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책에 없는 조선사 (유생들의 일기에서 엿본 조선 사람들의 희로애락)

역사책에 없는 조선사 (유생들의 일기에서 엿본 조선 사람들의 희로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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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경상도 유학자 20인의 일기로 본 조선의 내밀한 풍경
의량ㆍ당량에 울고, 반보기로 달래다
조선의 기록의 나라였다. 왕조와 국가 운영에 관한 촘촘한 기록들은 조선을 지탱한 국가적 시스템이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이 이를 웅변한다. 당연히 이런 ‘국가 기록’들은 역사학 연구의 핵심 자료가 된다. 한데 이것들만으로는 역사를 제대로 그리는 데 한계가 있다. 거대사ㆍ제도사 속에 묻혀 있던 개인의 가치, 일상의 삶을 입체적으로 되살리기 위해 미시사, 생활사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저자

이상호

계명대학교대학원에서《정제두의양명학의양명우파적특징》으로철학박사학위를받았다.계명대학교강의전담교수를거쳐한국국학진흥원책임연구위원으로근무하고있다.전공과는달리민간소장기록유산을DB로구축하고이를디지털콘텐츠로제작하는일들과중요기록유산을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에등재하는업무들을담당해왔다.조선시대일상적삶을살았던사람들의기록이가진가치를드러내고이를공유할수있도록하는데힘을쏟고있다.
주요저서로는《조선시대심경부주주석서해제》(공저),《양명우파와정제두의양명학》,《사단칠정자세히읽기》,《일기에서역사를엿보다-《청대일기》를중심으로》(공저),《사단칠정론으로본조선성리학의전개》(공저),《이야기로보는한국의세계기록유산》(공저)등이있다.

목차

책을내며
수록일기해설

1부조선이라는‘국가’에살았던사람들

1_시대의아픔,개인의비극
두감사의불편한술자리|고약한별태백성이대낮에뜨니|화려한공작새,전쟁을예고하다|흉당의집을부수어라,인조반정의여파는지방까지|백성들을쥐어짜면서의량이라니|‘환향녀’,병자호란보다더가혹한현실앞에서|명분없이이뤄진영남유림탄압

2_신분,프로크루스테스의침대
오죽했으면‘투탁’해서노비신공을바쳤을까|노비와결혼한여자,그뒤웅박같은삶|사람이먼저!첩의삼년상을지내다|“노비는재산”,추노를부린이유|종이부역,하삼도사찰의몰락이유|승려로산다는것,때로는가마꾼으로때로는희극인으로|통청,엄격한신분제에숨구멍을틔우다

3_조선을만든국가시스템
사기꾼까지등장한왕실직속내수사의위세|예나지금이나,기득권의반발을산호패개혁|억울한죽음이없게하라,치밀한살인사건처리|도덕정치를위한제도적장치,피혐|허참례와면신례,영광만큼가혹한관료신고식|오피니언리더들을위한매스미디어,조보|후임을스스로정하는자대권의명과암|조선의인사청문회,서경|조선왕조역사보존의중심,태백산사고|어머니의눈물,임금의눈물

2부조선사람들이살았던‘공동체’

4_사람사는마을,문제도많아
향안,지역사회의뜨거운감자|삭적,향권이행사한자율적처벌|산송,묫자리를둘러싼산사람들의다툼|근엄한성리학자의‘내논찾기’|사람을향한저주,저주보다더무서운사람|공자의권위를침범한살인사건조사|사이비부처,가난한백성을울리다|조야를들끓게한도산서원위패도난사건|가벼운허물을덮어주는지혜,제마수

5_마을의갑甲,수령이라는사람들
“웬만하면떠나지말기를”,구관은늘명관인까닭|꼼짝마라,지방관!임기5년중연2회인사고과|현감을물러나게한투서의위력|목민관도목민관나름|가렴주구를도운아전,고을에서쫓겨나다|탐관오리상관에서벗어나려꾀를내다|큰권력을겁낸작은권력,몸을사리다

6_세금,마을공동의고충
부패와학정의온상,방납|여러사람잡은공물,끝내는민란으로|때아닌왜공닦달에백성들만이중고|명나라군대를위한특별세‘당량’,백성들을울리다|대동법의정착은쉽지않았다|양전사하기나름,세금줄다리기|관아도감당못한세곡선뱃사공의횡포|배보다큰배꼽,구휼미를보내면서운송까지책임지라니

3부조선사람들의‘개인’으로살기

7_사람살이는예나지금이나
친정에대한그리움을덜다,근친과반보기|종이학내걸어벗을청하다|백석정에서떠난벗을그리워하다|여생아닌다시시작하는생의출발점,환갑|질침법,거머리로종기를다스리다|아들을살리려유학자가푸닥거리까지했건만|전쟁보다무서운돌림병,효심으로도못막아

8_공부와시험을대하는그들의자세
장황,애지중지하는책을위한정성|조상문집발간을위해지방관을자원하다|거접,과거시험에대비한특별학습|군역회피를노린향교교생을걸러내다|300년만의기회를상피제탓에날리다|시관의무리수로유혈사태가난과거시험장|전체‘파방’까지거론된부정시험의허무한처리|아름답고도끈끈한동방간의우애

9_힘든삶의뒤편,쉼과여행
풋굿,뙤약볕을견디게해준호미씻이|물이있으니,뱃놀이가없으랴|등고회와동고회,놀이방법도가지가지|모내기끝낸후의꿀맛여유,단오날풍경|청량산여행에서백성의아픔을보다|관리들은연72일쉬었다

