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와 시여 : 조선 후기 문학이 꿈꾼 공생의 삶

이타와 시여 : 조선 후기 문학이 꿈꾼 공생의 삶

$17.11
Description
옛사람들의 ‘더불어 살기’ 지혜
“한 번 줬으면 그만이지!”
미처 몰랐던 조선 후기 문학의 재미
이 책을 쓴 강명관 부산대학교 명예교수는 탄탄한 사료조사와 정갈한 문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국내에서 손꼽힐 정도로 많은 저작을 내고 있음에도 만만찮은 독자층이 형성되어 있는 이유다. 그가 이번엔 문학, 그중에 조선의 후기의 문학작품을 선보인다. 자기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남을 이롭게 하는 ‘이타利他’,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베푸는 ‘시여施與’라는 조금은 낯선 개념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덕분에 전 재산을 성균관에 남긴 여류 부호 ‘두금’, 사람들의 감사 인사마저 꺼려 시장에도 가지 않은 천의賤醫 ‘응립’, 공금을 유용하고도 처벌을 면한 유협遊俠 장복선 등 잊혔던 인물들을 여럿 만날 수 있다. 이들이 어떻게 곤경에 처한 이들을 돕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떤 보상을 받았는지 하는 이야기는 어쩌면 권선징악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그 자체로 옛이야기 향취가 난다.

역사를 녹여내고 동북아를 뒤져내고
하지만 저자의 이력이 어디 가랴. 역사를 놓치지 않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끌어내는 솜씨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조선 왕조의 정통을 바로잡는 종계변무宗系辨誣와 임진왜란 때 명의 원병을 끌어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역관 홍순언의 선행을 꼼꼼히 살핀 대목이 대표적이다. 지은이는 《대명회전》 등 중국 사료까지 살펴 홍순언의 은혜를 입은 애첩 때문에 명의 예부시랑 석성이 두 사안을 도왔다는 이야기는 허구임을 밝혀낸다. 지은이에 따르면 종계변무를 도운 인물은 허국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문학서일 뿐 아니라 역사서라 하는 이유이다. 여기에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의 소수민족인 다우르족과 어룬춘족의 호랑이 설화를 조선의 〈은혜 갚은 호랑이〉와 연계시키는 등의 대목을 보면 지은이의 ‘내공’이나 책에 들인 품을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낡은 이야기에서 건져낸 오늘의 교훈
책은 단순한 문학 그리고 역사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흉작으로 인한 기근, 대책이 없었던 질병의 유행, 백성들을 쥐어짜는 학정에 시달리던 민중이 ‘더불어 살기’ 위한 해결책으로 이타-보상담이 만들어지고 유포되었음을 짚는다. 또한 자신에게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무릅쓰는 ‘자기손실’, 베풂에 대한 보답을 전혀 바라지 않는 ‘보상 기대 부재’, 자신이 베풀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자기망각’이 남을 돕는 행위의 필수 요소임을 지적한다. 과일과 말총의 매점매석으로 거금을 번 허생이 결국 토지를 잃은 농민들에게 땅을 돌려주고, 나가사키의 기민飢民을 위해 곡물을 실어 나르는 이야기 등을 통해 비윤리적인 부는 징치되어야 하고 그 부는 분배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들려준다.

책 말미에 던지는, “이기적 욕망에 기초한 화폐의 부단한 축적과 제한 없는 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조건 없는 증여를 기초로 공생을 지향하는 이타적 행위는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라는 질문은 지은이가 진정 독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로 들린다. 한마디로 흥미로우면서도 진지한 책이다.
저자

