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사 깊이 읽기 : 종교학이 아닌 역사학으로

힌두교사 깊이 읽기 : 종교학이 아닌 역사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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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요가, 명상, 기세棄世, 비폭력…
왜곡된 채 소비되던 힌두교의 제자리를 찾다
1990년대 한국에서는 ‘인도 열풍’이 불었다. 한 시인에 의해 점화된 이 열풍에서 인도는 ‘낯선 사람도 반갑게 대해주는 좋은’ 나라, 인도인들은 ‘뭐든지 느리게 돌아가는 사회임에도 거기에 적응해 잘 사는 사람들’, ‘가난하지만 영적으로 충만하고 행복한 사람들’, 힌두교는 ‘세상을 버리고 떠나는 종교’였다. 인도와 인도인과 힌두교는 상상의 색으로 덧칠되었고 사람들은 그렇게 채색된 이미지에 경도되었다.
한국에서 힌두교에 대한 이 같은 이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구 특히 미국에서 이루어진 오리엔탈리즘에 탈속 문화를 과도하게 강조한 일부 문필가들의 기행 수상문이 더해져 힌두교는 ‘요가, 명상, 사색, 비폭력, 속세를 떠나 초월한 태도 등을 특징으로 하는 인도의 종교’로만 이해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인도사에 대한 왜곡을 불러와 여러 문제를 낳는 단초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국내 유일의 힌두교사 전공자인 이광수 교수(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과)는 “힌두교가 형성되고 변화해 온 모습과 성격을 인도사의 흐름에 따라 역사학적으로 분석”(11쪽)하여 상상의 색으로 그려진 힌두교에 힌두교 본연의 색을 입히고자 한다. 30여 년의 연구를 통해 “힌두교의 처음부터 현재까지의 변화와 성격을 통사적으로 개괄”(11쪽)한다.
저자

이광수

저자:이광수
부산외국어대학교인도학과교수.델리대학교(인도)대학원역사학과석사및박사.주요저서로는《역사는핵무기보다무섭다》(이후,2010),《인도에서온허왕후,그만들어진신화》(푸른역사,2017),《인도100문100답》(엘피,2018),《인도수구세력난동사》(공저,나름북스,2016)등이있고,역서로는《인도고대사》(김영사,1994),《고대인도의정치이론》(아카넷,2000),《성스러운암소신화:인도민족주의의역사만들기》(푸른역사,2004),《민족주의사상과식민지세계》(그린비,2013),《마누법전》(공역,한길사,1999)등이있다.부산지역해고노동자생계비지원을위한만원의연대운영위원장을비롯한몇몇단체에서사회운동을하면서정치평론가및사진비평가로도활동중이다.

목차

책머리에
인도지도
인도종교사연표

1부총론

1.힌두교란무엇인가
1―1.’힌두교’명명의문제
1―2.힌두교범주의문제
2.종교학과종교사
2―1.종교학방법론
2―2.역사학으로서의종교사의필요성
3.힌두교에대한편견과왜곡
3―1.힌두교에대한유럽낭만주의의편견
3―2.유럽공리주의자의힌두교왜곡

2부힌두교형성사

1.힌두교의두가지원천
1―1.역사적배경(기원전2500~기원전500)
1―2.하랍빠시대의종교
1―3.베다시대의종교
1―4.하랍빠시대와베다시대종교의사회사적의미
2.베다후後시기의힌두교의체계화와불교의발생
2―1.역사적배경(기원전500~기원전400)
2―2.힌두교의기본체계형성
2―3.불교의발생
2―4.베다후시기힌두교와불교의사회사적의미
3.서사시시기의종교의대중화
3―1.역사적배경(기원전400~500)
3―2.서사시시기의힌두교구조
3―3.비슈누교의발전
3―4.쉬바교의발전
3―5.대승불교의성립
3―6.서사시시기대중화종교의사회사적의미
4.초기중세의종교
4―1.역사적배경(500~1200)
4―2.뿌라나와힌두교
4―3.딴뜨라와밀교
4―4.초기중세시대대중화종교의사회사적의미
5.후기중세의힌두교
5―1.역사적배경(1200~1700)
5―2.박띠운동
5―3.이슬람과의만남과시크교의성립
5―4.후기중세시대박띠운동의사회사적의미
6.근대힌두교
6―1.역사적배경(18세기~현재)
6―2.근대종교·사회개혁운동
6―3.신新힌두교
6―4.힌두민족주의와종교공동체폭력정치
6―5.근대시기힌두교변화의사회사적의미

3부힌두교의성격과의의

1.여러전통의통합
1―1.힌두교의세가지전통
1―2.흡수통합의성격
2.구동장치로서바르나(카스트)
2―1.다양성을통일성으로작동하는세계
2―2.의례중심의성격
2―3.실천의종교
3.관용과박해그리고개종
3―1.관용의범주
3―2.개종과카스트체계
3―3.불관용적인성격
4.범신론의여러층위
4―1.단일신론적성격
4―2.일원론위의범신론과다신교
5.윤회의시간과역사로서의신화
5―1.베다부회의의미
5―2.신화로서의역사
5―3.고대인도인의역사인식

