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을 따라 청나라에 가다 : 조선인들의 북경 체험

사신을 따라 청나라에 가다 : 조선인들의 북경 체험

$17.22
Description
연행록’ 100여 종을 10년에 걸쳐 읽다
고르고 추린 19세기 조선 외교의 안과 밖
수많은 ‘연행록’의 알맹이를 추리다
조선에게 명나라는 나라를 있게 해준 ‘재조지은再造之恩’의 국가였다. 이어 들어선 청나라도 중화질서의 중심이었고, 조선 사대외교의 상국이었다. 외국과의 접촉이 금지되던 시대에 그 수도인 연경을 다녀온 사신단은 저마다 ‘연행록’을 남겼다. 흔히 김창업의 《노가재연행일기》, 홍대용의 《담헌연기》,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3대 연행록으로 꼽지만 19세기에 쓰인 것만 100종이 넘는다.
조청관계 연구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은 지은이는 오랜 기간에 걸쳐 이들 연행록을 섭렵했다. 그 결과 지은이는 19세기 들어 ‘볼 관觀’이나 ‘놀 유遊’ 자가 들어간 연행록이 많이 나왔지만 통찰력 있는 몇몇만의 유람 이야기도 아니라고 한다. 대신 이 책에서 ‘은둔의 나라’ 조선의 거의 유일한 숨구멍이었던 청나라 연경에서 조선 사신들은 무슨 일을 했고, 무엇을 보았는지 다양한 일화를 소개한다.
저자

손성욱

저자:손성욱
북경대학에서19세기외교사절을중심으로한조청관계연구로역사학박사학위를받았다.중국산동대학역사문화학원부교수로재직했고,현재선문대학교역사문화콘텐츠학부에서학생들을가르치며근대한중관계를연구하고있다.언젠가북한에길이열리면,서울에서북경까지온전한사행길을걸으리라는꿈을꾸며살고있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유람하다
북경의첫인상|청나라사행의필독서|사라진코끼리,사라진청나라|원명원,청나라성쇠의극치|사찰을유람하다오르는법장사백탑|북경공중목욕탕에몸을담근조선선비|큰코오랑캐가사는아라사관|“이무슨술수인고!”러시아인이찍어준사진|사진,위험한만남의흔적

제2부교유하다
우정을전하는선물|조선사신숙소옆에인삼국|부유한금석학자와교유하다|
북경에서꿈을펼친역관이상적|고염무사당에서제사를올린박규수|사행으로오경석컬렉션을만들다|오경석사진에담긴기묘한희망

제3부교섭하다
청나라가유일하게거절한책봉|왕의동생,국본國本이가당한가|전례에어긋난왕세자책봉|조선사신단의북경숙소|신하된자가‘외교’를할수있는가|조선최초의외교공관|전쟁통에떠난사행,마지막이되다

제4부사행이후
옛황제의수도에세워진공사관|북평잡감

참고문헌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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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무슨술수인고”재미를놓치지않다
지은이는다양한연행록을읽어내면서무엇보다‘재미’방점을찍어소개하려했다.조선에서보기힘든코끼리관련일화가대표적이다.훈련된코끼리가앞다리를구부리면마치절하는것같은데착안해청나라는황실의위엄을드러내기위해조회에코끼리를등장시켰단다.베트남등에서조공받은코끼리는일년에수백석의콩을먹는등유지비가만만치않았다.게다가19세기후반서양이중국의주변을식민지화하면서코끼리의북경행은끊기고말았다.‘사라진코끼리사라진청나라’에서는조선사신들의코끼리목격담을전하면서동남아시아에서중화질서의와해를읽어낸다.(37쪽)
1860년대초러시아공관에서한국인최초로사진을찍은이항억이카메라의‘렌즈’에거꾸로비친일행의모습을보고‘이무슨술수인고’라고감탄한장면(76쪽)이라든가연경의명물법장사를방문한조선사신들이백탑벽에저마다이름을남겨나중에는이름적기위한붓을대기힘들정도였다는이야기(53쪽)등도흥미롭긴마찬가지다.

뇌물도불사,조선외교의민낯을드러내다
흥미로운이야기들이책의1부‘유람하다’에앞서배치되어있지만사신의임무는어디까지나‘외교’였던만큼3부‘교섭하다’에는사신들의활약과고충에관한이야기가다양하게나온다.1863년사행에참여했던역관이상적은추사김정희의제자로스승의〈세한도〉를가져가중국문인들의제발문을받아온인물이다.그는그런인연을활용해태조이성계관련기록이잘못된것을바로잡는‘종계변무宗系辨誣’문제를해결하는데큰역할을했지만신분이낮아무시되었다.(126쪽)그런가하면1696년(숙종22)숙종이폐위된희빈장씨에게서태어난이윤李?(훗날경종)을세자로삼으며청나라의책봉을받으려보낸사신들은법에어긋난다는강희제의반대에부딪치자재차사신을보냈다.이들은제독등에뇌물을쓰려했지만통하지않자숙소앞에돗자리를깔고앉아곡을하며처지를알리기시작한것이다.(162쪽)만주족을오랑캐라경멸하고,체면을중시하는조선사대부로서는상상할수없는일이었지만귀국후자신들의겪을곤욕도걱정됐지만‘책봉’은그만큼국운이걸린외교이슈였다.

문닫는북경공관,흔들리는조선이한눈에
밀려드는외세에조청관계가흔들리면서연행에도격랑이일었다.1882년조청상민수륙무역장정을맺고서로상무위원을파견하기로했지만청의‘속국’이었던조선의상무위원은대등한대접을받을수없었다.결국다른열강들과는달리연경이아닌천진에공관을두어전통적관계를유지하는편법을쓸수밖에없었다.(210쪽)그런가하면서태후의육순생신을축하하기위한사신단은청일전쟁에휩쓸려근1년만에귀국할수있었고,(225쪽)1905년외교권을일제에빼앗긴을사늑약이체결된후대한제국의해외공관이모두철수하면서북경공관이일본정부로넘어간과정(240쪽)등교과서에나오지않는이야기가곳곳에실려전근대와근대의조선스러져가는모습을엿볼수있다.

지은이는“연행록은북학파만의이야기가아니다”라고지적한다.이책을보면그의주장에공감이간다.수많은연행록에서골라낸이야기들은흥미롭기도하지만교과서에만나지못하는이야기릍통해적지않은생각거리를준다.그러기에이책은지은이의희망대로여타연행록을읽도록하는마중물구실을톡톡히할수있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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