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역사를 흔들다

전염병, 역사를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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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풍토병이 팬데믹으로, 격리에서 국제공조로
전염병과 무역이 빚어낸 21세기 세계화
2008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촉발된 정치적 위기의 한복판에 있었다. 많은 한국인들은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BSE과 사람도 비슷하게 걸리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을 유발하는 ‘프리온’에 감염된 것이 아닐까 두려워했다. 외국산 제품으로 인해 감염될 수 있다는 공포는 당시 이명박 정부를 향한 무수한 불평과 의혹의 초점을 부채질했다. 이 사건은 내가 이 책에서 논의하고 있는 내용의 일부를 깔끔하게 요약해 주는 에피소드이자 이 책에서 탐구하고 있는 많은 주제들이 극적으로 표출된 사례였다. 뿐만 아니라 무역이 불러온 질병, 특히 동물과 관련된 상업에서 비롯된 질병에 대한 새로운 우려의 물결을 예고하는 몇몇 중요한 본보기 가운데 하나였다. 이 때문에 이 사건을 책 후반부의 한 장 속에 집어넣을 기회를 지나칠 수 없었다.
-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21세기 문명사는 어쩌면 코로나 사태 이전과 이후로 나뉠 듯하다. 코로나 사태의 파급력은 그만큼 깊고 넓다. 무역과 해외여행이 막대한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와 ‘언택트’란 낯선 용어는 우리 일상을 바꾼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강의가 활성화되는 것이 그런 예다. 마스크가 상비품이 되는 등 일상의 풍경이 바뀐 것은 덤이다. 이처럼 세상이 요동치니 전염병의 역사에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어디쯤 서 있고, 어디로 가는지 알기 위해선 먼저 지나온 길을 아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의학사가가 쓴 이 책은 이를 위한 탁월한 길라잡이라 할 수 있다.
저자

마크해리슨

영국옥스퍼드대사학과교수(의학사).옥스퍼드대학에서학위를받은후현재웰컴윤리및인문학센터공동소장으로있다.제국주의,전쟁,세계화와질병의관계를주로연구해왔다.《의료와승리:2차세계대전기영국군의학》(2004),《의학전쟁:1차세계대전기영국군의학》(2010)으로두차례영육군역사연구회가수여하는템플러도서상을수상했다.이밖의저서로《전염병과근대세계》,《식민지인도에서사회,의학,그리고정치》등이있다.코로나-19전염병등여러질병에대해영국및다른나라정부고문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옮긴이의글
한국어판서문
서장
약어표

제1장죽음의상인들
구세계에서신세계로

제2장다른수단들을동원한전쟁
“우리의위조품거래차단”|상업상의이익|전염을다시생각하다

제3장격리라는악덕
이성과과학|헛된기대

제4장격리와자유무역제국
유해선박|국내에서시작된자선|엄청난비용|사건이후의파장

제5장황열병의유행
열대성전염병|새로운위생체제를향하여|위생조치의결과

제6장동방의방벽
불결에대한혐의|페스트의귀환|페르시아만|다른나라들의편견에대처하기

제7장페스트와세계경제
고통스러운교훈|서양으로의가교|페스트,대유행병이되다|깨지기쉬운합의

제8장보호냐아니면보호주의냐?
동물과사람의질병|영원한논쟁의전망

제9장전염병과세계화
종의경계를넘어,국경을넘어|사스,보안,자유무역의한계|대유행병과보호주의

결론:위생의과거와미래

주석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촘촘하고성실한전염병의역사
이책은12년연구의결실이다.700년에걸쳐6개대륙에서벌어진전염병과의투쟁을꼼꼼하게살폈다.자연스레언급되는전염병들은다양하다.14세기페스트에서콜레라,황열병,가축질병인우역은물론광우병소동과조류독감등동물전염병과21세기의사스와메르스까지다뤘다.당연히1865년메카를습격한콜레라,1910년만주를강타한페스트등굵직한전염병파동을빠뜨리지않는다.이를위해지은이는관련학자들의선행연구는물론다양한세미나와학술대회의도움을받았다.인도등여러나라의기록을살핀것은물론이다.그결과,특정국가의차단방역처럼한나라의전염병투쟁사가아니라상당한지리적범위에걸친장기간의상호작용을추적한‘세계사’로결실을맺었다.이책의기본적인미덕이다.

‘역사의전제자’무역에초점을두다
1860년대영국의사윌리엄버드는역사의‘전제자’로전쟁과무역을꼽았다.이둘이역병을낳고그전염병의여파가역사의흐름을바꾼다는경고였다.지은이마크해리슨은바로이대목에주목했다.풍토병이세계사적문제로등장하게된배경에있는무역의역할,그리고세계적유행병이지구촌을어떻게바꿨는지를파고들었다.예를들어19세기중반온유럽이공포에젖게만든콜레라나아메리카대륙을뒤흔든황열병의확산뒤에는노예무역을비롯한국제교역과노동이주,성지순례등이있었음을지적해낸다.뿐만아니라국민건강과자유무역의상충에대한고심등을짚는다.그런점에서전염병의역사를‘의학사’로한정하거나전염병과굵직한역사적사건의인과관계를성찰한기존전염병관련역사책과남다르다.

‘격리’를축으로한전염병과의투쟁사
인도벵골지방의풍토병콜레라,아프리카풍토병황열병이세계적유행병으로확산된데에는증기선과철도로상징되는교통혁명이크게작용했다.그리고전염병의원인이밝혀지기전까지전염병억제를위한노력에서는‘격리’가축을이루었다.감염이의심되는상인과상품의이동의금지는일찍이14세기이탈리아에서발령된피스토야칙령까지거슬러올라간다.1655년암스테르담에세워진북유럽최초의상설격리병원,1845년노예무역을감시하다황열병에감염돼선원의3분의2가사망한‘에클레어호사건’등‘격리’의역사를중심으로전염병투쟁사를살핀다.이책을돋보이게하는관점이다.

전염병이이끌어낸국제공조에주목하다
전염병이세계화에부정적효과만끼친게아니다.교통혁명과산업화로한나라단독으로는전염병대처가불가능해짐에따라확산을막기위한새로운국제협력시스템을끌어내기도했다.1851년처음으로파리에서국제위생회의가열렸다.3차콜레라대유행기에새로운국제주의가시작된것이다.이후1902년황열병대처를위한범미위생회의등을거쳐1907년전염병정보수합및통지업무를담당할상설기구‘국제공중보건국’이파리에설립되었다.세계보건기구WHO의전신이다.지은이는수에즈운하통제등이해관계가다른각국의갈등,당대의패권국영국대신프랑스가이를주도한사정등21세기‘국제전염병전선’의배경을찬찬히풀어놓는다.

코로나사태에대한각국의대응을보면19세기후반으로되돌아간느낌이다.국제협조의정신은사라지고세계보건기구의역할은미미하다.각국은저마다국경폐쇄,무역중단등오직‘격리’를통한방역에만몰두하고있다.미국과중국의갈등은이를잘보여준다.새로운전염병이간헐적으로출현하는지금은국제공조를바탕으로새로운방역방식과제도를창출해야한다.전염병과무역의길항관계를파헤친이책은이를위한출발점을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