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바꾼건축,건축이바꾼역사!”
역사를이해하면건축이새롭게보여요
이책을관통하는중요한키워드는바로‘세계사와건축의만남’이다.저자서윤영은“고대이집트왕국의피라미드,중세의성당,절대왕정시대의궁전등건축의역사는세계사의일부이며,결코둘을떼어서생각할수없다”라고말한다.20세기격동의역사는건축에있어서도많은변화를가져왔다.아파트,오피스빌딩,학교,공장,도서관,국회의사당,박물관등은20세기에새롭게등장한건축유형이자지배계층이아닌국민과대중을위한건축이다.
9명의건축가들은세계사의굵직한사건을경험하며자신만의건축세계를구축했다.근대건축의아버지라불리는르코르뷔지에는제2차세계대전이후주택부족문제가심각해지자시대상을반영한건축물‘유니테다비타시옹’을지었다.현대식아파트의시초라일컫는건축이다.근대건축의3대거장가운데한사람인미스반데어로에는게르만의우수성을주장하며독일고전건축만을가르칠것을강요한나치에게서바우하우스를지키기위해고군분투했다.
현존하는건축가로한국에도멋진건물을선보인프랭크게리는유대인관습에따라금요일저녁마다생선을먹던어린시절수많은차별과멸시를경험했고,그상처를승화해물고기의반짝이는비늘과유연한움직임을건축의모티프로삼았다.대한민국건축1세대를대표하는김수근과김중업은일제강점기와한국전쟁을겪으며독재정권아래에서정권에순응하거나저항하는방식으로자신이꿈꾸는도시의풍경을만들어갔다.
책앞쪽에는‘건축가들은어떤시대를살았을까?’라는제목으로책에등장하는대표건축물과세계역사를한눈에볼수있는연표를실었다.각장의끝에는‘건축이야기속역사읽기’라는코너를통해그림(사진)한장과함께좀더깊이있는역사와건축을말한다.시대를이해하면건축가가보이고,건축가를이해하면비로소건축은더욱생생하게다가온다.
넘치는상상력과창의력으로
세상을발칵뒤집은건축계의이단아들!
저자서윤영은인물선정의기준을‘혁신’이라고말한다.따라서이책에담긴건축가들의공통점은바로기존의패러다임을뒤집는새로운건축에도전했다는점이다.제1차세계대전이라는큰전쟁을경험하고앞으로의세상은예측할수없다고생각한미스반데어로에는꼭필요한시설만중심에배치하고내부를텅비운20층짜리고층건물을기획했다.오늘날오피스빌딩의기본모델이다.렌초피아노는한발더나아가전기,배수관등모든시설을건물밖으로빼내어정면의장식으로활용한‘퐁피두센터’를선보였다.사다리꼴과평행사변형을활용해로봇같은건물을만든렘콜하스,직선아닌곡선을활용해우아한건물을지어낸자하하디드등이들은모두발칙한상상력과창의력으로세상을놀라게했다.결국이상한나라(역사)는한계를뛰어넘는상상을하게했고,기발한건축가를만든건다양한예술과여행경험,그리고인간에대한이해였다.
<책속으로>
19세기까지건축가들은성당이나왕궁및귀족이나부유층의집을주로지었다.이런집들은주인의권위와부유함을과시하기위해매우화려하고우아하면서고풍스럽고장중했다.하지만제1차세계대전으로유럽은폐허가되었고모든것이부족해진상황에서,과거와같이화려하고장식많은집은지을수가없었다.제1차세계대전을계기로패션이간단한기성복으로바뀌었듯주택도실용적이고간결한기성주택이필요해진것이다.
_내마지막집은오두막(르코르뷔지에),29쪽
바우하우스는모더니즘을주요이념으로삼았기때문에건축도개인이나지역의특수성을넘어서는국제주의양식을지향하고있었다.하지만나치는게르만족이세계에서가장우수한민족이므로,학교에서도독일고전건축을가르칠것을요구했다.이에동의할수없었던그로피우스는결국사퇴했고두번째교장도2년만에그만두었다.그리고이제세번째교장이된미스가베를린의낡은공장을빌려다시학교문을열었지만,나치는이곳까지찾아왔다.
_철과유리의시대(미스반데어로에),42쪽
일그러진유리건물을본사람들은예전에폭탄맞은건물이떠오른다고말했다.강건한콘크리트건물이쓰러질듯위태로운유리건물을지탱하는모습이마치탱고춤을추는한쌍의남녀를보는것같기도했다.냉전시대폭격이있었던곳,그리고이제화해를통해미래로나아가는모습을모두담아낸획기적인디자인이었다.
