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기어이 욕망하다 - 역사 속 여자, OO하다 3

여자, 기어이 욕망하다 - 역사 속 여자, OO하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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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신진 사학자 7인의 유쾌한 도발
“여성을 제외한 한국사가 가능한가?”

우연찮게 탄생한 ‘여성, 역사하다’
이 시리즈는 2024년 초 몇몇 여성 사학자들이 우연찮게 모여 ‘수다’를 떤 끝에 기획되었다. “여성을 제외한 역사가 가능한가?”라는 강한 의문이 제기된 지 30년, 그럼에도 “여성사가 한국사를 보는 ‘관점과 방법’으로 제대로 녹아들어 있는가”란 문제의식을 가진 사학자들이었다. 이들은 한국사의 대부분 기간에 절대다수의 여성이 문맹이었기에 사료에 구속되기 마련인 역사학자들은 여성의 목소리를 직접 듣지 못한 채, 남성과 가부장적 국가라는 틀 속에서 여성들을 조명하는 한계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이에 따라 필자들은, 관점의 편향성과 서술의 평면성이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의 행위 주체성에 초점을 맞춘 여성사를 시도했다. 그 결과 시대와 공간, 사회구조와 제도에 속박된 여성들이 각자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 어떠한 행위를 했는지, 자기표현의 전략을 어떻게 수립하고 실천했는지를 추적한 9편의 글이 4권의 책으로 묶여 선보이게 되었다. ‘여성, 00하다’의 탄생이다.
저자

황향주,이민정,장지연

저자:황향주
서울대학교국사학과BK조교수.권력의원천,권력을작동시키고영속시키는메커니즘에관심을갖고전근대왕실을연구해왔다.특정시기와지역의권력구조는그사회의젠더문제와긴밀하게연동되어있음을깨닫고젠더사로연구영역을확장하는중이다.대표적인연구로〈10~13세기고려왕실의구조와편제〉,《고려역사상의탐색》(공저),〈고려전·중기왕실여성의편제와그특성:‘주主’계열칭호의존재배경과활용방식을중심으로〉등이있다.

저자:이민정
규장각한국학연구원객원연구원.조선후기국가론을주요연구테마로하여17세기이후관료들의구체적정책논의속에서의국가운영론,유학경전과역사서에등장하는국가론의이념적기반에대한담론을사상적으로검토하는연구를진행하고있다.대표적인연구로는《영·정조대의국가운영론》(공저),〈효종대‘有爲之志’의정치사상적의미〉,〈영조대五家統法시행과국가의지방통치성격〉,〈농암류수원의戶政論연구〉,〈17세기‘事功’추구의경세적의미〉등이있다.

저자:장지연
대전대학교역사문화학전공교수.전근대궁궐,도성등의물리적공간에서정치와사상을읽어내는작업을하며,문자와언어로관심의영역을확장하였다.공간,언어,젠더등다양한장소에서일어나는이념과현장의교섭방식에주목하며이를풀어내는작업을하고있다.지은책으로는《조선을읽는법,단》,《한문이말하지못한한국사》,《경복궁시대를세우다》등이있다.

