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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관
저자:강명관 부산대학교한문학과명예교수.조선중기서울의도시적분위기에서활동했던여항인의역사적실체와문학을검토해한문학의지평을넓혔으며,방대한한문학텍스트에근거한,풍속사,사회사,음악사,미술사를포괄하는다양한저서들로독자에게다가가고있다.근래에는조선시대지식의생산과유통이인간의사유와행위로연결되어어떤인간형을만들어내는가에관심을기울이고있다.지은책으로《노비와쇠고기》,《이타와시여》,《가짜남편만들기》,《조선풍속사》(전3권),《냉면의역사》,《홍대용평전》(전2권),《열녀의탄생》,《책벌레들조선을만들다》,《조선의뒷골목풍경》,《허생의섬,연암의아나키즘》,《독서한담》,《조선에온서양물건들》,《조선시대책과지식의역사》,《그림으로읽는조선여성의역사》,《조선후기여항문학연구》,《공안파와조선후기한문학》등이있다.
머리말[1장]쟁점과시각1.창제를둘러싼쟁점2.다른시각[2장]세종의한글창제의도,〈어제서문〉1.〈어제서문〉에대한새로운독해1―한글창제의도에대한두가지주장2―〈어제서문〉에담긴세종의한글창제의도분석21어제훈민정음서御製訓民正音序 22국지어음國之語音,이호중국異乎中國,여문자불상유통與文字不相流通 23고우민유소욕언故愚民有所欲言,이종부득신기정자다의而終不得伸其情者多矣 24여위차민연予爲此憫然 25신제이십팔자新制二十八字 26욕사인인이습편어일용이欲使人人易習便於日用耳2.세종의세가지의도1―백성을가르치겠다2―말하고자하는바가있는‘어리석은백성’에게표현수단(한글)을주겠다3―일용日用에편리함을느끼게해주겠다[3장]민중과한글1.말하고자하는,말할수없는민중1―말하고자하는,문자없는민중11주체로서의민중 12부민고소법部民告訴法2―말할수없는민중에게주어진문자21부민고소금지법部民告訴禁止法?조관파견법朝官派遣法?부민고소에대한처벌의강화?부민고소법의제한적복구?제한적부민고소법의폐기22쓸수없는한글2.일용,매일의한글사용은가능했는가1―‘쉽게익히는’교육과정의부재2―한글의사용례使用例3―민중의글쓰기가있었을까3.훈민,복종과세뇌1―저항하는민중2―‘훈민’이라는발상3―훈민의언해본텍스트들31《삼강행실》과축약언해본《삼강행실》?《삼강행실》?《삼강행실》축약언해본32언해본《소학》과축약언해본《삼강행실》의대량보급 33새훈민서,《이륜행실二倫行實》,《여씨향약呂氏鄕約》,《정속편正俗篇》,《경민편警民編》?《이륜행실》?《여씨향약》?《정속편》?《경민편》34언해본훈민텍스트의보급문제[4장]사족-지배계급의한글사용1.한자-한문을돕는한글의범용성2.외국어학습서의언해3.언해불경諺解佛經4.문학서언해5.실용서언해1―농서農書2―의서醫書3―특수한의서6.경서經書언해1―아동용한자교과서2―경서의구결과언해[5장]불편한진실1.따져물어야할문제들1―말하고자하는민중2―일상에서의사용3―훈민4―사족의한글사용2.불편한진실보론1.한국문법으로읽은〈어제서문〉2.부민고소법의이후행방주석참고문헌찾아보기
