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과 깡통의 궁전 (동남아의 근대와 페낭 화교사회)

아편과 깡통의 궁전 (동남아의 근대와 페낭 화교사회)

$28.37
Description
페라나칸의 치열하면서도 고단한 삶을 통해본
동남아의 근대와 화인華人사회의 역사
말레이반도 서북부의 작은 섬 페낭은 동양의 진주로 불린다. 말래카해협에 자리 잡아 한때 동서 바닷길 교역의 중심지였으며, 영국 식민지풍 건물과 개발의 주역인 중국풍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2008년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의 도시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베트남의 푸꾸옥, 필리핀의 클락과 더불어 동남아 여행의 ‘신 트로이카’로 떠오르는 곳이기도 하다.
18세기 후반 영국 식민지가 건설된 이래 이곳 지역사회의 주역은 중국계 이민들이었다. 이들은 말레이어로 ‘현지에서 태어난 자’란 뜻인 ‘페라나칸’이라 불린다.
이 책은 1786년에서 1930년대 말까지 페낭섬이라는 독특한 시공간에서 생겨난 화인사회에 관해 ‘아편-주석-고무’라는 키워드로 동남아의 근대와 화인사회의 역사적 편린을 더듬어 본 것이다. 흔히 ‘동남아에서 중국계의 입김이 강하다’면서도 두루뭉술하게만 알고 있는 동남아 화교들의 삶이나 이 지역의 역사에 대해 우리 시각으로 찬찬히 살핀 저서가 드물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은 값지다.
저자

강희정

서강대학교동아연구소/동남아시아학협동과정에서동남아시아문화와미술을가르치고있다.서울대학교고고미술사학과에서중국미술사를전공했으며,미술과물질문화를통한한국과중국,동남아시아의관계를연구하고있다.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민간자문위원,문화재청문화재위원회전문위원이자국립중앙박물관,아세안문화원자문위원으로동남아관련지식을사회에환원하기위해노력중이다.《해상실크로드와문명의교류》(2019),《지상에내려온천상의미》(2015,세종도서선정,불교출판문화상우수상수상),《클릭아시아미술사》(2015),《일제기문화재피해자료》(2015)등의저서가있다.

목차

들어가는말
프롤로그

제1부아편권하는사회

1장영국식민지페낭의탄생
페낭점령의‘졸렬함’
자유주의란이름의‘해골정부’
자유항과자유이민|징세청부제|행정없는‘해골정부’

2장아시아인의도시조지타운
방치된‘자유방임’
다인종다문화의항구도시

3장페낭화인사회의형성
교역하는디아스포라와페라나칸화인
‘카피탄치나’코라이환
상商과공工,그리고방?
페낭빅5와‘쿠콩시’
화인사회의정부‘비밀결사’

4장아편과쿨리
돈이열리는나무‘아편팜’
‘새끼돼지’또는쿨리
쿨리와악마의연기

제2부깡통과거상의시대

5장흑과백,쌍둥이골드러시
주석을품은페낭의아편팜
엘도라도혹은‘페낭화인의식민지’|주석-쿨리-아편팜시스템
페낭아편팜에포획된쿨리
죽음에이르는배부름|‘광산매점’의비밀

6장‘페낭화인권’과페낭화인
말라카해협북부의지휘부,페낭
말레이의정치속으로:페낭과페락|건덕당의지부:페낭과푸켓|‘돈의땅’과객가3인방:페낭과메단
‘확장된가족’:페낭화인권의혼맥

7장비밀결사시대의종언
1867년페낭폭동
화인보호관제,‘우유에서크림을걷어내다’
표류와좌초사이:평장회관
주석시대의두권력:쿠톈테익과청켕퀴

8장페낭의‘벨에포크’
열세살메단소녀가본페낭
‘적수공권’의거부신화
아편과깡통의궁전

제3부고무바퀴아래의페낭화인사회

9장페낭화인권과‘악마의밀크’
고무,‘근대산업의근육’
유럽자본가와인도인노동력
해협북부경제권력이동
페낭화인권의포획과상전商戰

10장‘테스토스테론’의화인사회와여성
여성노예와‘여인관’
소녀저자?仔무이차이
‘둘랑워셔’의다른이야기
아마,삼수이,호커,여공

11장상상된‘말라야’와화인의정체성
영국의‘해협화인정체성’
중국의‘해협화교정체성’
바바의‘페라나칸정체성’
‘페낭디아스포라’와아편반대운동
또하나의정체성‘페낭디아스포라’|‘민족적시위’아편반대운동
기로에선1930년대화인사회

에필로그:‘아편과깡통의궁전’과페라나칸
주석
참고문헌
부록:페낭화인인명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미술사가의‘외도’,이름없는사람들의삶에주목하다

지은이는중국미술사를전공한미술사가이다.대학교에서동남아문화와미술을가르치고있다.그러니어쩌면지역사를다룬이책은미술사가의‘외도’라할수있다.페라나칸미술을연구하던지은이는이름없는페라나칸들의삶에주목했다.구체적인삶의역사가누락된문화연구나문화담론이과연무엇을위한것이며어떤의미를가질지에의문을품고페라나칸미술과의대화를뒤로미룬것이다.
그렇게해서약4년간수차례현지답사와,중국과일본의관련저서는물론영국인식민지행정관의기록을비롯한구미학자들의선행연구를섭렵한끝에페라나칸의역사에관한종합적조감도를그려냈다.
화교와화인,페라나칸,외지의중국인은오늘날국민국가의서사와민족주의의편향성아래이야기될뿐,디아스포라의전망이나지역사의관점에서특정시기,특정장소의화인사회가어떻게형성되고전개되었는가에관한구체적인연구는관심이별로없었다.화인/화교를바라본관점은문화적중국인이란고유성,현지와의혼종성여부,세계화시대의탈국경과탈민족주의흐름속에서이들이본토중국과어떤상호작용을하게될것인지단편적으로전망되어온정도이다.
화인페라나칸이란사안자체가워낙복잡하고동남아각국에서다른양상으로전개되었기때문에기존연구대부분이단편적주제나특정시기에초점을맞췄다는점에비추어이책의종합적?체계적연구는우리사학계의역량을보여주었다고감히평가할수있다.

