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조선 젠더사

지금부터 조선 젠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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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순종적이고 보수적인 ‘유교 걸’은 잊어라”
유교 질서에 맞선 조선 여성들의 분투기
교과서에선 빠진 조선 여성 중심의 역사
지금까지 이런 조선(시대) 역사서는 없었다. 조선 여성사라기보다는 조선 젠더사라고 불릴 만한 책이어서다. 이 책은 ‘교과서는 교과서일 뿐이다’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그러면서 ‘과연 조선 여성들은 유교 젠더 규범에 순응하면서 살았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분야로 따지면 법과 제도사부터 생활사까지 다채롭다. 이 책을 통해 조선 유교 젠더의 형성 과정과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유교로 중무장한 조선 남성이 어떠한 방식으로 정치ㆍ사회경제적ㆍ성적 권리와 권력을 쟁취하고 계속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했는지, 그와 동시에 여성들이 이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확인한다.
저자

하여주

부산시시사편찬연구위원.누구나가그렇듯우연과필연이낳은기회로여성과젠더연구를시작했다.박사학위논문은〈조선후기유교젠더규범과양반여성의대응〉이다.조선역사속에서정치를통해성차가구성되는과정을밝히는데깊은관심을갖고있다.가령,성차의본질처럼보이는인체조차만들어졌다고생각한다.시대의맥락에따라인체관은변해왔기때문이다.앞으로젠더사연구를통해유교의나라조선이이룩했다고하는전통이가진역설과양면성을파헤치고싶다.저서로는《여성사,한걸음더》(공저,2024),논문으로는〈《계녀서》의탄생과‘조선식’유교젠더규범의성립〉(2022),〈‘권취신옥사’로본조선후기유교이데올로기의이중성〉(2023)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005
01고려를지운조선,유교젠더규범을세우다
유교젠더규범이란무엇일까?
여성은정절을지켜야한다
여성이남성과‘내외’하는법
여성에게재혼은‘주홍글씨’
의례제도정비하기:시집살이의서막
02양반남성이주도한젠더규범만들기
유교젠더규범의교본,《소학》
의학이정의한여성의몸
조선식젠더교재를쓰기시작하다
매사에조심히행동하면서노동하는며느리가되어주겠니?
03여성들의‘어떤’전략들
무덤속한글편지에서걸어나온사람들
오야댁진주하씨의별거성공기
논공댁곽정례의시집살이적응기
효도하는며느리?아니,효녀!
시부모와‘썸타는’며느리
04젠더규범을따르지않은여성들의이야기
이혼요구프리패스권,‘칠거지악’과‘강상을무너뜨린죄’
저주살해고발과무려다섯번의판결번복
소박맞은신숙녀가집안의변고로기록된까닭은
금연하라는젠더규범에도아랑곳없이흡연하는여성들

⚫나오며_다양하고교묘했던유교여성의모습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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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여성교훈서에서의서(醫書)까지뒤져내다
책은마치달의전면과후면을다루듯먼저남성들의유교젠더규범세우기작업을파고든다.조선젠더와관련된법과제도,병풍에까지새겨서사생활까지파고들게끔만든시집살이지침서를분석하였다.유교(성리학)이상주의자들이조선건국이전부터시작한유교젠더규범만들기에집중한다.조선여성의성적족쇄가되었던재혼금지법이나,혼례ㆍ장례ㆍ제사를유교식으로전환하여여성의권리와활동영역을친가가아닌시가로옮긴과정을다룬다.《동의보감》으로대표되는의학서를통해여성의몸에대한정의를파악한다.그래서생명탄생에적극적이지못하고질병에걸리기쉬운,약한몸이되었다고언급한다.17세기이후부터시집살이문화의발생으로시작한양반남성들의여성교훈서도살핀다.예컨대여성이란며느리로살아가야한다는출가외인담론이라든지시집의흥망성쇠가며느리에게달려있다고하는신념등을뽑아냈다.

다양하고교묘했던유교여성들의대응
이어남성이이룩한유교젠더규범에대응한여성의모습을소개한다.한국이나다른나라의전근대역사기록이대체로그러하듯,조선여성은주변부의사람으로서스스로기록을남기는경우가드물었다.그러나책은남성의기록속에서도여성의목소리를찾아냈다.효성스러운며느리들은실제로는유배중인아버지를따라다니며봉양하고,부모님과가까이살기위해이사하고,돌아가신아버지의묘비명을만들려고길쌈하고이를며느리에게도시켰다.어떤남편은친가선산에무덤을만들어달라는유언을성실히따르기까지하였다.이처럼조선여성들은유교젠더규범에일정부분타협하면서출신가문의‘나’를놓치지않았다고짚어준다.

발칙한여성들에대한응징,그리고실상
그렇다면과연유교젠더규범에따르지않은여성을어떻게응징했을까?칠거지악으로시가에서쫓겨난신숙녀의사례를파고들어당대를뛰어넘어후대에이르도록시가를망하게한며느리로서곱씹어지며조선판마녀로서담론화된과정을보여준다.인조대의정치ㆍ사회적상황에맞물려조선판마녀가되어버린신숙녀를짓밟는과정은중세에서근대에이르기까지서양에서의마녀사냥이나현대사회에서대중들에의해일어나는연예인마녀사냥과도사뭇닮았다.
그럼에도불구하고여성들이서슴지않고젠더에균열을내어버린사실을포착하였다.담배가순식간에조선전국에유행열풍을일으킨와중에남성은자기네들만의흡연문화를만들려했지만아랑곳없이흡연을즐기는여성들에의해젠더질서는깨어지고말았던사실이그렇다.이처럼유교로만든단단한틀에작은틈새를찾아타협하면서교섭하고혹은균열을내기도한조선여성들의모습은은밀히전쟁을수행하는주도면밀한전략가와다름없어보인다.

21세기‘유교걸’신화를뒤집다
몇해전부터유교와소녀혹은보통여자를의미하는영어girl을합친‘유교걸’이라는신조어가유행하고있다.‘유교걸’이란몸매가드러나지않는옷차림을한다거나남자를가까이하지않는등,한국의전통여성상을답습하는행동을하는,보수적인사고방식을가진여성을말한다.저자는우리들의머릿속에있는한국전통여성상은조선의‘이상적’유교젠더규범의표본일뿐이라고외친다.이책은한국역사연구회가기획한‘금요일엔역사책’시리즈의12번째책이다.시리즈의다른책이그렇듯,술술읽히지만만만찮은의미가담겨우리역사를새삼돌아보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