‘어리석은백성’은글을쓸여유가없었다우리는우수한한글을농민과노비가사용했는지,사용했다면어떻게사용했는지묻지않는다.세종의거룩한의도만확인했을뿐,세종이가르치려한‘우민愚民’에대해선잊고지나친다.그러나세종이말한‘어리석은백성’의절대다수는농민이었고절반에가까운사람이노비였다.또여성이었다.일년열두달노동에시달리는농민과노비,여성의일상에읽기와쓰기가들어갈공간은그다지없었다.게다가책은귀했고,종이는비쌌다.붓과먹의값도만만치않았다.‘어리석은백성’이노동에시달리면서값비싼도구를사서한글을익혀써야할여유도이유가정말있었는지,지은이는궁금해한다.‘말하고자하는바’를말할기회마저막혔다“말하고자하는바가있어도말하지못하는”백성이이용할문자를주겠다는것이세종이〈어제서문〉에서밝힌한글창제의으뜸목적이다.하지만실상은달랐다.세종은백성의언로를막았다.백성들이하려고했던‘말’의대부분은,지방수령과의갈등에서배태되었다.그런데한글창제이전인1419년예조판서허조의요청을받아들여부민이지방관장을고소할수있도록한‘부민고소법’을폐지하고‘부민고소금지법’을제정했다.이후종성절제사김후의부정을계기로사간원에서부민고소법의부활을상소하기도했지만원래의부민고소법으로돌아가지않았다.지은이는민중의입을틀어막고수탈의자의성을보장한이조치는〈어제서문〉에담긴애민愛民정신과는동떨어진것이라보았다.우리가아는상식과도모순되는것은물론이다.한글보급을위한제도적노력도미미했다세종은1443년12월한글을창제한뒤급히서리10명을선발해한글을가르쳤다.어떤관부의서리인지,어떤목적이었는지는밝혀져있지않지만이것이한글에대한최초의교육사례다.하지만그것이전부다.한글의존재와사용법을민중에게알리고교육하는과정이있어야했지만지은이에따르면지금까지알려진바로는그어떤제도도,기회도주어지지않았다.한글보급을위해선사용법을담은《훈민정음》(해례본)을많이인쇄해서민중이쉽게구할수있을정도로배포하는것이다.《훈민정음》(해례본)의인간印刊에관해서알려진사실이전혀없다.《훈민정음》(해례본)의책판에관한기록도찾을수없다.이는《훈민정음》(해례본)이실제로는광범위한보급을위해인쇄되지않았음을의미한다고지은이는보았다.귀한뜻으로만든한글이그림의떡이될수밖에없었던이유다.지배질서강화를위해복종을가르친‘훈민’왕과궁궐을중심으로한글문서가작성되긴했다.경서經書는물론불경과농서農書,의서醫書등다양한실용서도언해도이뤄졌다.한데그목적은‘훈민訓民’에있었다.“비록백성들모두가율문을알게할수는없겠지만,별도로큰죄의조문만이라도뽑아서이문吏文으로번역하고민간에게반포해우부우부愚夫愚婦들이죄를알고피하게만들어주는것이어떻겠는가.”한글창제의의도를짐작케하는1432년세종의말이다.‘가르치려는백성’은‘말하고자하는백성’과의미가전혀다르다.전자에서백성은주체가되지만,후자에서백성은대상이된다.훈민의내용은지배질서에대한‘윤리적의무로서의복종’이었다.남성에대한여성의종속성을담은‘열녀烈女’를발명해낸《삼강행실》이나《소학》언해본이꾸준히간행된예가대표적이다.‘어리석은백성’보다사족계급이덕봤다지은이가깨뜨리려한‘한글신화’중가장뜻밖인것은민중보다사족들이한글을가장적극적으로활용했다는사실이다.이를테면아동기사족에게한자를가르칠때한글은대단히유용한도구였다.1586년완성된《언해소학》수백부가인쇄되었다.나아가경서의언해야말로사족들이한글을가장적극적으로사용한사례라할수있다.경서에구결을달고언해하는작업은세종-세조때시작되었으나완성된것은선조대에와서였다.경서를읽는사족이‘어리석은백성’일수는없다.결국한글을가장적극적으로사용한이들은민중이아닌지배계급이었던셈이다.이책은한글의창제원리나과학적우수성에이의를제기하는것이아니다.세종의애민정신에토를다는것도아니다.다만지나친자기긍정의내셔널리즘에서벗어나세종과한글에대한객과적이해를촉구할따름이다.지은이는세종은지배계급의대표자였고,자신의계급적이익을대변하는길을걸을수밖에없었다고보았다.이는아마도이는한글에관한가장불편한진실일것이다.이를입증하는과정에서우리가놓치고지나갔던흥미로운사실을여럿알려주기에,아는기쁨과더불어읽는재미가각별한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