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읽는 법, 단

조선을 읽는 법, 단

$29.80
Description
국가 비전에서 통치 이념, 규범적 젠더상까지
6개 단壇으로 꿰뚫어 본 조선의 ‘질서’

단壇의 성립사로 본 ‘예치禮治’의 이상과 현실
우리는 흔히 조선을 예의의 나라로 규정한다. 수도의 안팎에 설치된 여러 제사처, 《국조오례의》와 같은 예서로 정연하고 치밀하게 구성된 의례는 조선이 사대事大를 성실히 실천하는 제후국이자 음사淫祠를 철저히 타파한 유교의 나라였다는 점을 증명하는 듯하다. 그리고 이러한 의례에 대한 몰두는 ‘이념의 과잉’이라는 조선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러한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며, 단壇의 성립사를 통해 조선의 예치가 지향한 이상과 그것을 낳고 제약한 현실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를 탐색한다.
저자

장지연

저자:장지연
대전대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역사문화학전공교수.서울대학교국사학과에서공부하며,조선의한성과고려의개경을중심으로수도계획의현실과이념에대해연구해왔다.사적이며종합적인시야가필요하다는생각으로시대사와분야사의경계를넘나들었다.언어와의례,이념과현장을키워드로삼아,보이는장소에서보이지않는것을읽어내려고노력중이다.지은책으로는《한문이말하지못한한국사》(2023,푸른역사),《한경지략―19세기서울의풍경과풍속》(역주,2020,아카넷),《경복궁,시대를세우다》(2018,너머북스),《고려·조선국도풍수론과정치이념》(2015,신구문화사)외다수가있다.

목차



책머리에
서설

1예의나라로가는길―그길목의세장면
첫번째장면:1369년(공민왕18)고려와명의첫통교
두번째장면:1385년(우왕11)어렵게성사된우왕의책봉
세번째장면:1412년(태종12)조선의번국의주요청

[I부하늘]

2풍운뢰우산천성황단―왕조교체기위기의전유
근본적인모순을지닌단
제각각제사드린고려의전통
홍무제의천하일통선언
산천제사에대한고려의거부와경계
기록되지않은조선건국후의산천제사
정도전의풍운뢰우단은무엇이었을까
제천인가산천인가―풍운뢰우와산천
중사단의기준이되다
‘시왕지제’의유용성
끝내제천의장소가되다

3우사단―태종이찾아낸제천의대체물
제천이라는딜레마
1414년(태종14)한여름에서리가내리던해
특이한단의제도,동교라는위치
우사단의그후,제천의그림자

[II부땅]

4적전선농단―땅에서농경으로,화풍에서전통으로
정월,하늘과땅의의례가여는새해
고려의친경―화풍華風인가유교례인가
고려말,화풍에서전통으로
조선,적전에서선농으로
우선순위에서밀리는단
단제가보여주는예치禮治의이상과현실

5사직단―만들어낸‘제후’의의례와일원화의이상
단壇,유?,주원周垣,외장外墻
사직단의기원,그형식의변천
조선,단의크기를반으로줄이다
태종,유와주원,외장을건설하다
세종대박연과정초가지적한모순
집현전조사의허점과개축방향
행례문제는어떻게해결되었는가
조선이만들어낸‘제후’의사직단
중앙과지방을연결하는새로운고리
지방은얼마나일원화되었는가

[III부젠더]

6악해독단―공간과젠더의이항대조
별기은別祈恩이라는산천제사
산천봉작의폐지,새로운제사체계
제사대상의확대,혁파되지않은신상神像
전통의수호를자임한왕실여성
옛수도개성의관성