목차

2권《여자,기어이욕망하다-고려안정궁주*인조후궁조귀인*열녀들》

기획의변
들어가며

여자,바람피다
12세기경성스캔들
족보가꼬였다
고려의이상적부마상
얻는게있으면잃는것도있는법
콧대높은왕녀그녀와그의속사정

여자,저주하다
저주가드러나다
인조가사랑한‘악녀’,귀인조씨성공기
저주의설계자
재앙의뿌리같은여자

여자,수절하다
함양과부박씨의자살
박지원이생략한박씨의유서
그녀들의명예욕,그녀들의타산
사대부남성이이해하지못한하층여성의절개

출판사 서평

2권《여자,기어이욕망하다》

공주의외도,궁중의저주그리고수절의진실
시리즈2권《여자,기어이욕망하다》에는자아실현의욕망,권력욕,명예욕등여성들의욕망을다룬세편의글이실렸다.욕망을성취하기위한전략과실제성취과정을치밀하게추적함으로써,여성들의주체성을복원했다.
황향주의〈여자,바람피다〉는고려의종의둘째딸안정궁주가천한신분의악공가영과통정한사건을추적하는데고려왕실의근친혼배경등체제와관습을조명함으로써‘간통’이유에초점을맞췄다.이과정에서숙종의막내딸복령궁주의묘지명중“비록왕녀였음에도오히려부인의도리를고집하였다”는구절의행간에서고려왕실여성들의실태를읽어내기도한다.

이민정의〈여자,저주하다〉는조선후기인조의후궁조귀인이정치적욕망을실현하기위해무속의저주라는양날의검을활용했던사례를분석한다.그녀에대한악녀화가젠더화된구조에서양산된클리셰임을지적하며,남성의전유물이던조선의정치지형에서자신의방식대로욕망을실현하고자한조귀인의삶을재평가한다.

장지연의〈여자,수절하다〉는조선후기합방도못한채먼저떠난남편의대상을마친날자결한함양박씨,정절을지키려자살한향랑과네번결혼한끝에“좋은일도그뿐이오,그른일도그뿐이라”고달관한‘덴동어미’의사례를들어사대부들이이를어떻게보았는지살피면서하층여성들의자살은성폭력이만연하고자기결정권이주어지지않는상황에대한저항이라짚어낸다.이와함께하층여성들의명예욕과계산속을신분이라는조건과교차검토함으로써사대부남성의열녀담론에균열을내고,남성들의시선을답습해조선후기열녀의행적을분석해왔던기성역사학의시선을비판적으로고찰한다.

2권의경우,인간으로서당연히지닌여성의욕망이그간의역사서술에서소홀히다뤄졌음을일깨워준다.여기에여성의욕망에투영된시대상을읽노라면체제가허용한것을영리하게활용하기도하고때로체제의한계에도전하기도했던여성들의삶이한편의드라마를보는듯하다.

책속에서

12세기말,고려의황도개경을뒤흔든스캔들이벌어졌다.이른바안정궁주간통사건이다.의종의둘째딸안정궁주가당시천한신분으로취급되던악공樂工과세기의간통을저지른것이다.(23쪽)

안정궁주의남편함녕백박,그의본명은왕박이다.이름에서짐작되듯왕씨성을가진고려의종친이었다.함녕백은‘함녕(현경남고령)에봉작된백작’을의미한다.(23쪽)

왕박의형신안후는인종의사위였다.인종은안정궁주의아버지인의종과명종,그리고신안후의부인창락궁주를포함하여총5남4녀를두었다.즉신안후는왕박의형이자처고모부였다.여기서그치지않는다.왕박의동생연평공은그의‘손위’동서였다.연평공의부인경덕궁주가의종의첫째딸이었고,안정궁주는그다음이었다.(33쪽)

왕박이동생에게밀리게된가장결정적이유는그와경덕궁주의나이차때문이었던것으로보인다.왕박의형신안후는1150년대초반인종의셋째딸창락궁주와혼인했다.…그로부터10년남짓한시간이지나1162년창락궁주의조카경덕궁주가혼인하게된다.나이차를볼때신안후의바로아래동생인왕박보다는막냇동생왕평이경덕궁주의상대로적합했을가능성이크다.(38쪽)

왕박삼형제는왕녀·부마(백작)부부의아들이라는이유로고작약관의나이를전후하여정1품명예직인사도·사공이되었다.태조왕건이천명한‘종친불사’의원칙,곧종친은관직에나아가국정을운영하지않는다는논리에따라왕실출신의사도·사공은실질적인관료로서활동할수없었고그저정1품지위에걸맞은예우만을받았을뿐이다.(50쪽)

