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사랑 1 (손성조 장편소설)

두 번째 사랑 1 (손성조 장편소설)

$15.00
Description
지난날 누군가를 사랑했거나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거나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당신에게
손성조 작가의 첫 장편소설 『두 번째 사랑』은 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전반적인 사회의 흐름과 함께 남녀의 사랑의 공통된 이미지를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유장하고도 농밀하게, 무엇보다 감각적이고 깊이 있게 풀어내었다. 『두 번째 사랑』을 단순히 시대소설이나 애정소설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이 소설 속에는 고통의 바다와 같은 현실을 온몸 다 바쳐 관통하며 건너온 인물들에 대한 깨달음이 살 내음 그대로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사랑』에서 나오는 혼란스럽고 은밀했던 사랑은 우리나라의 사회와 똑 닮은 모습을 그린다. 큰 역사적인 흐름까지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로 버무리는 작가의 절묘한 화술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쓴 만큼 방대한 조사와 철저한 구성으로 독자에게 새로운 충격과 감동을 전한다.

1980년대 말 학생회 간부였던 박민수는 같은 학번인 오수연을 만나게 되며 사랑이란 감정에 눈을 뜨게 된다. 깊어만 가는 사랑에 빠져있던 민수는 학생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수연과 잠시 헤어지게 된다. 시간이 흐른 뒤에 만난 수연은 민수에게 새로운 조직을 권유하는데….
저자

손성조

저자손성조는1966년출생으로고려대학교국어교육학과를졸업하고한참이지나한국방송통신대학교문예창작콘텐츠학과석사를마쳤다.여러인연을만나고헤어지면서지금은서울시교육청에서일하고있다.
첫소설‘두번째사랑'을2년동안구상하고5년동안집필했는데어느덧원고지5천매가넘는장편소설이되었다.늦깎이작가는자신이가장잘아는이야기부터시작한다는마음으로작품에임했다.앞으로도독자들에게전할이야기가많다.

목차

프롤로그

제1부
1988년의어느가을밤
월곡동의골목길
우리푸른젊은날
명일동의새벽별
그녀를위하여

제2부
철창에찢긴하늘
세번의권유
미아동옥탑방
그대가곁에있어도그대가그립다
전위(前衛)는사생활(私生活)이없다

출판사 서평

경험하지않은세계로의생생한여행과그로인한삶의확장
청춘을불살라치열하게살아온유장한시대에대한이해와책에서손을뗄수없게농밀하게드러나는남녀의애정선을따라가는재미,시대와불화하는남녀의사랑을통한삶에대한깊은깨달음을보여준다.
구도소설을표방하지않음에도불구하고,인생들의사랑이전개되는바탕인삶과그삶을넘어서있는그무엇에대한타들어가는갈증과고통,번뇌와깨달음을처연하게풀어내고있다.
경계지을수없는경계에서서묵묵히5천매의원고지,108만개의빈칸을피땀과눈물로아로새겨낸작가를발견하게된것은한국문단에주어진2017년최고의선물이다.

사랑에대한남자의솔직한내면과감각을보여주는소설
여느사랑이그렇듯순식간에불타오르기도하며그런사랑은활활타올라서재만남기도한다.『두번째사랑』은남녀의사랑에대한과감한이야기를처음부터끝까지감각적으로끌고간다.
첫사랑에대한풋풋함으로시작된이야기는시대적배경을통해튀어나온녹슨못과같은상처로인해점점썩어간다.이러한부분이이야기에생명을불어넣었다.그럴듯한변명거리가생긴듯파국으로치닫는전개는독자의시선을붙잡는다.

1988년에서2008년에이르는사실적시대배경
소설의중요한흐름을구성하는이야기는대한민국의사회적흐름과매우동일하게흘러간다.픽션이지만픽션같지않은사실성의구축이매우구체적인시간적,공간적배경을활용함으로써생겨났다.
한국사회를변화시켰던흐름속에서존재하는이야기로인해캐릭터에게생명력이생겼으며재미를배가시켰다.

시대와화합하지못하는사랑,도덕과욕망사이에서의위태로운줄타기
수연과지영사이에서우유부단한모습을보이는민수는언제나위태로운줄타기를하고있다.아내에대한실망혹은아픔으로격발된민수의연민은두번째사랑으로변질되는결과를가져온다.이러한결과로인해민수의도덕적인외면은연수와의결혼관계를유지하게만들지만욕망의내면은언제나지영을찾게만든다.그사이에서끝모를줄타기하는모습에서무척비겁하면서도상처를주기싫어하는민수의연약한면모를볼수있다.

양가감정으로치닫는갈등을신파극이아닌현대식이야기로
『두번째사랑』은수연과지영의갈등을보여주지않는다.오히려수연과지영의짧은일면식을통해모든문제점은민수에게로모이게된다.이러한부분이이소설만의색다른요소일것이라생각된다.흔히치정문제를이야기하게되면여자끼리의갈등에초점을맞추는것들도있는데『두번째사랑』은외모나분위기는다르지만깨어있는여성이라는수연과지영을앞세움으로써고루한신파극이아닌현대식감성에맞는,더그럴듯한이야기를만들어냈다.

