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이 말하지 못한 한국사 - 금요일엔 역사책 1

한문이 말하지 못한 한국사 - 금요일엔 역사책 1

$13.90
Description
향찰, 한글, 한문 … 그 사이 어딘가의 한국사
한국사를 다르게 상상하다
언어가 사라진다면 언어가 담고 있는 ‘실재’는 어떻게 될까
2021년 호드리구 카마한리어 스위스 취리히대 생물학자 등은 미국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전통 약초와 관련된 의학 지식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약용으로 쓰이는 토착 식물 중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것은 5퍼센트가 안 된다. 그렇다면 호드리구 카마한리어 등은 무슨 근거로 위기를 말한 것일까? 식물 자체보다는 그 식물에 대한 지식을 가진 인간이 위기를 겪으면서 관련 지식이 사라질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경고였다. 약초에 대한 지식 대부분은 특정 언어로만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언어를 쓰는 부족들이 위기에 처하면서 해당 지식 역시 사라질 위험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한겨레》 2021년 6월 14일).
약초를 알아보고 의미를 부여한 언어가 사라져 버린다면, 그 약초가 실재하더라도 인간에게 그것은 실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언어가 사라진다면 그 언어가 담고 있던 ‘실재’도 사라지는 것 아닐까? 이처럼 언어는 엄중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익숙하기에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언어에 실재가 담겨 있고 과거는 언어로만 인식될 수 있다면, 다양한 언어/문자는 다양한 과거의 실재를 보여줄 수 있다.
저자

장지연

서울대학교국사학과에서공부하며〈여말선초천도논의와한양및개경의도성계획〉으로석사학위를,〈고려,조선국도풍수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서울대규장각한국학연구원연구원,서울시립대서울학연구소연구교수를거쳐현재는대전대학교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역사문화학전공교수로재직하고있다.조선의한양과고려의개경을중심으로궁궐을비롯한수도계획전반에대해연구해왔으며,언어와의례,이념을통해공간의역사성을살피는데관심을가지고있다.
지은책으로는《고려황도개경》(공저,2002),《고려ㆍ조선국도풍수론과정치이념》(2015),《경복궁시대를세우다》(2018)가있으며,유본예의저서를역해한《한경지략》(2020)이있다.이밖에어린이와청소년을대상으로한《마주보는한국사교실5》(2010),《질문하는한국사3조선》(2020),《세종로1번지경복궁역사여행》(2021)등의책도저술했다.

목차

들어가며
비린내,누린내,풋내,군내
인류가언제부터그렇게문자를사용해왔다고?

01_다른문자가보여주는다른세계
사라졌을지도모를고유지식
《한경지략》과〈한양가〉의서로다른한양
서울,그리고서울을부르는수많은한자어

02_이두향찰의시대에서한문의시대로
1,400년이나쓰인이두향찰구결
향가와한시,나란히걸리다
의천과김부식이못마땅해한차자시스템
고려,몽골에한문문화를전하다

03_한글의시작,예상외의성공
훈민정음은갑자기튀어나온것인가
급속도로늘어난‘배운사람들’
사투리까지담아낸훈민정음
폰트와필기구,활자와기술그너머의이야기

04_언문이열어준조선사회의틈새
정조의뒤쥭박쥭,양반남성도한글썼다
여성,불멸을꿈꾸며소리치다
언문,가족의일상과관계를바꾸다
변경에서성장하는새로운독서

나오며
참고자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언어/문자위에서한국사를거닐다

한국역사연구회에서새롭게기획한‘금요일엔역사책’(한국역사연구회역사선)의첫번째책인『한문이말하지못한한국사』는이같은의문에대한답을찾기위해이두,향찰,구결,한문,한글,언문등과거우리가사용했던언어/문자를살피고이를통해한국사에대한상상력의경계를넓히고자한다.

언어와의례,이념을통해공간의역사성을살피는데관심을가지고있는저자장지연(대전대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역사문화학전공교수)은어떻게이두·향찰의시대에서한문의시대로이행했는지,어떻게한문의시대에서한글이등장하게되었는지,한글이등장한후어떤쓰임새를겪었는지등우리의언어/문자의역사를두루두루고찰한다.그러면서문자가어떤계기를통해만들어지고사라지는지,어떤문자를사용하는지에따라대상을보는시각이어떻게달라지는지,문자가어떻게정치적·사회적등급을매기고차이를구별해내는지,새로운문자의등장이사회를어떻게변화시키는지등언어/문자를둘러싼여러가지궁금증을다양한예를통해쉽게풀어준다.

풍부한사례흥미로운논지

저자가안내하는우리의과거언어/문자세계는낯설지만흥미진진하다.한문으로기록된유본예의산문『한경지략』과한글로기록된한산거사의운문〈한양가〉를통해19세기한양의모습이문자에따라어떻게다르게묘사되었는지,저자의욕망이문자에따라어떻게다르게투사되었는지를볼수있다.한문·한자가국가간등급을어떻게구분하고이것이봉건제적인책봉-조공질서와조응하는데비해,구어와한글의세계는그러한질서에무감하였는지를대조적으로드러냈다.

저자의한글에대한고찰은한글관련색안경을벗겨준다는점에서특히유의미하다.그동안한자는조선시대내내“진짜글진서眞書이자유일하게의미있는‘문자’로취급받았던”반면훈민정음은“언문,언서혹은여자나쓰는글이라고안글,암클이라불리며천대”받은‘문자’로여겨져왔다.그러나저자는훈민정음이“드러나지않을뿐모든문자교육의기초”였으며놀라운확산세를보였다고말한다.“조선시대에여성만이훈민정음을사용했고엘리트남성은이를천시하여사용하지않았다고도식적으로생각하기쉽지만”실상은“공식적인부문에한글을사용하느냐마느냐의차이만이있었을뿐”“남성이건여성이건문자교육을시작하면먼저한글을익혔으며엘리트남성들도이를바탕으로한문공부로나아갔”다고강조한다.신선함과놀라움의연속이다.

저자는“다양한언어/문자환경은우리에게어떠한새로운과거를보여줄까”라고질문을던지고이책이“이에대해다같이생각해보자는의미의시론”이라고말한다.짧은분량이지만넉넉한사례를통해언어/문자와관련한여러가지의문을던지고새로운한국사의세계를탐색한다는점에서시론으로손색없는책이다.많은독자들이이책을통해“역사적상상력의경계를조금이라도넓혔으면”한다는저자의“작은바람”에공감할수있을것이라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