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의 은밀한 매력 (편집의 시각으로 옛책을 보다)

고서의 은밀한 매력 (편집의 시각으로 옛책을 보다)

$27.90
Description
소자쌍행…공격…피휘결획…포쇄…
옛 책이 은밀히 말을 걸어오다
“보고 감상하는 대상”으로서의 옛 책
고서를 대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이다. 내용이 아니라 표지, 제목, 본문과 주석의 배치, 글자 크기, 문단 나누기, 띄어쓰기, 본문 밖 여백, 소장자의 흔적에 주목한다. 고서에도 이런 요소가 있을까 의아하겠지만, 오늘날의 책과 마찬가지로 고서에도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가 있다. 소장자나 고서를 거쳐 간 사람들의 여러 흔적도 남아 있다. 오늘날 독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어서, ‘발견’하기 어려울 뿐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조선 시대 금속활자와 고서를 전시하고 연구해온 지은이는 이처럼 고서를 “보고 관찰하는 대상”으로 설정하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고서를 다룬 기존의 책은 “읽어야 할 대상”인 고서의 내용 소개에 치중했다.

옛 책 편집자들의 배려와 고민을 한눈에
저자는 이를 위해 《화엄경》, 《월인천강지곡》 《조선왕조실록》 등 한 번쯤 제목을 들어봤음 직한 15종의 책을 골랐다. 대신 책 내용에 관한 소개는 최소한으로 하고 각 고서의 물성과 물성에 최적화된 형식,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지면 배치 방식, 디자인 감각 등을 관찰하고 설명한다. 한데 이게 의외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돌 책’에 원고지처럼 구획을 둔 정간(井間), 본문 아래 작은 글자를 두 개 넣는 주석 표기 방식 소자쌍행(小字雙行) 등 편집 테크닉은 읽는 이의 이해를 돕는 장치다. 그런가 하면 실록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 볕이 좋은 날 습기와 해충을 막기 위해 볕이 좋은 날 책을 바람에 말리는 포쇄(曝曬)를 행했다는 이야기를 통해 예전에 책이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보여준다.

옛 책에 곁들여 풀어낸 역사 한 자락
이 책은 기본적으로 책의 물성에 관한 것이다. 대나무, 돌, 금속 등 종이책 이전의 ‘책’은 물론 선장본(線裝本), 두루마리, 절첩본에 이르기까지 책의 형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소개하는 내용이 골자다. 여기에 책을 둘러싼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도 놓치지 않았다. 예컨대 세종이 지은 찬불가인 《월인천강지곡》은 한글을 먼저 쓰고 뒤에 한자를 병기(倂記)한 거의 유일한 책이었다든가, 1777년에 간행된 《명의록》은 호학(好學) 군주인 정조가 책의 체제와 편집 방식에 세세하게 관여하면서 핍박받던 왕세손 시절의 〈존현각일기〉를 앞에 실어 즉위의 정당성을 강조하려 했다는 이야기기 그것이다. 이 밖에 세종이 《소학》에 직접 ‘토를 달았다’거나 구두점(句讀點)의 유래 등 책 밖의 책 이야기가 곳곳에 담겼다.

서양의 옛 책에도 눈을 돌리다
국내에서는 거의 소개하지 않은 서양 고서를 선정한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인천 소재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소장한 필사본 기도서와 《구텐베르크 성서》, 근대 출판의 선구자로 불리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출판업자 알도 마누치오가 간행한 헤로도토스의 《역사》, 이 3종을 통해 서양 고서의 역사를 소개한다. 여기서 서양 옛 책의 주요 재료였던 양피지가 실은 그리스 도시국가 페르가몬의 최대 도서관을 시기한 이집트가 파피루스 수출을 금지한 덕분에 ‘발명’되었다든가, 《구텐베르크 성서》 1부를 인쇄하는 데 송아지 160마리의 가죽이 필요했다는 이야기 등도 눈길을 끈다.

