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흐르는 계절 바람이 분다

초록이 흐르는 계절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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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초록이 흐르는 계절 바람이 분다’는 제목부터 평화롭고 차분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제목과 달리 최근 우리 공동체가 겪고 있는 노인, 가족, 은퇴 등의 우울한 문제에 대해 이 시집 출간이 주는 메시지는 자못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전업주부로 평범한 삶을 살아온 노숙모(전화자 시인)와 베이비붐 막내 세대로서 은퇴한 조카인 박화진 시인이 시집을 냈다는 것만으로도 이색적이다. 백세 시대를 살게 된 78세의 노숙모는 남편과 자녀들을 뒷바라지하며 평생을 살아왔다. 그럼에도 여고 시절 문학소녀의 꿈을 굳은살과 검버섯이 핀 손마디 한쪽에 두고 놓지 않았다. 70을 넘긴 나이가 되어서 콧등 끝자락에 돋보기를 걸친 채 뜨개질하듯 한 땀 한 땀 지나온 세월을 시로 그리기 시작했다.
종갓집으로 시집오던 날, 20명 넘는 까까머리 조카들 가운데 문턱에 걸터앉아 빼꼼히 올려보던 5살의 조무래기 조카가 은퇴를 하고 인생 2막을 맞이하며 허둥대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던지 “애비야 밥은 먹고 다니냐?”고 말씀하신다. 숙모님의 시선은 여전히 50년 전 그 시간에 묶여 있다.
공직생활 틈틈이 수필과 시로써 삶과 자연을 노래하고 세상을 바라보던 조카는 은퇴 후 어느 날 노숙모의 낡은 노트 한 자락에 적힌 시를 훔쳐보다 죽비로 등짝을 맞은 느낌을 감추지 못했다.
“숙모님! 같이 시집 한번 내실래요?”
툭 내뱉은 말이 결국 합동 시집을 출간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이 먹음과 늙음은 정지와 퇴장이요 은퇴는 그 다름 아니라고 생각했던 조카는, 삶은 죽는 날까지 터벅걸음이라도 걸어가는 것이며 그 자체로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을 노숙모의 시작 활동을 보고 몸소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이 시집은 백세 시대, 노인의 삶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고 함께 시집을 만들며 가족 공동체의 울림을 체험하고 은퇴의 갈림길에서 새로운 기운을 찾게 해주는 시집이다.

시 ‘호박잎 껍질 이야기’는 우리를 웃음짓게 한다. 호박잎 한 묶음을 사서 다듬어 물에 데치고 푹 삭은 된장을 끓여 밥상 위에 대령했더니 중학생 두 아들놈은 소가 먹는 것을 왜 먹이려느냐고 투덜댄다. 호박잎 껍질을 벗기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젊은 날 살림에 서툴렀던 추억이 새록새록 그려진다.
팔순을 바라보는 숙모에게도 일찍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누구 못지않다. ‘엄마’라는 시에서 숙모는 두려울 때, 서러울 때, 그리움에 사무칠 때 애틋하게 ‘엄마’를 부른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나이를 먹어도 옅어지지 않는다. ‘엄마’라는 말은 언제나 다정스럽고 불러보고 싶은 이름이다. ‘엄마’라는 시의 이야기다.
‘냉면 사발과 우리 숙모님’이란 시에서는 노숙모에 대한 중년 조카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여름날 노숙모가 손수 만들어준 냉면을 먹으면 모정같은 깊은 고마움을 느낀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랑의 계절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늦중년의 청년 같은 사랑 예찬가 ‘五季’, 자식에 대한 바람과 깨달음을 담아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자식’ 등 삶에서 느끼는 소소한 깨달음들이 공감의 언어로 펼쳐진다.

조카는 그간 몇 권의 수필집과 시집을 내며 인세를 기아로 고통받는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유니세프에 기증해왔다. 이번에도 시집 인세 전액을 유니세프에 기증하기로 했다. 노숙모 역시 적은 액수지만 뜻있게 쓸 수 있다는 데 감사할 따름이라며 뜻을 함께했다.
저자

전화자

ㆍ숙모전화자(45년생,부산)

유복한집에서가난한대갓집으로시집왔다.남편과자식들뒷바라지하며50여년간의전업주부로평범한일상을보내며건강한노후생활을보내고있다.팔순이가까운나이가되어도길가에핀꽃한송이에가슴이설렌다며가던길을멈추는10대소녀같은마음을간직하고살아가신다.

목차

시집을내며

초록이흐르는계절바람이분다
오월의어느날ㆍ16
마음ㆍ18
소금ㆍ20
봄개나리ㆍ21
멈칫거리고거리낌없는세월ㆍ22
저녁서쪽하늘석양ㆍ23
꿈을꾸다ㆍ24
시간헤아리기ㆍ25
6월엔밤꽃이핀다ㆍ26
달밤에취해ㆍ27
메꽃ㆍ28
그림자놀이ㆍ29
바다와하늘ㆍ30
하루살이ㆍ32
비오는날ㆍ33
산책길에서ㆍ34
들풀ㆍ35
돌멩이ㆍ36
초록이흐르는계절바람이분다ㆍ37
8월의어느날ㆍ38
엄마ㆍ39
님ㆍ41
바다ㆍ42
산나들이ㆍ43
습관ㆍ44
가을인가!ㆍ45
별ㆍ47
호박잎껍질이야기ㆍ48
흘러간세월ㆍ50
한밤중에ㆍ52
밤나무아래서ㆍ53
가을들판ㆍ55
오늘ㆍ56
그리움ㆍ57
들어봐라ㆍ59

