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 군주의 자격을 묻다 - 군주 평전 시리즈 3

성종, 군주의 자격을 묻다 - 군주 평전 시리즈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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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군주 평전 시리즈 3권. 조선왕조의 9번째 임금인 성종의 일생을 정치에 초점을 맞춰 살핀 책이다. 성종 대는 너무나 태평한 시대여서 종종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평가된다. 그렇지 않다. 우선 성종 자신이 후계 순위 3순위에서 “운좋게” 왕위에 오른 불안한 처지였다. 게다가 그가 풀어야 했던 정치적 과제도 만만치 않았다.
세조 대의 정변과 권력 찬탈, 사육신 사건과 단종의 폐위와 사사, 서정西征과 북정北征, 그리고 내란(이시애의 난)이라는 격변과 혼란으로 무너져 내린 선비와 백성들의 풍속을 바로잡아야 할 책무가 그 앞에 놓여 있었다. 그럼에도 사후에 묘호로 인종仁宗이 거론될 정도로, 그는 ‘교화의 시대’를 이끌었다. 군주의 리더십을 천착한 지은이는 이 책에서 성종의 성공 비결을 적실하게 보여준다.
저자

방상근

저자:방상근
고려대학교일어일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교정치외교학과에서석사?박사학위를받았다.고려대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연구교수,여주대세종리더십연구소선임연구원을거쳐현재고려대법학연구원정당법연구센터선임연구원으로재직하고있다.주요관심분야는정치와법치의관계,정치사상과정치가,정치가로서군주의리더십관련문제들이다.저서로는《성종의국가경영》(2022년세종도서학술부문선정)이있다.공저로《민의와의론》(2012),《제도적통섭과민본의현대화》(2017),《역사화해의이정표1》(2020),《역사화해의이정표2》(2021),《청소년을위한정치학대안교과서》(2021)등이있으며,다수의논문이있다.

목차

프롤로그
성종연보

1.낡은정치를혁파하다
1장치열하게공부하다
‘혼맥’에힘입은불안한출발|조선임금중최다경연참가자
2장적폐청산의시금석,‘현석규탄핵사건’
권력의하수인이된언론|임사홍의농간,권력다툼의신호탄?
3장왕비를폐하다
피해의식에젖은투기|국왕을해치려하다|후일의발호를경계하다|만세를염려하여결단하다
4장풍속을교화하다
어우동사건의파장|교화의그늘
5장우방과협력하다
중화공동체전략의지속|우여곡절건주위정벌|일본에통신사를파견하다
6장유신을단행하다
참된인재를구하려고심하다|좌초된‘승출의법’의의의
7장법전을완성하다
『경국대전』의시행과교정|유교적법치
8장권신을제어하다
실세한명회극복하기|‘가지치기’로힘을빼다

2.포용하고통합하다
9장왕의남자,김종직
훈구대신들과도원만한관계|신진사림의구심점이되다|각자도생하는제자들
10장문화정치를추구하다
활기띤활자주조와문집간행|서적의보급과사가독서
11장조선의무위를보이다
성종22년의북정|조선의군사적자주권
12장대신과대간을중재하다
개전인가,경계인가|마음의선악을문제삼는정치|대신과대간의불화
13장언론을활성화하다
태평과폭정의갈림길|비판적지지의확보
14장간쟁하는신하채수와‘열린’성종
사가독서에서파직까지|복직,광망,칩거
15장실패한후계자교육
세자의학습부진|끝내풀지못한숙제

에필로그
마치며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호학과언론우용優容으로개혁기틀마련

성종은제왕학을익히지도못한채왕위에올랐다.하지만『경국대전』반포로국정운영의틀을제도화하고,수많은전적을간행했으며,‘효치’와‘교화’를통치이념으로조선전기의성세를이룩하는치적을쌓았다.그바탕은호학好學과언론우용이었다.성종은“배우기를좋아한”세종보다더많은경연을개최했을정도로학문적소양을갖추려노력했다.조강·주강·석강·야대를정기적으로실시한것외에도수시로경연을실시했고독서당을신설하고사가독서제를시행하는등도학정치의실현에힘썼다.아울러언관성격의예문관관원후보들을관원들이협의하는‘언관자천제’를지시하는등언론을활성화하여개혁정치의우군으로삼았다.

‘개전론改悛論’을앞세워통합을지향

성종시대는통상훈구파와사림파의대립이시작되어훗날사화의씨앗이뿌려졌다고평가된다.실제‘현석규사건’의주모자인임사홍이심판을받았다고직첩을돌려주려하자대사헌이칙등이최초의‘촛불시위’를벌이여성종을압박하자성종은“죄받은지이미오래되었거니와,천도가10년이면변하는데,임사홍인들어찌스스로새로워지는마음이없겠는가?”라는개전론을펴며“오늘만약임사홍을기용하면내일나라가망하겠는가?”라고반문했다.또한어부좌윤에제수된윤은로가방납한일이있다며사헌부에비판하자“사람에게한가지실수한바가있다고해서종신토록쓰지않음이옳겠는가”라고부당하다이야기하기도했다.한마디로세조대공신들의적폐를알면서도언로의활성화로이들을견제하면서적절한균형을취해이들을포용해나갔다.

