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3년 코리아 리포트, 서긍의 고려도경

1123년 코리아 리포트, 서긍의 고려도경

$24.90
Description
십자가十字街…몽수蒙首…녹전거祿轉車…추포麤布
미처 몰랐던 900년 전 개경의 고려 사람들
외국인 눈에 비친 고려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
《고려도경》은 꼭 900년 전인 1123년 송 휘종이 보낸 사절단의 일원으로 약 한 달간 고려에 머물렀던 서긍이 기록한 여행기이다. 단순히 여행기라 하기 힘든 것이, 학문과 그림에 뛰어났던 서긍이 꼼꼼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개경을 비롯한 당시 고려의 풍광과 고려인들의 풍속을 생생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조선 시대에 비해 문헌자료가 부족한 고려사를 연구하려면 《고려도경》을 빼놓을 수 없다. 그것이 첫 번째 이유라면 지은이는 12세기 고려가 처했던 상황과 오늘을 견주어 실리외교를 생각해보는 계기로 《고려도경》 읽기를 권한다. 한국사에서 외침을 가장 많이 받았던 고려가 싸울 때와 강화 맺을 때를 잘 구분했던 지혜를 짚어보는 계기로, 《고려도경》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

문경호

저자:문경호
경기도화성에서태어나공주대학교사범대학역사교육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의사학과와역사교육과에서학위를마쳤다.현대는공주대학교사범대학역사교육과부교수로재직중이다.
지은책으로는《바다에서발굴한고려사》(2023),《고려시대조운제도연구》(2014),《21세기에다시보는고려시대의역사》(2018,공저)등이있고,논문으로는〈1323년왜구침입기사를통해본신안선의항로와침몰일〉,〈1123년서긍의고려항로와경원정〉,〈여말선초조운제도의연속과변화〉,〈태안마도1호선을통해본고려시대의조운선〉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면서

1장서긍길을떠나다
봄날에떠난사행길|신선이점지해준아이|현명하고청렴한관직생활|황제도반한글씨와문장

2장12세기초동아시아의국제질서
연운16주를차지한거란제국|탕구트족의나라서하|새롭게부상한북방의강자여진|고집센천재개혁가왕안석|집권당에따라달라진송의대외정책|풍류천자의방만한재정운영

3장송의사신선신주와객주
신주라는말에담긴의미|신주와객주의규모와형태

4장신주의고려항로
신주가있는사명으로|바다로나간신주와객주|두려움의바다흑수양

5장고려의바다에들어선송의사신단
봉화가시작되는흑산도|서긍이만난첫고려인|김부식과만난서긍|다양하게생긴고려의선박들|군산도에서마도로|두번째상륙지안흥정|자연도라고불렸던영종도|고려최대의무역항벽란도

6장예성강에서개경으로
엄숙한고려의장대|송의사신행렬|산으로둘러싸인고려의도성|서긍의눈에비친개경의풍경|고구려와고려를구분하지못한서긍|생각보다엉성한고려의성곽

7장서긍이본고려의궁궐과도성
장식이빼어난신봉문|궁궐꾸미기를좋아하는고려인들|왕의생일잔치를열었던장경전|학술기구청연각과보문각|크고작은9개의전각들|도성안의여러관청들|쌀을오랫동안보관하는창고|빈약한시장과허울뿐인화폐

8장서긍이만난고려사람들
어진왕의기질을갖춘고려왕|고려최고의훈척이자겸|문장이뛰어난윤관의아들윤언식|소동파와비견할만한김부식|수염이아름다운김인규|중화의풍모를가진이지미|연회에서만난사람들|학구열이높은고려인들|송의태학에입학한고려인들

9장고려인들의복식과의장
관등에따라장식과색깔이다른관복|갑옷을입은말과여러종류의수레|행진할때세우는여러종류의기치旗幟|신분에따라조금씩다른고려인들의옷차림|고려식히잡,몽수를쓴고려의귀부인들|고려여인들사이에서유행한한쪽머리묶기|물건을이고지고아이까지업은고려여인들|예의바르고부지런한하급관리들|사신의시중을드는하인들|재주가좋은고려의수공업자들