[책속으로추가]
사랑이란어려운것이지요.그러나그시절분단된조국의불우한운명운운하며사랑과연애를어떤퇴폐성으로간주하는유아적단상(斷想)을가지고,또는‘진보주의자는그래도여성을존중해야한다’는정도의그런앙상한테제만을가지고현실과욕망의불길속에서너울대며춤추는우리의사랑을온전히바라볼수있었을까요?
사랑에대한학습의부재,커리큘럼의부재,나아가사랑에대한의식화의부재때문이기도했을것입니다.시대의정치사상적문제,한국사회의주요모순에대한견해차이와이에대한집단적논의과정의반의반만이라도만약우리가이문제를탐구했다면어땠을까요?그랬다면우리는집단적으로유용하고가치있는어떤결론과‘사랑의의식화’를이루어낼수있었을까요?하여튼우리는혁명사는읽었지만사랑에대해서별로공부하지는않았습니다.
-36p

나를빤히쳐다보던그네가어느순간가만히눈을감았어요.그리고내팔을조금더당기더니,그대로살며시뒤꿈치를들고입술을가져왔습니다.그네의입술이느리지도빠르지도않게그렇게눈을감고나를찾아왔습니다.쉽게거부할수없는붉은입술이장난처럼또는운명처럼갑자기다가올때세상의많은남자들은어떤태도와행동을보일까요?나는저절로입속이벌어졌습니다만.
그네도나도술이있어그런용기를내었다고할까요?술이라는참으로귀중한정신의음료가있어욕구는좀솔직하게표현되고책임은좀가볍게다루어질수있었습니다.
-78p

아아,그러나나는‘결사대’라는이름에걸맞지않게나약하게흔들렸던그때의청년들을탓하고싶지는않아요.
20대란길지않은시간입니다.세찬눈보라속에서도꾸역꾸역앞으로나아가야하지만자꾸만미끄러지는얼음판위의발걸음과도같은시간이에요.돌이켜보면지금도손에잡힐듯아름다운날들이었지만,결국에는손에쥐지못하고빠져나간모래와같은시절입니다.
무엇이든지온몸으로부딪쳐서한번붙어볼만한나이이기도하지만망망한미래를생각한다면보석같은젊음이깨어지지않게조심스럽게준비해야할연대(年代)이기도합니다.생각해보세요,20대는인생에있어봄날처럼환하게피고쓰러져간꽃의연대와같은아련한청춘이기도하잖아요.
-165p

“임수경지원투쟁이라고….끝내주는데…대찬성이야.”
하태식을대장으로하는우리전대협결사대에게구체적인투쟁계획이전달되었는데이름하여‘임수경지원투쟁’이었습니다.우리는‘통일의꽃’임수경동지의정당성과무사귀환을외칠것입니다.
기왕구속을각오한정리투쟁에서그투쟁의상황과내용이마음에들었습니다.여러가지주장을하겠지만‘임수경지원투쟁’이라고대제목이부쳐질그결사투쟁이내심자랑스러웠습니다.가까이서그녀의손을잡아주지는못하겠지만멀리서나마조직적이고정치적으로함께한다는것에뿌듯한마음이었어요.
-172p

역내약속한장소로한사람씩결사대원들이나타났습니다.모두작은가방을하나씩등에메었습니다.
“여기오늘관악산등반가는분들이죠?”
“예.어디까지가실건가요?”
“예.저는연주암까지갈겁니다.”
“반갑습니다.제가이번산행대장입니다.”
말은그렇게나누었지만우리는그날관악산근처에도가지않을것입니다.‘관악산’과‘연주암’은일종의암호였습니다.서로초면은아니었지만‘관악산’등반과‘연주암’이라는단어를마지막인식암호로설정해놓았습니다.
“저친구는연주암까지가는건아니고.밑에서우리상황을지켜봐줄거야.베이스캠프하고계속연락을해주는친구야.그래야곧바로학교에대자보라도붙일수있지.”
전대협투쟁국에서나온한친구는우리결사대의상황을지켜보아주는연락망의역할을맡은이였습니다.그는가방을메지않았고신문한부를손에말아쥐고있었습니다.그는이번일에전혀존재하지않는사람으로설정했습니다.
-177p

그때쯤나는‘매미’의생애로서술된중의적표현을눈치챘다고할까요?
그건양질전화의변이를위해땅속이나어둠속에서길고지루하게기다리며성장해야하는오랜준비시간을견뎌야한다는것입니다.또어떤결정적시기에는아스팔트를뚫고나올정도의힘과집중력을발휘하여세상에모습을드러내어야하며그이후자신을버리고전체를위해용맹한외침을질러야한다는것입니다.바로혁명이란것이요.
그여름내내귓전에울렸던매미울음소리는인내의세월을견디고어떤결정적시기에자신을드러내며세상을향해외치는혁명과사랑의고고성(呱呱聲)을상징하는것일수도있었습니다.
-190p

