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1년, 안음현 살인사건 - 조선사의 현장으로 1

1751년, 안음현 살인사건 - 조선사의 현장으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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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70년 전 살인사건으로 본 조선의 사법 시스템
“네 죄를 네가 알렷다” 원님 재판은 잊어라
중앙이 아닌 지방, 고관대작이 아닌 민초의 이야기
조선을 ‘기록의 나라’라고도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실록에서 개인 문집, 족보, 금석문까지 조선의 실체를 보여주는 기록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러한 ‘기록’은 일부만 향유되고 있다. 서울 경복궁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왕과 고관대작이 무슨 일을 행했는지가 조선사의 핵심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사의 현장으로’는 그러한 편향에서 벗어나고자 기획된 시리즈다. 중앙이 아닌 지방의 생생한 이야기, 고관대작이 아닌 민초의 살아 숨쉬는 이야기를 펼쳐보이고자 한다. 그동안 외면받아온 ‘지방’과 ‘민초’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좀더 풍성한 조선사와 마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자

이상호

저자:이상호
계명대학교철학과를졸업하고,〈정제두의양명학의양명우파적특징〉으로철학박사학위를받았다.한국국학진흥원책임연구위원으로근무하면서민간소장기록유산을디지털아카이브로구축하고관련콘텐츠를제작하는업무를주로했다.조선시대민간에서기록된일기들을창작자들이활용할수있도록서비스하는〈스토리테마파크〉를기획했고,현재도구축업무를담당하고있다.연구자로서전통문화에대한연구성과들을일반인들과공유하고새로운활용가능성을모색하는역할을중요하게인식하고있다.《사단칠정자세히읽기》,《이야기로보는한국의세계기록유산》(공저),《역사책에없는조선사》(공저)등의저작들은이러한고민의결과물들이다.조선시대일상인들의삶과그들이살아갔던다양한삶의현장을현대인이공유할수있도록하기위한작업들을기획하고있으며,이책역시그기획의첫번째성과물이다.기록유산을기반으로다양한연구자들과협업하여‘사람이살았던조선’을좀더구체적으로복원하려는계획들을가지고있다.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01_안음현,기질이억세고싸움하기좋아하는땅
02_사건전상황의재구성
03_검시원칙과과정
04_검시결과
05_현장조사에서자백까지,신문의원칙
06_첫번째피의자신문
07_두번째피의자신문
08_복검과동추
09_경상감영의판단과사건의결말

에필로그
주석

출판사 서평

사소하지않은역사로조선사의재미와정보를더하다

역사는영웅호걸이나뛰어난사상가,예술가들중심으로만흘러간게아니다.전쟁등굵직한사건,혁명적조치,빼어난걸작으로만이뤄진것도아니다.이들을중심으로역사가여울져흘러오긴했지만민초들,일상을살펴야역사의전모를온전히보는데도움이된다.망원경으로하늘의별을보는것만큼이나현미경으로시야밖을탐색하는것도필요하다.바로미시사가필요해지는대목이다.
거시적인역사적구조보다는인간개인이나소집단의삶을깊이파고드는미시사는,역사라는큰그림의여백을메우는,‘사소하지않은역사’이다.우리는이미《마르탱게르의귀향》,《치즈와구더기》등흥미로운미시사서적을접한바있다.270년전경북의한구석에서벌어진살인사건을파고든이책도그에못지않은재미와정보를제공한다.

우리가몰랐던조선왕조500년의‘버팀목’

책은경남안음현(현경남함양군안의면)에서1751년두기찰군관이살해된사건의수사,재판,처형과정을담았다.피해자가역사적인물도아니고,사건의파장이크지않았으니책의소재자체야심상하다.한데지은이는이사건을통해조선의형사시스템을손에잡힐듯이그려낸다.현장검증을할때의생,율관과함께검시를할오작인을반드시대동해야했고(69쪽),용의자를신문할때쓰는장杖의규격,때리는횟수와부위도정해져있었다(122쪽).또한사인을교차확인하기위한복검覆劍,공정성을확보하기위한공동신문인동추同推를포함한3심제도가확립되어있었고(166쪽),여기에더해국왕만이사형을명할수있도록했다(97쪽).이를보면드라마나영화에서종종보는‘네죄를알렷다’식의우격다짐재판은오해라는것이드러난다.한마디로조선의사법제도는현대의기준으로보아도공정성확보에큰무리가없을정도였다.그러니이책은여느역사교과서에선보기힘든,조선왕조가500년을지탱할수있었던‘비결’의한자락이완비된시스템이었음을보여준다.

살인사건탐사보도를보는듯한생동감

책은사건당시경상감사를지낸조재호의업무일지《영영일기》에포함된《영영장계등록》의글한편을중심으로이야기를풀어간다.한데추리소설이나살인사건탐사보도를보는듯생동감이넘친다.사건현장에관한풍경묘사도그렇지만검시보고서와신문기록을소개하는대목은생생하다못해긴박감을준다.이를테면“김태건이나구운학은귀뒷전으로바람을가르는신장의소리를듣는순간,종아리가터져나가면서뼛속까지치밀어오르는고통에몸서리를쳐야만했다.신장으로때리는횟수가늘면늘수록종아리부위는피가낭자했을것이고,그순간나졸들은잿가루를뿌려대면서피의흔적을감추려했을것이다”(114쪽)는대목이그렇다.당초범행의목격자인기찰군관김태건과구운학이각각의신문과정에서서로를진범으로지목하면서‘죄수의딜레마’에빠지는모습(123쪽)도읽는이의눈길을끈다.

든든한저자의꼼꼼한연구,탄탄한저술

안동의국학진흥원에근무하는지은이는무명인이나지방사람들의일기와기록을가장많이읽은연구자라할수있다.그의내공은유생들의일기에서조선의일상을길어낸전작《역사책에없는조선사》에서유감없이발휘된바있지만이책에선언뜻단순해보이는시골의살인사건을통해조선의사법제도를조망해냈다.경상감사의일지를뼈대로하면서실록,당대의법의학서인《무원록》,경상감영에서펴낸행정실무서인《영총》등다양한사료와선행연구를활용해조선의형사시스템을입체적으로보여준다.예컨대,사건의빌미가된뇌물1냥5전이요즘시세로백만원정도된다든가,지방수령의평가기준으로토호와아전들의간사한일처리를그치게하는‘간활식奸猾息’이있었다든가,검시도구인법물에은비녀,술지게미,식초,소금등이있었다는등흥미로운이야기를만날수있다.그러기에권말에수록된‘주석’한줄도놓치기아까운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