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기울이는 집

귀를 기울이는 집

$12.00
Description
어린 시절 선택적 함구증 진단을 받고 나서 제대로 말하는 것이 어려워진 서담. 어느 날 유명 작가의 자택 기념관에 견학을 갔다가 그 집의 주인인 정인후 교수를 만난다. 영문도 모른 채 정 교수의 비서가 되어 마지막 작품을 받아 적게 된 담이는 신비로운 집의 여러 사람들과 점점 친해진다. 그중에 또래인 유주와 유원과 가까워지면서 집의 비밀에도 한걸음 더 가까워지는데…….
선정 및 수상내역
ㆍ책으로따뜻한세상만드는교사들 추천도서
ㆍ서울시교육청도서관추천도서
저자

김혜진

환상과현실의관계에관심이많고,질문으로시작하는글쓰기를좋아한다.쓰고싶은이야기는많은데시간이부족해늘허덕이고있다.웃기지않아도재미있는이야기-진지해서재밌고,무서워서재밌고,새로워서재미있는이야기를쓰려고한다.
청소년소설《프루스트클럽》,《오늘의할일작업실》,《밤을들려줘》,《가방에담아요,마음》과판타지동화‘완전한세계의이야기’시리즈인《아로와완전한세계》,《지팡이경주》,《아무도모르는색깔》,《열두째나라》를썼다.

목차

1.뜻밖의제안11
2.이야기와집과사람들29
3.진짜이야기의시작47
4.몇가지수수께끼69
5.흩고나누고모았을때81
6.여름모임105
7.무언가벌어지고있다125
8.두사람이쓰는이야기149
9.비밀,변명,그리고보물169
10.소리가모이는방에서183
11.들은말들과한말들197
12.벽은곧세상215
작가의말231

출판사 서평

“그는말을타고강을건넜다.어떤모습이떠올라?
그말이네발달린말이아니라말하는말인거야.”

꼭꼭숨어버린말을하나둘불러내는신비로운집에얽힌이야기

신선한발상과탄탄한문장력이돋보이는미스터리판타지소설,김혜진작가의《귀를기울이는집》이출간되었다.
주인공인담이는유치원에서말수가없다는이유로병원에간결과‘선택적함구증’진단을받는다.그후로엄마손에붙들려서상담과치료를받으며나아졌다.그런데중학생이되고나서담이는어떤사건을겪은뒤다시말이잘나오지않아엄마에게그사실을들키지않으려고조심하는중이다.
여름방학이시작되고정인후교수의자택기념관에견학을간담이는신비로운그집의매력에빠져든다.그곳에서담이는우연히정인후교수를만나게된다.그뿐아니라정교수의실력이아직녹슬지않았음을보여주기위해특별히선택된최연소비서가된다.정교수의말을받아적으며마지막이야기를완성하는임무를받은것이다.
그집에는기념관을관리하며논문을쓰고있는유쾌한해나래와어딘가어두운구석이있지만순수한제학이있다.또래인냉철하면서도열정적인유주와능청맞은유원남매,늘맛있는간식을챙겨주시는양할머니와옥탑방에살면서낡은집을관리하는비밀스러운서씨할아버지,그리고겉모습은힘없는할머니로보이지만깊이있는지혜와통찰이담긴이야기를하는정인후교수를만날수있는것도담이가그집을좋아하는이유이다.
그런데집에는어떤비밀이숨겨져있었다.10년만에열린여름모임에서집의비밀은점점드러나게된다.담이는정교수의마지막작품이그비밀과관련이있다는것을알아차린다.마지막작품은람이라는사람과달팽이핑이신기한열쇠로문을열고벽을넘어가는이야기.담이와유주와유원은함께힘을모아서정교수와집을지키기위해모험을시작한다.정교수를집밖으로내쫓고그집을이용해야망을이루려는사람들에게당당히맞서기위해.

말과진실을둘러싸고펼쳐지는공감백배미스터리판타지

언제나어긋나는말로마침내진실에가닿으려면
작가는작품속현실에서어려움을겪는담이의마음을세밀하게묘사하면서,동시에신비로운집에얽힌판타지세계로독자들을데려간다.호기심을자극하는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마음의치유를경험할수도있다.겉으로는평범해보여도크고작은상처들을감추고있는아이들에게꼭필요한격려와지혜가자연스럽게담겨있다.
이야기를통해말과진실의어긋난간극을보면서,우리는여러생각을하게된다.뒤에서당사자모르게하는악한말이누군가의삶을뒤흔들수있음을.말을안한다고해서이상하다고성급하게판단하는것이일으키는심각한문제에대해서도.가벼운말이아니라시간을함께보내면서마음과마음이만날수있다는것을말이다.
이야기에서는아이들이결국비밀의방을찾는다.우리역시이야기를읽으면서,점차현실에서도사람사이의벽이든진실을감춘벽이든진심을가지고열심히찾다보면세상에하나뿐인진실의열쇠를찾을수있다는희망을갖게된다.