그렇게자고일어나아침이면우리는모두주르륵앉아서아침점호를받을것입니다.별다른보고없이그냥그자리에앉아서인간의머릿수가몇개인지만확인받으면그뿐입니다.그러면바삐지나가는교도관들이재빠르게지난밤우리의삶과죽음을살펴줄것입니다.
사방에잡물(雜物)이별로없어작은소리도울리듯잘들려오는그곳의복도는길고아련한울림통과같았습니다.덜커덩하는소리가먼복도에서부터울려오며부산스런소리가들리면구수한밥냄새가먼저코에닿습니다.그때쯤‘배식’하는소지의즐거운알림이들려오면벽밑에있는조그마한식구(食口)통을열고그앞에마른수건을한장깔아놓습니다.그렇게아침,점심,저녁이있다는것은끼니때를말하는것이기도하지만그자체로하루의징역을접어주는표시와같은것입니다.
-208p

“결국산개전(散開戰)이란,각자맡은참호속에있더라도중앙과연결선이있어야지.운동도삶도개인이혼자서계속밀고갈수는없어.조직이있어야해.그런게없다면그건운동이아니지.우리는냉담해지고쓰러질거야.그래서서로믿고의지해야한다고…”
그네의이런말도기억이납니다.
애정을가진의식화대상.우리는이존재에대한애착을어떻게이해해야할까요?삶의고비에서일어나는어떤결정이란그걸맞이하는개인의자유의지일까요,아니면운명적인연이만들어놓은강요된선택일까요?
-258p

“NL의대중노선과통일전선노선을잘못이해하고있는사람들이많아요.NL의사회지향도PDR이라는것을잊지말아야합니다.부르주아지혁명이아닙니다.바로인민민주주의혁명이오.”
마른몸매에안경뒤의눈빛이빛나는그는‘하오,있소’라는독특한어체를썼습니다.강한억양이없는그야말로물흐르듯하는말본새,하지만다소고루한말투에딱딱한한자어를자주썼습니다.그는레디컬했고논리정연했으며음의고저가없는평탄한말투에단어만딱딱끊어서말하는투였습니다.
“남한혁명의모든운동은비합(非合)에뿌리를두고반합(半合)에둥지를틀며합법(合法)에가지를뻗어야한다,이겁니다.뿌리없는가지가있겠습니까?
만약합법적영역에만활동의모든것을둔다면그사람은활동가일수는있겠지만운동가라고보기는어렵겠죠.운동이란정당한목표를위해자신이가진모든것을내놓고모든방법을동원하며어떤희생도스스로각오하는겁니다.합법적영역의시민운동이나의회주의같은수정주의운동이런걸로만한국사회운동의전망을봐서는안됩니다.특히학출들이이런성향이많아요.학출특유의쁘띠성이만개한것이라고볼수밖에없소.“
-262p

“어머!비온다.”
“뛰자.하나,둘,셋!뛰어!”
여름날예고없는소나기내리는그밤,우산이없어서소나기를맞으며우리는동네생맥주가게까지뛰었습니다.길거리의빗물이튀어종아리를적시고내슬리퍼를적시고그네의샌들을적셨습니다.어느새비에젖은그네의셔츠에서붉은속살이배어나오기도했지만우리는키득대면서넘치는생맥주거품에입을가져다대었습니다.
“연인들은심각한얘기잘안한대…세상에민족,운동,통일이런걸얘기하면서연애하는사람들은별로없다나.”
어느때그네가말한그말처럼우리는반제애국전선이나조직활동에대해서는별다른얘기를하지않았습니다.대신동네에새로생긴만두가게에서김치만두가좋은지고기만두가좋은지에대해얘기했습니다.식은밥을구수한누룽지로만드는방법에대해얘기했고어설픈홍콩영화나90년대초반의한국영화에대해비평했습니다.
맞아요.정치적문제,사상적문제이런건모두삶의문제로녹아나야하는겁니다.어떤사상적공감을먼저내세우면서‘동지적연인’뭐이런걸되뇌는커플은사랑이가진아삭아삭하면서도상큼한맛을모르는것이랍니다.
-285p

이별없는만남이없듯상실없는사랑이또얼마나있을까요?계속해서채워가고만족하는것이사랑일거라고생각한다면그건유치하고평면적인망상으로사랑을기대하는것일겁니다.누군가를사랑한다는것은다른어떤것을잃어버릴개연성(蓋然性)의확대이며언젠가는‘사랑’그것마저상실하고절절맬그난감함을각오해야한다는것입니다.
-332p

그시절,내기억의날씨는명료한맑음보다애써감추려했던관성과무언가를잊으려했던아픔으로희뿌연연무(煙霧)에싸인흐린날로남아있습니다.아침안개속에아직채색하지않은회색빛의웅장한아파트숲이올라가는모습이한장의사진처럼기억에남았습니다.
반제애국전선에서비밀MT를갔던능곡‘평화의집’보다더먼곳에사람들이살기위해회색빛의아파트숲을만들고있었어요.신도시가생길거라고했습니다.사람들은그곳을‘일산’이라고불렀습니다.
-33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