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는 사람들 : 자서전과 이력서로 본 북한의 해방과 혁명, 1945~1950

고백하는 사람들 : 자서전과 이력서로 본 북한의 해방과 혁명, 1945~1950

$25.80
Description
879인의 ‘육성’으로 보는
해방공간(1945~1950) 북한 사람들의 생생한 일상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 《1984》에 나오는 유명한 테제이다. 다소 과장이 섞여 있을지 몰라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이 명제를 살짝 눙치자면 “과거를 모르고서는 의미 있는 한 걸음도 내디딜 수 없다” 정도가 되겠다.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에 서 있는지 알려면 지나온 과거를 더듬어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래야만 어디로 갈지 파악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한민족의 통일을 민족적 과제로 삼고 있는 우리에게 북한사는 단순한 역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정치ㆍ경제ㆍ군사만이 아니라 북한의 역사를 알아야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하고 평화와 통일의 길로 향하는 초석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 전까지 북한의 민낯을 엿볼 수 있는 연구서라는 점에서 이 책은 출간 자체만으로도 큰 의의를 가진다.
저자

김재웅

저자:김재웅
고려대학교대학원한국사학과에서북한의국가건설과계급정책에관한연구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고려대한국사학과에서강의를하며,고려대?경희대?충북대사학과산하기관의연구교수를역임해왔다.주요연구성과로는《북한체제의기원-인민위의계급,계급위의국가》(2018)가있다.대중들이흥미롭게다가갈수있도록북한사를쉽고역동적으로재구성하는작업에관심을가지고있다.

목차

머리말
서설
김삼돌의고백

제1부전략적글쓰기
집안의역사고백
당국을기만하기
자서전쓰기의전략|변명성글쓰기|허위기재|의도적누락
평정서:개개인을해부하기
기만적글쓰기적발|눈가리개를하지않은평정자들

제2부해방의소용돌이
해방의전조
소련군참전|수심에젖은피란민들
기록으로포착된해방의순간
감격에젖은사람들|일본인들사이에서맞은해방|일제의군병에서조선의군인으로
해방의두얼굴
민족성되찾기|혼돈에서건설로
해방군의나라
붉은군대|러시아어학습열풍|소련계한인서춘식

제3부대중조직건설운동
해방기의혼란수습
질서유지에앞장선학생치안대원들|임시치안기구에서영구보안기구로|자치기구결성에나선조선인들
북조선청년층장악
공산청년동맹|민주청년동맹
인민장악과동원의가교사회단체

제4부일제잔재청산
공분의표적일본인과친일파
보복대상이된일본인들|친일파척결
면죄부를받은일제시기공직자들
참회와속죄|비켜가지않은처벌

제5부반체제운동
좌우대립
우익을지지하는학생들|정치투쟁의장으로돌변한학원사회
우익기반의몰락
사상투쟁의선두에선민청|학내경찰력투입|수면아래로잠수한저항운동

제6부주도권쟁탈에나선정당들
북조선공산당(북조선로동당)
혁명투사선발과육성|부적격자처벌과축출|“종파분자”로몰린고영찬
우당友黨:연대와갈등의불협화음
조선의용군과독립동맹의만주진출|조선신민당|조선민주당|천도교청우당

제7부혁명의시작,토지개혁
몰수와분여
토지개혁의정당성|역사의현장에서본토지개혁|과열된계급투쟁,2차토지개혁으로
환호와보답
토지개혁이낳은기적|체제의버팀목이된빈농들
시련과저항
토지개혁이불러온절망과시련|불만을넘어저항으로

제8부국가건설
기술자부족사태
인재충원과간부등용
일제시기전문가와생계형부역자재등용|이공계출신과고학력자우대|‘국대안’파동과남한전문가초빙
대중들의국가건설운동참여열기
건국을향한열의와헌신|공장관리운동|표창과인센티브|건축기술자김응상의국가건설운동참여

제9부교육:‘새로운인간형’만들기
무너진교육제도
열악한교육여건과교원부족|빈곤층을막아선교육의장벽|추천을통한대학진학
새로운세계를약속한마르크스-레닌주의
대중앞에나선혁명가들|사상학습이불러온놀라운변화|혁명가양성의산실,정치학교와정치서클|알려지지않은이론가이학모의삶|알려지지않은이론가이인범의삶|진보적사상에서일반인들의교양으로
인간개조
인민과개인|성격과개성의개조|종교는아편이자독한마취약|김덕윤의고백:인간개조의성공사례

제10부가족
연좌제
가정장악과처벌
사상적전염예방|불순한가족관계에연대책임부과

제11부계급
출신성분
성분분류의모호성|인성과사상성을비추는거울
무산계급과유산계급
노동자?농민출신우대|지주와부유층억압
궁지에몰린착취계급
희망의상실|가로막힌출셋길|끝없는참회의길

