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문자위에서한국사를거닐다
한국역사연구회에서새롭게기획한‘금요일엔역사책’(한국역사연구회역사선)의첫번째책인『한문이말하지못한한국사』는이같은의문에대한답을찾기위해이두,향찰,구결,한문,한글,언문등과거우리가사용했던언어/문자를살피고이를통해한국사에대한상상력의경계를넓히고자한다.
언어와의례,이념을통해공간의역사성을살피는데관심을가지고있는저자장지연(대전대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역사문화학전공교수)은어떻게이두·향찰의시대에서한문의시대로이행했는지,어떻게한문의시대에서한글이등장하게되었는지,한글이등장한후어떤쓰임새를겪었는지등우리의언어/문자의역사를두루두루고찰한다.그러면서문자가어떤계기를통해만들어지고사라지는지,어떤문자를사용하는지에따라대상을보는시각이어떻게달라지는지,문자가어떻게정치적·사회적등급을매기고차이를구별해내는지,새로운문자의등장이사회를어떻게변화시키는지등언어/문자를둘러싼여러가지궁금증을다양한예를통해쉽게풀어준다.
풍부한사례흥미로운논지
저자가안내하는우리의과거언어/문자세계는낯설지만흥미진진하다.한문으로기록된유본예의산문『한경지략』과한글로기록된한산거사의운문〈한양가〉를통해19세기한양의모습이문자에따라어떻게다르게묘사되었는지,저자의욕망이문자에따라어떻게다르게투사되었는지를볼수있다.한문·한자가국가간등급을어떻게구분하고이것이봉건제적인책봉-조공질서와조응하는데비해,구어와한글의세계는그러한질서에무감하였는지를대조적으로드러냈다.
저자의한글에대한고찰은한글관련색안경을벗겨준다는점에서특히유의미하다.그동안한자는조선시대내내“진짜글진서眞書이자유일하게의미있는‘문자’로취급받았던”반면훈민정음은“언문,언서혹은여자나쓰는글이라고안글,암클이라불리며천대”받은‘문자’로여겨져왔다.그러나저자는훈민정음이“드러나지않을뿐모든문자교육의기초”였으며놀라운확산세를보였다고말한다.“조선시대에여성만이훈민정음을사용했고엘리트남성은이를천시하여사용하지않았다고도식적으로생각하기쉽지만”실상은“공식적인부문에한글을사용하느냐마느냐의차이만이있었을뿐”“남성이건여성이건문자교육을시작하면먼저한글을익혔으며엘리트남성들도이를바탕으로한문공부로나아갔”다고강조한다.신선함과놀라움의연속이다.
저자는“다양한언어/문자환경은우리에게어떠한새로운과거를보여줄까”라고질문을던지고이책이“이에대해다같이생각해보자는의미의시론”이라고말한다.짧은분량이지만넉넉한사례를통해언어/문자와관련한여러가지의문을던지고새로운한국사의세계를탐색한다는점에서시론으로손색없는책이다.많은독자들이이책을통해“역사적상상력의경계를조금이라도넓혔으면”한다는저자의“작은바람”에공감할수있을것이라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