,가마에서인력거로
4_몸고생에마음고생
5_침모,식모,파출부,가사도우미
6_‘구멍가게’에서슈퍼마켓으로
7_외식시대를개척한음식,탕수육과짜장면
8_‘소보험’에서‘암보험’까지,시대의불안감
9_망한나라의99칸대가大家,여관이되다

4부공간과정치

1_서울을바꾼‘황제어극40년망육순칭경기념예식’
2_한양도성,유물이된서울사람의정체성
3_일제가독립문을보존한이유
4_무방비도시,서울
5_영생불사의동상으로거듭난위인들
6_교통신호기,인간을지휘하는기계의출현
7_불신받는국가의얼굴,경찰
8_참언과예언에혹하다

5부가치관과문화

1_해방직후대입시험의‘국어소동’
2_식민지백성의덕목,온순과착실·박력과추진력
3_빼앗긴문화재,갖다바친문화재
4_번역을포기한단어,‘가방’과‘구두’
5_한국의역제,음?양력의공존이유
6_광고와기사의‘동거’가끼친영향
7_명월관기생과‘접대문화’
8_외설의상징,복숭아
9_‘묵은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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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탁월한한국사파수꾼전우용이캐낸
당연한것들의뜻밖의역사


지은이전우용은케케묵은사료더미나뒤지는책상물림역사학자가아니다.일상과주변에서역사의의미를찾고,현실문제에관한발언을서슴지않는,오늘을사는역사가이다.그는‘역사학자전우용의한국근대읽기’첫번째책이었던《우리역사는깊다》등을통해‘교과서’가놓치고있는‘오늘’의뿌리를찾아성찰의자료로삼는작업을꾸준히해왔다.이시리즈의두번째책인《내안의역사―현대한국인의몸과마음을만든근대》에서도,지금은희미해진연탄,도장,침모에서무심코넘겼던현모양처론,접대문화의기원까지파고들어우리의일상과의식에깃든뜻밖의역사를들려준다.“보통사람들의평범한일상은수백만년에걸친인류진화의결과물이며,인간의철학,사상,가치관뿐아니라개별인간의몸도역사가만들어낸결과물”이라믿기때문이다.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
시간을이기는것은없다.세월이흐르면망가지고,변하는것이비단물질만이아니다.시대에따라옳고그름은물론미추美醜와미덕의기준마저바뀌기도한다.이를테면우리몸을보는시선도지금이야날씬함과구릿빛피부를이상형으로치지만뚱뚱한몸,햇볕에그을지않은허여멀건피부가귀족의표상인적도있었다.
한때우리가미덕으로꼽았던‘현모양처론’이나박력?추진력은일제가필요해의해주입한것이었다.현모양처론은중세유교의덕목이아니라메이지시대일본에서창안된천황제국민국가의여성관이다.남성이나라에만충성할수있도록뒤에서가정을맡아꾸리며자식을충성스런신민으로키우는것을여성의미덕으로내세운것이‘현모양처론’의실체다(77쪽).
세월호사고에서도드러났듯1970년대까지모범생의조건이었던온순?착실과이에대비되는박력?추진력도일제가남긴의식조작의흔적이다.남이시키는대로순순히따르는게온순,천하의대세나인간의도리같은‘허황한’생각은하지않고실용과실리에만집착하는게착실이기때문이다.또일본이군국주의로치닫던1930년대초반명령에따라물불안가리고진격해야하는졸병에게나어울리는박력迫力?추진력이남성적가치로자리잡은것도마찬가지다(362쪽).

우리안에새겨진어제
우리곁의모든것에는뿌리가있고,우리가겪는모든현상에는까닭이있기마련이다.어제가없는오늘이없기때문이다.오늘날많은한국남성들의통과의계처럼되어버린‘포경수술’이한국전쟁당시성병예방과미군의관의수련필요성이겹쳐대거시술된것이계기가되었다는사실은아는지.
1968년세종대왕과충무공동상이동시에완성되었을때,멸사봉공과위국충정의정신으로무장한군인이나라의중심에서있어야한다는당시집권자의지론에따라뜬금없이세종로에충무공동상이들어섰다.세종대왕상은덕수궁한구석으로밀려나고(327쪽).이는훗날지금의자리에들어섰지만서울교육대학교앞길에사임당당호가새겨진이유,포은정몽주동상이양화대교북단에세워진까닭은그저춤추는‘공간정치’로치부하기엔아리송하다(331쪽).
종로에최신서양식건축물과전통양식의건조물들이들어서는등제왕남면의전통적도성조영원칙에서이탈하여종로와신문로를잇는동서축으로서울이근대적도시면모를갖추기시작한것이1902년고종의즉위40주년과망육순을기념하는칭경예식준비가계기였다는사실은얼마나알려졌을까(275쪽).

