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사

한국 불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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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고구려에서 20세기까지, 대덕의 사상에서 명찰의 문화까지
한국 불교 1700년의 흐름과 진수를 한눈에
불교가 이 땅에 들어온 지 대략 1,700년이 흘렀다. 그간 불교는 신앙으로, 왕권의 버팀목으로 혹은 호국의 방패로 우리 역사의 영욕을 함께했다. 그런 만큼 불교를 빼놓고는 한국사를 이야기할 수 없다. 비단 역사만이 아니다. 지금도 쓰이는 ‘이판사판’이니 ‘야단법석’이니 하는 말에서 보듯 불교문화는 알게 모르게 우리 곁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불교를 잘 모른다. 2011년 현재 불교 종단 수는 265개,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만 조계종을 비롯해 20여 종단이 소속되어 있지만 그렇다. 이들 종단이 어디서 유래했고, 그 진체는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다.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는지 알려면 역사를 아는 게 필수다. 불교를, 불교사를 이해해야 할 이유다. 그런 점에서 한국 불교의 1,700년을 정리한 이 책은 반갑고 귀하다.
저자

정병삼

저자:정병삼
숙명여대역사문화학과명예교수.1977년서울대학교인문대학국사학과를졸업하고1991년같은대학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1983년부터1991년까지간송미술관수석연구원을지냈고1991년부터2019년까지숙명여자대학교역사문화학과교수로재직했다.신라불교사상과문화를비롯한한국불교사와한국문화사를주로연구하고있다.주요저서로《의상화엄사상연구》,《그림으로보는불교이야기》,《나는오늘사찰에간다》,《일연과삼국유사》,공저로《우리문화의황금기진경시대》,《신앙과사상으로본불교전통의흐름》,《한국불교사연구입문》등이있다.주요논문으로〈의상화엄사상의사회적의의〉,〈고려대장경의사상사적의의〉,〈8세기화엄교학과화엄사찰〉,〈혜초가본인도와중앙아시아〉,〈佛典간행과高麗인쇄문화〉,〈조선후기사원의문화적특성〉등이있다.문화재청사적분과문화재위원,대한불교조계종삼보보존위원회위원,한국의전통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전문위원등으로활동했다.

목차

책을내며
한국불교사의이해를위하여
연표

1부삼국시대-불교의수용
1.선사시대이래의토착신앙
2.불교의전래와수용
3.고구려사회와불교
4.백제사회와불교
5.신라사회와불교
6.사원운영과불교문화

2부통일신라-불교사상과신앙의정립
1.통일신라와발해의불교
2.중대교학불교의발달
3.신앙의실천과불교문화
4.사원과교단운영
5.선불교의수용과신라불교의변화
6.불교의대외교류

