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을 넘은 소녀 : 남장 시인 김금원의 나 홀로 여행기 - 오늘의 청소년 문학 37

담장을 넘은 소녀 : 남장 시인 김금원의 나 홀로 여행기 - 오늘의 청소년 문학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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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운명을 개척하고 싶었던 소녀의
나 홀로 금강산 여행기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도 금세 날아갈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불과 한 세대 전인 1980년대까지만 해도 관광 목적의 여권 발급 자체가 불가능했다. 여행에 대한 온전한 자유가 주어진 지 지금으로부터 고작 30년 정도 된 셈이다.
지금부터 약 200년 전, 자유로운 여행을 꿈꾸고 실행에 옮긴 한 소녀가 있었으니, 바로 여성 시인 김금원(금원당 김씨)이다. 조선 땅을 벗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원주에서 출발해 제천, 단양, 금강산을 거쳐 한양까지 무려 1,000킬로미터에 이르는 여정을 두 발로 걸었다. 여성이라는 성별의 제약을 뛰어넘은 이 여행을 떠나던 당시 금원이 고작 열네 살이었다는 사실은 더욱 큰 놀라움을 자아낸다. 금원은 훗날 《호동서락기》라는 책으로 자신의 발자취를 기록했다. 《담장을 넘은 소녀》는 바로 이 여정을 그린 역사소설이다.
열다섯이 되면 양반의 소실이 되거나 기생이 되어야 하는 얼녀의 운명을 타고 난 금원은 금강산을 그린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우연히 보고 금강산 유람을 결심한다. 그리고 남장을 한 채 길을 떠난다. 이 책은 금원이 여행길에서 어쩌면 정말 만났을지도 모르는 인물들을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그려 낸다. 불의의 상황에 처한 약자를 지혜로운 임기응변으로 돕는 등짐장수, 백성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호숫가에서 물고기 정보 책을 쓰는 실학자 노인, 삿갓을 쓴 의문의 시인 등 많은 사람들이 등장해 저마다 삶의 지혜와 시인으로서의 예술관을 금원의 가슴속에 심어 준다.

여행기이자 성장기,
담장을 짚고 선 청소년을 위하여

산천을 유람하는 여인은 곤장 100대에 처한다는 법이 있던 시절이었으므로, 금원의 여행은 사실상 죽음까지도 각오한 도전이자 자유를 향한 갈망이었다. 무엇이 열네 살 소녀가 죽기까지 각오하게 만들었을까 질문하며 한 뼘씩 자라나는 금원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여행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금원은 그저 멋진 풍광을 감상하기 위해서 떠난 것이 아니었다. 집을 나서기 전부터,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도 금원은 계속해서 질문한다. 나는 무엇인지, 제한된 운명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금원이 찾고 싶었고, 결국 찾아낸 건 ‘나’였다. 어찌 보면 여행이란 ‘나의 생활’ 가운데에서 ‘나’만 빼고 모든 것을 바꿔 결국 자신을 생생하게 마주하고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 유쾌하고 산뜻한 여행기는 곧 금원의 성장기가 되고, 청소년 독자 각자의 성장기가 된다.
이제 여행은 얼마든지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또 터무니없는 성차별이나 신분제는 사라졌지만 오늘날에도 세상에는 또 다른 담장이 수없이 존재한다. 금원이 여행을 떠났던 열네 살 즈음이 되면 청소년들은 그 담장의 존재를 실감하게 된다. 신분, 그리고 성별이라는 담장 앞에서도 어떻게든 자기 길을 가고자 노력했던 금원처럼 그들도 담벼락을 기어오르고 문과 길을 찾아 달리며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담장을 넘은 소녀》는 응원하고 있다.
저자

김미승

시를쓰면서동화와청소년소설을쓰고있습니다.몽글몽글하고풋풋한이야기를쓰기위해늘머리한쪽에안테나를바짝세우고산답니다.

지은책으로는시집『네가우는소리를들었다』,『익어가는시간이환하다』가있고,청소년소설『세상에없는아이』,『저고리시스터즈』,『검정치마마트료시카』,『꿈을파는달빛제과점』,『담장을넘은소녀』가있고,동화『잊혀진신들을찾아서산해경』,『아깽이를부탁해』,함께쓴『소곤소곤설화모리』등이있습니다.

