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전에남기고싶은기록
버킷리스트를채워가는산문집
과자하나사먹기도어려웠던시절,해외로나가기만하면큰돈을벌수있다고믿었던시절을지난58년생개띠의인생을총망라한책이다.『버킷리스트』는초등학생시절‘월랑’이라는지역으로간이후부터시작된다.‘월랑’을‘월남’으로혼동해전학가면즐거운일이많을것이라기대한열살소년은사우디로해외파견을나갔던청년시절을거쳐어느덧죽기전하고싶은일을세우며노년을보내고있다.
이용섭저자의아호(雅號)인‘들풀’은학창시절방에걸려있던류달령시인의「젊은하루」라는시에서영감을얻은것이다.이시는저자의마음에와닿고좋아하여유일하게외우는시였다.저자는‘이름없는들풀’이라는시어에서가져온‘들풀’을아호로삼았다.
길가에널린들풀이란사람의손길과돌봄없이자연에서알아서잘자라는법이다.이름도,효능도알려지지않은채자리를지키는들풀.유명세가없는평범한사람인저자가언젠가이뤄낼버킷리스트를세우는모습이겹쳐보인다.
책속에서
물위를둥둥뜨는것이란그무엇과도바꿀수없는즐거움이리라.내새끼손가락보다도작은소금쟁이들은다리에물도묻히지않고이리저리잘도다니는데당시에나는헤엄을칠줄몰랐다.여기에있는애들대부분물위에떠서가라앉지않으면서잘도떠다니는데나는헤엄칠줄몰라창피했다.
-29p,‘헤엄치기’
스무살,머나먼타국사우디아라비아에서현장근로자로일할때무슨이유때문인지불면에시달려몇달을고생한적이있었다.밤에는말똥말똥,낮에는비실비실,의무실에가서수면제라도타다먹고잠좀시원하게잤으면좋으련만담당자는상투적인말만할뿐별다른도움을받지못했다.
“운동좀해보시죠,그리고따뜻한물로샤워를하면잠이잘올겝니다.”
‘누구는이방법,저방법,안써본줄아나?’
-70p,‘잠안오는깊은밤에’
껍질은두껍고짤막짤막하게잘린다.저러다손다치지.깎인사과는손때로시꺼멓다.철부지같은딸내미,이런생각을할것같다.
‘이쓸데없는사과껍질!없으면안되나?그럼깎지도않을텐데…….’
그러한불평을하는듯한딸아이의표정을보면서문득이런생각이들었다.아무짝에도못쓰는사과껍질이어쩜우리의부모와저리도똑같을까?병균이나벌레로부터막아주고,이파리와함께햇볕을받아새콤하고달콤하도록영양분을공급해주며,속살이알맞게익었다고새빨갛게표시하고,뿌리로부터양분과수분을공급받다가가지로부터떨어진뒤에도오래도록수분을유지해주는사과껍질!
-135p,‘딸아이와사과껍질,그리고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