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놓친 역사, 공간으로 읽는다 - 금요일엔 역사책 3

시간이 놓친 역사, 공간으로 읽는다 - 금요일엔 역사책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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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공간, 역사를 담다
시간의 역사학에서 공간의 역사학으로
공간으로 역사 읽기
최근 공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인류의 역사가 시간과 공간을 두 축으로 삼아 전개되어왔음을 감안하면, 인류가 공간을 무대로 삶을 꾸리고 역사를 일구어왔음을 생각하면, 이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근대 역사학에서 공간은 상당히 오랫동안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심지어 ‘지리결정론’이라 하여 역사 연구에서 ‘지리’나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입장을 터부시하기도 했다. 근대사회로의 전환과 더불어 형성된 시간 우위의 역사관 때문이다.
인류의 어떠한 행위도 공간을 떠나 이루어질 수 없다. 인류는 공간을 무대로 삼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사를 전개했다. “환웅이 자주 천하에 뜻을 두었다”라고 시작하는 고조선의 단군신화, “고조선 유민들이 산골짜기에 흩어져 6촌을 이루었다”로 시작하는 신라의 건국설화를 보라. 둘 다 ‘천하’나 ‘산골짜기’라는 공간, 즉 고조선이나 신라 사람들이 삶을 일구며 나라를 세웠던 터전을 언급하고 있다. 가장 먼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부터 묘사한 것이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공간이 역사 연구의 가장 중요한 대상 가운데 하나임은 자명하다.
저자

여호규

서울대학교인문대학국사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원에서〈1~4세기고구려정치체제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한국외국어대학교사학과교수로재직하고있으며,한국고대사학회총무이사,고구려발해학회편집위원장,한국역사연구회회장등을역임했다.고구려사를중심으로한국고대의정치사와국제관계사를폭넓게연구하고있다.이와함께왕궁이나도성등공간에담긴역사상을규명하기위해실증연구와이론모색을다각도로진행하고있다.
저서로는《고구려성IㆍII》(1998ㆍ1999),《아그렇구나우리역사③:고구려》(2004),《고구려초기정치사연구》(2014),《삼국시대고고학개론1》(공저,2014),《한국고대사1》(공저,2016),《내일을여는한중관계사》(공저,2019),《중국소재고구려유적과유물I~X》(공저,2020~2022)등이있다.

목차

머리말

01공간,왜주목해야하나
인류와공간의관계/공간중심의세계관과역사관/《80일간의세계일주》에담긴메시지/시간우위역사관으로의전환/시간우위역사관의서구편향성/시간우위역사관에따른왜곡현상/시간과공간을아우른역사로

02공간이해의출발점
위치와장소/위치표시에담긴정치적편향성/고대사연구의토대,역사지리연구/인간과장소의상호작용,장소정체성/고구려인들이강변과숲속을중시한까닭/공간이해의확장,절대공간과상대공간/도성건설의기준점이된국왕의신체/공간연구의핵심개념,사회적생산공간

03고대인들이바둑판모양계획도시를건설했다고
고대도성이조선의한양보다더계획도시였다/평양에기자의정전井田이있었다고?/도성을계획도시로조영하기까지/바둑판모양시가지의건설방식/바둑판모양계획도시의기/바둑판모양계획도시에구현된고대신분제/도성(왕경)의상징이된바둑판모양시가지

04왕의거주공간이왕궁이되기까지
경복궁을아시나요?/정치적중추공간은왕궁이아니라남당/남당이정치적중추공간이된까닭/왕궁에국왕집무실이마련되다/의례공간에관청의기능까지더한남당/왕의거주공간,‘진짜왕궁’이되다

05지방각지에‘또다른서울’을건설한까닭
지방행정구역도사회적생산공간일까?/왕경을모방해건설한신라의소경/고구려의별도와백제의부도/공간의속성과영역지배의기본원리/고대지방제도에담긴공간지배의원리/영역통합의구심점,소경과별도

못다한이야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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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공간에담긴한국사

한국역사연구회에서새롭게기획한‘금요일엔역사책’(한국역사연구회역사선)의세번째책인『시간이놓친역사,공간으로읽는다』는저자가그동안습득한공간이론을한국고대사에접목한책이다.

왕궁이나도성등공간에담긴역사성을규명하기위해실증연구와이론모색을다각도로진행해온저자여호규(한국외국어대사학과교수)는근대역사학에서공간이제대로대접받지못한이유를밝히고,공간을체계적으로이해하기위한주요개념을고찰한다.그런다음‘사회적생산공간’개념을차용하여고대인들이도성을바둑판모양의계획도시로건설한까닭,삼국초기에경복궁과같은왕궁을짓지못한이유,지방각지에‘또다른서울’을건설한배경등을살펴본다.이를통해한국고대공간의역사를새롭게규명할연구방법론을탐색하고자한다.

도성,왕궁,별도의공간역사학

저자가펼쳐보이는한국고대의공간역사학은생경하지만흥미로운이야기로가득하다.저자는공간을왜주목해야하는지(1장),공간이해의출발점은무엇인지(2장)를살핀후공간이론을한국고대공간의역사에적용한다.먼저고대도성이조선의한양보다더계획도시였음을밝히며고구려,백제,신라삼국에서도성을격자형가로구획으로조영한까닭을들여다본다(3장).저자는격자형가로구획을‘공간을통한지배체제구축’으로본다.격자형가로구획의건설이“기존의장소정체성과지배질서를약화시키거나해체시키고,새로운장소감과지배질서를배태하는기반을제공”했으며,“왕궁을정점으로하는도성전체의위계적공간구조를창출하는데도중요한역할을담당했다”는것이다.

삼국초기에경복궁과같은왕궁을짓지못한이유를‘국왕중심의중앙집권체제미정비’에서찾는다(4장).삼국초기에는왕권이확립되지않아국가차원의의례공간이나집무실을국왕거주공간의바깥에마련했다는것이다.그러다가국왕중심의중앙집권체제가정비되면서왕궁내부에“경복궁의사정전과같은나라일을돌보는국왕의집무실”을마련하고,“경복궁의근정전과같은국가적인의례공간”도갖추었다는것이다.경복궁에비견할만한왕궁은고대정치체제의정비와함께오랜세월에걸쳐출현했다는것이다.

삼국이지방각지에‘또다른서울’을건설한배경또한‘고대국가운영시스템의특성’으로설명한다(5장).신라의소경,고구려의별도,백제의부도는모두도성과같은성격을지닌‘작은서울’이었다.지방제도정비초창기에삼국은집권력이강하지못했다.이에“각지의전략적요충지에지배거점을구축하는방식으로통치력을관철해나갔다.”“지방행정구역내의다양한상대공간을포섭하여공간통합”을진행한것이다.그런데신라도성인경주는삼국통일이후국토의한쪽에더욱치우쳐‘재화의공급집적지’역할을하기힘들었다.이에신라는“전국의교통요지에소경을여러개건설하여도성중심의물류망을구축하고영역전체의공간통합을이룩했다.”이러한소경은고려이후점차사라지는데,고려의개경이나조선의한양이한반도의중심부에위치해‘재화의공급집적지’역할을원활하게수행했기때문이다.

바둑판모양계획도시가고대신분제의구현과연관되고,왕궁의공간구조는정치체제의변화에따라여러차례달라졌으며,지방각지에건설한‘또다른서울’은고대국가의영역지배원리와연관된다는저자의고찰은낯익은대상을새로운관점으로바라볼수있도록돕는다.“공간이론을한국고대사에접목하는과정에서다소성급한결론을내린부분도없지않”다는저자의걱정에도불구하고이책이가치있는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