고려왕녀들은정략혼의굴레에갇혔다.왕실남성들가운데에서만남편을얻어야했기에배우자선택권을제약당했다.국왕과왕후가혈통·외모·성품을종합적으로고려하여최상의부마를간택하고자했으나,물리적으로후보자의수자체가적었기에결과가늘최상일수는없었다.하지만그녀들은정략혼을받아들이는대가로왕실의재산과작위,심지어왕위계승권과같은공적권한에대한지분을주장할수있게되었다.(52쪽)

무신정변직후의혼란이수습되면서안위를걱정할필요가없어진안정궁주는…1175년,그녀는다시시작된무료한삶을견디지못하고…돌이킬수없는일탈행각을벌였다.안정궁주의간통사건에관해역사서는“궁주가악공을불러들여거문고를배우다가마침내간통하였다”고전한다.악공을섭외하고간통하기까지모든행위주체가안정궁주로기술되어있다.(62쪽)

안정궁주사건이조정에보고된이후명종은조카의부정을질책하지않고안정궁주의남편인왕박과안정궁주의상간남인가영을처벌했다.왕박은2년간제왕의작위를박탈당한상태로치욕의시간을보냈으며,가영은섬으로유배되는가혹한형벌을받았다.(67쪽)

조귀인은1630년궁녀로입궁하여7년만에종4품숙원의첩지를받고이후인조의남다른사랑을받으며마침내1649년에는종1품귀인으로봉해지면서명실상부궁궐의실세가되었다.인조와의사이에효명옹주와숭선군이징,낙선군이숙을낳아2남1녀를두면서남편과의돈독한사이를증명했다.(78쪽)

1652년2월16일부터3월초9일까지대대적인조사끝에창덕궁·창경궁두궁궐에서저주에쓰는흉물이엄청나게나왔다.…도감의기록에따르면전각일대의대들보,서까래,계단밑,전각내온돌밑이나구석,온돌연통틈새,주방의비석아래,전각기둥아래,건물모퉁이,처마아래,전각옥상덮개등궐내건물곳곳에서흉악한주술용물건인양밥이잔뜩나왔다.(82쪽)

당시이저주사건은귀인조씨의사돈이자인조대권신김자점의역모와얽히면서국왕을저주한사건으로결론이났다.지금도조귀인저주사건은김자점역모를궁중안에서도운,남성이주역이었던정치권력의한귀퉁이를차지하기위해무지하고무모한궁중여성이벌인어리석은욕망의결과로인식되고있다.(86쪽)

장렬왕후는1638년인조의계비로간택되어궁에들어갔다.당시마흔다섯이었던인조와혼인했던장렬왕후는명문양주조씨집안의셋째딸로그때나이가겨우열다섯이었다.첩의자식으로간택후궁도아니었던숙원조씨와는비교도되지않는지엄한중전이었지만장렬왕후의미래는밝지않았다.(94쪽)

《인조실록》의기록에따르면조귀인은자신의입지에가장위협이되는인물로강빈을꼽았던것같다.그래서그녀를가장견제했고,저주사부터독살까지강빈을옭아맬일련의사건을기획했던것으로추정된다.(118쪽)

김자점은인조가엄청난반대에도봉림대군을세자로삼을때나,강빈의옥사에서그녀를대역죄로규정할때임금의의향에완벽하게영합해인조를흡족하게했다.강빈의일이마무리되고김자점이영의정에제수된것은인조의보은인사였다.조정에서는김자점,내명부에서는조귀인,이둘이사돈을맺어구축한권력은누구도넘볼수준이아니었다.1649년조귀인은드디어귀인으로봉해지며자신이달성한궐내입지에걸맞은타이틀을획득했다.입궁19년만이었다.(119쪽)

조귀인은결국‘재앙의뿌리(화태)같은종자’가되었다.그녀는국왕을저주한역적이되어저주사건이발생한20일후에자진하라는명을받고죽게되었다.(122쪽)

