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용 평전 2 (실천적 정주학자)

홍대용 평전 2 (실천적 정주학자)

$39.00
Description
지전설을 주창한 탁월한 과학자?
신분제 철폐를 내세운 사회사상가?
화이론을 부정한 내재적 민족주의자?
‘실학자 담헌’을 둘러싼 ‘신화’는 잊어라


‘담헌 신화’의 비판적 읽기 결정판
조선 후기에 활약한 홍대용은, ‘4천 년 동안 사상에 빛나는 학자’ 6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히기도 한 대표적 실학자다. 지은이는 방대한 관련 텍스트를 꼼꼼히 읽고 이런 통설에 설득력 있는 이의를 제기한다. 홍대용의 대표적 저술이라 할 《의산문답》, 〈임하경륜〉은 물론이고 그가 북경의 청나라 지식인들 주고받은 편지며, 《수리정온》 등 당대 서양 수학ㆍ과학 저술까지 섭렵해 홍대용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16년 전 원고 집필을 시작해, 편집에만 3년이 걸린 원고지 5,500여 매-그사이 새로운 사료가 드러나 원고지 1,000여 매 분량이 추가되기도 했다- 분량의 이 책은, 볼륨 자체만으로도 우리 출판사에서 보기 드문 대작大作 평전이다.

평전의 전범-종합적ㆍ입체적 인물상 복원
‘대작’인 것만이 이 책의 미덕이 아니다. 여태 경학經學, 역사비평, 천문학과 자연학, 수학, 음악학, 실학 등 분절적으로 이해됐던 홍대용의 성취에 대해 종합적으로 살펴 그가 종래 알려졌던 ‘실학자’가 아니라, 진시황의 ‘분서’가 정당한 것이라 평했을 정도로 철저한 정주학자였음을 밝혀냈다. 여기 더해 그의 집안이 넉넉한 경화세족이었다든가, 십대 시절의 방황, 스승 김원행에 대한 비판적 의문 제기, 부친 홍역이 연루된 부패 사건, 북경행 전까지 홍대용의 수학 수준 등 그의 삶을 입체적으로 그려내 홍대용 이해의 깊이를 더했다. 홍대용이 쓴 수학책 《주해수용》을 이해하기 위해 중고등학교 수학책까지 들춰봤다니 더 말할 게 없다. 깊게 파고들고 넓게 살피는 지은이의 저술 방식에는 어지간한 동료 연구자들이 토를 달기 어려울 정도다. 그렇게 해서 홍대용이 정주학의 진리성을 부정한 적이 없고, 단지 실천을 도외시 하는 주자朱子 맹신을 비판한 ‘실천적 정주학자’였음을 논증하는 데 성공했다.

한계 뚜렷한 ‘조선의 코페르니쿠스’
흔히 홍대용은 전근대적 우주관을 무너뜨린 ‘조선의 코페르니쿠스’라 평가된다. 지구가 스스로 돈다는 지구 자전설과 우주 무한론을 제시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은이는 홍대용의 자연학은 관측과 수학에 의거한 ‘과학’이 아니라, 정주학의 기론氣論에 입각한 선언적 상상력으로 구성된 것이라 한계를 지적한다. 물류상감설과 같은 재래의 동기감응설을 끌어오는가 하면 도가의 수련을 통해 천체 사이를 돌아다닐 수 있다는 황당한 말까지 태연히 늘어놓았다는 것이다. 담헌이 제작했던 혼천의가 관측기구가 아니라 천체 모형이었으며, 자신의 서재 천장에 별자리 그림을 붙여 놓고 천문학 연구에 열중했다든가 하는 사례도 마찬가지다. 또한 자전설은 지구 자전만 이야기했지 공전에 대해서는 침묵했기에,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지구중심설을 깨뜨린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과 궤를 달리한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홍대용의 지구 자전설이 담긴 《의산문답》이 인쇄되어 읽히지 않았기에 그 사회적 영향력은 미미했다는 것이다.