용어풀이
주석

출판사 서평

조선의삶을온전히담은자료의보고寶庫,민간일기
기록의나라답게조선의유학자들은숱한일기를남겼다.생활일기는물론서원을세우는영건일기,관직일기,여행ㆍ전쟁일기등그종류도다양하다.심지어유배일기도있다.민간소장기록유산을수집,보존하는안동의한국국학진흥원에는대략3,000점정도의일기류가보존되어있다.이를바탕으로DB구축과번역작업을진행하는한편창작소재로2차가공한‘스토리테마파크(http://story.ugyo.net)’를서비스하고있기도하다.
이책은이작업들에참여했던이들이그중20권의일기에서‘조선의일상’을길어낸것이다.조선사람들의‘육성’을통해역사책이놓친이야기를읽다보면옛사람들의지혜에놀라고,‘예나지금이나’하는탄식이절로나오게된다.한마디로시험에대비하기위해달달외우던‘죽은역사’가아닌‘살아숨쉬는’흥미로운역사를만날수있는책이다.

‘오늘’의거울도될만한국가시스템
책은일기가다룬소재에따라국가ㆍ공동체ㆍ개인3부로나뉜다.이중1부조선이라는‘국가’에살았던사람들을보면‘이렇게정비된제도가……’하고놀랄만한내용이여럿실렸다.‘피혐’이란게그렇다(104쪽).사간원이나사헌부등에서탄핵받은관리가조정에출사하지않고대기하는것을‘피혐’이라했다.스스로물러나자신에게혐의없음을간접적으로보여주고조사의공정성을담보하기위한것이었다.죄인을가두고곤장과같은중벌을내릴때에는심문관두명이함께추국하도록한‘동추’란제도도규정되어있었다(100쪽).아버지가시험관이되는바람에300년만의기회인경상도특별과거시험에서응시조차못하게된‘상피제’이야기는또어떤가(291쪽).

‘있는놈’들의횡포는예나지금이나
그런가하면가진자들의꼼수,횡포를꼬집는이야기도여럿나온다.법으로향교의수와규모를정해놓았음에도유생들이군역을피하기위해너도나도향안(향교학생명부)에올리는통에정원을20배넘게초과하기도했다(286쪽).반면양반들의등쌀에,나라의세금을피하기위해아예토지를들어양반가나서원에노비되기를청하는‘투탁’이성행하기도했다(64쪽).한끼도제대로해결하지못하는백성들에게서국방을명분으로곡식을빼앗은의량(52쪽),명나라모문룡의가도주둔비를충당하려징수한당량(219쪽),왜관운영경비로뜯어낸특별세금왜공(213쪽)등으로일반백성의허리는부러질지경이었다.

여전히빛나는옛사람들의지혜
3부조선사람들의‘개인’으로살기에는‘역사’에서는만날수없는선인들의희로애락이생생하게그려져있다.시집간딸이친정을찾아한달정도머무는‘근친’,이것이어려울경우안사돈들이동반해중간에서만나회포를풀었던‘반보기’는생활사의좋은예이다(243쪽).본래과거합격자가‘말머리를나란히하다’란뜻인제마수가,가벼운허물을털어내기위해내는한턱내는벌칙으로바뀐사실(168쪽),과거시험을앞둔지방유생들이서당이나향교에서합숙하며집중모의학습을하는‘거접’(279쪽),권당제작비가요즘돈으로4,000만~8,000만원에이르는조상문집출간비용을마련하기위해전도양양한관리가지방관을자청한이야기(277쪽)등흥미진진한이야기가가득하다.

한꼭지도허투루흘릴수없네
60여꼭지의글은하나하나여느역사책에서보기힘든이야기의보고寶庫다.조선시대관리들이하루12시간근무하되연70일을쉬었다든가(325쪽),청나라에잡혀갔다왔다는이유로이혼하는것을허락하지않았다는환향녀이야기(55쪽)등을접하기란쉽지않다.여기에일기에서골라낸이야기답게모든글에는사람이중심이다.당연히생생할수밖에없다.내공이탄탄한필자들이묵직한평석을더해읽는맛이더욱각별해진것도이책의미덕이다.내수사의횡포를두고“권력이부정하면,이를집행하는사람들역시부정할수밖에없다.……고려왕실의사유재산제도가가진폐해는조선건국과정에서중요한개혁과제가되었다.그러나작은필요성을인정하는과정에서남겨두었던부정한권력은결국씨앗이되어……모든것이그렇듯부패도성장한다”(93쪽)한것처럼.

예나지금이나전염병은병자체보다공포가더문제
전염병은코로나19를겪는우리에게는너무나거센시련이지만,조선시대로부터지금까지를살펴보면이역시일상의한단면들이었다.전쟁이나흉년등으로인해백성들이기근에처하게되면,전염병은늘그뒤를따랐다.이때문에전염병에대한공포는기근과짝하여확산의일로로나아갈수밖에없었다.1616년음력7월17일경상도예안현(지금경상북도안동시예안면)에전염병이돌았다.전염병에걸린사람들은철저하게고립되면서약도구할수없고,변변한치료도받을수없는상황이었다(265쪽).병이옮을수있다는공포의이면에는병그자체보다,지금까지함께공동체를이루어왔던사람들로부터의배척당하고터부시될수있다는사실이더크게작용했다.전염병에걸린정희생의어머니는이러한공포로인해병에의한죽음이아니라스스로목숨을끊는방법을선택했다(266쪽?).전염병이사람을죽인것이아니라,전염병에의해확산된공포가사람을죽였던것이다.전염병은그병의전파속도보다그병을빌미로한‘공포’의전파속도가훨씬크고광범위하다는사실은예나지금이나다를게없다.죽음마저극복할것같은의학의발달도아직까지사람의의식과삶에대한욕망을넘어서지는못하고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