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자네에게 믿는 일이란 무엇인가 (배교자 이승훈의 편지)

다산, 자네에게 믿는 일이란 무엇인가 (배교자 이승훈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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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국문장에서 삶과 죽음이 엇갈린 매형 이승훈이 처남 정약용에게 던지는 통렬한 질문, 절절한 호소!
배교와 회개를 거듭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조선의 1호 신자이자 1호 신부 이승훈의 삶과 신앙을 통해 믿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산, 자네에게 믿는 일이란 무엇인가』. 18세기 후반 한양에서 태어나 과거를 준비하던 조선 사대부, 아버지를 따라 북경을 방문해 18세기 조선인 최초로 세례를 받은 1호 천주교 신자였고, 조선 천주교회 설립의 주역이었으며 천주교 전파에 큰 기여를 했던 이승훈. 1801년 그의 나이 45세에 서학을 들여오고 이를 믿었다는 이유로 참수형을 당했다.

그의 삶의 이력과 마지막 모습을 보면 그는 전형적인 순교자였지만 그는 성인으로 추앙받지도, 복자의 지위에도 오르지도 못했다. 배교자였기 때문이다. 그의 배교는 한 차례에 그치지 않고 공개적으로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는데, 그의 반복되는 배교와 회개 행위 때문에 그의 진심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여전히 미궁이다. 그의 45년의 삶은 배신과 상실, 추락의 과정이었다.

이 책은 조선 사회에서 선택 받은 자였고, 그 체제 안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 많았던 그가 왜 천주교라는 위험천만한 선택을 했는지, 그에게 천주교란 어떤 의미를 갖는 종교였는지, 회개와 배교를 반복할 때 그의 심정은 어땠는지, 왜 마지막 순간에 회개하여 순교자와 영광을 택하지 않았을지, 그가 제대로 답하지 않았던 질문에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믿음이란 무엇이고, 국가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

윤춘호

달리기를좋아한다.서울대에서서양사를공부했고,1991년부터SBS기자로일하고있다.주로정치부,사회부에서뉴스현장을취재했고도쿄특파원으로3년근무했다.역사속에서잊히고목소리를잃은사람들을복원하는데관심이많다.그첫결실로《봉인된역사-대장촌의일본인지주들과조선농민》이있다.한국을포함한동북아시아근현대사,한국정치,민족주의,진보의미래등에관한글을써보겠다는계획을가지고있다.

목차

머리말-믿는일의어려움에대하여

01_여보게,다산!
악연惡緣일까,선연善緣일까?|넘치는정조의총애|신부도되고싶고재상도되고싶고|믿는일이힘들었네

02_새로운세상에눈뜨다
노회한여제-정순왕후|조선의1호신자|오지중의오지,조선|자발적선교사로살다|서양과의만남|신부님신부님나의신부님|나의베드로형제에게-그라몽신부의답신

03_서른살청년이승훈의공생애
가족들의압박,첫번째배교|아아,이벽형님

04_화양연화시절
조선에내리는믿음의폭우|아니되네아니되네서학만은아니되네|두번째배교-“이것이우리당의화근이될것입니다”|모든것의뿌리는서학책|유항검의도전-“당신의행위는독성죄입니다”|조선에서,1789년북경선교사들에게|이책임을면해주소서|관직의길,십자가의길|세번째배교,최후의배교

05_재판에서드러난민낯
네아비에게책임을떠넘길심산이냐|최창현과대질하라|그가나를원수로아니나도그를원수로압니다|국문장의저승사자정약용|달라도너무다른형제,정약종|저자를매우쳐라|정헌이가환외숙을지켜내다|외숙도죽고,스승도죽고|정직한배교자

06_정약용의편지
제게는아직할일이남아있습니다|우리는늘같은편이었습니다|500권의책으로조각난제인생을이어붙였습니다|서학의믿음을따를수없었습니다|제삶에대한평가는후대에맡기렵니다|매형의묘지명을쓸수는없었습니다|저는유학자로남겠습니다

에필로그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신간을알리는어려움에대하여
-《다산,자네에게믿는일이란무엇인가》편집자의토로