3부고려전기-사상의다양성과불교
1.고려전기귀족불교
2.선교융화
3.교단운영과신앙의례
4.대장경과교장
5.사원의운영과사원경제

4부고려후기-사회변동과불교
1.고려후기불교계의변화
2.수선사와백련사
3.재조대장경과인쇄문화
4.불교신앙과불교문화
5.성리학의수용과척불론

5부조선전기-성리학사회와불교
1.불교교단의위축
2.불교신앙의지속과의례
3.불서간행의성행

6부조선후기-산사불교의독자성
1.문파형성과삼문수학
2.조사선의추구와강학의성행
3.산사의정착과불교문화의확충

7부일제의국권침탈과불교근대화
1.조선말기의불교
2.일제강점기의불교
3.근대의선풍

8부현대한국불교-산업사회시대불교의지향

글을마치며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우리세대다시보기어려운노교수의역작
‘통사通史’는쓰기어렵다.유구하고도다양한흐름을한줄로꿰어내는자체가간단한일이아니다.특히한개인이전시대를통틀어정치?사회?문화를아우르는조망을하기란버겁다.더구나최근의학문경향은거대한개념이나전체적인통찰을요하는연구보다미시적이고구체적인주제를다루는것이일반적이기도하다.
불교사의경우도마찬가지다.김영태선생의《한국불교사개설》의마지막판이나온것이1987년이다.이후특정시대,특정주제를다룬불교사관련책은있었어도한국불교사전반을이해하는데도움이될‘불교통사’는접하기힘들었다.이책은시대와분야를포괄하는불교사를다룬책으로선30여년만에선보이는것이니그자체로도값지다.
이는오로지지은이이기에가능했던저술이다.지난해정년을맞은정병삼교수는그간신라불교연구에서시작해조선시대승려들의문집전반을검토하고,고려고승들의비문과고려대장경판의정리작업을맡기도했던불교전문역사학자다.사료분석과현장경험,학계의연구를취합할수있는학문적역량이뒷받침되었기에이책은그만큼믿음직하다.

시대를꿰고사상?정치?문화를아우른입체적서술
책은촘촘하다.1부‘삼국시대-불교의수용’에서8부‘현대한국불교-산업사회시대불교의지향’까지시대를나눠불교와왕실,정치적?사회적역할을꼼꼼하게정리했다.예컨대백제무령왕이겸익을인도에보내계율학을배워오도록했다든가(71쪽),신라법흥왕과진흥왕이일시적으로출가하는사신捨身을행한사실등,어지간한한국사마니아라도접하기힘든사실이실렸다.
그런가하면입체적이다.사상과경제,문화다양한측면에서불교사를다뤘다.한국불교의거목원효의일심사상,화쟁의원리를풀어주는가하면“7세기전반의활력넘치던신라불교계를이끈자장慈藏은……고요한곳에서홀로수행하고마른뼈를관찰하여인생의무상함을깨닫는고골관枯骨觀을닦는등전통사상에서출발하여계율중심의불교로나아갔다”(93쪽)같은대목은사상사적접근이대종이긴하다.여기에마애불과반가상등불상과괘불과탱화등불화를포함한불교문화는말할것도없고“사찰계는17세기의8건이확인되는데18세기에는40건으로늘어났다.……불량계는승려와신도가함께참여하여사원유지에도움이될토지를매입하여기부하는것으로서,18세기에전국적으로확대되어사원유지의중요한기반이되었다”(599쪽)등경제사적접근도놓치지않는다.
이책이고승의행적과명찰의해설만다루는평면적종교사를넘어‘불교’라는한국사의키워드를천착한의미있는저술로평가할만한이유다.

한국불교에관한고정관념깨뜨리기
지은이는‘서설’에서유교?도교?토착신앙과의관계,국가와의관계,한국불교의특성-조화와융합,종파,오교-양종등이책이다룬굵직한주제를제시하고있다.이와함께이책은역사학자의저술답게한국불교에대한고정관념을깨뜨리는사관史觀을제시한다.‘호국불교설’,‘기복불교설’,‘통불교설’에대한반론이그것이다.‘호국불교설’은전근대사회의시대별시대의식과역사적과제와연관한이해없이불교의광범위한역할중에한면모만취한것이고,‘기복불교설’은개인과사회의안녕과번영을기원하는종교의기본성격을고려하면이해된다는설명이다.나아가한국불교의특성으로가장많이거론되는‘통불교설’역시현상적인통합적성격만을강조하여규정할수없다고지적한다.한국‘통불교’의대표로거론되는원효와지눌과휴정은그들이활동했던시대가달랐기때문에그들의사상체계의구체적인성격도다를수밖에없다는것이다.대신원효의교학내의사상끼리의조화,지눌의교와선의조화,휴정의교?선?염불을조화를들어한국불교의핵심원리로조화와융합의논리를제시하며시대별로이를좇아간다.

출판계에는‘마더북’이란신화가있다.이는특정분야를연구할때빠뜨리지않고읽고참고해야할권위있는책을가리킨다.말하자면정전正典인데이런책을내는것이학술서적출판사로서는꿈이자목표이다.감히말하자면,정병삼교수의이책은한국사와불교에관심이많은이들에게‘선물’이자오래도록한국불교사분야의‘마더북’이될것이라자부한다.


