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리

광주리

$17.00
SKU: 9791156229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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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요양원이라는 감옥 문턱에서 외치는
외로운 노인의 몸부림과 절규

한여름에도 마스크를 끼고 외출해야 하는 코로나19 팬데믹, 춘천 서면에 사는 명월댁은 아침마다 행정복지센터로 향한다. 미국에 건너간 뒤 어머니는 안중에도 없는 큰아들과 노모에게 손만 벌리기 바쁜 작은아들의 부양을 바라는 대신, 명월댁은 마을에 요양원 하나 지어주길 바라며 공무원을 들들 볶는다. 살림하기도 힘든 몸으로 집에서 쓸쓸히 늙어가기보다 마실 나온 사람들과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고 강아지 밥도 주고 올 수 있는 그런 요양원 좀 지어달라고.

작은아들 때문에 땅뙈기를 몇 번이나 팔았던 명월댁은 큰아들 몫으로 남긴 땅마저 둘째를 위해 파는 데 동의한다. 이윽고 과거 시장에서 장사할 때 젊은 과부인 명월댁에게 치근덕거린 남자 둘이 문밖에 서 있다. 이 사람들이 여태 어떤 미련인지 원한인지가 남아서 찾아왔는가, 두려움에 떨던 명월댁은 개 짖는 소리를 듣고 선잠에서 깬 뒤에야 꿈임을 깨닫는다. 명월댁을 찾아온 건 그 남자들이 아니라, 작은아들이 땅과 함께 집마저 팔아버렸다는 소식이다.

2년의 유예가 주어졌지만, 살 곳이 없어진 명월댁은 요구르트를 사 들고 다시 행정복지센터로 향한다. 오늘도 요양원 건설은 요원하지만, 어딜 가더라도 자기 없이 살아야 할 강아지 독구가 걱정이다. 광에 처박힌 광주리를 씻어낸 명월댁은 세월 따라 삭은 광주리나 자신이나 같은 처지임에 한탄한다.
저자

안병규

ㆍ1959년강원춘천에서출생
ㆍ1988년강원일보신춘문예〈新龜旨歌〉당선으로문단데뷔
ㆍ장편〈토민〉,장편〈월스트리트로떠나는주식유학〉
ㆍ2019년중단편집《고개》출간
ㆍ2023년장편《의암호엔비단인어가산다》출간
ㆍ2025년중·단편집고개《운두령》으로재출간

목차

짓고땡
광주리
어느날점프
진화대원김기경의어느봄날

짧은서평

출판사 서평

춘천방언을광주리처럼유려하게엮는
안병규작가의신간소설

이책의제목이자수록작중하나인〈광주리〉는,젊은이는감소하고노인인구가늘어가는춘천의한마을을배경으로강아지독구와함께쓸쓸한노후를보내는명월댁을중심으로이야기가펼쳐진다.초고령화시대에서발생하는가족붕괴가농촌만의문제가아닌국가차원에서해결해야할문제임을시사하는소설이다.

명월댁집에걸린광주리는더이상사용할일없이방치된채먼지가뽀얗게쌓여있다.작은아들이버리라고해도명월댁은고이간직하고있다.광주리는젊은시절명월댁이장에내다팔채소를담는데사용한도구이다.생계를위한도구이기도하지만,명월댁이장터에서당한수모,그렇게힘들게키워낸아들들에게외면당하는현재의처지를비유하기도한다.

동네아는동생인종구엄마의수수께끼는명월댁의처지를직접적으로드러낸다.춘천시서면에다른마을보다많은것두가지가박사와꼬부랑할머니라는것이다.〈광주리〉는자식이박사학위를취득할때까지그뒷바라지를하느라허리가굽어버린어머니의대표격으로명월댁을내세우고있다.그러나젊어서고생한뒤늙어서는유모차에의지해이동할정도로쇠약해진명월댁을돌보는자식은없다.

먼지쌓인채낡아가는광주리같은노후를보내는명월댁이비단시골노인만의이야기일까?《광주리》에수록된나머지중편소설속인물들도평탄하게살지못했다.그리고그근원에는아쉬운소리없이잘살고싶은바람이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