아편과주석,고무를축으로한생생한드라마

18세기후반부터150여년간페낭은상업자본주의의세계화와산업혁명의세계화가맞물린현장이었다.지은이는‘돈이열리는나무’아편팜,‘백색골드러시’를일으킨주석,‘근대산업의근육’고무를키워드로,페낭의성쇠과정,중국과지역사회에미친영향등화인사회의역사적축도를보여준다.
아편은징세청부제로자본을축적하고비밀결사를통해자치권을행사하는이른바‘제국속의제국’을형성했던페낭혁명의시대의상징이었다.주석은중국남부의가난한농민들을불러들이는한편중국계거상들이부상하는‘페낭자본의시대’를끌어냈다.‘악마의밀크’라는고무의개발로유럽자본이침투하면서기존거상의시대는막을내리고‘제국의시대’가도래했다고지은이는설명한다.
이과정에서말레이반도에서거대한지역교역망을형성했던중국인이주자들의구체적삶을다층적으로구성해냈다.화인사회의지도자인‘카피탄치나’에처음임명된중국복건성출신거상巨商코라이환에서,오늘날페낭의명물인‘페라나칸맨션뮤지엄’이된‘궁전’을지은‘주석왕’청켕퀴,1907년화인최초로말레이국연방입법위원이된룡피까지신화적부를쌓은인물들이명멸한다.여기에아편팜주도권을둘러싼비밀결사건덕당과의흥회의혈투며아편과‘광산매점’에노동력을수탈당했던중국인쿨리와저자?仔들의땀과눈물,매음굴의‘여인관’의참상,노예에가까운중국인하녀무이차이들의한숨등피와땀,욕망이어우러진이야기는그어떤드라마보다드라마틱하다.

일국사를넘어선독특한시각

동남아각지의화인사회가대체로지역마다자율적인공동체를구성했으며,부를기준으로분절된위계적인사회였다는점은일반적으로인정된다.하지만서양제국주의자나현지의토착권력과구체적으로어떤관계를어떻게구축했고,중국인이주민들이어떻게공동체를꾸렸는지에관한실증적인연구보다는중개인middlemen이자매판권력의하수인,혹은현지토착민의중간착취자란관점이유지됐다.언어와제례등중국의전통문화를고수하거나현지에동화되어중국계라는희미한과거만을기억하는종족집단으로일반화시키는경향이강했다.동남아각지에산재한화인사회를해당지역의‘일국사一國史’내지국민국가서사의일부로파악했기때문이다.
최근이러한동남아화인연구의문제점을미시사,인류학,페르낭브로델의‘지중해’와‘장기지속’개념등으로돌파해보려는시도가부분적으로진행되고있다.이책은이러한선행연구들에힘입은바크다.
지은이는화인엘리트들의욕망과별도로,이름을남기지못한숱한밑바닥화인들의삶이드러나도록애썼다.여기서는이를우유와크림으로구분했다.기존연구들이대체로‘크림’의서사였다면,이책은미분리된우유로서의화인사회를보고자했다.기존동남아화인사회연구는이방의중국인이주자들이현지의비중국인과어떤관계였는지를중시했다.그러나지은이는왕궁우가통찰력있게지적했듯이페낭이란독특한영국식민지의화인사회는중국인과의관계가내부적으로나외부적으로주를이뤘다고본다.페낭과페낭화인권에서화인사회는실로중국인간의관계가비중국인과의관계보다훨씬비중이큰역사를형성했다는점에주목한것이이책의차별성이다.

신남방정책의디딤돌을놓으며

2017년정부가천명한신남방정책은동남아정책에서인적교류의중요성을부각한다.경제적교류에서동남아와의정치적?사회적?문화적교류로관계의밀도와폭을넓히겠다는구상이다.이를위해서는당연히경제적으로나사회적,문화적으로중요한집단인화인사회와의관계를재설정하는일이핵심과제가된다.
페낭화인권을구축했던페낭화인사회의역사적경험은신남방정책을구체화하고현지로다가가는외교적노력에도시사하는바작지않을것이다.한국과동남아와의관계에만관심을두기보다동남아지역내에서의역학관계역시고려해야신남방정책의성공가능성을훨씬높여줄것이다.특히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은성장삼각지대IMTGT(Indonesia-Malaysia-ThailandGrowthTriangle)라는지역경제권구상을2000년대후반에천명하고추진중이다.이성장삼각지대의허브가페낭인것은결코우연이아니다.19세기에말라카해협북단에서페낭의화인사회가정치적영토를넘어상대적으로자율적인경제권을주도했던‘페낭화인권’의역사적경험이이를가능하게했다.
신남방정책또한지역경제권구축움직임을면밀히들여다볼필요가있고,그성장삼각지대의허브인페낭화인사회연구는현실적이고중요한문제이다.그런점에서이책은우리독자의사고지평을넓혀주는것에대해현실적가치도있다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