목차

당돌한아이
담장밖으로
이상한노인
꿈속의꿈
오르고또오르면
위기
보고느끼는대로
여인을닮은산
생선도둑
득음의길
시를꿈꾸는사람들
허물을벗어던지고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여행기이자성장기,
담장을짚고선청소년을위하여

산천을유람하는여인은곤장100대에처한다는법이있던시절이었으므로,금원의여행은사실상죽음까지도각오한도전이자자유를향한갈망이었다.무엇이열네살소녀가죽기까지각오하게만들었을까질문하며한뼘씩자라나는금원을따라가다보면자연스레여행의의미에대해생각하게된다.
금원은그저멋진풍광을감상하기위해서떠난것이아니었다.집을나서기전부터,그리고다시집으로돌아갈때까지도금원은계속해서질문한다.나는무엇인지,제한된운명속에서나는어떻게살아가야하는지.금원이찾고싶었고,결국찾아낸건‘나’였다.어찌보면여행이란‘나의생활’가운데에서‘나’만빼고모든것을바꿔결국자신을생생하게마주하고찾아가는과정이아닐까?그렇다면이유쾌하고산뜻한여행기는곧금원의성장기가되고,청소년독자각자의성장기가된다.
이제여행은얼마든지할수있게되었지만,또터무니없는성차별이나신분제는사라졌지만오늘날에도세상에는또다른담장이수없이존재한다.금원이여행을떠났던열네살즈음이되면청소년들은그담장의존재를실감하게된다.신분,그리고성별이라는담장앞에서도어떻게든자기길을가고자노력했던금원처럼그들도담벼락을기어오르고문과길을찾아달리며무럭무럭자라나기를《담장을넘은소녀》는응원하고있다.

책속에서

여자도공부해서과거를볼수있고,신분차별이없는세상이올까?신선들도이시대의여자들이불쌍해서그런꿈을꾸게했나.금원은피식웃었다.
“턱없는소리!”
금원은자신이뱉은말에깜짝놀랐다.그말이왠지목에걸린가시처럼기억속에서움찔거렸다.
_68쪽,꿈속의꿈

‘세상에존재하는모든것은허투루있는것이하나도없다고했어.길가에구르는돌멩이도그쓰임이있다는데,나는왜여자로태어났을까?왜내인생을내가선택할수없을까?나는진짜나일까?’
꼬리에꼬리를무는생각이끝없이이어졌다.질문은일만이천개의봉우리만큼이나많은데돌아오는답은한가지였다.
‘불공평해.’
_107쪽,보고느끼는대로

“예,죽을힘을다해용기를냈지요.내년에계례를앞두고있어서,흡!”
금원은자기도모르게‘계례’라는말을내뱉고는아연실색했다.긴장이풀린모양인지남장한것을잊고관례라고해야할것을,계례라고말하고말았다.금원은두사람이흘려들었기를바랐지만,두사람의눈이동시에커다래졌다.
_128쪽,여인을닮은산

어느길목에서만나함께걷다가또어느길목에다다라헤어지는길동무들,통성명도없이어울렸다가헤어지곤했지만낯선곳을걷는금원에게는힘이되어주었다.서로신분도목적지도다르지만길위에서는모두동무였다.
_167쪽,시를꿈꾸는사람들

‘세상에서일어나는일을깊은눈으로바라보고그속에서일어나는불합리한일을지적하고,아픈이들을위로하는시가좋은시’라면,그건분명사람살이에서일어나는일을보고쓰는것일터.
_179쪽,시를꿈꾸는사람들

남장한껍데기속에단단히숨겨놓은열네살소녀의몸이고함을치는것같았다.칭칭동여맨가슴과꽉쪼인발목의대님이답답하게느껴졌다.
‘그래,이제허물을벗어버리자.오래전부터품어온소원을이루었고,진짜나를찾았으니이제그만허물을벗고나비가되어날아오르자!’
_189쪽,허물을벗어던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