1.
도서출판푸른역사의편집자입니다.출판사에서일한지2년남짓한병아리편집자죠.그래서인지담당했던원고가막제본을마친책으로사무실에도착한걸보면여전히벅차고설렙니다.조금과장하자면신생아실에서,갓태어난자식을보는기분이이렇지않을까싶습니다.스스로지은책은아니지만대견합니다.모든편집자가그렇듯이,여느책보다내용은뛰어나보이고,꾸밈새는돋보이고…….책의저자에버금가는자부심과애정은솔직히자아도취가아닐까자문하기도합니다.
이지점에서고민이시작됩니다.‘이좋은책을가능한한많은독자들이읽어주었으면’하는마음에서죠.마케팅까지고심하는것은편집자의몫이아니긴합니다.책은책자체로독자들에게다가가야한다는말에도수긍하는편입니다.하지만책을알리기위해,언론과서점을대상으로한보도자료쓰는일은편집의연장입니다.그러니보도자료를쓸때는절로긴장됩니다.이책이지닌가치와의의를,이책의재미를어떻게제대로알릴수있을까싶어조심스럽기때문입니다.
늘색다른보도자료를쓰고싶었습니다.책의특장을정리하고,책내용을발췌·소개하고,저자를알리는이왕의보도자료틀이‘국화빵’처럼여겨져서입니다.일방적인자랑대신지은이의고심과노력,편집자의진정을진솔하게전하고싶었습니다.해서진정어린편지를택했습니다.지난여름,출판사로날아든원고를접하고는단숨에후루룩읽어냈을때편집자로서느꼈던여운을제대로전할수있을지걱정이긴합니다만.

2.
이책은소설이아닙니다.작가가지어낸,극적인이야기가없다는의미에서그렇습니다.18세기조선인최초로세례를받은천주교신자였고,조선최초의신부였지만끝내는배교자로참수형을당한이승훈이라는문제적인물이주인공입니다.지은이에따르면“그의삶은살아서는처절했고죽어서는더욱처참했던”(6쪽)인물이지요.하지만이야기는담담합니다.
글은처형을눈앞에둔이승훈이,처남이자신앙의동지였던다산정약용에게보내는편지로시작합니다.국문장에서교묘한처신으로목숨을부지한다산에대한서운함과인간적고심을토로한글입니다.이어시간을돌려이승훈이북경에서천주교에입문하게된사연,가족의압박으로처음배교한사연이나오고이승훈에게세례를준그라몽신부,신부서품을둘러싼유항검과의갈등등이펼쳐집니다.시간의흐름에따라차분히흘러1822년환갑을맞은다산이세상을떠난매형에게보내는편지형식을빌려자신의삶을회억回憶하는것으로책은끝납니다.
그뿐입니다.설핏비치기는하지만권력다툼도,음모도,빼어난영웅도,철저한악인도보이지않습니다.따라서흔히소설의미덕으로꼽히는드마라틱한이야기가전개될요소는없습니다.
이책은역사책이아닙니다.책곳곳에국문鞫問기록등전거를밝히는각주가달리고등장인물도하나같이실재하지만,그렇습니다.지난일을있는그대로정리·복원한게아니라기록의빈틈을상상력으로메웠기때문입니다.책에서가장큰비중을차지하는이승훈과정약용의편지는지은이가사실과사실의틈을기워낸겁니다.각종기록을바탕으로했을법한고백,품었음직한심사를그려냈지만사실史實이아니란점에서이책은온전한역사서를벗어납니다.