옛 책 ‘감상’을 위한 친절한 길라잡이
실상 박물관 등에서 만나는 어려운 한문이나 옛 한글로 된 고서를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그림이나 조각처럼 고서의 형태와 미감, 편집자나 소장자가 남긴 흔적과 온기를 발견하고 감상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지나쳐버린 고서의 존재 가치와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는다. 책을 이를 위한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한다. 탄탄한 내공을 지닌 지은이의 시선을 따라가면 절로 고서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

이재정

고려대학교사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원에서중국명청시대사를전공하여박사학위를받았다.국립중앙박물관학예연구사,국립전주박물관학예연구관,국립중앙박물관학예연구관,국립한글박물관전시운영과장으로일했다.국립중앙박물관이소장한조선시대금속활자를연구해왔으며,조선시대책과출판문화에관심을기울이고있다.지은책으로《활자본색》,《활자의나라,조선》,《문화재이름도모르면서》,《조선출판주식회사》,《의식주를통해본중국의역사》등이있으며,옮긴책으로《오랑캐의탄생》,《왕여인의죽음》등이있다.

목차

머리말

책의원형_목간
⚫목간이책이라고?
⚫전시할수없는목간
⚫목간에글쓰기와수정하기
⚫책과권
【더불어읽기:죽책,옥책,금책】

금속판을책처럼_왕궁리오층석탑은제도금금강경판
⚫국립익산박물관의국보
⚫금속판에불경을담고보관하는방법
⚫제목과계선
⚫문단나누기
【더불어읽기:안평대군과《금강경》】

돌에새긴책_대낭혜화상탑비
⚫남아있는가장큰신라비석
⚫58×96자의원고지
⚫제목,저자,판권
⚫띄어쓰기와주달기
【더불어읽기:피휘_난이도최상의존대표시법】

두루마리에서절첩으로_《대방광불화엄경》
⚫다양한모습의《대방광불화엄경》
⚫표지가있는8세기두루마리
⚫고려대장경으로이어진두루마리
⚫절첩,새로운제본방식

완성형종이책선장본편집의모든것_《자치통감강목사정전훈의》
⚫조선판《자치통감강목》의결정판
⚫책한권이서문과목차인책
⚫표지에담긴정보
⚫치밀한편집
세가지버전의한글책_《월인천강지곡》,《석보상절》,《월인석보》
⚫귀하디귀한한글고서
⚫한글을앞세운《월인천강지곡》
⚫한글금속활자로찍은최초의책《석보상절》
⚫시각적효과를극대화한《월인석보》
【더불어읽기:독자에따라다른한글번역】

정조가기획하고편집한홍보책자_《명의록》
⚫정조가즉위하자마자편찬한책
⚫속표지디자인의등장
⚫편집에반영된정조의의도
⚫널리홍보하는방법:번각과언해본

책속의그림_《삼강행실도》와《오륜행실도》
⚫그림이있는책
⚫듣고보는책,《삼강행실도》
⚫《오륜행실도》,읽는책으로
⚫그림이있는책편집방법
【더불어읽기:그림과글의다양한편집사례】

공부의흔적_《예기》
⚫한문읽기의어려움
⚫구두점과끊어읽기
⚫토달기
⚫난상에주목하자

보존과교정의정석_《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세계기록유산등재이유
⚫원본과재판본
⚫내용보완과표지교체
⚫교정의흔적
【더불어읽기:남아있는교정지】

배포와소장이력_《춘추》
⚫서명과도장
⚫숙종이연잉군에게하사한기록,내사기
⚫연잉군의도장,연잉군방
【더불어읽기:영조와정조의장서인이함께찍힌책《춘추보편》】

낡고헤진책의매력_《성리대전서절요》
⚫낡고해진책도귀했던시절
⚫대대로전할가문의보배
⚫책주인이남긴흔적
⚫두책은한세트가맞는것일까?

화려한채색그림이있는필사본_《기욤몰레2세의기도서》
⚫소설《장미의이름》속기도시간
⚫제목이없는책
⚫코덱스와양피지
⚫주문자와제작자정보
⚫세상에하나뿐인책
【더불어읽기:두루마리가남긴단어들】

서양최초의인쇄본성서_《구텐베르크성서》
⚫베일에싸인구텐베르크와그의성서
⚫구텐베르크성서일까,42행성서일까?
⚫장·절의표시방법
⚫책을산사람들이한일

근대출판의선구자알도마누치오가인쇄한책_헤로도토스의《역사》
⚫출판계의미켈란젤로
⚫근대적인편집방식
⚫출판사의로고와소장자의장서표
⚫로만체와이탤릭체

⚫참고문헌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