_자유롭게춤추고싶어(프랭크게리),76쪽
퐁피두센터가세상에모습을드러냈을때사람들이“이게다지은건물인가”라는반응을보인것은이때문이었다.숨기고가려져야할모든설비가밖으로드러나있었기때문이다.피아노는관습에서과감히탈피했다.건물의기계요소를아예장식으로활용한것이다.건물의뼈대를이루는철골구조물은흰색,에스컬레이터는노란색,상하수도는파란색,전기는노란색,냉난방설비는파란색과흰색등으로처리해서아주화려했다.그것은마치라디오나TV기판을보는것과도같아서사람들은그것을‘하이테크건축의시초’라고평가했다.이제곧도래하게될기계문명의시대를예측한건축이었다.
_가장오래가장튼튼하게(렌초피아노),98쪽
크고멋진설계사무소는아니었다.직원이많은것도아니었다.일거리도별로없었다.허름한곳에사무실을차린고졸건축가에게설계를맡기려는사람은없었으니까.그럴때면다다오는작은스케치북하나를옆구리에끼고사무소주변을어슬렁거렸다.우연히작은공터를하나발견하면그곳에어울릴만한건물을스케치했다.그리고주변을수소문해땅주인을알아낸다음,찾아가스케치를보여주며말했다.
“빈땅을남겨두지말고이런건물을지어보시는게어떻겠습니까?”땅주인은“별이상한녀석을다보겠군”하는표정을지으며손사래를쳤다.지금까지한번도그런식으로일한건축가는없었기때문이다.
_빛과콘크리트의예술가(안도다다오),118쪽
1999년미국시애틀에있는‘시애틀공공도서관’신축프로젝트가현상설계에붙여졌다.이곳은본래1906년철강사업으로막대한자본을축적한앤드루카네기의기부로지어졌는데세월이흐르며건물이많이낡았다.이에1990년대마이크로소프트대표빌게이츠의기부로새로운도서관을다시짓기로한것이다.20세기의강철왕카네기에이어21세기의컴퓨터왕빌게이츠의기부로지어질도서관현상설계에콜하스의계획안이만장일치로당선되었다.5년이지난2004년도서관이완공되었을때사람들은어리둥절했다.지그재그로얽힌은색건물이마치영화에나오는로봇같았기때문이다.
_아시아를사랑한건축가(렘콜하스),141~142쪽
하디드는처음에는날카로운예각을살려디자인했지만이후점차추상적인곡선을사용했는데,대표적인예가‘아제르바이잔문화센터’다.아제르바이잔은터키인근카스피해연안에있는나라로,흔히‘불의나라’로불렸다.곳곳에서천연가스가분출되어땅위에서저절로불이솟아오르는지역이많기때문인데,이곳은불을숭배하는조로아스터교의발상지이기도하다.예전에는소련연방에속해있다가1991년독립했고,신생공화국으로서의문화적정체성을확립하기위해수도바쿠에대규모문화센터를짓기로했다.
2012년완공된건물은놀랄만큼아름다웠다.물결치는흰색의유선형디자인은땅속에서치솟는불같기도했고,화산폭발후땅을적시는용암의모습같기도했다.
_열정가득한걸크러시(자하하디드),163·165쪽
또한1970년대유명했던프로젝트가운데하나가대학로마로니에공원조성이었다.현재서울시종로구동숭동혜화동일대를대학로라부르고있는데,그이유는일제강점기우리나라최초의대학인경성제대가있었기때문이다.해방후경성제대는서울대학교로재편되어관악구신림동으로이전했고,예전에경성제대건물이있던자리를새로운문화의거리로조성하면서여러건물을짓는데그것을김수근이담당하게된다.잡지사로유명한샘터사옥,아르코미술관과아르코예술극장등현재마로니에공원을둘러싸고있는단아한붉은벽돌의건물은모두김수근의작품이어서,마로니에공원은김수근의건축박물관이라고불릴정도다.
_한국건축의빛과그림자(김수근),193쪽
치마밑으로보이는버선코처럼곱게치켜올라간처마선,나무기둥사이를메우고있는창호지문,한옥의아름다움을가장현대적으로잘녹여낸작품이었다.이로인해김중업은1965년프랑스정부로부터기사작위를수여받는다.중세시대전설에자주나오는바로그기사인데,본래는봉건영주나국왕
이기사작위를주었다.유럽에는아직도이전통이남아서국가를위해큰공을세운사람에게작위를내리곤하는데그것을김중업이받은것이다.
_가장한국적인아름다움(김중업),2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