[책속으로이어서]
괴상한집과,그집에틀어박혀놀라운글을써내는작가는사람들의호기심을자아내기충분했다.정교수는이집을더욱비밀스럽게만들었다.일년에딱한번,여름에만사람들이집에올수있게한것이다.
그때가되면정교수와친분이있는학자와작가는이집에와서몇주간머무르며각자의연구와작업을할수있었다.정교수는그런부분에있어서는아주너그러워서,무료로방과식사를제공하며마음편히머물도록해주었다.
‘여름캠프같은거네.’
담이는여름캠프따윈질색이었지만,이집에서열린다면재미있을것같았다.
그모임에서중요한역할을한것이바로게시판이었다.그시절정교수는직접글을써서게시판에붙였다.짧은논문이기도했고수수께끼같은이야기이거나,원고의한부분이기도했다.사람들은정교수의뜻에따라그에대해토론을했다.
“그토론에서아주의미있고중요한결과물이나오기도했어.그때가이집의황금기였을거야.그런데갑자기여름모임을안하시겠다고한거야.그게10년쯤됐나.”
정교수는홀로이집에머물렀다.아무런글도쓰지않고,아무말도하지않고,죽음과같은침묵속에서._52~53쪽

“잘못쓴건없겠지.어물쩡넘어가지말고제대로확인해라.”
이야기를마치고정교수가말했다.아픈손을주무르며방금자기가쓴글을내려다보던담이는,우물쭈물했다.
확인하고싶은것은딱하나였다.
‘왜저를다시부르신거예요?’
그질문은꿀꺽삼키고,담이는제법용기를내어물어봤다.
“음……이사람은이름이없나요?”
정교수는흥콧방귀를뀌더니되물었다.
“그러는넌이름이뭐냐?”
그러고보니정교수는담이의이름조차물어본적이없었다.담이라대답하자정교수는무신경한태도로이야기속사람이름을람이라했다.그렇게대충이름을지어도되는지담이는미심쩍었지만정교수는고집스러웠다.
“됐어,이름같은건그다지중요하지않아.아무리가볍게지었어도곧의미가덕지덕지붙어무거워지고말지.다른이름으로하고싶으면마음대로해라.너또한,이글을받아적는이로서권리가있으니.”_55~56쪽

“근데도시에뭐가있는데요?”
“뭐라고?”
“아니……도시로간다고하셨잖아요.그래서……왜가는지궁금해서…….”
담이는머쓱해서말끝을흐렸다.예전엔람이벽을넘어어디로가는지도몰랐다.오늘드디어‘도시’라는단서가나온것이다.
“궁금해할것도없다.말도안되는얘기니까.나오는대로뱉을뿐이야.”
정교수는불퉁하니말했다.담이는혼란스러웠다.
“다들,다들중요하다고그러던데요.교수님의마지막작품이고,되게의미있는거라고…….”
“하!그말을아직도믿고있단말이냐?”
“그럼거짓말을하셨단말이에요?”
담이가놀라묻자정교수가되물었다.
“거짓말?거짓말이뭐지?”
“틀린걸……말하는거요.”
“그럼맞는걸말할수도있단말이냐?말은언제나틀려.말은언제나어긋나지.모두자기가모르는것을아는것처럼말하고,느끼지못한것을느낀것처럼말해.차라리아무말도하지않는게옳을거야.”
정말이상한말이었다.그렇게생각하면말을하지못하는담이가차라리나은것이다,아무말이나막하는애들보다.하지만그래도담이는…….
“……그래도전말을제대로하고싶어요.”
담이는입을막았다.얼굴이화끈거렸다.뜬금없는소리를해버렸다.그러나정교수는말꼬투리를잡지도,무슨소리냐고묻지도않았다.
“그렇다면거짓말이될지언정말을만들어내려고시도해야해.그러다보면어느순간에……진실에닿을수도있을테니.그러한이유로나또한말을이어가는거다.”_64~65쪽

정교수는손끝으로책상을톡톡두드렸다.그에맞춰램프의불꽃이일렁였다.
“답이정해져있다고생각했다면이런집을짓지도않았겠지.아주어리석은생각이다.”
담이는움츠러들면서도,답이없다는정교수의말이참좋다고생각했다.
“무슨말이든될수있어.그낱말에서이야기는천갈래만갈래로갈라져.알겠니?바로그런낱말하나에서,문하나에서모든게시작된다고.”
“하지만낱말하나로는이야기를만들수없잖아요.언제나다른낱말이필요하고요.”
정교수는입을꾹다물었다.담이는자기가뭘잘못말했나싶어마음이아주작아졌다.
“그래,맞다.말이섞여야하지.바로그런걸듣기원했고,그래서사람들을이집에불렀어.방들은말을서로나누지못하지만,사람은대화할수있으니까.서로의낱말을섞이게할수있으니까.말이이집을가득채웠지…….하지만그것도옛날일이야.”_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