맺음말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북한사연구의새로운지평제시
국내에서북한사연구분야는그역사도짧고연구진도두텁지못했다.게다가2000년대초까지만해도자료입수에많은제약을받았다.이제는우리사회의민주화와사료개방정책덕분에,중국당안과몇몇러시아아카이브를제외하고,북한관련자료의제한이대부분풀렸다.그에힘입어이책은결이다른글쓰기를시도하고있다.역사학자라면누구나탐낼만한신선한사료를바탕으로과거를추적하기때문이다.
20년넘게북한사를연구해온지은이는북한당국이체제유지혹은강화를위해개개인들로부터수합한879인의자술서?이력서그리고이에대한상급자의평정서들을중심으로북한사의핵심이슈들을흥미롭게엮어냈다.이자료들은한국전쟁당시북한에진주했던미군이노획해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보관중이던사료들이다.교수교사학생공직자간부노동당원군인등북한의젊은이들이생존을위해혹은출세를위해털어놓은그들의삶은그만큼진솔하다.그러기에그간정치사제도사중심으로진행돼왔던북한사에서한걸음더나아가고있다.
(참고:미군이전시에북한지역공공기관에서탈취한이문건들은그기관에근무한직원들개개인의기록물이다.구체적으로김일성종합대학교수진,평양공업대학교수진,흥남공업대학교수진,평양의학대학교수진,함흥의과대학교수진,청진의과대학교수진,평양교원대학역사과?지리과?노어과?수학물리과?화학과?체육과학생들,황해도재령군내각중학교교사들,강원도김화군?평강군내각중학교교사들,함경남도영흥군?함주군내각중학교교사들,황해도벽성군?송화군?은율군내참심원들,조선인민군하사관과병사들,조선중앙통신사직원들등의자서전?이력서이다.)
이제까지연구자들이주로활용한북한관련자료는잡지나신문처럼딱딱하고무미건조한자료들이대부분이다.철저한검열의전통이지속돼왔기때문에,북한의공식간행물에서생동감이란전혀찾아볼수없다.자서전?이력서는당시를살아간사람들의진솔한이야기를담고있다.그들의집단경험은혁명에착수한북한의시대상과사회상을생생히보여준다.

‘아래로부터의’진솔한이야기들
흔히역사는승자의기록이라고한다.대체로맞는말이다.일상사미시사연구의활성화는이를보완하는데큰도움이되고있다.지금까지의북한연구가통치자나지도자들을집중적으로조명해왔다면,이연구는북한을살았던이름없는일반인들을조명하고있다.
이제까지의북한연구가통치자나지배층의시각을통해역사상을바라보는방식이었다면,지은이는대중또는민중으로일컬어지는일반인들의관점을통해북한사를재구성함으로써나름의성취를보여준다.즉이책에는진정한“아래로부터의역사”가풍성하게담겨있다.
황해도송화군에소련군이진주했을때공산청년동맹과적위대는사이렌을울리며주민들의피신을유도했을뿐만아니라,재산과부녀자들을잘간수해야한다는경고도했단다(124쪽).한선일이라는젊은이가소개한대목인데,소련군에대한일반의인식이당시좌익단체조차불신했을만큼좋지않았음을드러낸다.공식기록과다른민초의시각을보여주는좋은예이다.

우리가놓쳤던역사의이면들
역사를읽는큰재미중하나는종종뜻밖의사실을알게된다는점이다.여기서무릎을치기도하고고개를끄덕이기도한다.이를테면군의軍醫로타이완에끌려갔던황수봉이란젊은이이야기가그렇다.그는해방후진급을시켜주겠다는사령관의회유를뿌리치고탈주해현지에서1300여명에달하는조선인병사들을모아‘인민의용군’을창설해일본군은물론중국국민당중앙군과협상해1946년무사귀국을성사시켰다(107쪽).
북한의국가건설에경성대학교수등남한전문가들이참여했다는사실은어떤가?‘국립서울대학교설립안’에반대했던경성공업대학수학교수홍성해,경성대학이공학부교수이한희등이그주인공들이다(301쪽).1947년김일성종합대학에임용예정인전문가중남한출신이절반가까운44.4퍼센트라는기록도보인다.
따지고보면역사라는것은사람들의이야기이다.당대를살았던이들의육성을생생히전달하고있는자서전?이력서야말로정사가놓치고있는역사를재현하기에최적화된자료이다.

흐름을짚으며디테일을함께살리다
지은이는자서전?이력서를단순히나열하는데그치지않았다.해방의감격과혼란,국가건설과정,토지개혁,연좌제등해방공간북한에서벌어진굵직한이슈들을따라자서전과이력서를정교하게엮어냈다.예컨대북한의토지개혁이수많은‘혁명의밀알’을낳아체제의버팀목이되었다는의미를짚어내며,이를둘러싼환호와탄식을섬세하게보여주는식이다.
황해도재령군의머슴출신오남제는토지개혁으로논800여평을분여받고는어엿한가정을이루었다.얼마나기뻤던지첫수확후가장먼저현물세로쌀네가마니를납부하고도‘애국미’여섯가마니를추가로헌납했을정도였다(272쪽).해방직후북한에불어닥친러시아어학습열풍을“인텔리나대학생이라면러시아어서명을만드는일이유행처럼번졌다.정성스레자서전을마무리한그들은작성일과성명을기입한뒤,멋들어진러시아어서명을남겼다”(130쪽)고그리거나,출신성분과사회성분을따진북한에서황충환이란이는기독교장로인장인과평양신학교에재학중인처남을둔“불순한가정”과혼인관계를맺었다는이유로시달림을받았다는이야기도여느역사책에선볼수없는세밀화이다.

북한사가중요한이유는현재우리의삶뿐만아니라,우리미래의삶의질에관련된문제이기때문이다.특히북한사람들의일상삶과문화그리고그들의생각을들여다봄으로써통일의시대에대비해야한다.그런점에서이책에실린자서전과이력서를통해엿볼수있는일상사사회사미시사는북한사람들의의식과심리에다가갈수있는훌륭한길잡이구실을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