망원경으로살피고현미경으로짚고

이책의미덕은사실에충실하고꼼꼼하면서도흐름을놓치지않는다는점이다.성종자신의정치적배경이자훈신인한명회를두고‘압구정사건’을계기로점차세력을깎아나가‘적막한탄식’만하다세상을떠나게한‘가지치기’의술치術治의과정은‘현미경’으로들여다보는듯하다.그런가하면사림파의영수김종직을살핀부분은망원경으로살핀조망의예라할수있다.후대사화들이훈구파와사림파의권력투쟁이란일반적해석대신김종직이실은훈구대신들과원만한관계였다는사실등을들어그를“기성세대의구태를지양하며새로운분위기를예비하게하는조선전기의변곡점을상징하는인물”로파악한것은설득력있다.이와함께약전형식의‘왕의남자,김종직’(9장)이나‘간쟁하는신하채수와‘열린’성종’(14장)은책의깊이와더불어읽는재미를돋우는대목이다.

사학과정치사상의행복한만남

이책은조선전기태종·세종·세조·성종의치세를다룬‘군주평전시리즈’의세번째책이다.‘효치와교화’란통치이념을구현하는승출의법등구체적사실을살피면서도개혁과통합의딜레마에초점을맞추어서성종의리더십을평가한다는이책은사학과정치사상의행복한만남이라할수있다.성종의구체적시책도볼만하지만부패한정치를개혁하면서도기득권과신진세력간의사생결단을피하고정치적통합을유지해‘교화의정치’를이뤄냈다는점에서그의통치술은눈여겨볼만하다.

사학계·철학계·정치학계에서바라본성종시대(저자방상근정리)

성종시대,안정과갈등이공존하다

성종(1457~1494,재위1469~1494)의치세는한편으로는왕조초기의정변과같은권력투쟁의문제가마무리되고국정운영의틀이제도화되고안정화되어가던시기였다.그러나또다른한편으로는조선을건국했던혁명파사대부들이여러차례의정변을거치면서분화되고세조시대의공신들이훈구대신으로정치적입지를공고히하고있는가운데새로운인물들이정치무대에등장하던시기였다.그런점에서잠재적으로갈등요인을내재하고있었다.성종시대의정치와관련하여서는사학계통과철학계통의연구가존재한다.

사학계가바라본성종시대

사학계에서는이시기에역성혁명을통해권력을장악한급진파신진사대부들,이른바훈구파또는사공파로불린관학파사대부들이권력과부를축적함으로써권신이되어가는것에초점을맞춘다.그리고고려의중흥을내세웠지만여말의권력투쟁에서패배한온건파신진사대부들이조선의창업과정에서배제되었다가훗날사림파또는절의파로불리며성종시대에재등장하여훈구파와대립을형성하며새로운정치를모색해가는것으로설명한다.이러한사학계의연구는연산군과중종대의사화를통해부각된훈구파와사림파사이의갈등의기원을성종시대신세력의등장에따른구세력과의갈등의관점에서해석하는것이다.

최근에는이시기의정치사를훈구와사림의이분법적구도로설명하는통설의견해에대해서문제를제기하며,관직의고유임무가재직당시그관원의행동과논리를크게규정했다고보는견해가제기되었다.성종시대당시삼사三司로불리는사헌부·사간원·홍문관의구성원은언제나유동적이었고유망한관원들은거의대부분삼사를거쳐대신으로승진했으며관서의인사이동이빈번했음이지적되었다.또한사학계의연구는기본적으로정치사나제도사의측면에서이시기를다루었기때문에성종시대의정치를주도했던관학파들의이념과사상이무엇이었는지분명히드러나지않는측면이있다.

철학계가바라본성종시대

한편철학계에서성종시대를포함하는15세기유학사상에대한연구는조선사의그어느시기와비교해서도빈약하다고말할수있다.그이유는크게두가지이다.하나는이시기의유학사상자체가다른시대에견주어풍요롭지않다는점이다.이는고려말에수입된성리학이아직유교적관료지식인들에게완전히흡수되지않았으며,이시기사상계를장학했던관학파유학자들은학문보다시무時務에많은시간을할애할수밖에없었고성리학을본격적으로연구할필요를강렬하게느끼지않았기때문이라고설명된다.다른하나는16세기이후사상사적의미를가진집단으로등장하는사림파를위주로15세기의유학사상을해설하려는시각때문이다.그에따라이시대를대변하는관학파유학사상을훈구파의잡문雜文으로판단하여거의다루지않으며,그대신도통道統이라는잣대를통해이시기에어떻게사림파의절의정신이계승되어왔는가를파악하려고한다.그결과형이상학적이기론理氣論이해의미성숙성과심화의문제또는이질성이라는관점에서주로논의되어왔다.