책속한줄

불교는처음시작될때부터다른종교를배척하기보다상호조화를도모하는경향이강했다.불교는다른사상이나종교와달리새로운지역에수용되는과정에서기존의전통사상이나종교와크게마찰을일으키지않아‘순교殉敎’사실을찾아보기어렵다(18쪽).

지눌은직접적인깨달음을추구하는선이가장뛰어난체계이기는하지만,이론적토대를마련해주는교학도무시할수없다고판단했다.그런모색의결과지눌이교학과선을융합하여정립한정혜쌍수론은동아시아불교사상에서손꼽히는사상체계로정립되었다(20쪽).

한국불교사에서위와같은조건을갖춘종파는7세기부터등장한다.그대표적인예가의상이이끈화엄종華嚴宗이다.의상은화엄사상을체계화하고부석사등에서수행하며미타신앙과관음신앙등을실천했고,제자들과일반인들에게지속적으로계승되었다(23쪽).

고려말조선초에권근이교유한승려는조계종?천태종?화엄종?신인종의종명을띠고있다.같은시기에오교도승통과같은오교五敎관련용어나오교양종兩宗이라는표현이많이등장한다(26쪽).

불교에서는이상적군주로전륜성왕轉輪聖王을내세운다.이는하늘의권위를빌리던성왕관념을대신하였다.온세상을통일하고바른법에의해통치하며승려에게자문을구하는전륜성왕은진흥왕과같은삼국의국왕들이추구하던이상적인제왕상이었다(57쪽).

백제가일본에불교를전해준시기에대해서538년과552년두가지설이있는데,552년은《선광사연기善光寺緣起》라는책에기록되어있다.그런데이기록에는당시백제가《청관음경請觀音經》의내용에따라일본에순금불상을보냈는데,그불상이곧살아있는부처라는뜻인생신여래生身如來라고하였다(81쪽).

신라중고기의왕실은왕실과부처를동일하게여기는진종설眞宗說을내세웠다.진평왕은자신과왕비의이름을석가의부모이름과같게하였고,그의딸인선덕왕의이름은부처의이름으로,조카인진덕왕은경전주인공의이름으로하였다(89쪽).

반가상에는추상성이뛰어난방형대좌상,손바닥으로얼굴을받친고뇌하는듯한상등이있지만,가장빼어난반가상은삼산관三山冠장식의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다.……치밀한역학적구성으로균형잡힌신체를자연스러운옷주름으로표현하고잔잔한미소에서풍기는숭고한아름다움을정교하고완벽한주조기술로제작해예술과과학이어우러진명품을만들어냈다(115쪽).

신라에서도원광이후여래장사상如來藏思想(모든중생이여래가될수있는성품을지니고있다는사상)이수용되고나서부처가될수있는지여부는점차중요한문제가되었다.신라승려들은대체로누구나불성을소유하고있다고주장하여성불할수있는가능성에대해개방적이었다.이것은중생이성불할수있는근거를마련하여중생의구제가가능함을보장하고아울러인간의본질적평등성을인정한것이다(123쪽).

이시기의국가불교활동은특히밀교승들이주도하였다.의상의정보에따라당의침공에대비하던명랑은당군이국경을넘어바다로몰려들자문두루文豆婁(신인神印)비밀법으로풍랑을일으켜교전도하지않고당군을침몰시켰다.그리고사천왕사四天王寺를세우고도량을개설하여지속적으로당과의싸움에대비하였다(154쪽).

원효는범망계梵網戒중심의《범망경보살계본사기》와《보살계본지범요기》를지어형식주의적인소승계율을지양한반면정신주의적인보살계菩薩戒를강조하였다.원효가제시한대승보살계사상은출가와재가를조화하는범망계였다.원효는계의판단기준을결과가아닌내면적동기에둠으로써명리와탐욕과교만에빠진신라불교계를비판하였다(172쪽).

계율이란수행자개인이선행을하겠다는자율적의지인계戒와교단통제를위한승가규범인타율적율律을말한다.계율은불교를배우는사람이반드시닦아야할삼학三學,곧잘못된것을그치고잘못되지않게하는계율[戒],산란한마음을막고안정을얻는선정[定],진리를깨닫기위해이치를관하는것[慧]중의하나이다(187쪽).