저자후기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연구되지않은힌두교를연구하다
《힌두교사깊이읽기,종교학이아닌역사학으로》는힌두교라는종교가무엇인지를총체적으로알려주는탁월한개설서다.세계의유력종교가운데힌두교만큼알려지지않거나잘못알려진종교가또있을까할정도로힌두교에대한관심은거의존재하지않는다.이책은힌두교에대한저자의30여년연구의집대성이다.
1부〈총론〉에서는힌두교라는명칭과범주를고찰하여‘힌두교란무엇인가’라는물음에답한다.힌두교에대한유럽낭만주의와공리주의자들의왜곡이어떻게진행되었는지를살펴잘못알려진힌두교의제자리찾기를시도한다.
2부〈힌두교형성사〉에서는힌두교형성과정의역사를통사적으로아우른다.먼저힌두교의원천을고찰하고하랍빠시대(기원전2750년경~기원전1750년경)와베다시대(기원전1500년경~기원전500년경)의종교연구를통해힌두교형성의기원을찾는다.뒤이어베다후後시기(기원전500년경~기원전400년경)힌두교가체계화되고불교가발생하는과정을훑는다.비슈누교와쉬바교가형성되고대승불교가성립되는등종교가대중화되는서사시시기(기원전400년경~500년경)힌두교의변화모습을그린후인민들이브라만과봉건영주에철저하게예속된초기중세(500년경~1200년경)에비슈누교와쉬바교가발전하고밀교가융성하는과정을역사적으로분석한다.후기중세(1200년경~1700년경)에는영원한희열의추구,즉이세상으로부터벗어남을기본목표로삼는박띠운동의사회적의미가무엇이었는지,이슬람과의만남이어떻게이루어졌는지,시크교는어떻게만들어졌는지등을살핀다.마지막으로여러종교사회개혁운동을전개하고민족주의와결합하면서다양한모습을띤근대(18세기~현재)힌두교의변화양상을탐구한다.
3부〈힌두교의성격과의의〉에서는힌두교가세가지전통을흡수통합하는과정을살피고,힌두교의구동장치로서바르나(카스트)를분석한다.뒤이어힌두교의특징중하나로꼽히는관용,그리고관용과떼려야뗄수없는박해,개종이힌두교에서어떤모습으로전개되었는지를구명한다.나아가힌두교의단일신론적성격과범신론,다신교적측면을아울러파고든다.마지막으로윤회를통해힌두교의시간관과역사인식을고찰한다.

힌두교,불교에대한깊이있는이해의첫걸음
이책은불교에대한이해를더욱높일수있는연구서이기도하다.한국문화의보고인불교는인도의역사에서태어났고변화해왔다.주목할것은불교가항상힌두교와의상호관계속에서변화를겪었다는점이다.힌두교와불교의관계에대한이해없이불교에대한완전한이해는불가능하다.그럼에도한국불교를이야기할때힌두교는거의고려의대상이되지않았다.
등장당시불교는급진적이고탈사회적인종교였다.저자는후기베다시대에인도에서새로운종교움직임이일었으며,불교가그중하나였다고말한다.당시인도에서제사장이었던브라만은제사를통해부를축적했다.하지만농경에절대적으로필요한소는제사를위해지속적으로도살되었다.유목을대신해새롭게등장한농업경제에서소는가장중요한요건이었다.급진적인종교운동을전개하던세력은브라만중심의기존제사이데올로기에반대하며소의축적을주장했다.“바로이것이곧붓다가주장한불살생不殺生(아힌사ahinsa)이다.붓다는소가있어야생산이더활발하게일어나고그래야더많은인민들이브라만에게착취당하지않고인간다운삶을영위할수있다고강조했다.”(110쪽)
붓다는세상을고통으로인식했다.이같은고통의윤회에서해방되는것이바로니르와나nirvana(열반)에이르는해탈이다.“‘니르와나’는붓다가독자적으로고안하거나발명한개념이아니라당시사회를부인하고수행에전념하는슈라만전통에널리존재해온개념이었다.”(111쪽)이는부족공동체에서나고자란붓다가새롭게전개되는화폐경제기반의첨예한계급사회와절대권력과개인주의에서받은충격에서비롯되었다.기원전6세기화폐경제를토대로등장한도시문명은이전의원시생활로되돌아가기를갈망하게했다.“기존사회의부인이금욕과무소유정신,즉탈세속의움직임으로구체화된것이다.”(111쪽)붓다의가장핵심적인세계관중하나인‘세상은고통으로가득차있는가치없는곳’,‘고통스러운세상에서해방된삶’은이런맥락에서나온것이다.
붓다는탈사회의입장에서궁극의깨달음을추구했으나당시의사회문제에도깊은관심을가졌다.그는카스트로구분된계급사회에반대했고계급문화의악을개선하고자했다.그렇다고카스트의철폐까지나아가지는않았다.사회의현실을묵인한채자신의이상사회를사회밖에서승가로실현하고자했을뿐이다.그럼에도그의사회관은당시는물론그이후로도인도사회에매우큰반향을불러일으켰다(118쪽).