달라진시대,낯선풍경
시대에따라풍속도바뀐다.오늘날우리가흔히보는청춘남녀의데이트,부부가대형마트에서나란히쇼핑카트를끄는모습도그리오래된것이아니다.
근대이전의사랑은결혼의전제도아니었고,결혼관계를지속하기위한필수구성요소도아니었다.조선시대는물론개화기에조차도기생들이나사랑을표현하고순간이나마실현할수있었다.1913년5월13일,《매일신보》에소설〈장한몽〉이연재되기시작하면서이수일과심순애의비극적행로를그린이소설은장안의선풍적인기를모았지만두주인공에게감정을이입할수있는미혼남녀는거의없었다.주인공의감정을이해할나이가된사람들은대개기혼자들이었다.그러나이윽고‘사랑없는결혼은비극’이요‘결혼은연애의완성’이라는메시지를담은소설,연극,영화,대중가요들이쏟아져나왔고혼인연령도차츰높아졌다(69쪽).
여성들의장보기또한낯설었다.내외구별이엄격하던시대,집바깥에있던장은‘남성들의공간’이었다.여성들이모르는남정네들과말을섞는것은남입에오르내릴만큼수치스러운일이었다.개항이후전차,기차,극장등의등장으로‘남녀칠세부동석’을지키기어렵게되면서,1905년이준열사의소실이안국동에연‘여인상점’과1920년종로에문을연여성전용상점‘동아부인상회’등을거쳐한국전쟁이후엔시장은아예‘여성들만의공간’으로바뀌었다.시장에서생선이나콩나물을팔아자식대학보낸여성들에관한신화가널리유포되는사이에,시장에서물건값흥정하는것은남자체면을구기는일이라는생각도함께퍼졌다(103쪽).

스러져가는것들을돌아보다
눈에덜띈다고해서그저잊힐수는없다.그래서도안된다.그것역시우리삶의일부였고,우리역사의흔적이기때문이다.연탄이나식모가대표적인데이또한묻어두기만할수없는이야기가있다.
인천상륙작전일주일뒤인1950년9월22일,부산에서농림부장관윤영선은난데없이산림녹화를위해향후신탄薪炭채벌을엄금하며,그대신연탄을공급할터이니집집마다아궁이를개량하라는겨울철연료대책을발효했다.인명조차돌보기어렵던전시에,뜬금없이나무를보호하자는얘기가나온데에는미군의조언이작용했던듯하다.낙동강방어선전투를치르면서,미군은한국의야산에나무가없어엄폐물이없는탓에병사들의공포감은극에달했고,미군3명중1명꼴로정신과적문제를겪었다는것이다.이직후연탄화로를넣었다뺐다하며취사와난방을겸할수있도록아궁이를‘개량’하는사업이전쟁중에시작되어휴전후까지계속됐다(136쪽).
지금은잊힌이름‘식모’에얽힌역사도애틋하다.1970년대에는공장노동자,버스안내원과식모를묶어‘삼순이’라고부르기도했다.각각을구분해부르는이름은공순이,차순이,식순이였다.식모에게는유년노동금지도최저임금도해당되지않았다.먹이고입히고일가르치고부리다가때맞춰시집보내는사람은맘씨좋은주인이었다(206쪽).1980년대초,5공정부가‘귀천貴賤의식’을지운다는취지로직업이름을개조할때,식모는‘가사보조원’이라는새이름을얻었다가86아시안게임을앞두고‘도우미’라는이름이생긴뒤에는다시‘가사도우미’가됐다.그러나이런공식적명칭보다는‘파출부’라는비공식명칭이훨씬더널리쓰였다(207쪽).

전우용이차린‘보통사람들을위한보통사람의역사’를살피다보면의외로흥미로운이야기와생생한생각거리를풍성하게만날수있다.글은모두52꼭지지만주소재이외에도‘소매치기’나‘하마평’의기원,경성대(현재의서울대)입학시험에한국어과목을넣자교수들이들고일어난일등이야깃거리가넘쳐나는덕분이다.하지만이책은그저재미로만읽기엔아깝다.“현재의자기삶이어떤역사적계기들에의해구성되었는지알아야.더나은미래의삶을위해어떤계기들을만들어야하는지알수있다”는지은이의생각에공감이가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