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기어이 욕망하다: 고려 안정궁주, 인조 후궁 조 귀인, 열녀들

여자, 기어이 욕망하다: 고려 안정궁주, 인조 후궁 조 귀인, 열녀들

$12.90
Description
신진 사학자 7인의 유쾌한 도발
“여성을 제외한 한국사가 가능한가?”

우연찮게 탄생한 ‘여성, 역사하다’
이 시리즈는 2024년 초 몇몇 여성 사학자들이 우연찮게 모여 ‘수다’를 떤 끝에 기획되었다. “여성을 제외한 역사가 가능한가?”라는 강한 의문이 제기된 지 30년, 그럼에도 “여성사가 한국사를 보는 ‘관점과 방법’으로 제대로 녹아들어 있는가”란 문제의식을 가진 사학자들이었다. 이들은 한국사의 대부분 기간에 절대다수의 여성이 문맹이었기에 사료에 구속되기 마련인 역사학자들은 여성의 목소리를 직접 듣지 못한 채, 남성과 가부장적 국가라는 틀 속에서 여성들을 조명하는 한계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이에 따라 필자들은, 관점의 편향성과 서술의 평면성이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의 행위 주체성에 초점을 맞춘 여성사를 시도했다. 그 결과 시대와 공간, 사회구조와 제도에 속박된 여성들이 각자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 어떠한 행위를 했는지, 자기표현의 전략을 어떻게 수립하고 실천했는지를 추적한 9편의 글이 4권의 책으로 묶여 선보이게 되었다. ‘여성, 00하다’의 탄생이다.
저자

황향주

서울대학교국사학과BK조교수.권력의원천,권력을작동시키고영속시키는메커니즘에관심을갖고전근대왕실을연구해왔다.특정시기와지역의권력구조는그사회의젠더문제와긴밀하게연동되어있음을깨닫고젠더사로연구영역을확장하는중이다.대표적인연구로〈10~13세기고려왕실의구조와편제〉,《고려역사상의탐색》(공저),〈고려전·중기왕실여성의편제와그특성:‘주主’계열칭호의존재배경과활용방식을중심으로〉등이있다.

목차

⚫기획의변
⚫들어가며

여자,바람피다
12세기경성스캔들
족보가꼬였다
고려의이상적부마상
얻는게있으면잃는것도있는법
콧대높은왕녀그녀와그의속사정

여자,저주하다
저주가드러나다
인조가사랑한‘악녀’,귀인조씨성공기
저주의설계자
재앙의뿌리같은여자

여자,수절하다
함양과부박씨의자살
박지원이생략한박씨의유서
그녀들의명예욕,그녀들의타산
사대부남성이이해하지못한하층여성의절개

출판사 서평

낯선여성들,“딱딱하고무거운역사책은가라”
시리즈에는고려시대절부(節婦)에서20세기식모,커리어우먼까지다양한여성들이등장한다.모두역사의‘주역’이라기엔거리가있는,낯선인물들이다.하지만,지은이들은몇줄,혹은기껏해야몇쪽되지않는사료를뒤져내그들의진솔한목소리에귀기울인끝에옛여성들의기억,욕망,분투,노동을온전히되살려냈다.사료의행간을읽고사실의균열지점을섬세하게추적해서상류층남성과가부장적국가의기록에담기지않은/못한여성의목소리를드러내고자한이들의노력은그자체로값지다.여기에때로는드라마의한장면처럼,때로는주인공의독백처럼당시상황을재구성한허구적서술을적극적으로시도한점도눈길을끈다.역사학자의글은딱딱하고무미건조하다는편견에서벗어나독자들과조금이나마가까워지려는장치이기도하지만,무엇보다그녀들의목소리를소환하여좀더쉽게널리전달하고싶다는소망을반영한성과이다.

공주의외도,궁중의저주그리고수절의진실
시리즈2권《여자,기어이욕망하다》에는자아실현의욕망,권력욕,명예욕등여성들의욕망을다룬세편의글이실렸다.욕망을성취하기위한전략과실제성취과정을치밀하게추적함으로써,여성들의주체성을복원했다.
황향주의〈여자,바람피다〉는고려의종의둘째딸안정궁주가천한신분의악공가영과통정한사건을추적하는데고려왕실의근친혼배경등체제와관습을조명함으로써‘간통’이유에초점을맞췄다.이과정에서숙종의막내딸복령궁주의묘지명중“비록왕녀였음에도오히려부인의도리를고집하였다”는구절의행간에서고려왕실여성들의실태를읽어내기도한다.
이민정의〈여자,저주하다〉는조선후기인조의후궁조귀인이정치적욕망을실현하기위해무속의저주라는양날의검을활용했던사례를분석한다.그녀에대한악녀화가젠더화된구조에서양산된클리셰임을지적하며,남성의전유물이던조선의정치지형에서자신의방식대로욕망을실현하고자한조귀인의삶을재평가한다.
장지연의〈여자,수절하다〉는조선후기합방도못한채먼저떠난남편의대상을마친날자결한함양박씨,정절을지키려자살한향랑과네번결혼한끝에“좋은일도그뿐이오,그른일도그뿐이라”고달관한‘덴동어미’의사례를들어사대부들이이를어떻게보았는지살피면서하층여성들의자살은성폭력이만연하고자기결정권이주어지지않는상황에대한저항이라짚어낸다.이와함께하층여성들의명예욕과계산속을신분이라는조건과교차검토함으로써사대부남성의열녀담론에균열을내고,남성들의시선을답습해조선후기열녀의행적을분석해왔던기성역사학의시선을비판적으로고찰한다.

이시리즈는‘오로지여성사학자들에의해쓰인여성사’라할수있다.하지만그의미는‘여성’을넘어선다.2권의경우,인간으로서당연히지닌여성의욕망이그간의역사서술에서소홀히다뤄졌음을일깨워주는덕분이다.여기에여성의욕망에투영된시대상을읽노라면체제가허용한것을영리하게활용하기도하고때로체제의한계에도전하기도했던여성들의삶이한편의드라마를보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