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옛사람들의 ‘더불어 살기’ 지혜
“한 번 줬으면 그만이지!”
“한 번 줬으면 그만이지!”
미처 몰랐던 조선 후기 문학의 재미
이 책을 쓴 강명관 부산대학교 명예교수는 탄탄한 사료조사와 정갈한 문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국내에서 손꼽힐 정도로 많은 저작을 내고 있음에도 만만찮은 독자층이 형성되어 있는 이유다. 그가 이번엔 문학, 그중에 조선의 후기의 문학작품을 선보인다. 자기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남을 이롭게 하는 ‘이타利他’,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베푸는 ‘시여施與’라는 조금은 낯선 개념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덕분에 전 재산을 성균관에 남긴 여류 부호 ‘두금’, 사람들의 감사 인사마저 꺼려 시장에도 가지 않은 천의賤醫 ‘응립’, 공금을 유용하고도 처벌을 면한 유협遊俠 장복선 등 잊혔던 인물들을 여럿 만날 수 있다. 이들이 어떻게 곤경에 처한 이들을 돕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떤 보상을 받았는지 하는 이야기는 어쩌면 권선징악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그 자체로 옛이야기 향취가 난다.
역사를 녹여내고 동북아를 뒤져내고
하지만 저자의 이력이 어디 가랴. 역사를 놓치지 않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끌어내는 솜씨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조선 왕조의 정통을 바로잡는 종계변무宗系辨誣와 임진왜란 때 명의 원병을 끌어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역관 홍순언의 선행을 꼼꼼히 살핀 대목이 대표적이다. 지은이는 《대명회전》 등 중국 사료까지 살펴 홍순언의 은혜를 입은 애첩 때문에 명의 예부시랑 석성이 두 사안을 도왔다는 이야기는 허구임을 밝혀낸다. 지은이에 따르면 종계변무를 도운 인물은 허국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문학서일 뿐 아니라 역사서라 하는 이유이다. 여기에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의 소수민족인 다우르족과 어룬춘족의 호랑이 설화를 조선의 〈은혜 갚은 호랑이〉와 연계시키는 등의 대목을 보면 지은이의 ‘내공’이나 책에 들인 품을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낡은 이야기에서 건져낸 오늘의 교훈
책은 단순한 문학 그리고 역사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흉작으로 인한 기근, 대책이 없었던 질병의 유행, 백성들을 쥐어짜는 학정에 시달리던 민중이 ‘더불어 살기’ 위한 해결책으로 이타-보상담이 만들어지고 유포되었음을 짚는다. 또한 자신에게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무릅쓰는 ‘자기손실’, 베풂에 대한 보답을 전혀 바라지 않는 ‘보상 기대 부재’, 자신이 베풀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자기망각’이 남을 돕는 행위의 필수 요소임을 지적한다. 과일과 말총의 매점매석으로 거금을 번 허생이 결국 토지를 잃은 농민들에게 땅을 돌려주고, 나가사키의 기민飢民을 위해 곡물을 실어 나르는 이야기 등을 통해 비윤리적인 부는 징치되어야 하고 그 부는 분배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들려준다.
책 말미에 던지는, “이기적 욕망에 기초한 화폐의 부단한 축적과 제한 없는 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조건 없는 증여를 기초로 공생을 지향하는 이타적 행위는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라는 질문은 지은이가 진정 독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로 들린다. 한마디로 흥미로우면서도 진지한 책이다.
이 책을 쓴 강명관 부산대학교 명예교수는 탄탄한 사료조사와 정갈한 문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국내에서 손꼽힐 정도로 많은 저작을 내고 있음에도 만만찮은 독자층이 형성되어 있는 이유다. 그가 이번엔 문학, 그중에 조선의 후기의 문학작품을 선보인다. 자기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남을 이롭게 하는 ‘이타利他’,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베푸는 ‘시여施與’라는 조금은 낯선 개념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덕분에 전 재산을 성균관에 남긴 여류 부호 ‘두금’, 사람들의 감사 인사마저 꺼려 시장에도 가지 않은 천의賤醫 ‘응립’, 공금을 유용하고도 처벌을 면한 유협遊俠 장복선 등 잊혔던 인물들을 여럿 만날 수 있다. 이들이 어떻게 곤경에 처한 이들을 돕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떤 보상을 받았는지 하는 이야기는 어쩌면 권선징악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그 자체로 옛이야기 향취가 난다.
역사를 녹여내고 동북아를 뒤져내고
하지만 저자의 이력이 어디 가랴. 역사를 놓치지 않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끌어내는 솜씨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조선 왕조의 정통을 바로잡는 종계변무宗系辨誣와 임진왜란 때 명의 원병을 끌어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역관 홍순언의 선행을 꼼꼼히 살핀 대목이 대표적이다. 지은이는 《대명회전》 등 중국 사료까지 살펴 홍순언의 은혜를 입은 애첩 때문에 명의 예부시랑 석성이 두 사안을 도왔다는 이야기는 허구임을 밝혀낸다. 지은이에 따르면 종계변무를 도운 인물은 허국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문학서일 뿐 아니라 역사서라 하는 이유이다. 여기에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의 소수민족인 다우르족과 어룬춘족의 호랑이 설화를 조선의 〈은혜 갚은 호랑이〉와 연계시키는 등의 대목을 보면 지은이의 ‘내공’이나 책에 들인 품을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낡은 이야기에서 건져낸 오늘의 교훈
책은 단순한 문학 그리고 역사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흉작으로 인한 기근, 대책이 없었던 질병의 유행, 백성들을 쥐어짜는 학정에 시달리던 민중이 ‘더불어 살기’ 위한 해결책으로 이타-보상담이 만들어지고 유포되었음을 짚는다. 또한 자신에게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무릅쓰는 ‘자기손실’, 베풂에 대한 보답을 전혀 바라지 않는 ‘보상 기대 부재’, 자신이 베풀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자기망각’이 남을 돕는 행위의 필수 요소임을 지적한다. 과일과 말총의 매점매석으로 거금을 번 허생이 결국 토지를 잃은 농민들에게 땅을 돌려주고, 나가사키의 기민飢民을 위해 곡물을 실어 나르는 이야기 등을 통해 비윤리적인 부는 징치되어야 하고 그 부는 분배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들려준다.
책 말미에 던지는, “이기적 욕망에 기초한 화폐의 부단한 축적과 제한 없는 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조건 없는 증여를 기초로 공생을 지향하는 이타적 행위는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라는 질문은 지은이가 진정 독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로 들린다. 한마디로 흥미로우면서도 진지한 책이다.
이타와 시여 : 조선 후기 문학이 꿈꾼 공생의 삶
$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