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 개화는 가라: 한국 근대 유학 탐사

껍데기 개화는 가라: 한국 근대 유학 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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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물 안 개구리? 고루한 유학은 잊어라!
근대 유학자 18인, 시대를 고민하다
이 책은 조선 유학의 재인식을 목표로 하는 한국 근대 유학 안내서이다. ‘서양 근대와 전통 유학’이라는 낡은 프레임을 넘어서고자 ‘근대 유학’의 문제적 현장들을 찾았다. 유교 지식인 열여덟 사람의 인상적인 글을 선별하여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다시 역사학자의 관점에서 그에 대한 감상문을 썼다. 문선文選과 평설을 겸한 이 책의 부제가 ‘한국 근대 유학 탐史’인 까닭이다.
저자

노관범

서울대학교규장각한국학연구원HK부교수.서울대학교국사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국사학과에서‘대한제국기박은식과장지연의자강사상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대한제국기실학개념의역사적이해’로모하실학논문상을수상했다.전통과근대의통합적사유를위해분발하고있다.연구분야는한국의사상사,지성사,개념사,지식사,학술사이다.
지은책으로는《백암박은식평전》(2021),《기억의역전》(2016),《고전통변》(2014)등이있다.함께지은책으로는《근대전환기문화들의전환과메타모포시스》(2021),《동아시아에서세계를보면》(2017),《한국의근현대,개념으로읽다》(2016),《민음한국사:19세기,인민의탄생》(2015),《두시점의개념사》(2013),《500년공동체를움직인개념의힘》(2013)등이있다.함께번역한책으로는《신역정조실록》(2019),《음빙실자유서》(2017)등이있다.
최근의관심사는한국에서사상사의탄생,한국인이생각한역사란무엇인가,한국학계의실학만들기등이다.

목차

지은이의말

1부세상
1장개화세상의허실
1.껍데기개화는가라(정일우,《율헌집》〈개화〉)
2.나는수구,세상에저항한다(유영선,《현곡집》〈야사문답〉)
2장사회변화의열망
3.동학농민운동을향해묻는다(이관후,《우재문집》〈갑오문답〉)
4.농부는선비의미래이다(공학원,《도봉유집》〈사민론〉)
3장문물제도의신설
5.대한제국의비원(안종덕,《석하집》〈창덕궁비원중수미액영련탑본발〉)
6.개성박물관을소개한다(손봉상,《소산집》〈박물관기〉)

2부역사
4장조선말기의기억
1.조선의말년사를성찰한다(양재경,《희암유고》〈국조기사〉)
2.광복의역사를만든하늘의뜻(김종가,《입헌집》〈서동감강목후〉)
5장중국혁명의여파
3.왕정인가,공화정인가(임한주,《성헌집》〈속산중문답〉)
4.신해혁명,다이쇼정변,고종의밀지(임병찬,《둔헌유고》〈관견〉)
6장한국독립운동의현장
5.서간도와홍콩,광복군임경업(박은식,〈한교제임장군기〉)
6.고종독살설과유림의독립운동(송주헌,《삼호재집》〈무기사변시효섭〉,〈조선유림독립운동사략〉)

3부학문
7장한문서학서의인식
1.세계사를성찰한다(권상규,《인암집》〈서태서신사후〉)
2.신학을넓혀구학을돕는다(이병헌,《이병헌전집》〈제미국진사이가백씨신구학설후〉)
8장해외학문의자각
3.바다에서비추어유학이밝아진다(송기식,《해창문집》〈해창설〉)
4.일본유학이란무엇인가(장화식,《복암집》〈퇴도시변의〉)
9장유학전통과현대
5.유학의도는정덕인가대덕인가(김윤식,《운양집》〈돈화론〉)
6.가짜신학문을비판한다(이건방,《난곡존고》〈원론하〉)