이처럼15세기관학파사상에대한철학계의연구들은대체로이시기를하나의과도기로바라본다.이기론이나경학사상의관점에서는미성숙성으로파악하고,도통론이나도학道學의관점에서는부정적인시각으로조명한다.그결과정도전과권근의경학사상에대한연구를제외하고는,종종“학문이없었다”고표현되는15세기를주도한관학파의정치이념과사상에대한철학계통의연구는거의부재한상황이다.

정치학계가바라본성종시대

정치학계의연구도큰틀에서볼때사학계와철학계의연구경향과크게다르지않다.15세기를성리학이아직이해되지않은과도기적성격을지닌시대로간주하거나도통론에입각하여사상사를보는시각이강하게작용하여관학파의사상을소홀하게다루고있다.그결과15세기를여말선초의연장선으로보면서훈구파와사림파의대립을설명한후사림정치의문을연조광조로넘어가는것이일반적이다.다만최근에는정치가로서군주의리더십에주목하는연구가비교적활발하게진행되고있다.태종이나세종에관한연구가대표적이다.

『성종,군주의자격을묻다』가바라본성종시대

‘교화의정치’가새롭게등장하다

이책은성종시대와15세기를설명하는연구들이간과했던측면을부각시키고있다.즉왕조초기의권력투쟁과제도화의문제가일단락되면서,주자학정치론의핵심인‘교화의정치’가새롭게등장했다는관점에서성종시대를해석하고있다.이는정치투쟁의초점이창업이래지속되어온권력투쟁과제도화의문제를넘어서정치가의내면과심성으로이동함으로의미하는것이다.조선왕조는태종과세종을거치면서제도화의성과가나타났고성종즉위년에『경국대전』(기축대전)이완성되었다.그이후에세조시대에무너진기강을다시세우고풍속을교화해야한다는목소리가강력한힘을얻었고군자와소인을구별하자는논의가최우선적인정치과제로자리매김하게되었다.성종은풍속의교화를자신의사명으로자각하고그과업을끝까지관철하고자노력한군주였다.

본래주자학에서는백성을다스리는치인治人의두가지방법으로정政과교敎를강조한다.전자는법도와금령으로외물을제어하는것이고,후자는도덕과제례로마음(내면)을가지런히하는것을말한다.주자학은제도나법령을통해서질서를바로세우는것에그치지않고정치공동체에속한모든사람이내면의변화를통해성인聖人이되는것을지향한다.이를위해서위정자가먼저자신을수양하여모범을보일것을요구한다.이책에서저자는세종시대가국가운영의틀이제도화해가는수성守成의시기였다면,성종시대는제도화단계를넘어서교화의정치로이행했던시기라고주장한다.

그근거는세조시대에국정을전횡했던훈구대신들의부패와비리에대한반성으로성종시대에군자와소인에관한논쟁이본격적으로제기되었다는사실이다.성종의친정親政초기였던성종9년(1478)에있었던‘무술년의옥사獄事’를계기로사적으로붕당을결성하여정치를해치는소인을어떻게분별하여물리칠것인가에관한논의가활발하게전개되었고,인사시스템의개혁뿐만이아니라심술(마음가짐)의선악을근거로출척黜斥을행하는교화의정치가시작되고있음을주장한다.

성종의리더십,개혁과통합의딜레마를극복하다

그런데이처럼정치가의내면과심성의선악에초점을맞춘교화논쟁이활발하게이루어졌다는것은갈등의근원적해결을추구한다는점에서정치의발전이라고할수있다.그러나동시에위험성을내포하는것이었다.왜냐하면인간의내면은알기가어려운것인데,단지마음가짐이바르지못하다는이유로교화라는명분을내세우면서공직에서내친다면누구도그러한심판으로부터자유로울수없기때문이다.그런점에서교화의정치는끊임없는정치적분쟁과혼란을야기할수있는것이었다.따라서교화가추구하는‘내면성의정치’는피할수없지만,그로인한갈등을어떻게잘조정하여정치적파국을막을수있는가가정치리더십에서중요한과제가되었다.

이책은이러한개혁과통합의딜레마에초점을맞추어서성종의리더십을평가한다.성종은부패한정치를개혁하면서도대신을존중하고대간을우대하며인사권과형벌권을신중히사용함으로써정치적안정과통합을이루어낸반면에,연산군과중종은그런역량이부족했기에‘사화’라는비극과파국이초래되었음을지적하고있다.이러한경험과사례는주자학이현실정치와유리되어과거시험의수단으로전락했던명나라와구별되는조선만의독자성이라고할수있으며,이제까지사학계나철학계의연구가짚어내지못한이책만의장점이라고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