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선비들, 정조를 울리다 : 1792년 만인소운동 - 조선사의 현장으로 2

영남 선비들, 정조를 울리다 : 1792년 만인소운동 - 조선사의 현장으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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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만 명 이상이 연명한 최초의 상소, ‘만인소’
조선 ‘공론 정치’의 생생한 복원
현미경으로 보는 조선사
조선은 우리가 무심코 상상하는 그저 그런 전제 왕권이 지배한 나라가 아니었다. “인심이 동의하는 바를 공론이라 하고, 공론이 있는 바를 국시國是라고 한다”라는 이이李珥의 말처럼 조선은 공론정치를 지향했고, 이로 인해 관료를 넘어 재야 유생들에게까지 상소를 올리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1565년 22차례에 걸쳐 연명 상소운동인 ‘백인소’를 시작으로 집단 상소가 이어졌다. 조선 시대 일상에서 현대적 의미를 길어내는 작업에 천착하고 있는 지은이는 류이좌(추정)의 《천휘록》을 바탕으로 1792년 조선 최초의 ‘만인소’를 꼼꼼하게 복원했다. 이 과정에서 권점圈點(벼슬아치 후보자 이름 밑에 지지를 표시하는 점 찍기), 근실謹悉(상소 남발을 막기 위한 성균관의 확인 절차) 등 여느 역사책에서 볼 수 없는 조선사의 내밀한 사실을 만날 수 있다.
저자

이상호

저자:이상호
계명대학교철학과를졸업하고,《정제두의양명학의양명우파적특징》으로철학박사학위를받았다.한국국학진흥원의책임연구위원으로근무하면서,민간소장기록유산을디지털아카이브로구축하고관련콘텐츠를제작하는업무를주로했다.조선시대민간에서기록된일기들을창작자들이활용할수있도록서비스하는〈스토리테마파크〉를기획했다.전통문화에대한인문학적고민을일반인들과공유하고새로운활용가능성을모색하는연구자역할을중요하게생각하며,그역할을감당하기위해노력하고있다.《사단칠정자세히읽기》,《이야기로보는한국의세계기록유산》(공저),《역사책에없는조선사》(공저),《1751년,안음현살인사건》등의저작들은이러한고민의결과물들이다.조선시대일상인들의삶과그들이살았던다양한삶의현장을현대인들이공유할수있도록하기위한작업을계속하고있다.특히평범한조선사람들의일상적삶을복원하고현대적으로새롭게해석하는작업에관심을가지고있으며,이번책역시이러한작업의결과물이다.기록의나라조선이남긴다양한기록유산을기반으로‘일상적개인이살았던조선’을좀더구체적으로복원해나갈계획이다.

목차

머리말_열려있는청원문화
프롤로그_어머니의눈물
편지_아니갈수없는길|어머니의눈물_위험한길

01도산별과_새로운희망
영남_반역의땅|정조의즉위_희망과절망사이|도산별과_새로운영남의희망

02반발_류성한의상소
발화_류성한의상소|비판_당파를넘어|확산_윤구종사건|의도_정조의생각

03분노_공론의수렴과소행
소식_영남의행보|의결_여론형성과도회|상소운동_공론이갖는권위|소행_상소운동의시작|지역_배소유생들의활약

04소청_본격화된상소운동
조직_소두와공사원|운영_상소준비와예산|소두의재선출_이념의강조

051차봉입_이산의눈물
근실_상소를막는빌미|실랑이_그리고묘수|봉입_왕의눈물|비답_아픔과공감

06회유_그리고2차상소
성균관_근실불허의책임|회유_내려진관직|고민과출사_늦어지는상소운동|재소준비_명분과소두의재선출|부조_도움도명분에맞게|2차봉입_형식적비답

07삼소_시도와좌절
왕의회유_이제는돌아갈때|왕이내린비용_받아도문제,받지않아도문제|설득_명분에따른거부|갈등_명분과현실|말미_사도세자의기일|중지_그리고낙향

에필로그_만인의청원,만인소운동
영남_만인소이후|배경_조선의권력과상소의권위|의미_만인소의가치와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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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시대를뛰어넘는정치셈법

지은이가주목한것은미시적사실만이아니다.정조와그측근인채제공이기득권층인노론견제를위해새로운지지세력이필요했다든가,영남사림에힘을부여하기위한도산별과가영남사림을정치적동반자로삼겠다는의미였다는등만인소운동의굵직한배경을짚어나간다.이과정에서아버지사도세자의죽음을자기입으로공론화하기에는문제가있지만공론의장으로올라오면이문제를다루겠다는정조의노회한속셈을드러낸다.그런가하면영남사림에정국주도권이넘어갈것을우려한노론의노심초사도당시권력다툼이현대정치판의정치공학을뺨칠정도였음을보여준다.예컨대노론인이조참판김희의주도로,상소운동을주도한소두疏頭이우나성언집에게관직을주어만인소운동의순수성을훼손하려한시도가그것이다.또한몇몇중신들은만인소운동의지도부에부조를보내는가하면근실권한을지닌성균관유생대표들이집권층의눈치를보느라거부했다가처벌받는대목또한마찬가지다.

무릎을치게하는의미부여

책은만인소운동의배경,영남유림의상경과정,소두의임명이나상소문마련,처리과정,비용등을세밀하고도생생하게보여준다.그러면서1만57명이연명했다는사실이단순한물리적숫자가아니라‘만백성의이름’에서보듯‘자발적참여’로이뤄진‘모든백성의뜻’을‘하늘의뜻’을받드는유교정치이념이라는의미를들려준다.또한만인소운동이1823년서얼9,996명이참여한서얼차별철폐상소나1881년1만3,000여명의유생들이청원하는‘척사만인소’등으로이어졌다고지적한다.한걸음더나아가만인소운동은유학적권위를빌려구체적인정책변화를촉구했던시민운동으로언로자체가의미없는시기가되었을때는강한무력운동의철학적기반으로작용했다며의병운동과독립운동의뿌리로지적하는대목은신선하기까지하다.

사극을웃도는읽는재미

그렇다고책이딱딱하거나고리타분하지는않다.지은이의유려한글솜씨에힘입어어지간한사극드라마를능가하는재미가도드라진다.그정점은우여곡절끝에창덕궁희정당앞에서정조에게1차상소를전하는장면이다.“이우의목소리가끝이나자,다시적막이찾아왔다.그믐이얼마남지않아달빛도없는칠흑같은어둠이희정당주위를눌렀지만,이마저도진신과장보들의긴장감을가리지는못했다.……촛불타는소리마저들릴정도의고요함이희정당을감싸고돌았다.……정조는상소를듣던그자세그대로미동도없었다.……류이좌는고개를들지못한채곁눈질로그답답한상황의이유를알아보려했다.……‘눈물’이었다.용안위로촛농을닮은눈물이하염없이흘러내리고있는게아닌가!”이처럼드라마틱한장면을쉽게만날수있을까.

책은《1751년,안음현살인사건》에이은‘조선사의현장으로’시리즈의두번째책이다.한데전작이그랬듯이단순한‘현장답사기’를넘어선진지한역사서이다.주석이본문의4분의1에이를정도인것이이를웅변한다.충실한역사적사실소개,이에관한설득력있는해석과더불어재미를놓치지않은수작秀作이기에지은이의다음작품이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