공식기록에서확인되는‘악녀조귀인’은유학이념에충실한남성과무속신앙에기대는여성이라는조선의젠더화된구조속에서형성된것이다.비합리적이고충동적이며욕망에사로잡힌비도덕적인여성이선택하는저주라는수단은조선의상층남성들이좀처럼가까이하지않는것이었다.그러나인조의사례에서확인되듯,사실그들도현실에서는무속신앙의힘을인정했다.(124쪽)

임술증은신붓집에서간신히예만갖춘뒤합방도못한채돌아갔고,그길로머지않아세상을떠났다.남편의사망소식을들은박씨는시집으로달려와통곡했다.그리고개가를권하는조부모와시부모의말을거부하고시집에서정성을다해남편의상을챙겼다.상기중시부모봉양까지살뜰히챙기던그녀는,남편의대상大祥을치르며삼년상을마치는날,독을먹고자결했다.(133쪽)

촌구석의어린아낙이나여염의젊은과부같은경우는친정부모가억지로개가하라며핍박하는것도아니고자손이관직에못나가는수치를당하는것도아니건만,한갓과부로지내는것만으로는절개를이루기부족하다생각하여,남편을따라죽으려고물에빠져죽거나불에뛰어들어죽거나독약을먹고죽거나목매달아죽기를마치낙토를밟듯이하니,열녀는열녀지만어찌지나치지않은가!―《연암집》권1,연상각선본〈열녀함양박씨전〉.(135쪽)

《삼강행실도》를읽으며감명을받아목숨을던지면서까지자신의도덕성을장렬하게증명한박씨의존재는,온백성의교화를꿈꾸며책을펴낸세종의의도가끝내결실을맺은사례로도볼수있을것이다.그러나겉모습만으로수용자의심리를모두이해할수는없다.(142쪽)

오십줄에접어든덴동어미의마지막남편은엿장수조씨였다.…화재로…남편은죽고어린아들은화상으로큰장애를입었다.‘덴동어미’,즉덴둥이어미라는호칭은바로화상으로장애입은아들때문에얻은이름이다.이렇게덴동어미가직접풀어놓은자기삶의이야기가〈덴동어미화전가〉라는가사이다.지독히신산한삶을살았고살고있으면서도,무너지지않고“좋은일도그뿐이오,그른일도그뿐이라”며춘삼월화전놀음을왔으면즐겁게놀기나하자고얘기하는초긍정적자세를지닌아주머니다.(145쪽)

그녀가보기에개가해서고생하는것보다수절하는고생이훨씬쉽고,수절은칭찬받는행실이기때문에동정은살지언정자존심이상하지는않는다.분명열녀가되거나수절하는과부로사는것은꽤나명예로운일이었다.함양의박씨처럼주변의여러문인으로부터글을받은집안은그것을두루마리로만들어가보로삼았다.(148쪽)

아무도받아주지않고다들자신을어딘가로내보내려고만하는처지,향랑은비틀비틀낙동강가로나가,지나가는나무하던소녀에게〈산유화〉한곡조를남기고물에빠져자살했다.이때가1702년(숙종28),그2년후조정에서는정려를내렸다.비천하고배운것없는여성이개가를거부하며장렬하게자살했다는소식은지역사회를흥분시켰다.영남의사대부들이향랑을주제로지은전기만아홉편이나될정도였다.(156쪽)

하층여성들의자살은성폭력이만연하고자기결정권이주어지지않는상황에대한저항이었다.그중극히일부에게열녀라는칭호가부여되기도했으나,사대부남성들에게제대로이해받아서그렇게된것은아니었다.사대부남성들은때로는지역의풍속에서,때로는타고난천성에서비롯한것이라말하며긍정적으로해석하기도했다.그러나이역시자신들마음대로의의미부여였을뿐이다.(168쪽)
여성의정절을추앙하는문화속에서자신의행위에도덕적가치를부여받을수있게되자,이들은더욱과감히이를결행한다.이는한편으로는조선이라는국가권력이부여한규범에예속되는과정이었으나,동시에그러한종속을통해주체로성장하는과정이기도했다.(1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