7친잠과선잠단―국가가제시하는규범적젠더상
남자는농사짓고여자는길쌈하고
조선의성종,친경과친잠을시행하다
언덕위에자리잡고작게건설된단

결어


참고문헌
수록그림및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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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하늘,땅,젠더라는독특한범주로살펴본여섯단
단은하늘,땅,산천,농경의신처럼신격에대해제사를지내는장소다.사직단,선농단같은장소들이대표적으로,조선에서는이들단을대?중?소사의세등급으로나누어제사를드렸다.지은이는이중풍운뢰우산천성황단,우사단,적전선농단,사직단,악해독단,선잠단등여섯개의단을선택하여,하늘,땅,젠더라는세범주로나누어설명한다.하늘의범주로설명한풍운뢰우산천성황단과우사단,땅의범주로설명한선농단,사직단은하늘에대한제사처인원구단을포기하며일어난연쇄적반응과문제들을보여준다.가장독특한범주인젠더에서는선잠단과악해독단을중심으로,조선에서여성이어떻게새로운성별분업의질서안에편입되고,때로는협력하였는지를섬세하게분석한다.

조선이치열하게고안한‘질서’의흔적
조선은왜하늘에올리는제사를포기하면서까지제후국의체제에맞는예제를만들고자했을까?제후국의예제는존재하는것이었는가?조선은명나라의예제나어느한나라의예제를그대로수용하지않았다.고제古制의실현이라는실현불가능한목표를제시하며사실상기존에는존재한적도없고고민된바도없는,새로운제후국의의례를창조했다.
이글에서는조선의유교화가단순히‘사상’의수입이아니라,국제질서의대격변이라는외교적현실과정당한권력의모범제시,그리고사회규범의수립이라는절박한과제를풀기위한하나의전략이었다고설명한다.1장의외교사로시작하여,거듭되는기후재난에당혹해하는군주,무속적인음사에대한당대의인기,성별분업상의구축등을다룬이책은‘유교국가’로나아간조선이치열하게고안한질서의흔적을단이라는공간에서읽어낸다.

세종대예제논쟁을둘러싼통념에대한도전
세종대사직단의제도에대한논쟁을분석하며,지은이는조선초고제및성리학에대한이해가점진적?단계적으로발전,심화됐다고보는통념에도전한다.길례는이미태종대완성이됐으며,세종대박연이나집현전등이제기한논점들은이미그이전세대가숙지하고있었던것이었다.‘시왕지제’,‘고제’등에대한당대관료들의언급을맥락속에서섬세히읽어내며,이것이당대인들이무작정추종했던대상도아니었다고본다.이러한분석을통해지은이는조선초의고제나성리학에대한이해는발전이나심화의구도보다는적용대상의확대로보아야한다고주장한다.

예치의실상,현장의역설
이글에서보여주는단의실제모습은일견당혹스럽기만하다.의례에몰두한조선이라는이미지와는달리,그어느단도《국조오례의》의규정대로설립되지못했다.심지어지방의사직단은규정자체가마련되지않은채제각각의크기와형태를지녔으며,지방관리는물론중앙의최고위관료출신도정확히어떻게지어야하는지숙지하지못했다.또한조정에서반복적으로밝힌음사타파의의지에도불구하고,성행하게된각종무속적인사당들은과연조선의유교화가이루어졌는지에대한의문을품게한다.
지은이는그러면서도이러한측면만을가지고조선의의례가무의미했다든가허상이었다고주장하지않는다.의례의개조를중시한조선은권력의물리적힘보다논리성과정당성을중시하며,규범을합의하고이를준수해야한다는압력이강한정치문화를만들었다고본다.

여러분야를넘나드는통섭적글쓰기
왕조교체기정치외교사로시작하여CAD도면을활용하고,마지막에는젠더로마무리하며여성사까지.지은이는의례라는창을통해특정분야에국한하지않고유연하게시대를읽어낸다.또한단,유,주원,환장등의주요건축구성에대한정확한정의와《문헌통고》,《예기》등의출전에대한꼼꼼한고찰을통해기존연구에서빚어진오해들을교정하고,그것이당대에어떠한의미와위상을지녔는지를짚어낸다.
조선이라는이름아래단순화된이미지가아니라,복잡하고입체적인사회를그려내는이책은과거를읽는새로운방식을제안하며,우리가지금-여기의삶을성찰할수있는힘을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