민과 동떨어진 신분제 해체론
지은이는 홍대용이 신분제 타파 등 평등을 강조한 사회사상가라는 주장 역시 ‘신화’라고 논증한다. 우선 그가 남긴 모든 글에서 민에 대한 언급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을 든다. “사회의 계급과 신분적 차별에 반대했다”(《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라는 평가는, 그가 〈임하경륜〉에서 ‘놀고 먹는’ 유식遊食 사족을 비판한 대목에서 비롯되었지만 이는 오독誤讀이라는 것이다. 담헌 자신이 노비를 거느린 지주였으며, 음직으로 벼슬을 살았다. 그러니 재능과 학문이 있는 농부나 장사꾼의 자식이 조정의 고위직에 오를 수 있고 공경의 자제가 관청의 하인이 되어도 무방하다는 말은 진실성 혹은 실천성이 결여된 수사로 보았다. 민이 수탈당하는 사회 모순에 대해 말하기는커녕 영천 군수로 있을 때 진휼곡을 착복하고 그것을 군민에게 빌려주어 갑절로 받아내려 했다고 꼬집는다. 또한 그가 그린 이상사회는 농민은 국가의 허락이 있어야 농민은 거주를 이전할 수 있고, 농토를 분배받을 수 있는 통제사회였다. 다산 정약용이나 연암 박지원과 달리 토지 소유제 등 〈임하경륜〉에 담긴 그의 ‘개혁책’은 구체적이지도 않고 단편적이라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화이론 부정의 진짜 이유와 그 실체
조선에서의 ‘화이론’은 임진왜란 때 원병을 보내준 명에 대한 충절의식을 내장한 것이었다. 하지만 홍대용이 북경행 이후 평생 소중하게 여겼던 엄성ㆍ반정균 등 중국인 벗들은 이미 청 체제를 인정하고 있었다. 담헌이 귀국길에 만나 희원외도 모든 것은 변한다는 간단한 논리로 복색을 들먹이며 화와 이를 구분하려는 담헌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러니 담헌이 이후 저술한 《의산문답》에서 화ㆍ이의 구분은 그저 허구라고 역설한 데는 개인적 동기가 있었다고 지은이는 해석한다. 귀국 후 벌어진 논쟁에서 김종후가 엄성 등을 명에 대한 충절 의식도 없이 오랑캐 조정에 벼슬하고자 하는 비루한 자로 몰아붙이자 그들과의 사귐을 중히 여겼던 담헌이 이를 논파하기 위해 화ㆍ이의 구분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는 설명이다. 이는 지구는 둥글다, 따라서 중국도 당연히 중심이 아니라는 지원설地圓說에 근거한 것이기도 해도 이를 그저 ‘민족의 주체성’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지은이가 그려낸 홍대용은, 우리가 ‘교과서’로 익힌 홍대용상과 사뭇 다르다. 그러나 홍대용의 성취와 의미에 대한 주류의 해석은, 20세기 이후 한국인들이 있기를 바랐던 ‘자생적 근대화의 싹’을 투영한 것이 아닐까. 1,4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지만 ‘담헌학’-만약 있다면-의 시작이자 끝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책이다. 덧붙이자면 역사 바로 보기를 원한다면 무의미한 여정은 아닐 것이다.


지은이|강명관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명예교수. 조선 중기 서울의 도시적 분위기에서 활동했던 여항인의 역사적 실체와 문학을 검토해 한문학의 지평을 넓혔으며, 방대한 한문학 텍스트에 근거한, 풍속사, 사회사, 음악사, 미술사를 포괄하는 다양한 저서들로 독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근래에는 조선 시대 지식의 생산과 유통이 인간의 사유와 행위로 연결되어 어떤 인간형을 만들어 내는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은 책으로 《냉면의 역사》, 《노비와 쇠고기》, 《이타와 시여》, 《가짜 남편 만들기》, 《조선 풍속사》(전 3권), 《열녀의 탄생》,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 《허생의 섬, 연암의 아나키즘》, 《독서한담》, 《조선에 온 서양 물건들》,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 《그림으로 읽는 조선 여성의 역사》, 《조선 후기 여항문학 연구》, 《공안파와 조선 후기 한문학》 등이 있다.
저자

강명관

저자:강명관
부산대학교한문학과명예교수.조선중기서울의도시적분위기에서활동했던여항인의역사적실체와문학을검토해한문학의지평을넓혔으며,방대한한문학텍스트에근거한,풍속사,사회사,음악사,미술사를포괄하는다양한저서들로독자에게다가가고있다.근래에는조선시대지식의생산과유통이인간의사유와행위로연결되어어떤인간형을만들어내는가에관심을기울이고있다.
지은책으로《냉면의역사》,《노비와쇠고기》,《이타와시여》,《가짜남편만들기》,《조선풍속사》(전3권),《열녀의탄생》,《책벌레들조선을만들다》,《조선의뒷골목풍경》,《허생의섬,연암의아나키즘》,《독서한담》,《조선에온서양물건들》,《조선시대책과지식의역사》,《그림으로읽는조선여성의역사》,《조선후기여항문학연구》,《공안파와조선후기한문학》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01]연암그룹과첫벼슬
연암그룹과어울리다|1770년4월부터1774년2월까지의편지|
1774년2월벼슬을시작하다|세자익위사시직담헌|손유의·등사민과의문답|
손유의의답|이단관의변화
[02]항주에서편지가오다
유금의북경행|끊어졌던엄성쪽소식이10년만에전해지다|주문조의편지|
엄과의편지|등사민과주고받은편지|1779년엄과와주문조등에게보낸편지|
연암이보낸편지|영천군수가되다|손유의에게보낸마지막편지
[03]천문학과수학
서양천문학·수학과경화세족|담헌의수학과천문학연구|담헌의수학-《주해수용》|
삼각함수수용|천문계산|천문관측기기|음악이론|담헌수학·천문학의의의
[04]담헌사유의도착지,《의산문답》과〈임하경륜〉
담헌사상의최종도착점|《의산문답》의저술시기와형식|《의산문답》을쓴이유|
한역서양서의천문학·지구자연학과《의산문답》|관점의전환,인물균론|
기와천체,물질|지구는둥글다,그리고자전한다|중심없는세계|자연학의조정|
인간과역사,화이론의부정|통제된이상국가―〈임하경륜〉
[05]담헌의죽음과그가일으킨파란
담헌의죽음|담헌이열었던길이막히다