강명관

저자:강명관
부산대학교한문학과명예교수.조선중기서울의도시적분위기에서활동했던여항인의역사적실체와문학을검토해한문학의지평을넓혔으며,방대한한문학텍스트에근거한,풍속사,사회사,음악사,미술사를포괄하는다양한저서들로독자에게다가가고있다.근래에는조선시대지식의생산과유통이인간의사유와행위로연결되어어떤인간형을만들어내는가에관심을기울이고있다.
지은책으로《노비와쇠고기》,《가짜남편만들기》,《조선풍속사》(전3권),《열녀의탄생》,《책벌레들조선을만들다》,《조선의뒷골목풍경》,《허생의섬,연암의아나키즘》,《독서한담》,《조선에온서양물건들》,《조선시대책과지식의역사》,《그림으로읽는조선여성의역사》,《조선후기여항문학연구》,《공안파와조선후기한문학》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1장‘홍순언이야기’와이타적심성의작화력
〈허생전〉,이타적인간의형상
이타-보상담의생성과정:‘홍순언이야기’를중심으로
내용과자료|종계변무와석성|‘홍순언이야기’의형성
역관이주인공인이타-보상담
이타적심성의작화력

2장이타-보상담의출현
이타-보상담의양태
고휼,재화의순수증여
협행,폭력의이타행
이타적행위로서의의료
기타이타-보상담

3장이타적심성의작동원리
이타적행위의대상,타자
위기에처한타자|타자성의정도
이타적행위의과정과속성
공감|자기손실|보상기대부재|자기망각|보편성|지속성,반복성,넓은범위
보상의의무와방법
보상의의무와주체|이전물의가치량과보상과의관계|보상의방식

4장이타-보상과동물담
서사의바다
동물담과이타적심성
동물보은담의광범위한유포
생명의공유

5장이타적심성의현실적발현,시여
시여의역사와시여문화
이타적행위자로서의시여인

6장이타-보상담출현의역사적이유
흉작,기민,전염병
사족-관료체제의수탈
화폐의유통
비윤리적부의축적

7장공유와공생의사회
이타-보상담이지향한사회
부의공유를실현하는수단

끝맺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역사를녹여내고동북아를뒤져내고

하지만저자의이력이어디가랴.역사를놓치지않고다채로운이야기를끌어내는솜씨는여전히빛을발한다.조선왕조의정통을바로잡는종계변무宗系辨誣와임진왜란때명의원병을끌어오는데결정적으로기여했다는역관홍순언의선행을꼼꼼히살핀대목이대표적이다.지은이는《대명회전》등중국사료까지살펴홍순언의은혜를입은애첩때문에명의예부시랑석성이두사안을도왔다는이야기는허구임을밝혀낸다.지은이에따르면종계변무를도운인물은허국이라는것이다.이책이문학서일뿐아니라역사서라하는이유이다.여기에중국네이멍구內蒙古의소수민족인다우르족과어룬춘족의호랑이설화를조선의〈은혜갚은호랑이〉와연계시키는등의대목을보면지은이의‘내공’이나책에들인품을넉넉히짐작할수있다.

낡은이야기에서건져낸오늘의교훈

책은단순한문학그리고역사이야기에그치지않는다.흉작으로인한기근,대책이없었던질병의유행,백성들을쥐어짜는학정에시달리던민중이‘더불어살기’위한해결책으로이타-보상담이만들어지고유포되었음을짚는다.또한자신에게발생할수있는손해를무릅쓰는‘자기손실’,베풂에대한보답을전혀바라지않는‘보상기대부재’,자신이베풀었다는사실조차잊어버리는‘자기망각’이남을돕는행위의필수요소임을지적한다.과일과말총의매점매석으로거금을번허생이결국토지를잃은농민들에게땅을돌려주고,나가사키의기민飢民을위해곡물을실어나르는이야기등을통해비윤리적인부는징치되어야하고그부는분배되어야한다는교훈을들려준다.

책말미에던지는,“이기적욕망에기초한화폐의부단한축적과제한없는소비를목적으로하는자본주의사회에서,조건없는증여를기초로공생을지향하는이타적행위는과연어떤의미를갖는것인가”라는질문은지은이가진정독자에게하고싶은이야기로들린다.한마디로흥미로우면서도진지한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