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의 길에서 길을 묻다

퇴계의 길에서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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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문학과 인문학, 역사와 에세이의 행복한 만남
퇴계의 마지막 귀향길을 짚어간 14일간의 기록
퇴계 이황은 ‘동방의 주자’라고 불리던 조선시대 대 유학자다. 성호 이익은 퇴계를 공자, 맹자에 견주어 ‘이자李子’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퇴계는 일반인들에게 고루하고 현학적인 인물로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책은 도산서원의 참공부모임 회원들이 2019년 봄, 퇴계의 마지막 귀향길을 그 옛날 일정대로 도보로 답사한 기록이다. 서울에서 안동까지 243킬로미터(나머지 30여 킬로미터는 배를 이용했다)를 열흘 남짓 걸었는데 이를 13인의 학자가 구간별로 나눠썼다. 일종의 여행기라 하겠는데 이것이 기가 막히다. 주변의 풍광, 역사는 물론이고 퇴계의 가르침과 인간적 면모를 단아한 문장에 담아내어 탁월한 ‘인문학 여행서’가 탄생했다.
저자

이광호

국제퇴계학회명예회장,전연세대학교교수

목차

들어가는글
물러남의길,퇴계의발자취를따라_김병일

퇴계를배우는길
즐거운마을도산으로돌아가다_이광호

참좋은사람을따라걷다
광화문에서동호몽뢰정을거쳐봉은사까지_이기봉

나의진휴眞休를막지마시오
봉은사에서미음나루까지_권진호

퇴계의학맥을이은성호와다산
미음나루에서한여울까지_이한방

사상을초월한퇴계의폭넓은우정
한여울에서배개나루까지_정순우

풀려나간마음을찾아서
배개나루에서흔바위나루까지_박경환

이곳에와보지않은사람은한국사람이아니다
흔바위나루에서가흥창까지_김언종

높은산우러르며큰길을간다
가흥창에서충청감영까지_이갑규

한벽루에올라청풍호를바라보니
충청감영에서청풍관아까지_안병걸

퇴계는뭍길로우리는물길로
청풍관아에서단양향교까지_권갑현

두려운벼슬길정녕넘기어려웠네
단양향교에서죽령을넘어풍기관아까지_강구율

퇴계의공감능력과여성존중
풍기관아에서영주두월리까지_황상희

드디어도산이다
두월리에서삽골재까지_이치억

도산에서마주한장엄한낙조
삽골재에서도산서원까지_이치억

출판사 서평

700리길에서만난아름다운역사와문화
흐드러지게핀봄날꽃들과그곁에반짝이며이어지는남한강,혹자들은오랜만에밟았을흙길의아름다움까지생생하게그려진다.그렇게5개의광역시,열곳이훨씬넘는지방자치단체를지나치는동안마주한각지역의역사유적과문화덕에열흘이넘는여정이야기가지루할틈없이이어진다.길을걸었을뿐인데자연스레따라온신체의활력과마음의힐링,인문역사공부가필진들의산경험에서전해진다.제주올레길,지리산둘레길등에이어새로운걷기문화의장이책을넘길때마다가까이다가온다.

누구나갈수있는퇴계의길
임금의만류에도끝내고향으로물러난퇴계가그토록추구하던가치는무엇이었을까.퇴계생애마지막이된이귀향길에오롯이녹아든그의소망과가르침이큰울림으로다가온다.그가걸었던때로부터450년이지나그의미를되살리고자떠난이재현행사(2019)는생각지못한큰관심을받았다.참가자들은매년개최를원했고,지켜봤던이들도함께걷길원했다.언론에서는‘한국의산티아고순례길’로소개하기도했다.도움을주었던각기관과지역에서도격려가이어졌다.모든마음이더해져2020년제2회재현행사를준비했지만코로나19로연기되었다.이윽고올봄조용한분위기속에작은걸음으로4월15일부터28일까지다시떠나려한다.앞으로도해마다한차례씩재현행사를하려고한다.그러나이행사가아니더라도이책을길잡이삼아누구나삶을돌아보고싶을때언제든찾아갈수있도록여정을자세히담아냈다.