에필로그―‘담헌신화’를다시생각한다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평전의전범-종합적입체적인물상복원

‘대작’인것만이이책의미덕이아니다.여태경학經學,역사비평,천문학과자연학,수학,음악학,실학등분절적으로이해됐던홍대용의성취에대해종합적으로살펴그가종래알려졌던‘실학자’가아니라,진시황의‘분서’가정당한것이라평했을정도로철저한정주학자였음을밝혀냈다.여기더해그의집안이넉넉한경화세족이었다든가,십대시절의방황,스승김원행에대한비판적의문제기,부친홍역이연루된부패사건,북경행전까지홍대용의수학수준등그의삶을입체적으로그려내홍대용이해의깊이를더했다.홍대용이쓴수학책《주해수용》을이해하기위해중고등학교수학책까지들춰봤다니더말할게없다.깊게파고들고넓게살피는지은이의저술방식에는어지간한동료연구자들이토를달기어려울정도다.그렇게해서홍대용이정주학의진리성을부정한적이없고,단지실천을도외시하는주자朱子맹신을비판한‘실천적정주학자’였음을논증하는데성공했다.

한계뚜렷한‘조선의코페르니쿠스’

흔히홍대용은전근대적우주관을무너뜨린‘조선의코페르니쿠스’라평가된다.지구가스스로돈다는지구자전설과우주무한론을제시했다는이유에서다.하지만지은이는홍대용의자연학은관측과수학에의거한‘과학’이아니라,정주학의기론氣論에입각한선언적상상력으로구성된것이라한계를지적한다.물류상감설과같은재래의동기감응설을끌어오는가하면도가의수련을통해천체사이를돌아다닐수있다는황당한말까지태연히늘어놓았다는것이다.담헌이제작했던혼천의가관측기구가아니라천체모형이었으며,자신의서재천장에별자리그림을붙여놓고천문학연구에열중했다든가하는사례도마찬가지다.또한자전설은지구자전만이야기했지공전에대해서는침묵했기에,지구가우주의중심이라는지구중심설을깨뜨린코페르니쿠스의태양중심설과궤를달리한다는설명이다.무엇보다홍대용의지구자전설이담긴《의산문답》이인쇄되어읽히지않았기에그사회적영향력은미미했다는것이다.

민과동떨어진신분제해체론

지은이는홍대용이신분제타파등평등을강조한사회사상가라는주장역시‘신화’라고논증한다.우선그가남긴모든글에서민에대한언급을찾아보기어렵다는점을든다.“사회의계급과신분적차별에반대했다”(《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라는평가는,그가〈임하경륜〉에서‘놀고먹는’유식遊食사족을비판한대목에서비롯되었지만이는오독誤讀이라는것이다.담헌자신이노비를거느린지주였으며,음직으로벼슬을살았다.그러니재능과학문이있는농부나장사꾼의자식이조정의고위직에오를수있고공경의자제가관청의하인이되어도무방하다는말은진실성혹은실천성이결여된수사로보았다.민이수탈당하는사회모순에대해말하기는커녕영천군수로있을때진휼곡을착복하고그것을군민에게빌려주어갑절로받아내려했다고꼬집는다.또한그가그린이상사회는농민은국가의허락이있어야농민은거주를이전할수있고,농토를분배받을수있는통제사회였다.다산정약용이나연암박지원과달리토지소유제등〈임하경륜〉에담긴그의‘개혁책’은구체적이지도않고단편적이라는것이지은이의주장이다.

화이론부정의진짜이유와그실체

조선에서의‘화이론’은임진왜란때원병을보내준명에대한충절의식을내장한것이었다.하지만홍대용이북경행이후평생소중하게여겼던엄성,반정균등중국인벗들은이미청체제를인정하고있었다.담헌이귀국길에만나희원외도모든것은변한다는간단한논리로복색을들먹이며화와이를구분하려는담헌의태도를비판했다.그러니담헌이이후저술한《의산문답》에서화,이의구분은그저허구라고역설한데는개인적동기가있었다고지은이는해석한다.귀국후벌어진논쟁에서김종후가엄성등을명에대한충절의식도없이오랑캐조정에벼슬하고자하는비루한자로몰아붙이자그들과의사귐을중히여겼던담헌이이를논파하기위해화,이의구분이란존재할수없다는주장을폈다는설명이다.이는지구는둥글다,따라서중국도당연히중심이아니라는지원설地圓說에근거한것이기도해도이를그저‘민족의주체성’으로해석하는것은무리라고지은이는주장한다.

지은이가그려낸홍대용은,우리가‘교과서’로익힌홍대용상과사뭇다르다.그러나홍대용의성취와의미에대한주류의해석은,20세기이후한국인들이있기를바랐던‘자생적근대화의싹’을투영한것이아닐까.1,400페이지가넘는이책을읽어내기란쉽지않지만‘담헌학’-만약있다면-의시작이자끝이라해도지나치지않은책이다.덧붙이자면역사바로보기를원한다면무의미한여정은아닐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