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조용히 살지 않기로 하다: 18세기 인동 장씨 부인, 19세기 살인하는 여자들

여자, 조용히 살지 않기로 하다: 18세기 인동 장씨 부인, 19세기 살인하는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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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신진 사학자 7인의 유쾌한 도발
“여성을 제외한 한국사가 가능한가?”

우연찮게 탄생한 ‘여성, 역사하다’
이 시리즈는 2024년 초 몇몇 여성 사학자들이 우연찮게 모여 ‘수다’를 떤 끝에 기획되었다. “여성을 제외한 역사가 가능한가?”라는 강한 의문이 제기된 지 30년, 그럼에도 “여성사가 한국사를 보는 ‘관점과 방법’으로 제대로 녹아들어 있는가”란 문제의식을 가진 사학자들이었다. 이들은 한국사의 대부분 기간에 절대다수의 여성이 문맹이었기에 사료에 구속되기 마련인 역사학자들은 여성의 목소리를 직접 듣지 못한 채, 남성과 가부장적 국가라는 틀 속에서 여성들을 조명하는 한계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이에 따라 필자들은, 관점의 편향성과 서술의 평면성이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의 행위 주체성에 초점을 맞춘 여성사를 시도했다. 그 결과 시대와 공간, 사회구조와 제도에 속박된 여성들이 각자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 어떠한 행위를 했는지, 자기표현의 전략을 어떻게 수립하고 실천했는지를 추적한 9편의 글이 4권의 책으로 묶여 선보이게 되었다. ‘여성, 00하다’의 탄생이다.
저자

윤민경

서울대학교인문학연구원객원연구원.조선시대정치사를전공하였다.현대한국인의‘남다른’정치의식에는조선후기의역사적경험이들어있을것이라고생각하며,이러한맥락에서조선시대여성의정치의식을포착하는작업에관심이있다.대표적인연구로는〈18~19세기붕당의식의사회문화적재생산과확산〉,〈세도정치기안동김문의정치적기반〉,〈일제하조선시대당론서연구〉등이있다.

목차

⚫기획의변
⚫들어가며

여자,의절하다
18세기,안동의장씨할머니
신념은피보다진한것
조선의뭇장씨부인들

여자,복수하다
절굿공이:어머니의원수를쳐죽이다
칼:남편을살해한범인에꽂다
낫:며느리를보쌈하러온패거리를베다
맨손:몰래묻은무덤을파헤치다

출판사 서평

낯선여성들,“딱딱하고무거운역사책은가라”
시리즈에는고려시대절부(節婦)에서20세기식모,커리어우먼까지다양한여성들이등장한다.모두역사의‘주역’이라기엔거리가있는,낯선인물들이다.하지만,지은이들은몇줄,혹은기껏해야몇쪽되지않는사료를뒤져내그들의진솔한목소리에귀기울인끝에옛여성들의기억,욕망,분투,노동을온전히되살려냈다.사료의행간을읽고사실의균열지점을섬세하게추적해서상류층남성과가부장적국가의기록에담기지않은/못한여성의목소리를드러내고자한이들의노력은그자체로값지다.여기에때로는드라마의한장면처럼,때로는주인공의독백처럼당시상황을재구성한허구적서술을적극적으로시도한점도눈길을끈다.역사학자의글은딱딱하고무미건조하다는편견에서벗어나독자들과조금이나마가까워지려는장치이기도하지만,무엇보다그녀들의목소리를소환하여좀더쉽게널리전달하고싶다는소망을반영한성과이다.

‘시끄러운’여성들,유교여인상을거부하다
시리즈3권《여자,조용히살지않기로하다》는시리즈기획의도가도드라진다.가문의정체성을지키기위해손자와절연(絶緣)을감행하는노부인,비명횡사한어머니나남편등의복수를위해직접나선아내등을다룬글두편이실려서다.모두역사속여성이피해자,방관자,행위의대상으로서만이아니라적극적ㆍ능동적으로의지를관철하려했던사례들이다.
윤민경의〈여자,의절하다〉는경상도안동의남인명문가출신장씨부인의‘결단’을다룬다.남인과노론의갈등이라는사회적배경을짚으면서그녀가‘아녀자의인[婦人之仁]’을극복하는모습을보여준다.신념에따라노론으로‘변절’한손자와의혈연을주체적으로단호히끊어내는과정은,일시적감정에만치우쳐정도에서어긋난사랑과연민으로기우는‘조선여인상’과달라신선한충격을준다.
한보람의〈여자,복수하다〉는19세기말20세기초형사사건의재판기록《사법품보》에실린여성‘범죄자’들을소개한다.단이들은일반적인‘잡범(雜犯)’이아니다.절굿공이,칼,낫심지어맨손으로자신들이믿는‘정의’를구현하려직접나선이들이다.그러기에사건을심리한관찰사들이“기개가뛰어나다”“의리상당연하다”란평가를끌어내기에이르렀다.

이시리즈는‘오로지여성사학자들에의해쓰인여성사’라할수있다.하지만그의미는‘여성’을넘어선다.3권의경우,‘여필종부女必從夫’,‘칠거지악七去之惡’같은가부장제규범에얽매여있으리라여겼던유교국가조선의또다른여성상을만날수있기때문이다.명문가마님부터신분낮은대장장이의아내까지,결코주어진역할에만안주하지않고자신들의‘결단’을단호하게보여준여러‘시끄러운’여성들의이야기는독자들에게오늘날우리가그녀들의목소리를제대로듣지못하고있는것은아닌지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