신라중대의가장보편적인신앙은미타신앙이었다.미타신앙은아미타불을지성으로염송하면아미타불의중생구제원력에의해사후극락세계에왕생하게된다는내세來世신앙이다.신라의미타신앙은일반백성들에게큰호응을얻었다.……절을짓거나탑을세우는것과같은공덕을쌓을수없었던이들에게염불의실천만으로극락에갈수있다는미타신앙은큰매력이었다(191쪽).

불국사와대응하여이룩된석굴암(본래석불사石佛寺)은《유마경》사상과밀교사상을융합하여구성하였다.석굴암주실의본존주위를둘러싼10대제자는《유마경》에근거한것이다.그리고감실에조각한10구의보살상은《불정존승다라니염송의궤법》에의거한8대보살과유마와문수로추정된다(205쪽).
사원의불사와재회나추선등의의례를위해조직된향도도많지만,마을주민대다수가참여하여소규모의경제적협동으로향나무를바닷가에묻어[매향埋香]먼후일의좋은결과를기대하는향도조직도있었다.향도신앙은지역민이다수참여하는대중성을띠며사회의식을담당했다는역사적의미를갖는다(241쪽).

최승로崔承老는유교와불교가병립하면서각자의역할을명확하게구분하여수행할것을제안하였다.불교는내몸을수행하는근본[修身之本]으로서다음생의자산[來生之資]인데비해,유교는나라를다스리는근원[理國之源]으로서오늘힘써야할일[今日之務]이라는것이다.최승로는이를성종에게올린당면과제개혁안〈시무28조〉에서이밖에연등팔관회와왕실의기일재등과도한불교행사를줄이고,불경이나불상을사치스럽게하지말고,사원의이식利殖행위를금하고,승려들의기복행위를금하며,불법숭상을신중히하고유교에기반해통치할것을강조하였다(271족).

의천은송에가서화엄·천태등각종파의불교지도자60여명을만나새로운불교사상의경향을파악하고경론을수집하여돌아왔다.의천의불교계재편은기존의보수적성향이강화되던불교계에자각과반성을촉구한것이었다.그는원효의사상을계승하고송의다양한불교를수용하여새로운이념적기반을찾으려고노력하였으며,고려는물론송과요·일본의전적을모아교장敎藏(불전주석서모음)을간행하였다(273쪽).

고려의승계는교종과선종으로나뉘어체계를갖추었다.958년(광종9)에과거제실시와함께처음승과가시행되었고,승과에합격하면대덕의승계僧階를받고이후수행기간과능력에따라상위승계를받았다.……원칙적으로승계를가진승려만이사원의주지가될수있었고,승계에따라주지로임명될수있는사원의규모가달랐다.삼중대사가될때는왕의비답批答을받아승계가상승하였고,최고위승계인선사(수좌)-대선사(승통)는일반관료의재상과같이국가의공적심사과정을거쳐임명장인고신告身을받고대간의서명인서경署經을거쳤다(292쪽).

사원재정에큰역할을한것이취식取息(원금을빌려주고이자를받는것)이었다.본곡을마련하고그이자를특정불사에사용하는것을목적으로하는다양한명목의보寶가있어재원을마련하였고,사원은보의명분아래적극적으로대여활동에참여하였다.보의운영담당자는보장寶長과색장色掌이었고,주지가이들에게실질적인영향력을행사하였다(339쪽).

해인사장경각에보관되고있는재조대장경은8만1,350판을헤아려서,흔히팔만대장경이라불린다.이중232판은중복판이어서,실제대장경내용은8만1,118판에담겨있다.조선후기에새겨넣은《보유목록》까지포함하여1,514종6,810권664함函에이른다.이중에조선시대에새긴115판을제외하면,고려판은모두8만1,003판이다(386쪽).

박초등은불교는오랑캐인부처의가르침으로서선왕의도를말하지않고선왕의법을지키지않으며,지옥과윤회를조작하여우매한자들이맹목적으로공덕을구한다고비판하였다.……심지어일하지않고도화려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