가을,겨울,봄,여름,그리고사랑
냉면사발과우리숙모님ㆍ64
낙엽등을바라보다가ㆍ66
가을ㆍ68
나는이가을에또얼마나많은눈물을흘려야하나ㆍ69
가을사랑ㆍ71
낙엽ㆍ72
가을편지ㆍ73
겨울나기ㆍ75
봄그리기ㆍ77
3월의비ㆍ79
꽃비늘날리는봄날에ㆍ80
설익은봄비ㆍ81
봄은올거니까ㆍ82
봄날에내리는눈ㆍ85
비갠오후ㆍ87
연분홍손편지ㆍ88
기다림ㆍ90
사랑의종소리ㆍ91
꽃약속ㆍ93
꽃이흔들리니나비도흔들린다ㆍ94
사랑계산법ㆍ96
언약ㆍ97
관심ㆍ98
소망ㆍ99
무명꽃ㆍ102
짝사랑숨바꼭질ㆍ104
사랑사용법ㆍ106
비오는날엔ㆍ108
그대가던길주저하지말아요ㆍ110
꽃과와인방정식ㆍ112
花夢ㆍ113
꽃이사람에게1ㆍ114
비오는날수채화ㆍ115
고백ㆍ117
꽃이사람에게2ㆍ118
석양이질때쯤ㆍ119
동심ㆍ120
파도ㆍ121
사람이사랑에게ㆍ122
연애ㆍ123
술잔ㆍ125
거울ㆍ126
五季ㆍ127
할매시인을향한연가ㆍ128
단풍연가ㆍ130
사랑보관법ㆍ131
화음ㆍ132
모정1ㆍ135
자식ㆍ137
사모곡ㆍ138
저녁노을ㆍ139
동행ㆍ140
공깃밥ㆍ141
온기우편함ㆍ142
부모마음ㆍ143
모정2ㆍ144
민들레ㆍ145
자식교육ㆍ147
친구ㆍ148
우정ㆍ149
원죄ㆍ150
900원짜리ㆍ151
커피유희ㆍ153
사내ㆍ155
오!추자여ㆍ156

출판사 서평

팔순을바라보는숙모와환갑을앞둔조카가함께엮어낸세월이야기
함께하며공감하는삶,그것이삶의행복이지

늦중년의시인은공직생활을마무리하고시와수필,그림을그리며인생2막을그려가고있다.산으로골프장으로이리저리다녀보지만가슴한구석의텅빈공간을메울길이없다.그러던어느날노숙모님의낡은노트한권을발견한다.노트에는50년간남편과자식뒷바라지를하며살아온숙모님이틈틈이쓴시들이적혀있었다.평생을전업주부로살아오셔서발뒤꿈치굳은살같은삶인줄알았는데숙모님의시에서는봄날새싹같이여리고,여고생같이풋풋한숙모님의감성이고스란히전해져왔다.숙모님의시는시인의가슴을다시설레게했다.

“숙모님같이시집한번내실래요?”

‘초록이흐르는계절바람이분다’는이렇게아마추어시인인숙모님과수필가이자시인인조카가함께만들어낸시집이다.
숙모전화자시인의시는소박하다.꾸밈없는화법으로풀어낸시어는시인의삶이자생각이고곧철학이다.시인이써내려가는대로읽고느끼면된다.시어에감추어진의미를찾기위해깊이고민하지않아도그대로시어가우리들가슴에내려앉는다.그것은오랜세월을겪어온시인의노련함이고내공이아닐까.

초록이흐르는계절
푸른초록물이흘러내릴것같다
푸른물과함께

해와달이이끄는대로
바람이흐른다

싱그러운계절에
바람도푸르리라

시인이노래하는대로느끼면된다.그외에무엇이필요할까.복잡한세상,싱그러운바람한줄기느껴볼여유조차없는현대인들에게시인의시는마음의공간을만들어우리가미처돌아보지못한것들을돌아보게할것이다.

조카박화진시인의시는정갈한음식처럼맛깔스럽다.잘정돈된시어가읽는즐거움을선사한다.문학에조예가깊어서인지시어를선택하고풀어가는솜씨가예사롭지않다.간결하지만공감의깊이가크다.환갑을눈앞에둔늦중년의감성이지만마치젊은이의감성을읽는듯감각적인시들도있다.‘사랑계산법’,‘관심’,‘사랑사용법’,‘고백’,‘오계’등이그러하다.

그대의손을잡을때
내믿음도같이건너갑니다

그대와길을걸을때
세상도같이걸어가고싶습니다

그대에게꽃을바칠때
내사랑도같이따라갑니다

지금이순간함께하는당신
나의믿음,소망,사랑입니다
-고백-

중년의헛헛함을달래줄수있는것은삶에대한애착,인간에대한그리움,옛추억에서우러나오는인간적인감성인것같다.감성뿐만아니라오랜세상살이경험에서오는여유와통찰도엿볼수있다.

아들아
난네가
잘할때보다
못할때
더사랑한단다
방구들데펴줄게
몸부터좀녹이렴
-모정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