3.
그러나이책은문학입니다.지은이가작가가아니라현역언론인이지만,그렇습니다.정갈한문장,인간의내면을파고든차분한시선에는문학의향취가그윽합니다.“나의죽음은아무에게도위로받지못하는죽음이될것이네.역적의자식으로살아가야할아이들을생각하면가슴이미어지네”(43쪽)라털어놓는인간이승훈을어느사료에서만날수있을까요.평창이씨집안에전승되어온다는이승훈의절명시“달은떨어져도하늘에달려있고물이치솟아도연못에서다한다月落在天水上池盡”는어떻습니까.지은이는이를두고“사후에라도배교자라는낙인을지워주고싶은,그를사랑하고존경했던사람들의마음이담긴것으로봐야할것”(242쪽)이라고말합니다.화려하지않지만섬세하고,웅숭깊은글을따라가다보면,사실에바탕한건조한글을써왔을지은이가어쩌면이런글을썼을까싶어감탄이나올정도입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이책은역사입니다.눈밝은이라면소설답지않은책제목에서이미눈치챘을겁니다.여느역사‘소설’-팩션이라고도하지요-에는이야기를끌어가기위한가공의인물이반드시등장합니다.때로는조연이아니라주연으로요.이책은다릅니다.허구의인물은나오지않습니다.이승훈과정약용을비롯한등장인물모두실재했던인물이며,그들이사실과사실을이어갑니다.어머니신주를불태운진산사건의주역윤지충에서,신부서품을둘러싸고이승훈과갈등을빚고결국은천주교를믿었다해서패가망신한유항검까지하나같이우리역사에자취를남긴인물들입니다.비록그목소리,행동거지하나하나는지은이가깁고보탰지만말입니다.
당대의시대상을충실히그려냈다는점에서도그러합니다.이승훈의행적을통해당시일부사대부청년지식인들이왜‘서학’에빠져들었는지,어떻게선교사한명오지않았음에도조선에서천주교가발흥했는지등이선명하게드러납니다.지은이는“초기조선천주교는박해받는자들의신앙이었고,감시자들의눈을피해야하는지하신앙이었다”(133쪽)고정리하죠.
이책은도발입니다.책에서다뤄진다산의모습은지금까지알려진것과는사뭇다르기때문입니다.《목민심서》를비롯한명저를여럿남겨오늘날실학의태두로꼽히는다산정약용.하지만지은이가그려낸인간정약용의민낯은다릅니다.친구이자동지이기이전에처남매부사이였던이승훈을등지고구명에성공합니다.신유사옥때의금부국문장에선다산은저승사자였답니다.“그의입에서서학관련자들의이름이한명씩나올때마다죽을사람들이한명씩늘었고……정약용은자신이알고있거나풍문으로들은내용을고발하는것에그치지않았다.구체적인천주교소탕방법까지제시했다.”(216쪽)
소설의형식을빌렸지만다산이천주교신부였다는주장에이르면책은‘다산신화’에대한이의로읽힙니다.물론이것은보다정치한역사적평가가필요한대목이긴합니다만.
이책은묵직한질문이기도합니다.“이승훈은왜천주교라는위험천만한선택을했을까?그에게천주교란어떤의미를갖는종교였을까?회개와배교를반복할때그의심정은어땠을까?베드로라는세례명으로불리는것이왜좋았을까?왜마지막순간에회개하여순교자의영광을택하지않았을까?”(9쪽)지은이는이같은의문을나름찬찬히파고들어답을찾습니다.
결국질문은책을읽는이들에게던져집니다.믿음이란어떤무게를갖는것인가,신념을지키려면어떤어려움을견뎌야하는가,인간이승훈과정약용을어떻게평가할것인가등등.이런철학적물음에대해선독자들이저마다답할일입니다.

4.
편집자가아닌독자로서이야기하자면,물론아쉬움이있습니다.당대정치·사회상과연결해좀더폭넓은그림을구체적으로보여주었으면하는게그첫째입니다.이승훈과정약용말고다른인물들의내면에도관심을기울였으면어땠을까하는게두번째아쉬움입니다.천주교신도들의모임등‘지하신앙’의실상을그려냈으면초기천주교의모습이더욱생생하지않았을까싶은것이세번째입니다.이때문에배경은희미하고인물만도드라지는그림자극을보는듯한기분이들기도합니다.
이는,지은이가망원경으로초기천구교사를조망한게아니라이승훈과정약용에‘현미경’을들이대고신앙의의미와무게에초점을맞췄기때문이지싶습니다.또한사실과사료를얼개로삼되상상력발휘는최소한으로줄여진지함으로승부하려는지은이의의지가작용한결과로보입니다.

5.
책은넉달간공을들인겁니다.초고를보고감탄을했지만지은이와상의해세번을고쳐썼습니다.덕분에말초적재미대신진지한의미와생각거리가담긴책을선보이게되었습니다.부디널리알려져서가능한한많은이들이신앙과신념에대해한번쯤돌아보게되기를기대합니다.긴글을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