참고문헌
도판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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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꼼꼼히짚어본조선근대유학의육성
현재한국사회에친숙한조선유학의이미지는근대의문턱을넘지못한전근대의정지된시간이다.뿐인가.시대흐름을읽지못한채조선망국의한원인으로지목되기도한다.그이유는알기어렵지않다.개화냐수구냐,신학문이냐구학문이냐,서양근대냐전통유학이냐하는이분법적인식틀이오랜기간한국사회에서맹위를떨쳤던탓이다.
실상은다르다.조선의유학자들은누구보다치열한문제의식을가지고시대를고민하고,충심어린제언을했다.진정한문명개화란무엇인지,서구열강은어떻게부강하게되었는지,공화정의의미등다양한주제를논했다.그리하여독자들이조선유학의실상을만날수있도록돕는다.1906년7월6일자《황성신문》의논설〈껍데기개화의커다란폐해〉와신동엽시인의유명한시〈껍데기는가라〉에서빌려온책제목은지은이의의도를함축하고있다.

진정한개화,부국의길을궁리하다
책에실린글은크게세상,역사,학문3부로갈래지어있다.제1부세상은개화의대도大道를모르면서엉터리개화를만들고있는세태의비판과제언을담은글6편을실었다.근대한국에서지식인의자기반성은언제부터시작하는가,근대한국에서노블리스오블리주의관념은언제부터시작하는가,이른바‘수구守舊’란어떤의미이고진정한개화는무엇인가등에대한질문을생각하게만드는글들이다.그러기에“갑오개혁이후한국사회는개화!개화!하며제도를개혁하고학교를설립하며개화에노력했지만어째서나라가쇠망에빠졌는가?대충보고들은설익은지식으로개화를치장하고개화를행세한구이口耳의개화,그껍데기개화때문이었다”(23쪽)이란자탄이그런예이다.그런가하면유교국가조선의멸망을두고“양반은넘쳐나도선비는드물었다.……그것은직분을다하지않은사의책임을묻는사건이었다.……이제사농공상은가고상공농사가왔다”(55쪽)는자성을엿볼수있다.

역사를돌아보며구국의길을모색하다
제2부역사는근대유학자들의역사인식을보여주는글6편을묶었다.1911년호남유학자양재경이쓴《조선말년사》의한대목은“화란은하루아침에일어나는일이아니니서리를밟게되어단단한얼음이생기듯반드시그시초가있는법”이라면“우리나라임금과신하가만약임오년에잘못을뉘우쳤으면갑신년(1884)난리는일어나지않았을것이고갑신년에잘못을뉘우쳤으면갑오년(1894)과을미년(1895)의변란,을사년(1905)과병오년(1906)의화란은일어나지않았을것이며경술년(1910)의망국도없었을것이다”(81쪽)이라짚는다.뿐만아니라지은이의평설을통해일본의다이쇼정변직후인1913년고종의밀지에따라의병을모의했다든가,일본이영친왕부부를강화회의가열리는프랑스파리에신혼여행을보내한일왕가의친분을과시하려다고종의급사로무산되었던사실등역사적사실이소개된다.

유학전통과서학의조화를추구하다
제3부학문은시대의변화를따라잡으려는유학자들의안간힘을담은글6편이실렸다.19세기서양사를다룬《태서신사》를읽고“이용후생은서양을배우고교화는동화東華를주로한뒤에야부강을꾀할수있고영속을말할수있겠다”한권상규의‘독후감’이나안동유학자송기식이루소의민약설,다윈의진화설,프랭클린의전기설은물론마르크스의과학설을언급했던사실은좀처럼접하기어려운글들이다.근대한국유학자의세계사비평,근대한국에서세계학문의총론을쓰고자했던지적기획,근대한국유학자의세계학문총론쓰기구상등학문에관한유학자들의진지한모색을만날수있다.“적합한지적합하지않은지를묻지도않고동양을배척하고서구를숭상한다면근본을등지고성인을속이는일이니다시조국에무슨관계가있겠는가”(214쪽)라는이건방의질문은지금도여전한울림을지녔다.

지은이노관범교수(서울대규장각)는전작《고전통변》에서18~20세기한국한문소품을대상으로고전읽기와역사평설작업을수행한바있다.이책은전작의방법을계승하면서도한국근대유학에집중했다는특징이있다.지은이는이책이조선유학이근대의문턱에서좌절된과거가아니라근대의문제와씨름하는현재로서새롭게인식되는작은밀알이되기를희망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