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춘 세계 앞에서 (역사가 이영석의 코로나 시대 성찰 일기)

잠시 멈춘 세계 앞에서 (역사가 이영석의 코로나 시대 성찰 일기)

$14.22
Description
원로 서양사학자가 짚어낸 ‘코로나 사태’
절망의 끝에서 내일의 희망을 보다
역사가 밥이 되지는 않는다. 역사가가 ‘답’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역사의식은 필요하고, 우리는 역사가에게 물어야 한다. 역사는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일러주는 나침반이 되고, 역사가는, 모두들 눈앞에 닥친 일에 골몰할 때 탄광의 카나리아나 잠수함의 토끼처럼 멀리 크게 보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기승을 부릴 때 원로 서양사학자가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을 정리한 이 책이 가치 있는 까닭이다. 페이스북에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을 정리한 글이고, 멋진 문장은 없지만 귀 기울일 만한 성찰이 그득하기에 그렇다.
저자

이영석

서양사학자(영국사).광주대명예교수.근래출간한저서로《공장의역사》,《지식인과사회》,《역사가를사로잡은역사가들》,《영국사깊이읽기》,《삶으로서의역사》,《제국의기억,제국의유산》등이있고,번역서로《영국민중사》,《역사학을위한변론》,《옥스퍼드유럽현대사》,《잉글랜드풍경의형성》,《전염병,역사를흔들다》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1부서재에서치러낸코로나위기

01한시대가저무는가!
책과근대의종언-페이스북에긴글을올리는까닭은
팬데믹의위기이후를기대하며
세계사의새로운변곡점이도래하는가
02역사와나,그끈끈한인연
인연의끈은희미해도언젠가이어진다
삶에서진정중요한것은
나를키운것은부채의식과죄책감
03서재에서치러낸코로나위기
이제터널의끝이보인다
각주작업을하다가얻은잡학상식
《전염》번역원고를탈고하고나서
번역뒷이야기-지적탐색의계보학
갑자기로이포터를떠올리다
04나쁘기만한일은없다
코로나가준기대밖의‘선물’
봄날은온다
재난과관련된글쓰기
05서양과문명에관한단상
근대개념어서양
문명civilization과문화

2부대유행병,역사는되풀이되는가

01그래도세계는조금씩전진한다
우한사태와175년전보아비스타사건
19세기콜레라,국제협력의물꼬를트다
WHO의전신,국제공중보건기구이야기
02높아지는국경,그리고개인의역할
국민국가와개인숭배에관하여
아놀드토인비와일본제국의검역제도
세균학자기타사토시바사부로北里柴三郞
03역사는되풀이되는가
기차를타고펴져나간페스트
세계화와페스트그리고황화론
근대문명과우역牛疫의습격
04종말론적환상이빚어낸풍경
영국내란과천년왕국의환상
퀘이커파에대한단상
05팬데믹시대,국가와지도자의역할
팬데믹Pandemic상황에서영국의료의실태
윌리엄글래드스턴에대한회상
의료보험이박정희시대의유산?
19세기영국노동자들의독학풍경

3부잠시멈춘세계앞에서

01위태로운‘인류세’,위협받는‘세계화’
근대문명의두얼굴을다시생각한다
어둠을비추는희미한빛
‘거리의소멸’에대한회상
02‘느림의문명’을기다리며
석탄의역설
탈산업화시대,‘느림의문명’을기다리며
콜센터유감
03새로운‘모델’이절실하다
‘예방주사’가된사스SARS경험
인수공통감염병zoonosis을생각한다
드레이튼의‘신대학’모델에서배운다
04‘우리’만구원받는종말론이라니
‘때’가오기를기다리던유년의기억
두종교인을보며
05흔들리는G2,새로운리더십이필요하다
신종바이러스폐렴의정치학
세계사의변곡점과앵글로아메리카니즘의조락
미국은과연‘자유의제국’인가
중국은‘세계’인가
코로나위기와서구의실패에관하여
06우주선‘지구호’가보내온경고인가
잠시멈춘세계앞에서1
잠시멈춘세계앞에서2
코로나-19이후의세계에관하여
문명의패턴을바꿔라

출판사 서평

무릎을치게하는풍성한읽을거리
알차다.우리가흔히쓰는개념들이어디서어떻게유래했는지흥미로운이야기들이곳곳에있다.영어권에서1580년대등장한‘근대modern’란말이원래‘바로지금’이란라틴어에서나왔으며셰익스피어는가끔‘널리퍼진’이란뜻으로사용했단다(16쪽).오리엔트란말은르네상스이후알파벳문화권바깥의,서아시아를가리켰고(68쪽),서양은중국에서사해四海가운데한해양을뜻하는말이었다든가(68쪽)요즘다양하게쓰이는하이브리드hybrid(혼종)는길들인암퇘지와야생수퇘지사이에서난새끼란뜻이었다(76쪽)는이야기가그런예다.과학science의원래의미(144쪽)나이제는필수품이된마스크의기원(196쪽)등도흥미롭다.

내리치는죽비같은비판
예리하다.“샤론의꽃이무궁화라고말하는목사나,중국의코로나바이러스창궐을공산주의에대한징벌이라고떠들어대는목사나,이스라엘기를흔드는자나,전국지방을구약의12지파로나눠때만오기를기다리는사람들이나다비슷한과대망상증환자아닌가.칸트의언명대로,우리는아직계몽된사회에살고있지않다.”(148쪽)이런지적을하려면용기가필요한것아닌가.미국이과연‘자유의제국’인지물으면서“트럼프의대외정책은그자신의무분별한모험주의를반영하기도하지만,미국이호전적이고절박한방식으로제국이익을추구하지않으면안되는,현대세계에서국제정치및경제지형의변화를반영하는것이다”(188쪽)라고꼬집는것또한마찬가지다.

새겨들을웅숭깊은성찰
넓고깊다.인간과자연에관해넓고깊게사유하는덕분이다.언택트noncontact니뭐니해서눈에보이는변화만좇는게아니라‘사회문제의대외수출’(26쪽),‘서양의실패’에따른‘서양다시보기’의필요성(201쪽)을역설하는데서보듯큰흐름을짚는다.인류가절실하게필요로하는종말론을일러주는대목이특히와닿는다.‘믿는자’만이구원받는종교적종말론대신당장모든사물과생명체와다양한종들이우리와함께살아갈권리가있다는것을깨닫고당장탐욕과착취,오염과파괴를줄이는데나서지않으면물리적세계인이지구가‘종말’을고하리라는대목은의미심장하지않은가.

천생학자의진솔한고백
울림이크다.페이스북에올린글이기에지극히사적인이야기가군데군데나오지만솔직하기에오히려공감을자아낸다.지은이는한국사회를이해하는관건을산업화라보고앞서산업화를겪은영국사례를연구하기위해서양사를도피처로삼았다고한다.그러면서80년대민주화운동에참여했다가고초를겪은친구에대한부채의식에서연구에전념하는태도를갖게되었다고토로한다(34쪽).한국의서양사학자중에가장많은저술을냈다는지은이의이같은아픔과내면을알게되면울컥하는심정이된다.여기에코로나사태동안마크해리슨의《전염병,역사를흔들다》의번역에몰입하는과정에서의에피소드,감상을접하면“역사의최전선에사는한반도지식인의모범”이라는누군가의평에절로고개가끄덕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