종교,역사로읽다
서구의동양학자들은식민지배의효율성을극대화하기위해인도의역사를자신들의세계관에따라재구성했다.그들에의해인도는종교의나라로채색되었다.그들은고대힌두교의몇몇경전을사료삼아자신들이원하는힌두교의상像을역사적실체로만들었다.이에따라힌두교는명상,요가,사색,비폭력이라는불변의구성요소를가진종교로변질되었다.
저자는종교를역사의관점에서바라본다.종교를사회변화에따라변화하는역사의산물이라고본다.종교가교리나가르침혹은불변의진리라는시각은실재하지않는허상이라고강조한다.이같은관점에서저자는이른바힌두교의‘본질’을역사속에서고찰한다.예컨대저자는힌두교에서명상에대한중시가후기베다시기에형식위주의제사가극도로심화됨에따라그에대한반작용으로나타났다는점(69쪽),요가가단순한“건강과체형관리용운동”(298쪽)이아니라“구원을얻기위한세가지길”(139쪽)로서‘행위’(까르마)와‘지혜’(쟈나)와‘신헌信獻’(박띠)으로형성되었다는점을짚는다.힌두교를종교학이아닌역사학으로읽으려는시도다.
힌두교의다원적?이질적?중층적세계관
종교학자오토RudolphOtto가제기한후엘리아데MirceaEliade에의해깊이있게정리된종교이론에서는종교를“성聖과속俗으로나뉜이분법세계에대한담론”(402쪽)으로본다.“성스러운것은경외하고숭배하며의지하고,속된것은기피하고터부시하고배제하면서그둘로이루어진세계를여러가지의례로의미부여하면서만들어진것”(402~3쪽)이종교라는관점이다.기독교세계관에의거한이같은성격규정은“세계를항상성과속의대립적인개념으로나누고”(403쪽),성스러운것이세속적인것을배제하거나회피하거나극복하여구원받거나그렇게하지못해심판받는등의행위들이모여종교를이룬다고말한다.
반면힌두교의세계는다원적이고이질적이며중층적이다.힌두교역시세계를성과속으로나누지만,기독교의성과속보다훨씬복합적이고중층적으로교차하면서관계를맺는다.성聖의영역에속하지만매우부정적인의미의성도있다.성과속이나뉘는상황에따라위치나의미가달라지기도한다.이것의성이저것의속이되기도하고,저것의성이이것의속이되기도한다.성과속그리고깨끗한것과더러운것이섞여나타나는것이다.
이같은힌두교는“개인보다는공동체,자유보다는질서,구원보다는공동체안에서행해야하는사회적실천혹은의무에더큰의미를둔다.”(403쪽)“믿음이있지만믿지않음도있고,구원이있지만깨달음이나해탈도있고,그저그렇게도덕에따라살아가는보통의삶도있다.옳고그름의관점이있지만,그걸부인한다고해서단죄대상이되는것은아니다.”(13쪽)서구식이분법의세계관에익숙한근대인의사고에파문을던지는세계관이다.이런점에서저자는힌두교가“‘성과속의세계위에서이루어지는인간의사회적관계가종교’라는사회학자뒤르켐의의미규정에잘들어맞는종교”(403쪽)라고말한다.

힌두교를통한인도사이해,과도한유럽?중국중심의세계사에서탈피
‘역사란무엇인가?’이른바역사학의첫번째질문이다.답은모두다를수있겠지만구체적으로들어가면은연중시선을유럽과중국에돌린다.우리에게세계사의중심은항상유럽과중국이었다.문명과야만이라는도식아래과거문명국에속한유럽과중국을중심으로세계의역사를살핀다.
저자는힌두교사를통해이같은통상적인관점에근본적인문제를제기한다.힌두세계의신화와역사에대한관점이서구세계역사학개념과무엇이다른지고찰함으로써왜우리가서구세계의역사관에의한‘역사’만‘역사’로생각해야하는지묻는다.이를통해역사학계에인도사를연구하고교육하는것이왜필요한지를제시한다.

성리학유교라는선이굵은종교에많은영향을받고기독교와서구의근대과학주의세계관에압도당하고민족주의이분법적사고에경도되어있는지금이나라대한민국의시민들로하여금전혀다른아주‘이상한’종교의역사를통해역사란무엇이고종교란무엇인지를돌아보게하고싶었다.우리가아는역사,세계관,종교,설사그것이다수의것일지라도,그것이힘센자의것일지라도,그것이지금합리적이고옳은것으로받아들여질지라도,그것과다른전혀이질적인세계관의역사를공부하는것은나자신을성찰하고한국사회를돌아보는좋은기회가될것이라믿는다(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