퇴계의사상을풀어주는‘인문나침반’
퇴계의유학세계를보통사람이이해하기는힘들다.이책의으뜸미덕은퇴계의생애를짚으며퇴계사상의실마리를제공한다는점이다.“퇴계가추구했던것은높은벼슬과그에따른명예나이록이아니었고,내면으로침잠해하늘이부여한본성을찾고회복하는군자의길이었다.그것을퇴계는위기지학爲己之學이라했고”(127쪽)“경敬은귀부인이주인이나임금을만나러가기전에몸단장하는모습을그린글자로,그의미는‘공경’이본질이다.……본뜻보다는하늘공경의의미로널리쓰이다가주나라중엽부터다시인간공경의의미로도널리쓰이게되었다”(139쪽)같은대목이그렇다.

손에잡히는거유巨儒의인간적풍모
이제이기론이니사단칠정론이니하는어려운유학은잊어도좋다.퇴계의인간적풍모를접하면자연그리될것이다.퇴계는홍인우처럼사상적결을달리하는인물과도사귐을마다하지않을정도로열려있었고(104쪽),두번째맞은권씨부인이자신이만들었다며흉하게생긴버선을내밀어도태연히신고입궐할도량이있었다(25쪽).퇴계의이런면모는우리가상상하던전형적인유학자의틀을훌쩍넘어선다.

오늘의현실에되새겨볼만한조언
1569년퇴계가선조에게하직인사를하는자리에서충언을한다.자신이신하들보다똑똑하다는오만과구중궁궐에서태평성대라고착각하여안일에빠지는것을경계하라고(27쪽).문자에매몰되지않은정치가의경륜이드러나는대목이다.그런가하면책에는“왕이지혜롭지못한것은이상할것이없다.……내가물러난뒤에임금의마음을차갑게하는자들이계속이르니왕에게선한양심의싹이있다한들내가어찌자라도록할수있겠는가”하는맹자의말도인용되어있다(175쪽).이책이단순히문학또는에세이집으로분류하기아까운이유다.

길에서길어낸흥미로운역사이야기
퇴계에관한이야기이니자연스레옛이야기도풍성하게실렸다.여주흔바위나루의유래를설명(128쪽)이지나는곳에얽힌고사라면,천원권지폐에담긴겸재정선의〈계상정거도〉가퇴계가고향계상에서《주자서절요》를집필하는모습을상상해그린것이란숨은일화도전한다(104쪽).그런가하면조선왕실의골칫거리였던‘종계변무’문제가고려말명나라로망명한윤이와이초의농간탓이었다는뜻밖의사실(161쪽)도접할수있다.

삶의교훈이살아숨쉬다
유학은도학이라고도한다.당연히퇴계는올곧은삶을살았다.1548년넷째형온계가충청도관찰사로부임하자단양군수로있던퇴계는같은관할구역에있지않으려풍기군수로옮겼다.이른바상피제를적용한것이다(165쪽).부부관계가원만하지못했던제자에게는“부부사이에금슬이고르지못함을탄식하는데……성질이악해서변화시키기어려운부인이스스로소박당할만한죄를저지른경우를제외한나머지경우는모두남편에게책임이있다”며남편이스스로반성하여후하게대하고선하게처신하여부부의도리를잃지않는다면인륜이무너지지않을것이라충고한다(256쪽).이처럼귀담아들을만한대목이곳곳에있다.

책에는“필하무완인筆下無完人”이란구절이나온다(149쪽).‘붓끝에완전한사람은없다’는뜻인데이책에서만나는퇴계에게는해당되지않는말이지싶다.고매하면서도유현한퇴계의삶이“뛰면서보는풍경은스쳐지나가는풍경이다.자전거를타거나자동차를운전하며보는풍경은휙돌아서는풍경이다.걸으며보는풍경은서서히다가와서멈추는,그래서마음으로감상할수있는그런풍경이다”같은구절과어우러져있다.그래서모처럼만난,읽는재미에뜻깊은의미를담은책이다.아무쪼록이책이퇴계의정신과그가추구한길[道]을,다시오늘날에되살리는데기여하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