10장고려의풍속
부처를숭상하는나라|불을밝히고술을마시는사람들|단술과떡이빠지지않는잔칫상|관리들의일처리|관리가관리를만났을때|관리가행차할때|말을타는고려의부인들|깨끗한고려인,잘씻지않는중국인|산지에만들어진고려의다락논|고기보다는생선을많이먹는고려인들|도살과고기요리에는서툰요리사|고려의나무꾼|나무에칼로새겨서셈하는서리들|공덕을쌓는고려인들|고려의특산물

11장사신관과주변의건물
사신들의숙소순천관|깔끔하면서도화려한방|순천관뒤편의사신숙소|여러사신의거처와아름다운정자들|사우와도교사원|개경에서가장화려한정국안화사|큰종이걸려있는광통보제사|왕실사찰흥국사와국청사

12장고려에서본그릇과도구
은으로만든그릇|백동과구리로만든그릇|물총새깃을닮은고려의비색청자|차마신후에는탕을마시는고려문화|투박하지만실용적인도기술독|등나무를엮어서만든광주리|죽솥과물항아리|칼과붓이들어있는만능필통

13장돌아오는길
신주에다시오른사절단|위험한항해,연속되는위기|자나깨나나라걱정

나가면서
《고려도경》은어떤책인가|기적처럼전해진《고려도경》|21세기에본12세기의동아시아상황|다시《고려도경》에주목하는이유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글읽는마부,재혼이자유로운과부

《고려도경》은900년전우리선조들이어떻게살았는지보여주는것만으로읽는맛이넘친다.당초사절단의목적은연려제요聯麗制遼(고려와연대해요나금을제압한다)의길을모색하는것이었지만이를위해고려내정을탐색한서긍의기록은우리가미처몰랐던고려의속살을보여주어서다.개경에‘십자가十字街’로불리는대로가있었다든가(137쪽)궁궐의승평문안쪽에왕과왕족이,신하들이격구를즐기던너른구장毬場이있었다는(151쪽)대목은당시고려의성세를짐작케하는풍광이다.그런가하면고려는선비를가장귀하게여겨사신들의말을끄는마부도글을읽고쓸줄알았으며(192쪽)이복형제나사촌간에도혼인을하고배우자와사별했을경우재혼이자유로웠고그자식들도본처자식과차별하지않았다는(238쪽)둥조선시대와도사뭇다른풍속은《고려도경》에서만만날수있는기록이다.

새롭게다듬고알차게보탠‘타임머신’

원래총40권으로구성된《고려도경》은고려의역사,도읍과궁궐의구조,군사들의종류와장비는물론서민과여인,기술자들의모습,풍속등을29개항목으로나눠촘촘히기술하면서그림을덧붙였다(그러기에‘도경圖經’이란이름이붙었지만애석하게도그림은전해지지않는다).그런데지은이는《고려도경》의역주,해제수준을넘어완전히새롭게썼다.역사로시작해서해로로끝나는원저의구성을,송나라출발장면으로시작해서서긍이휘종에게《고려도경》을바치는것으로마무리하는식으로뒤집었다.여기에서긍의면모,거란과여진의부상등당대동아시아의긴박한정세에대한설명을더해독자들이시간을거슬러고려인들의진면목을그려볼수있도록배려했다.또옛지도와사진,연구성과등을참조해서화가김영주선생의미려한그림을삽화형태로곳곳에넣어《고려도경》이라는‘타임머신’의효용을더했다.

역사소설같은유려함,인문서다운깊이

독자입장에서더욱반가운점은역사소설을방불케하는유려한서술이다.강화도와김포사이의급수문(손돌목)에이르러“급수문은산골짜기에묶여놀란파도가해안을치고구르는돌이벼랑을뚫는데천둥처럼요란하고,쇠뇌가날아가는소리나말이바람을헤치고달려가는소리라고해도그급한물살을설명하기에는부족하다”란서긍의감상을인용하는대목(118쪽)등은역사서가아닌문학작품의향기를전하는예다.여기에이백,두보,소동파등의당송대시인의작품이나《설문해자》등고전을적절히인용해읽는맛과인문학적지식을더하는가하면사절단의배를보여주기위해18세기일본의그림〈당선지도〉를보여주는관련자료를풍성하게보태는노력이더해져그저그런역주본이나역사교양서수준을뛰어넘는다.

사족:고려예종은‘벌곡조伐谷鳥(고려말로뻐꾹새)’라는노래를지었단다(163쪽).신하들에게자신의잘못을지적하는간언을당부했으나이를꺼리자신하들의비판을아름다운뻐꾹새노래처럼듣겠다는뜻이었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