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롭고풍성한사료를읽는재미
무엇보다이책에서빛나는대목은바탕이된사료의다양함이다.16세기독일을휩쓴공포를,공포를달고산마르틴루터의『소교리문답』,서양의학의비조鼻祖로꼽히는파라켈수스의저술로풀어간다든지17세기무감동과분노를설명하기위해농촌수공업자와궁정인의연대기그리고『스웨덴백작부인G의삶』같은감성주의소설3편을텍스트로감정혁명을이야기하는대목이대표적이다.
나아가세계적기업지멘스의창업자베르너지멘스의회고록을통해중세기독교에서징벌이었던노동이19세기에‘기쁨’으로전환되는과정을보여주거나나치시대독일인들의‘차분한열광’을입증하기위해하인리히슈푀를의코믹소설『가스검침관』을분석하는데이르면지은이의학문적면밀함과깊이에감탄이나올정도다.그러기에1911년독일에서노동자의‘영혼’을돌보는사회복지사가배치되어긴급상황이벌어지면산업현장에출동했다든가,나치가1933년4월말부터6월중순까지70여개의도시에서문자그대로분서焚書행사를93번연출했다는등흥미로운사실을만날수있다.
역사를읽는신선하고도독특한시선
사료의나열만으로는사료집에그친다.온전한역사가되기위해서는‘해석’이필요한데이점에서이책은곳곳에서빛난다.공포는지배와동원을도와주지만동시에인간을수동적으로만들어생산성을낮춘다는데착안해‘독일기술노동교육연구소(딘타)’와그후신인‘노동전선’과대표적이데올로그인아른홀트의활동을통해나치가어떻게새로운노동담론을제시했는지분석하고는산업합리화에의해개별화된노동자들이어떤감정을가졌는지보여준다.그러면서1938년이면독일국민의3분의2가어디든나치기구의하나에는속했고,노동전선주도하에각종여가활동및문화행사참여에‘배려’를했음에도독일인들이히틀러에대한열광뒤에차분함을감추고있었다고해석한다.이는독일학계에서도언급된적이없는신선한시각이다.
제2차세계대전이끝난1950년대중반독일에서매년100여회의마녀재판이있었다는놀라운사실과함께“이는전쟁중전전긍긍했던삶의기억을누르고모르는척평범하게인사하지만인사를건넨그사람이‘악한힘’일수도있는”첨예한감정적긴장이폭발한것이라는해석도마찬가지.
역사학은성찰의학문이라고규정하는지은이는감정의역사가우리로하여금오늘의우리감정에거리를두고바라보게해준다고,자신의감정에시대의흐름과개인차원의저항이어떻게얽혀있는지성찰하게해준다고주장한다.이책을읽고나면충분히납득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