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이자성장기,
담장을짚고선청소년을위하여
산천을유람하는여인은곤장100대에처한다는법이있던시절이었으므로,금원의여행은사실상죽음까지도각오한도전이자자유를향한갈망이었다.무엇이열네살소녀가죽기까지각오하게만들었을까질문하며한뼘씩자라나는금원을따라가다보면자연스레여행의의미에대해생각하게된다.
금원은그저멋진풍광을감상하기위해서떠난것이아니었다.집을나서기전부터,그리고다시집으로돌아갈때까지도금원은계속해서질문한다.나는무엇인지,제한된운명속에서나는어떻게살아가야하는지.금원이찾고싶었고,결국찾아낸건‘나’였다.어찌보면여행이란‘나의생활’가운데에서‘나’만빼고모든것을바꿔결국자신을생생하게마주하고찾아가는과정이아닐까?그렇다면이유쾌하고산뜻한여행기는곧금원의성장기가되고,청소년독자각자의성장기가된다.
이제여행은얼마든지할수있게되었지만,또터무니없는성차별이나신분제는사라졌지만오늘날에도세상에는또다른담장이수없이존재한다.금원이여행을떠났던열네살즈음이되면청소년들은그담장의존재를실감하게된다.신분,그리고성별이라는담장앞에서도어떻게든자기길을가고자노력했던금원처럼그들도담벼락을기어오르고문과길을찾아달리며무럭무럭자라나기를《담장을넘은소녀》는응원하고있다.
책속에서
여자도공부해서과거를볼수있고,신분차별이없는세상이올까?신선들도이시대의여자들이불쌍해서그런꿈을꾸게했나.금원은피식웃었다.
“턱없는소리!”
금원은자신이뱉은말에깜짝놀랐다.그말이왠지목에걸린가시처럼기억속에서움찔거렸다.
_68쪽,꿈속의꿈
‘세상에존재하는모든것은허투루있는것이하나도없다고했어.길가에구르는돌멩이도그쓰임이있다는데,나는왜여자로태어났을까?왜내인생을내가선택할수없을까?나는진짜나일까?’
꼬리에꼬리를무는생각이끝없이이어졌다.질문은일만이천개의봉우리만큼이나많은데돌아오는답은한가지였다.
‘불공평해.’
_107쪽,보고느끼는대로
“예,죽을힘을다해용기를냈지요.내년에계례를앞두고있어서,흡!”
금원은자기도모르게‘계례’라는말을내뱉고는아연실색했다.긴장이풀린모양인지남장한것을잊고관례라고해야할것을,계례라고말하고말았다.금원은두사람이흘려들었기를바랐지만,두사람의눈이동시에커다래졌다.
_128쪽,여인을닮은산
어느길목에서만나함께걷다가또어느길목에다다라헤어지는길동무들,통성명도없이어울렸다가헤어지곤했지만낯선곳을걷는금원에게는힘이되어주었다.서로신분도목적지도다르지만길위에서는모두동무였다.
_167쪽,시를꿈꾸는사람들
‘세상에서일어나는일을깊은눈으로바라보고그속에서일어나는불합리한일을지적하고,아픈이들을위로하는시가좋은시’라면,그건분명사람살이에서일어나는일을보고쓰는것일터.
_179쪽,시를꿈꾸는사람들
남장한껍데기속에단단히숨겨놓은열네살소녀의몸이고함을치는것같았다.칭칭동여맨가슴과꽉쪼인발목의대님이답답하게느껴졌다.
‘그래,이제허물을벗어버리자.오래전부터품어온소원을이루었고,진짜나를찾았으니이제그만허물을벗고나비가되어날아오르자!’
_189쪽,허물을벗어던지고